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Reddit - 매일 새벽 3시 3분, 누군가 휘파람을 불며 집을 지난다

Something Walks Whistling Past My House Every Night At 3:03

 

매일 밤, 날씨에 상관없이 누군가 살살 휘파람을 불며 길을 걸어. 부엌이나 거실에 있는 게 아니면 들리지 않을 소리지만 그 휘파람 소리는 정확히 3시 3분에 들려와. 처음은 희미하게, 카슨 플레이스 가(街)의 시작점 근처에서부터. 우리는 거리 중앙에 살고 있어서 휘파람 소리는 언제나 골목 끝에 닿기 전에 우리 집을 지나가지.

 

어렸을 때, 동생과 난 어느날 밤 부엌에 숨어서 그 휘파람 소리를 들었던 적이 있었어. 엄마 아빠는 당연히 별로 안 좋아하셨고, 들킨다면 혼쭐이 날 게 뻔했지. 부모님은 언제나 자상했어. 우리가 한 가지 중요한 규칙을 지키는 한은.

 

절대 휘파람 부는 것을 보려 하지 마라. 

 

우리 이웃집은 엄청 재미있어. 6살부터 여기 살았는데 그때부터 좋아했어. 집은 작아도 깔끔하고, 마당도 적당히 크고, 둘러볼 것도 잔뜩 있거든. 내 또래 애들도 많아. 난 10월에 13살이 됐어. 우린 같이 자랐고 언제나 골목 막다른 길에서 땅따먹기를 하거나 여름엔 집집마다 뒷마당을 들쑤시며 돌아다녔지. 자라기에 좋은 곳이야, 그걸 알 정도로 충분히 나일 먹었다고. 이상한 점 두 개가 있다는 것 빼면 말이야. 밤에 들리는 휘파람 소리랑 이상하게 운이 좋다는 거.

 

휘파람 소리가 거슬렸던 적은 없었어. 아까도 말했지만 내 방에선 들리지도 않았거든. 하지만 엄마 아빠는 휘파람 얘기하는 걸 싫어해서 나도 거의 물은 적은 없었어. 아빠는 강한 사람이야. 키도 크고 침착해. 어릴 적에 미국으로 와서 아직 억양이 좀 특이하긴 하지만. 아빠 말로는 아빠 가족, 우리 할아버지는 아일랜드에서 왔대.  아빠가 안 침착할 때는 그 휘파람이 가까워질 때 뿐이야.

 

그럴 땐 말이 좀 빨라지고, 눈도 막 휙휙 움직이고, 그리고 우리한테 언제나 중요한 규칙을 기억하라고 당부해. 휘파람이 지나갈 땐 밖을 보지 말 것.

 

우리가 원한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 집은 창문마다 셔터가 있거든. 묵직하고 두꺼운 캔버스로 된 건데 그걸 내려당겨서 걸쇠를 걸어놓은 거야. 모든 걸쇠엔 수첩에 달 것 같은 작은 자물쇠까지 달려있어. 아빠는 매일 자기 전에 빈틈없이 모든 창문을 다 닫고 열쇠는 자기 방에 놔둬.

 

엄마는 휘파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어. 전에 엄마가 3시 3분 전에 거실에 있는 걸 봤거든. 문을 쪼금만 더 열었으면 보였을 건데. 엄마가 거기 자주 있는 건 아냐. 적어도 내가 본 건 그래. 그래도 못해도 한 달에 한 번이나 두 번은 휘파람 소리를 들으려고 거실의 빨간 소파에 앉아있는 것 같아. 

 

휘파람 소리는 언제나 똑같아. 활기차.

 

다 다 다다 다 덤. 다 다 다다 다 덤. 

 

아까 내가 여기 살면서 이상한 게 두 개 있다고 했지? 그 밤 휘파람 말고 다른 건 우리 이웃들이 진짜 운이 좋다는 거야. 설명하긴 힘든데 아빠는 이것도 별로 안 좋아해. 그냥 이 주변엔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 보통은 작은 것들이지만, 라디오 응모 상품을 탄다거나 직장에서 갑자기 승진되거나, 마당에 묻힌 화살촉을 발견하거나 하는 거. 물론 유물 같은 거지.

