호러 괴담

[자작] 자취 (1/2)

자취 (1/2)


내가 대학생 때 겪은 일이다.

 

고향이 아닌 먼 타지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1학년 때는 돈도 저렴하고 학교랑 가깝다는 이점 때문에
교내 기숙사를 이용했지만 지내다 보니 
기숙사는 통금에 벌점에 이것저것 제약이 많아서 
결국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나가살기로 결심했다.

 

막상 나가 살려다 보니 생각보다 비싼 보증금와 월세에
곤란해 하고 있는데 친한 동기 한명이 투룸을 잡고
같이 사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을 해 받아들였고
그렇게 선택한 투룸 집은 학교와 거리는 조금 있었지만
가격이 저렴해 금전적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집 내부는 방 두 개, 거실 겸 부엌 하나, 화장실 하나로
새로 리모델링 한 듯 깔끔하게 단장해서 산뜻한 느낌이 들었다.
나와 동기는 각자 마음에 드는 방에 짐을 풀고 
간단하게 집청소를 한 뒤 생각한 것 보다 
더 괜찮은 집에 대한 각자의 소감을 늘어 놓았다.

 

새로 자리 잡고 살게 된 투룸은 원룸보단 자유롭지 못했지만
2인 1실을 사용했던 기숙사보단 훨씬 각자의 삶이 있었다.
게다가 룸메이트가 된 동기가 술집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자 내 생활은 거의 원룸과 비슷한 모습이 되었다.

 

그 날은 밤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다음 날 1교시 수업이 있어 나는 평소보다 일찍 잘 준비를 마쳤다.
새벽에 알바를 마치고 들어오는 동기를 위해 거실 겸 부엌의 등은 켜놓았고
방 안에 공기가 정체되는 느낌이 싫어서 창문과 방문을 
살짝 열어놓은 상태로 나는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처음으로 느껴지는 감각은 청각이었다.
누구나 한번씩은 겪어보는 새벽에 유난히 크게 들리는 시계 초침소리.
거기에 더불어 아직 비가 그치지 않았는지 배수관을 따라 내려가는
물소리도 평소보다 더 잘 들리는 듯 했다.

지금이 몇시인지 확인하려 눈을 뜨려는데
그 순간 내가 가위에 눌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은 실눈을 뜨는 것처럼 조금 뜬 상태였지만
고개를 돌릴 수도 손과 발을 움직일 수 없었다.
아주 예전에 가위에 눌려봤던 경험이 있어
손끝이나 발끝을 움직여 보려는데
살짝 열어 놓은 방문 틈으로 뭔가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처음에는 친구가 들어왔나 보다 생각했는데
어쩐지 훨씬 조그마한 형체가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더 자세히 보려 곁눈질로 문틈새에 집중하니
부엌에 초등학교 저학년 쯤 되보이는 남자애가 보였다.

 

또래보다 살짝 말라보이는 아이는 식탁 위로 올라가기 위해 
의자에 다리 하나를 걸치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전자렌지가 있었고 전자렌지 위에는 과자가 하나 있었는데
아마도 그 과자가 목표인 듯 했다.
그리 높은 식탁도 아니기에 쉽게 과자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 아이는 이상하리 만큼 의자 위로 잘 올라가지 못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어쩌면 몇 초밖에 안지났을지 모를
왜곡된 시간 관념 속에서 나는 그 아이가 식탁을 못 오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아이는 소아마비를 앓았던 듯 한 쪽 다리가 상당히 불편해 보였다.
안타까운 마음에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순간 그 아이는 뭔가 기척이라도 느낀 것처럼 두리번거렸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던 아이는 고개를 돌리는 속도만큼이나 천천히 내 방쪽으로 걸어왔다.
나는 목이 뻣뻣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눈을 감으려 했지만 눈은 반쯤 뜬 상태에서 감기지도 떠지지도 않았다.

 

아이는 방문을 열지 않고 문 틈새로 찬찬히 방안을 살피는 듯 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아이와 눈을 마주치게 되었는데
그 아이의 눈은 목졸린 사람의 눈과 같이 흰자만 있었다.

 

다음 날 전공시간에 만나게 된 룸메이트에게 어제 겪은 가위 눌린 이야기를 했다.
너무 생생했던 경험이라 최대한 세세하게 얘기하는데
어제 새벽까지 일해 피곤했던 룸메는 
"이번 달 까지만 알바하고 그만해야겠다." 라고
말하며 그대로 자리에 엎어졌다.

 

 

(2/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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