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경험] 저승 라디오.

이 일은 2003년 10월 말경 직접 겪은 이야기임.

아재이고 글 재주가 없기에 재미는 없겠지만 경험담을 했다체로 적으려고 함. (원래는 습니다체로 썼다가 너무 아재 같아서 그만...공포에는 했다체같아서 했다체로 다시 고침.)

 

나는 2002년 6월 한일 월드컵을 뒤로 하고, 군대에 입대하였다.

지독한 더위에서 훈련병으로 훈련을 마치고 자대를 수색 30사단 107여대에 배치 받게 된다.

 

그로부터 일년이 조금 지난 나는 상병이 되고 가지 못한 일병 휴가를 쓰게 되었다. 9박 10일간의 긴 휴가였었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여느 남자들이 그러하듯 나는 9박 10일의 휴가 중 4일정도만을 집에서 잤고, 그 중 집에서 자는 첫날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용돈을 모아 처음 산 스테레오 라디오로 별밤과 이주노의 fm 인기가요를 접한이래, 군대에 입대하기 전까지 나는 자기전 라디오를 틀어놓고 자는 버릇이 있었다. (여기서 아재들은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야.)

군대에서는 잘때 라디오를 들을 수 없는 관계로 한동안 듣지 못했지만 휴가를 나온 만큼 예전 버릇대로 라디오를 틀어놓고 자는 버릇은 여전한 모양이었다.

 

그날도 고등학교 친구들과 거하게 한잔하고 새벽 한시에 집으로 기어 들어와 어찌어찌 씻고, 잠자리를 준비하였다.

이부자리 옆에 cdp와 테잎, 그리고 라디오가 같이되는 60센티 너비의 원형라디오의 안테나를 최대로 높히고 라디오를 틀었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라디오의 주파수가 잡히질 않는다. 89.1과 91.9의 주파수에서는 지직하는 잡음만 들리고 있었다.

순간 오기가 들어서 였을까, 평소같으면 귀찮아서 그냥 잤을터인데도, 나는 끝까지 주파수를 잡고 있었다. fm 81.2부터 110메가헤르쯔까지 돌려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떠한 방송도 잡히지 않았다. 

 

이정도만 되어도 그냥 잠들어야 했을 터였다. 하지만 그날따라 희안하게도 나는 라디오가 듣고 싶었던 모양이었는지, fm을 다시 다 맞춰보고 기어이 am으로 넘어가 버렸다. 내 짧은 상식에도 am은 어찌됐든 주파수는 잡히게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혹은 대규모 라디오 채널은 아니더라도 am으로 간혹 송출하는 소규모 혹은 개인 방송이라도 들을 생각이었을게다.

 

하지만 다들 알겠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는 포기하는게 낫다. 우리도 알다시피 공포영화에서 이런 무모한 일을 벌이는 사람들은 꼭 피를 보기 마련아니던가.

 

그럼에도 나는 어찌어찌하고 한 방송을 잡게 되었다. fm, am 통털어 이 방송만 잡히었다. 그때라도 늦지 않고 라디오를 꺼야 했었다.

하지만 나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잠자리에 누웠다. 라디오 방송은 상당히 잔잔한 성격의 방송이었다. 주제 또한 한밤에 잘 어울렸다. '요절한 천재들의 음악'이라는 주제였기 때문이다. 내가 들은 시점은 이미 방송이 어느정도 진행된 시점이었고, 그 때 내가 들은 것은 모짜르트의 교향곡부터였다. 이후 프레디 머큐리와 존 레논이 나왔고, 이후 김광석과 유재하, 서지원의 곡이 계속 흘러 나왔다. 중간중간 dj의 잔잔한 목소리는 덤이었다. 매우 느린 곡들을 들으면서 나는 서서히 잠이 들었다.

 

솔직히 라디오 내용이 무서운 것은 아니었다. 잠이 들고 한 15여분 정도 지났을까, 손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갑작스러운 마비에 당황했고 온몸을 겨우 비틀어 일어났다. 태어나 처음 겪는 가위였다. 하지만 군대에서 고생했기에 그럴 수 있을거라 납득하며 다시 누웠다. 이후 10분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두번째 가위에 눌렸다. 이때는 몸을 비틀 수도 없었다. 나는 팔다리를 허우적대다가 겨우 다시 일어났다. 연속적으로 가위를 두번 눌린 것이다.

 

하지만 가위에 눌린 경험이 전무했던 나는 아무 생각없이 다시 누웠다. 그리고 이번에는 30분 정도 잠이 들은 듯 했다. 갑자기 더더욱 온몸이 저려오면서 이제는 팔다리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이건 큰 일이다 싶었고, 주위에서 주워들은대로 손가락과 발가락을 옴짤였다. 5분정도 옴짤이고 나니, 다시 몸이 풀리면서 잠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나는 방의 불을 급히 켰다. 하지만 방안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결국 나는 라디오를 들을 마음이 나지 않아 라디오를 끄고 다시 잠들었다. 이후 가위에는 눌리지 않았다. 