 

여긴 기후도 엄청 좋고 범죄도 없고 가을이면 집집마다 정원에서 꽃이 피어 눈부실 정도야. "수백만 개의 작은 축복들" 엄마가 여기서 사는 걸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었어. 하지만 우리가 여기 이사온 이유는 내 여동생 놀라 때문이야. 놀라는 태어날 때부터 아팠대. 페에 무슨 문제가 있다나봐. 그래서 태어났을 때 집에 데려오는 것도 못해서 병원에서밖에 못봤지. 놀라는 엄청 작았어. 다른 아기들이랑 비교될 정도로. 숨쉬는 데도 기계가 필요했으니까.

 

여긴 병원이랑 가까워서 이리로 이사왔는데 여기로 이사하자마자 놀라의 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했어. 의사들은 이유를 못 알아냈지만 어쨌건 자기들 치료가 효과를 본 거라고 했지. 근데 하는 말은 자기들도 혼란스럽다는 것밖에 없더라. 하지만 엄마 아빠는, 심지어는 나도 알고 있었어. 놀라가 좋아지기 시작한 건 이곳이 가져다준 수백만의 작은 축복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걸.

 

그래서 우리는 여기 계속 살고 있는 거야. 여기 매일 일어나는 사소한 기적들 뒤에 나쁜 일이 일어나도 말이지. 하지만 그건 휘파람 부는 사람을 찾으려 들 때만 일어나는 거야. 

 

우리 동네엔 환영 위원회가 있어. 여기 새로운 사람이 이사올 때면 마카로니 캐서롤이랑 선물 바구니, 그리고 마닐라 폴더를 들고 오지. 엄청 친절한 사람들이야. 7년 전에 우리가 이사했을 땐 4명이 왔었어. 잠깐 얘기하고, 나한텐 스니커 바를 주고 놀라를 안아줬지. 병원에 나오고 첫주라 다치지 않게 신경 써서 안아줬지만. 

 

위원회 사람들이 부모님들이랑 할 얘기가 있다고 해서 난 방으로 갔지만 방 안에서도 한마디 한마디 잘 들렸어. 위원회 사람들은 부모님한테 여긴 매우 좋은 동네라고 했어. 어떻게 좋은지는 설명 못하겠지만 진짜 진짜 좋은 동네라고. 그리고 더 설명하기 힘든 3시 3분에 시작해서 3시 5분에 끝나는 휘파람 소리도 얘기했지. 휘파람은 조용하고, 절대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 거라고 했어. 그 소리를 무엇이 내는지 보려고 하지 않는 한은 말이야. 

 

그사람들은 이 얘기를 아주 강조해서 말했고 나는 문에 귀를 바싹 기대고 듣고 있었어. 휘파람 소리의 정체를 캐려고 한 사람들은 운이 바뀌었대. 엄청 나쁘게 바뀐 사람도 있다고 했어. 삶에 먹구름이 낀 듯 바뀌고 뭐든 잘못될 수 있다는 거야. 그사람들이 들고 온 폴더엔 신문 기사들이 들어있었는데 주로 충돌사고나 삶이 망가진 사람들, 죽은 사람들과 끔찍한 사고들에 관한 것들이었어.

 

"모든 사람들이 죽는 건 아니에요." 위원회 사람이 아빠한테 말하는 게 들렸어.

 

"하지만 혼이 빠져버리죠. 그냥 숨만 붙어있는 거예요. 빛이 꺼져있죠."

