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ㅍㅍㅅㅅ 펌] 어서와 미국 국토안보부 요원은 처음이지?

누가 그랬다. 미국서 멋지게 자기개발이라든가 국위선양이라든가를 하고 온 이야기따위보다는 역시 뭐니뭐니해도 듣기 즐겁고, 흥겹고, 또 재미지는 이야기는 삽질(..)하고 온 이야기라고. 예를 들면 이런거 말이다.

미국 바텐더 체험기 1. 누가 서양남자는 매너가 좋다고 그랬나 (링크)
미국 바텐더 체험기 2. 병을 내던지는 미국인 진상 손님 (링크)

그렇다. 사람들은 타인의 불행에서 자신의 상대적 행복을 다시금 확인하며 위안을 찾는 그러한 존재들인 것이다! 그러니 기왕 이렇게 된 거, 기억 속 삽질 리스트에서 이야기 하나를 더 가져와 보기로 한다.

FBI(연방수사국/NSA(국가안보국)/CIA(중앙정보국)/DIA(국방정보국) 이런 기구들, 세계 최고의 정보 기관이라는 이런 기구들이 911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것에 제대로 뒷목잡은 미국 정부가 정보 기관들의 대대적인 개편을 꾀하며 “국토안보부”라는 걸 만들었다. 홈랜드 시큐리티. 이 기구는 테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태들과 자연재해를 대비한 재난관리청은 물론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올 수 있는 각종 위협요소들까지 관리하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아드님.
오랜만에 보는 아드님.

 

이름만 보면 뭔가 있어보이지만, 재난관리청을 산하에 두고 있는 정부 기관인 얘네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때 강건너 불구경하듯 아주 대놓고 손놓고 있다가 가루가 되도록 까인 바 있으며,

오죽하면 책까지 나왔다.
오죽하면 책까지 나왔다.

 

모든 여행자들에게 원수처럼 여겨지고 있는 교통안전국(Transportation Security Administration; TSA)을 갈수록 더욱 더 거지같이(..) 운영하면서 꽤나 원성을 사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전신 스캔부터 깐깐하기 그지 없는 입국 수속 등등. (특히 워커 정성스레 한 땀 한 땀 끈 풀어서 벗고 맨발로 털래털래 전신 스캐너 안에 들어갈 때는 진짜 워커로 한 대씩 다 때려주고 싶다.)

이 개놈으... 출처.
이 개놈으… 출처.

여하튼 이런 여러가지 일들을 하면서 욕도 많이 먹는 곳이고, 기관의 특성상 이민국(USCIS) 역시 이 국토안보부 산하에 들어가 있다. 불법체류자들 쫓아다니고 유학생들 학생비자가 만료었나 안 되었나 SEVIS 검사하고 등등. 그리고 새벽 댓바람부터 우리집에 쳐들어와서 취조 비슷한 걸 한 사람들이 바로 여기서 온 사람들이었다는 거지.

USCIS-las-vegas
불법체류자 잡는 협회

샌프란시스코에서 생활할 당시 다운타운에서 벗어난 교외에서 지낼 땐 그나마 개인 방 하나 가지고 널널하게 쓰면서 잘 살았었다. 그러다가 갈수록 왕복 한시간이 넘는 통근길이 힘들어지고, 배차시간은 뭣같을 뿐이고, Night Life를 맘껏 즐기고자 해도 몇몇 24시간 노선을 제외하면 차는 참 빨리도 끊기고, 그래서 놀다가 도중에 마는 짜증나는 불금을 몇 번 겪다보니 이건 도저히 안 되겠는거다. 수소문을 해서 다운타운에 위치한 한 아파트를 찾아냈고 전격 이사, 다운타운으로 진격!

…을 했는데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렌트비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작은 침실 하나가 있고 옆에 딸린 화장실과 다용도실, 그리고 부엌을 지나가면 꽤 큰 거실이 나오는 구조의 독신자나 커플이 살면 딱 알콩달콩할 정도의 크기인 스튜디오 아파트였고, 월 렌트비는 층별로 다르지만 약 2200-2500달러 정도. 즉 월세 250에 전기 가스 인터넷 이런 별도로 내는 것들 다 포함하면… 오호 통재라.

난 최저임금 받는 외국인 노동자에 도시 빈민 계층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사람들을 끌어모아 같이 사는 방법을 택했고 그렇게 모인 나를 포함한 네 명의 국적 다양한 여자애 넷이서 침실에 두 명 들어가고, 거실에 가벽을 치고 침실로 개조해서 두 명이 사는 식으로 해서 그 안에서 복닥복닥하며 살았었다.