 

아침 9시경 대충 눈을 부비고 다시 라디오를 켰다. 웃기게도 어제 잡아놓았던 주파수에서는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다시 fm으로 돌려 라디오를 들었다. 89.1에서는 황정민의 fm 대행진이 신나게 방송되고 있었다. 나는 다시 어제 들었던 방송을 찾아보았다. 웃기게도 그 근방의 주파수에서는 방송이 나오지 않는다.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으나, 점심 약속이 있어 바로 씻고 월계역 쪽으로 이동하였다. 이후 복귀할 때까지 나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잠을 취하지 않았다.

 

11월 초 휴가에서 복귀를 하였다. 의무병이어서 5분 대기조로 2중대 3소대 포병 내무실로 파견되었다. 이때 주말이어서 중대 아저씨와 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중대 아저씨는 웃으면서 그건 저승 라디오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그 양반은 나에게 인터넷 중에 야후나 라이코스 사이트를 계속적으로 새로 고침하면 종종 붉은 색의 배경을 가진 지옥 사이트가 열린다고 했다. 라디오도 마찬가지라 가끔 저승에서 방송해주는 채널을 잡아 챌 때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저승 또한 죽은 사람들의 세계라도 사람들이 있기에 라디오를 방송하는 경우도 있을거라고 했다. 대체로 이때는 음기가 강한 밤이거나 혹은 전파가 잘 차단되는 지역이 그런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하지만 나는 서울 출신이었다. 본집이 서울 월계동이라 전파가 잘 차단되는 지역이 아니다. 

 

하지만 그 양반은 웃으며 이야기 했다. 2003년 10월 하순 경에 이상하게도 자대에서 무선이 잘 안잡혔노라고. 서울도 그런거 같다고. 

군대 무전기가 잘 안잡힐리가 있나. 전시에 사용하는 물품인데. 하는 의문점에 답하듯 그 양반은 원래 LG 제품이 하자가 많았다고 이야기 해줬다. 하지만 모토로라로는 안 바꿀거라고도 했다. 이미 수의 계약이 끝났기 때문이라나.

 

이후 전역하고 대학에 복학하고 나서 이 이야기를 종종 후배들과 동기들에게 해주었다. 그 때 까지만 해도 그 원인이 뭔지 몰랐다.

다만 어떠한 계기로 알게 된 것인데, 2003년 10월 22일부터 11월 1일까지 태양의 흑점이 심하게 폭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때가 되서 이해했다. 왜 라디오 수신이 되지 않았는지를.

 

그리고 운좋게 혹은 운이 나쁘게라도 어떻게 라디오가 수신되었던 기회가 생겼는지도. 앞으로 또다시 태양의 흑점이 크게 폭발하는 시점이 오면 한번도 도전을 해볼까 생각은 해본적이 있다. 그때마다 2중대 아저씨의 말을 떠올리며 고개를 가로져었다.

그 양반은 나에게 말했다. 태어나서 가위에 처음 눌렸다면 그 때 3번이나 그랬다면, 다음을 알 수 없다고.

이건 일반 가위와 다르게 이승과 저승의 중간 지점이니 훨씬 위험할 수도 있다고.

 

지금은 라디오를 들으며 잠들지 않기에 별 상관은 없다. 또 태양의 흑점이 폭발하는 시점도 아니니 더 상관없다. 하지만 어쩌다 혹은 우연치 않게 상황이 맞아들어가는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거 참 무서운 일일게다.

9개의 댓글

2018.10.01

노잼 설명은 해서는 아니되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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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2
@TheREaLdeW

미안 아재라서 어쩔수가 없었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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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1

저승FM 요절한 천재들의 라디오라니 좆돼봤자 헨드릭스 귀신이 나와서 JAM하자구~ 이런거나 겪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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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2
@일굶은국문과

=ㅁ= 그러고 보니 지미 핸드릭스는 라디오 내용에서 못 들었는데, 앞에 나왔었을까?

솔직히 라디오 내용은 안 무서웠어. 남자 목소리도 차분했고. 그날 테마가 그거였던거 같아. 걍 실제로 겪은 일이라 적은거거든.

그리고 무서운건 귀신이 나오는게 아니고, 자다가 죽는거라고 그 아조씨가 그러더라.

0

저승도 살만한가 보네 라디오 노래 선곡도 좋고.

아님 고문 하면서 옆에서 차분히 라디오 들려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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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2
@아낌없이죽는나무

그건 잘 모르겠음. 나도 저승에서 라디오가 나온다니까 저승 라디오라고 한거긴 한데, 저승이 지옥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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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3

글쎄요. 저도 겪긴 했지만 실제적으로 정확한 원인이나 그런건 몰라요. 더 폰같은 영화도 어쩌면 나같은 사람들 이야기 듣고 만든 영화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손현주씨 연기 잘하시던데....

솔직히 그냥 흑점 터지고 라디오는 안잡히고 그 채널만 잡히고 가위 눌렸던데 다 우연일수도 있겠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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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5

아조시에겐 미안허지만 한번 더 센거 나오길 바랫음

1
2018.10.06

센거라면 어떤거?

 

저건 겪은거 쓴거라 저정도만 겪은대로 쓴거임. 창작물이 아니라서 더 센거를 넣을 수가..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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