 

엄마는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았어. 계속해서 새 이웃한테 하는 장난이냐고 물었지. 엄마를 어느 순간 화를 냈어. 우리를 쫓아내려고 겁을 준다고 말이야. 아빠가 아일랜드 출신이라서 인종차별하는 거냐고 성을 냈어. 아빠가 엄마를 진정시키고 우리 이웃은 진지하다고, 그냥 우리를 도우려 하는 것뿐이라고 달랬어. 아빠는 할머니한테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고 사람들 사이엔 이런 괴이한 것들이 섞여 산다고 들었대. 나쁜 것도, 착한 것도 있는데 대부분은 그냥 다르다고 했어.

 

위원회가 가고 나서 아빠는 철물점에 가서 캔버스로 된 블라인드랑 걸쇠, 그리고 자물쇠를 사와가지곤 저녁을 먹고 난 뒤에 모든 창문에 설치했어. 새집에서 첫날밤, 난 3시에 깨서 아빠가 소파에 앉아 동생을 안고 있는 걸 봤어. 아빠는 검지를 입에 대고 쉬잇했지만 자기 옆의 소파를 두드렸어. 우린 앉아서 기다렸지.

 

정확히 3시 3분, 휘파람이 들렸어. 

 

다 다 다다 다 덤. 다 다 다다 다 덤.

 

정확히 이웃이 말한 대로였어. 휘파람은 매일밤 돌아왔고 우린 절대 쳐다보지 않은 채 매일 행복을 즐겼지. 놀라는 스스로 숨을 쉴 수 있게 됐고 튼튼하고 똑똑한 여자애로 자랐고 아빠는 환영 위원회에 들어가기까지 했어. 비록 새이웃이 그렇게 자주 오진 않았지만. 뭐하러 여길 떠나겠어? 그래도 새 이웃이 들어올 때면 아빠와 위원회 사람들은 마카로니 캐서롤, 선물 바구니, 그리고 마닐라 폴더를 들고 찾아갔어. 아빠가 돌아올 때면 이웃이 휘파람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는지, 아니면 곧 또다른 새이웃을 맞이하게 될지 얼굴에 다 드러났지. 

 

얼마전에 새이웃이 우리 바로 옆집에 이사왔어. 전주인, 105세였던 매디 아줌마가 돌아가셨거든. 아주 활기차게 살다 가셨어. 새이웃은 잘 적응했어. 휘파람 얘기를 진지하게 믿고, 아빠의 조언대로 셔터를 달았지. 그가족도 어린애들이 있었거든. 그 마닐라 폴더에 들어있는 신문기사가 어떤 건지는 몰라도 아빠는 우리한테 절대 보여주지 않았어. 하지만 내 상상으론 뭔가 아주 아주 끔찍한 내용일 게 분명해. 이웃이 한 달 동안 아무 탈없이 지내게 한 걸 보면 말이야.

 

어느날 밤, 새이웃이 동네를 잠시 떠나야 해서 아들인 홀든을 우리한테 맡기고 갔어. 홀든은 12살로 나보다 한 살 어렸지. 딱히 알고 지내진 않았는데, 부모가 걔를 맡기고 갔을 때 이미 안 좋은 기분이 들었어.

 

"너 매일밤마다 누가 휘파람 부는지 알아?" 어른들이 떠나자마자 홀든이 물었어. 

 

우리 셋은 이불 텐트를 치고 앉아있었지. TV에선 디즈니 영화가 나오고 있었어. 

 

나와 놀라는 눈빛을 교환했지. "우린 그 이야기 안 해."

 

"그 구석에 있는 큰 노란집에 사는 이상한 놈 짓인 것 같은데."

 

"톨레스 아저씨?" 동생이 말했어. "그럴리 없어. 그 아저씨 되게 친절해."

 

홀든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싸이코 킬러겠네 뭐." 

 

놀라는 잔뜩 긴장했어. 

 

"우린 그 이야기 안 한다니까." 난 다시 말했다. "내 방에 가서 닌텐도나 하자."

 

몇 시간 동안 우린 게임을 하고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봤어. 밤 샐 때 뻔히 하는 짓들이었지만 홀든은 점점 안달내고 있었어. 

