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크리피파스타 공포 단편 '미크(M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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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크(MEEK)

미크는 컴퓨터에 집중하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손톱이 길게 자란 뚱뚱한 검지는 정신없이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었다. 다리는 어찌나 떠는지 마치 정신 나간 탭댄서가 춤이라도 추는 것처럼 주위의 쓰레기 더미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집에서는 오래된 냄새가 났다. 오래된 음식, 오래된 옷, 그리고 오래된 땀과 오줌 냄새가 뒤섞여 났다. 미크가 하루 종일 컴퓨터만 하는 괴물이 되기 전에 샀던 장식품들만이 쓰레기 더미 위로 솟아 있었다.
쓰레기더미들 사이로는 거의 다니지 않는 좁은 길이 나 있었다. 한쪽 길은 이제 쓰지 않는 화장실로 가는 길이고 한쪽 길은 현관으로 가는 길이었다. 현관으로 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역시 이제는 쓰지 않는 부엌과 밥을 먹곤 했던 식탁이 나온다. 부엌부터 침실까지 쓰레기가 거대한 비탈길을 이루고 있었다. 비탈길은 침실 앞 천장에 닿고서야 끝이 난다.
이 쓰레기산은 그의 게으름을 보여주는 기념비였다. 바닥은 신문지로 가득했는데 대부분 그가 뱉은 토사물과 엎지른 맥주에 절어있었다. 신문지에 밑에 깔려있던 카펫은 그의 기억에서 잊힌 지 오래였다. 문득 컴퓨터 근처 쓰레기 더미에서 삐져나온 생리대 상자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의 아내 마리는 1년 전쯤 그를 떠났고 미크는 그녀의 얼굴을 거의 잊었다. 모니터 옆 액자 속의 그녀는 토사물과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미소를 짓고 있다. 그녀는 아기를 데리고 떠났다.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나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우리 아기이름이 뭐였더라? 크리시? 크리스티? 크리스타? 뭐 어쨌든)
모니터 속 캐릭터가 용암에 빠져 죽자 그는 발치의 피자박스에 분풀이를 했다. 파티원들은 실력이 없다며 그를 파티에서 쫒아냈다. 그는 다시 한 번 발길질을 했다. 이번에는 그의 길고 노란 엄지발톱이 모뎀을 걷어찼다.
처음에 인터넷이 끊겼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아프지 않았다. 그러나 점점 왼발 밑에 축축한 갈색 액체가 고이기 시작했다. 익숙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왼발을 보자 부러진 발톱이 보였다. 피투성이가 된 창처럼 보였다. “이런 젠장!!” 몰려오는 통증에 발가락을 움켜쥐고 모니터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모니터 속 캐릭터는 연결이 끊긴 채 멈춰있었다. 그의 캐릭터는 스켈레톤이었는데 여기까지 키우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그는 재빨리 일어났다. 해어지고 얼룩진 의자가 엉덩이에 끼어 같이 올라가다가 쿵하고 떨어졌다. 빨리 인터넷 문제를 해결해야했다. 절뚝거리며 전화기를 찾아 부엌으로 가는 쓰레기 길을 따라갔다.
몸에 땀이 줄줄 흐르고 있다. ‘에어컨도 고장난거야?’ 그는 새삼 죽은 어머니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연금을 자기 앞으로 돌려줬던 것이다. 그 돈으로 몇 년을 버티며 살아왔다. 인터넷회사에 전화하고 나서 이번 달 월세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쓰레기 더미 속을 절뚝거리며 헤매고 있자니 현기증이 났다. 부엌에 도착한 그는 허겁지겁 시리얼 상자를 들고 토를 했다. 그리고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반쯤 남아있는 맥주를 마셔 입안의 토맛을 가셨다.
전화가 있을만한 곳을 찾아 햄버거 봉지와 키친타올 더미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바퀴벌레 몇 마리가 하던 일을 멈추고 달아났다. 전화기는 나오지 않았다. 전화기를 옮겼던 것이 기억났다.
아기를 기르던 시절, 침실이 하나뿐이어서 아기는 거실에서 재웠다. 그러나 부엌에서 나는 전화소리 때문에 아기가 잠에서 깨곤 했다. 그리고 그때는 미크와 마리, 전부 휴대폰이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더라? 마리가 전화를 어디로 옮겼었나? 아니면 버렸었나?’