 

부모님이 잘 자라고 하고 한 뒤, 블라인드를 치고, 주무시러 갔을 때 홀든은 자기 침낭에서 일어나 침대에 앉아있는 놀라와 내게로 왔지. 

 

"너 휘파람 누가 부는지 보려고 한 적은 있어?" 홀든이 물었어. "이제 곧 그 시간이야."

 

다른 사람들이 밤 샐 때처럼 우리도 잘 시간 같은 건 무시했지. 난 홀든이 한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 진짜 곧 3시였던 거지. 

 

한숨 쉬며 말했지. "우리는 그얘기 안-"

 

"이거 봐, 난 보려고 시도조차 못해. 아빠가 매일 블라인드 치고 자물쇠 잠그고 열쇠까지 숨기거든." 홀든은 내 말을 무시하고 계속 떠벌렸어.

 

"우리 아빠도 그래." 놀라가 말했다. 

 

"아니." 홀든이 답했다. "너희 아빤 안 그래."

 

"너도 우리 아빠가 블라인드 내리는 거 봤잖아." 난 하려던 것보다 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홀든은 씨익 웃었다. "너네 아빠는 블라인드에 자물쇠를 걸긴 해, 맞지. 근데 열쇠는 안 숨겨. 그냥 열쇠고리에 걸어놓고 다니잖아."

 

"그래서?" 불안했어. 홀든이 다음에 뭐라고 할지 알고 있었거든. 탈없이 몇 년이나 지냈으니 아빠는 굳이 열쇠를 숨기지 않게 된 거야. 이제 우리가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걸 알았으니까.

 

"그래서 그냥 너네 아빠가 문 잠그고 나서 자러 가기 전에, 내가 화장실 갔다 오면서 방을 살짝 훔쳐봤지. 침실 탁자 위에 열쇠고리가 있더라고. 그걸 빌렸을 수도 있다는 거야." 

 

나랑 놀라는 그냥 쳐다만 봤고, 그애는 더 크게 미소지었어. 

 

"거짓말 치기는."

 

홀든은 으쓱했다. "원하면 확인해도 돼. 그냥 문 열어서 한번 봐. 탁자 위에 있다니까."

 

"거기 있어." 난 둘 다에게 말했다. "털 끝도 움찔하지 마." 

 

난 서둘러 부모님 방으로 갔지만 문앞에서 망설였어. 만일 홀든이 한 말이 진짜라면 아빠는 화낼 거야. 아니, 화내는 걸 넘어서겠지. 그걸 생각하니 겁이 났어. 하지만 그것보다 무서운 건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데 창문이 잠겨있지 않다는 거였어. 난 문을 열었어, 거의 1인치 정도, 방 안을 봤지만 너무 어두워 아무것도 안 보였어. 심호흡을 하고, 안으로 들어갔어. 

 

어둠 속에서 딱 두 걸음 걸었는데 얼어붙고 말았어. 휘파람소리가 들려왔거든. 똑똑히 들렸는데, 부모님 방 쪽이었어. 지금까지 눈치 채지 못했지만 엄마 아빠는 우리가 이사 왔던 그날 밤부터 계속 그 소리를 들었던 거야. 여태 우리한텐 한마디도 안 하고. 나였으면 도저히 못잤을 텐데. 

 

난 그자리에 서서 휘파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걸 들었어. 불을 켜야 할지, 아빠를 깨워야 할지 고민하면서. 거실에서 하는 희미한 소리가 내 정신을 차리게 했지. 

 

"놀라!" 난 소리치며 부모님 방을 뛰쳐나왔어.

 

홀든과 놀라가 정문 옆의 창분에 서있었어. 홀든은 거짓말한 게 아니었던 거야. 그놈이 자물쇠 하나를 만지작거리는 게 보였지. 찰칵하는 소리가 들렸어. 진짜 열쇠를 갖고 있었어. 

 

홀든은 짧게 웃었어. 놀라는 그 옆에서 무서움 반 호기심 반으로 지켜보고 있었지. 휘파람은 이제 우리집 바로 밖에서 들리고 있었어.

 

내 생각에, 내가 소리를 지른 것 같았어. 놀라를 불렀던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안 나. 시간이 얼어붙은 것 같았어. 시침이 멈춘 것 같았지. 하지만 난 움직이고 있었어. 빠르진 않았지만 그때만큼 전력질주한 적은 없었지. 그리고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단숨에 놀라 곁에 갈 수 있었어. 내 시선은 놀라에 고정돼있었지만 홀든이 블라인드를 잡아당겼다 올리려는 소리가 들렸지. 블라인드가 올라가는 소리와 함께, 휘파람 소리가 바로 창 너머로 들렸어. 

 

하지만 난 팔로 놀라를 감싸 안고 몸을 돌렸지. 그리고 동시에 눈을 감았어. 블라인드는 휘리릭하면서 올라갔지. 

 

휘파람 소리가 멈췄다. 

 

놀라가 발버둥치는 게 느껴졌다.

 

"절대 보지 마, 알았어?" 놀라에게 말했다. "뒤돌지 마."

 

놀라가 복도쪽을, 내가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린 상태였어. 난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지. 어깨로 놀라가 고개를 끄덕이는 게 느껴졌어.

 

난 빈 팔을 뻗어 홀든을 더듬으려 했어. 손이 팔에 닿았지. 홀든은 놀라보다 더 심하게 떨고 있었어.

 

"홀든?"

 

조용했다. 

 

홀든을 지나 눈을 감은 채 창문을 더듬었다. 손끝으로 차가운 유리의 촉감이 전해졌다. 유리는 여느때보다 더 차가웠어. 창문 위로 손을 더듬어 블라인드와 연결된 끈을 찾았지. 손을 더 멀리 뻗으니 창문이 따뜻해지기 시작했어. 그리고 부드러운 콧노래가 들렸지. 창밖에 뭐가 있는지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어. 그리고 가까스로 끈을 찾아 블라인드를 내릴 수 있었지. 

 

눈을 떴어. 부엌으로 빛이 희미하게 들어오고 있었지. 창백하게 질린 홀든이 보였어. 이제는 닫힌 창문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 홀든이.

 

"홀든?"

 

홀든은 날 보더니 비명질렀어.

 

모든 게 순식간에 일어났지. 복도에, 거실에 불이 켜지고 부모님이 마룻바닥을 울리며 뛰어나왔어. 하지만 내 시선은 홀든에 박힌 채였지. 

 

홀든은 창백하게 질린 채로 입을 꽉 다물고 있었어. 어찌나 세게 다물었는지 피가 흐를 지경이었지. 

 

"무슨 일이니?"

 

난 홀든에게서 돌아서서 말했어. "쟤 봤어요."

 

"홀든만?"

 

난 고개를 끄덕였어. 

 

아빠는 안도하며 한숨쉬었어. 너무 안도한 나머지 기분이 좋아보일 정도였어. 하지만 홀든을 보고 나더니 안색이 변했어. 홀든만 봤단 것에 안도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거였을까.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어. 

 

모두가 행동을 멈췄어. 홀든은 훌쩍였지. 

 

"대답하지 마." 엄마가 말했어.

 

엄마는 문턱에 서있었어. 언제나 아빠가 창문을 걸어잠그는 걸 비꼬고 휘파람 소리를 미신취급하던 엄마였지만 그날밤 우리는 오두 믿고 있었어. 부모님은 모두 침실에서 들고 온 듯한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었어. 

 

문 두드리는 소리는 다시 들렸어. 이번엔 좀 더 크게. 

 

"제발 문 열지 말아주세요." 홀든이 속삭였어. 

 

아빠는 홀든에게 다가가 안아줬어.

 

"안 열 거다." 아빠가 방망이를 든 채 약속했어. "오늘밤엔 아무것도 못 들어와."