"젠장!" 발뒤꿈치를 벅벅 긁으면서 말했다. 발가락에서는 피가 점점 더 심하게 흐르고 있었다 부엌에서 보니 발톱의 상태는 훨씬 심각했다.
그는 마리가 전화를 어디로 옮겼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쓰레기 더미를 더이상 파헤치는건 사양이었다. 남은 곳은 침실이었다. ‘침실에도 전화선은 연결되어 있었지.’ 빨리 게임을 하고 싶었던 그는 아픈 발을 끌고 침실로 향했다.
가는 길에 몇 달 동안 안 썼던 화장실을 둘러보기로 했다. 변기 속에서는 갈색 덩어리가 솟아있었다. 파리들은 불청객을 피해 달아나고 있었고 휴지더미는 무릎까지 덮여 있었다.
화장실 입구에 걸려있는 사진도 보았다. 호숫가에서 찍은 미크와 마리의 사진. 미크는 자고 있는 아기를 안고 이마에 키스하고 있었다. ‘결혼식 전에 찍은 건가 후에 찍은 건가?’ 잠시 그때를 기억해 보았다. ‘보트는 호수위에 떠있었고 마리는 내 목에 부드러운 키스를 해줬었지.’
거대한 상자가 첩첩이 쌓여 침실 문을 막고 있었다. 상자는 엄청 무거웠지만 게임을 향한 욕망을 꺾을 수는 없었다. 한참을 걸려 겨우 마지막 상자를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문고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미크는 욕지거리를 하며 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마침내 나무 파편이 흩어지며 문이 열렸다.
방은 어둡지만 시원했고, 놀라울 정도로 깨끗했다. 복도의 빛이 침실에 비추자 먼지들이 떠다니는 것이 보였다. ‘내가 이방에 들어온 게 얼마만이지? 1년? 2년?’ 침실에 깔린 카펫은 처음 이사 왔던 때 그대로 선명한 베이지 색이었다. 벽에는 마리가 고른 커다란 그림이 걸려있다. 마리는 침실에 창문이 없으니 그림이라도 걸어서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고 했었다. 침대 또한 거의 새것처럼 짙은 갈색을 뽐내고 있었다.
전화기는 수면등과 함께 침대 머리맡에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침대에 걸터앉은 미크는 수화기를 들었다. 구석에 있는 네모난 물체를 응시하며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침실에 들어올 때 불을 켜지 않아 방은 어두웠다. 또, 복도의 불빛은 구석까지는 닿지 않아서 그 네모난 물체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무의식중에 발가락을 긁은 그는 고통과 함께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신호가 안 간다.
‘마리가 집전화를 해지했었나? 아니면 요금을 안내서 끊겼나?’ 성질을 부리며 전화기를 네모난 물체를 향해 던졌다. 현기증이 일기 시작했다.
그는 절뚝거리며 네모난 물체로 다가갔다. 그것의 가장자리를 잡고 잠시 고통을 삭였다. 물체를 바라보던 그는 그게 무엇인지 기억해냈다. 네모난 것 말고 그 안에 있는 것을.
썩어버린 갓난아기의 시체가 요람에 담겨 있었다. 살갗은 마트에서 파는 매운 고추처럼 보랏빛을 띠고 있었다. 죽기 전에 끔찍한 것이라도 봤는지 기괴한 표정으로 무언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마 끔찍하게 외로웠겠지’ 미크는 딸을 힐끗 보면서 생각했다.
그러나 요람 옆에 앉아있는 또 다른 형체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외롭지는 않았겠군.’하고 다시 생각했다. 눈알이 없어진 마리의 눈은 마치 울다가 죽은 것처럼 고통스럽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손은 여전히 요람을 잡고 있었고 한손은 가슴께에 걸쳐 있었다. 아마 죽기 전까지 크리스티나에게 마지막 젖을 물려준 것 같다. (맞다! 우리 딸 이름이 크리스티나였지!)
다행히도 던진 전화기는 부서지지 않은 것 같다. 전화기를 들고 부엌의 전화선에 연결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방을 나섰다. 하지만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아까 치워뒀던 침실 문을 막던 상자들이 이제는 부엌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었다.
낑낑거리며 겨우 첫 번째 상자를 옮겼다. 그러나 두 번째 상자는 생각보다 무거워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잠깐만 쉬자” 그가 중얼거렸다. “부엌은 코앞이잖아”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인터넷을 복구 할 수 있을 거야. 전화 한통만 하면 돼’
 

3개의 댓글

크리피파스타 넘우 좋와 헉헉

1
2019.03.29

감금시킨거야? ㄷㄷ

0
2019.03.30

역시 더럽고 냄새나는 호드유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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