 

쾅 쾅 쾅

 

이번엔 문이 들썩일 정도로 크게 두드렸어. 홀든은 다시 비명질렀고 놀라는 내 목에 팔을 감싼 채 달라붙었지. 엄마는 무릎을 꿇고 우리를 감샀어. 

 

쾅 쾅 쾅

 

"경찰을 불러." 엄마가 아빠에게 속삭였어. 

 

문 두드리는 소리가 즉시 멈췄어. 아빠가 어깨너머로 우리를 쳐다봤어.

 

"너희-"

 

아빠의 말은 미친 듯이 쾅쾅대는 소리에 끊겼어. 정중한 똑 똑 똑 과는 거리가 있는 소리였지.

  

"경찰" 무언가 문 너머에서 말했다. 

 

목소리는 엄마와 똑같았지만 말은 마치 앵무새가 단어를 따라 하는 것 같았다. 

 

"경찰, 불러, 경찰." 똑 똑 똑 "경찰"

 

엄마가 우릴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 

 

"경찰. 경찰. 경찰. 경찰."

 

"제발 멈춰," 엄마의 속삭임이 들렸다. 

 

"경찰은 도움이 안 될 거야." 아빠가 말했다. "저밖에 있는 놈들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잖아." 

 

노크는 점점 더 거세졌다. 문이 휘청였다. 그러다 멈췄다. 꽤 시간이 지나자 다시 노크소리가 들렸지만, 이번엔 뒷문이었다. 

 

다같이 뒷문으로 갔지만 곧장 앞문에서 소리가 들렸어. 앞 뒤, 앞 뒤, 뒤 앞, 커졌다 작았다 다시 커졌다. 그러다 갑자기 양쪽 문에서 동시에 소리가 들렸어. 망치로 내리찍는 것 같은 소리였지. 그러더니 집안의 모든 창문이, 심지어는 벽까지 누가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났어. 마치 수십명이 연주하는 드럼 안에 있는 것만 같았지. 

 

"그만!" 홀든이 소리질렀어. 

 

노크소리가 멈췄어.

 

"말 안 할게요." 홀든이 문을 보며 말했다. "약속할게요. 아무한테도 뭘 봤는지 말 안 할게요. 제발 가주세요."

 

거의 1분을 기다렸어. 그러자 창문에서 똑 똑 똑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지. 아까 홀든이 열었던 창문이었어. 

 

홀든은 울기 시작했어. 감옥 안에서 교수대가 세워지는 걸 보는 죄수처럼. 아빠는 홀든을 들고는 머리를 쓰다듬었지만 거짓말은 안 했어. 다 잘될 거란 말도 않았지.

 

칭문의 노크 소리는 밤 내내 계속됐어. 우리는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 그냥 거실에서 서로를 안고 있었지. 결국엔 엄마가 우리를 우리 방으로 데려가고 아빠는 문을 지켜봤어. 하지만 우리를 방으로 데려간 그 순간, 노크가 다시 시작됐지. 너무 커서 무시하기 힘들 정도로. 문이 견디지 못할까 겁이 날 정도였어. 

 

다시 거실로 돌아오자 노크소리가 멈췄지. 그저 창문에서 똑 똑 똑 하는 소리만이 계속됐어.

 

아침 7시쯤 되자 창문에서 나던 소리도 잦아들었어. 해가 뜰 시각이었지. 우린 두 시간을 더 기다리고 블라인드를 올렸어. 아빤 우리 모두를 부모님 침실로 데려갔어. 현관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 아빠가 돌아왔어.

 

"좋아." 아빠가 말했어. "이제 됐다."

 

홀든의 부모님은 점심이 지날 때 쯤 돌아왔어. 엄마 아빠는 홀든을 데리고 걔네 집으로 가서 꽤 오랫동안 얘기했어. 놀라와 난 창문으로 지켜봤지. 놀라는 그날 내내 내 곁에 찰싹 붙어있었어. 가끔은 손도 잡으면서. 돌아온 부모님은 울적해보였지만, 홀든네에게 무슨 얘기를 했는지 말해주지 않았어. 일요일이라서 가족 모두가 붙어서 시간을 보냈지. 피자를 시켜먹고 영화를 봤어. 

 

그날밤 우리 모두는 내 방에서 잠을 잤어. 엄마와 놀라 내가 한 침대에서, 아빠는 가져온 의자에서 잤어. 그날은 노크가 들리지 않았어. 일이 있었던 밤 뒤론 단 한 번도.  

 

그주엔 홀든이나 그 부모님을 거의 못봤지만 목요일이 되자 집앞에 이사 트럭이 서있었어. 놀라랑 나는 방과후에 집에 와서 오후 내내 이사를 지켜봤지. 가장 눈에 띄는 건 홀든네 가족이 피로에 찌들어있단 거였어. 셋 모두가 핏기없고 우울하게 입을 닫고 있었고, 눈빛이 죽어있었어. 길 건너에서도 뭔가 대단히 잘못됐다는 게 보였지. 홀든네는 해가 지기 전에 떠났어.

 

예전에 우리가 이사왔을 때 환영 위원회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지. 휘파람을 누가 보는지 본 사람 모두가 죽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살아남은 사람들도 죽은 거나 다름없이 변해 불운으로 가득 찬 여생을 보낸다고 했던 거 말이야. 수백만의 작은 비극들인 셈이지. 

 

홀든의 부모님도 홀든과 같은 걸 봤을 거라 생각해. 휘파람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면 걔를 진정시키려고, 믿었다면 짐을 나누려고 그랬겠지. 언젠가 놀라를 봤어. 행복하고, 어리고 활기차지. 만일 내가 그날 조금만 더 늦었다면, 그래서 놀라가 창밖을 봤다면... 그랬다면 나도 쳐다봤을까? 안심시키려고? 짐을 나누려고? 그런 고민을 안 해도 돼서 다행이다.

 

그날로부터 벌써 두 달이나 지났다. 우리는 여전히 같은 동네의 같은 집에 산다. 휘파람 소리도 여전히 들린다. 그 축복, 행운, 떠나기엔 너무나도 좋은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조심한다. 하룻밤 자러 오는 친구도 더는 없다. 아빠는 열쇠를 아주, 아주, 아주 철저하게 숨긴다. 내가 찾아다녀서가 아니다. 어떤 건 그냥 아예 몰라도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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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dyqd5e/something_walks_whistling_past_my_house_every/

 

현재 레딧 nosleep 및 super short scary stories는 작가의 저작권 도난과 배상 문제가 일어나 같이 시위한다고 닫힌 상태. 3월 2일 자정에 열린다고 함. 

 

따라서 그날까지 어지간하면 업로드는 없을 것. 

 

홀든 욕은 댓글에서 많이 할 테니 안 함.

마닐라 폴더.jpg

 

마닐라 폴더

 

마카로니 캐서롤.jpg

 

마카로니 캐서롤

 

 

 

 

 

 

 

 

 

11개의 댓글

2020.02.27

온몸을 불살라 병신짓을 하여 스토리를 전개해주는 균형의 수호자 필요악 다크나이트를 왜 욕함

그나저나 언젠가 저작권 터질거 같더라니 기성 작가쟁이들 제법 있어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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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7

개무서워

0
2020.02.27

글쓴이가 홀든이 욕 해주길 바라는 것 같으니 내가해줌

홀든이 개새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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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7

ㅋㅋ 홀든덕에 꿀잼각이었는데 왜 욕함?

 

걔없었으면 분명 놀라가 창문을 열거나 해서 희생했겠지

0
2020.02.27

상상에 맡기는거 좋다

그런데 그건 뭐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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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7

개재밌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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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7

읽으면서 사실 전부 귀신이고 휘파람의 정체는 저승사자고 그걸 보면 자기가 죽었단 사실을 알아차리기 때문 이라고 생각했는데 ㄲ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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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8

잘 보고감 고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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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8

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든아아아아아 휘이파람을 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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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2

존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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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3

holden caul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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