거실이 좀 더 넓고 쾌적하다 보니 렌트비를 조금 더 내는 대신 난 거실을 택해서 살았고 작은 방에는 러시아(였는지 동유럽 어느 한 나라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여튼 그 계열) 여자애 두 명이 들어와 살고 있었는데, 애들 성격이 쾌할하고 친화력도 좋아서 한번씩 집에서 같이 와인파티도 열면서 그럭저럭 잘 살고 있었다. 누가 슬라브족 아니랄까봐 키도 크고 길쭉길쭉했고 특히 ‘샤샤’라는 이름의 금발애는 10m 거리에서는 그냥 엘프였다.

아 몰려오는 상대적 박탈감이여.
아 몰려오는 상대적 박탈감이여.

하루는 이 샤샤가 나를 부르더니 ‘혹시 경찰이나 누가 나를 찾거들랑 모른다고 이야기 좀 해줘’라는 거다. 뭐지 이건? 싶어서 ‘너 무슨 사고라도 쳤니? 그냥 자수해 임마’ 한 마디하고 치웠는데 얘 표정이 심각한게 영 느낌이 안 좋았지만 당장 나 일하고 놀기에도 바빠서 그냥 넘어갔었다.

그리고 때는 화창은 개뿔 1년 중 대부분이 그러하듯 안개끼고 으슬으슬하던 8월의 어느 날이었다. 새벽 여섯시쯤이었나?  계속 무슨 소리가 들려서 매우 불쾌하게 잠이 깼는데, ‘쾅쾅쾅쾅’하고 누가 부서져라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는 거였다. 당시 거실방에는 나와 다른 한국인 동생 하나가 같이 지내고 있었는데 걔도 같이 잠이 깨서 어안이벙벙한 상태로 둘 다 현관으로 나갔다. 이전에 몇 번 작은 방에 사는 러시아 애들을 찾아오던(딱 봐도 클럽에서 만난 것 같던) 남자애들 몇 명이 밤 중에 찾아와서 행패를 부린 적도 있었고, 또 아무리 생각해도 이 시간에 누가 찾아올 리가 없어서 한동안 주춤주춤하다가 빼꼼 문을 열어보니 세상에. 정복을 차려입은 경찰 비스무리한 사람 두 명이 바로 집 안으로 들이닥치는게 아닌가.

명함을 내밀면서 우리 이런 사람들이다, 라고 하길래 엉거주춤 받아서 보니 선명하게 박혀 있는 글씨인 즉슨 ‘Homeland Security’. 어디서 본건 있어서 순간 진짜 머릿속에 별별 생각이 다 지나갔다. 일단 거실 우리 방쪽으로 안내하고 최대한 순진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착한 표정으로 안 떠지는 눈 크게 뜨고 두 손 가지런히 앞에 모으고 정자세로 쇼파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두 명의 요원 중 한 명이 누군가의 사진이 박혀있는 서류를 들이밀면서 이 여자 아냐는데, 어머 샤샤야 너 왜 여기 있니. 거기다가 이 이름은 네가 말해준 풀네임이 아니구나. 너 가명까지 썼던 거로구나(..)

자세한 얘기는 듣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난 샤샤, 아니 알렉산드리아 쿠치비나 얘가 무슨 일을 저지르고 쫓겨다녔던 건지 모른다. 요원들의 말인즉슨 얘가 불법체류자임은 물론이고 이런저런 사고를 친 게 좀 있고, 마지막으로 확인된 소재지가 여기이고, 고로 지금 이 곳을 급습(..)한 것이며, 만약 얘랑 너네들이 상관이 없다면 참 미안하긴 한데 일단 수사에 협조해라, 뭐 이런 거였다.

생각해 보면 꽤 웃긴 상황이었다. 부엌을 지나면 나오는 화장실 옆에 딸린 작은 방에 샤샤랑 그 친구가 자고 있었지만 중간 통로에 불이 꺼져 있었기 때문에 이 아파트 구조를 알리 없는 요원들은 건너편 작은 방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지금 거실에서 나를 붙잡고 이러고 있는 거였다.

나로서는 상황이 참 난감했다. 작은 방에서 곤히 잠들어 있을 엘프같은 샤샤를 바로 이 사람들에게 넘기자니 나름 웃으며 같이 지내온 사이에 왠지 그건 또 못할 짓인거 같고, 그렇다고 절대 모른다고 딱 잡아뗐다가 나중에라도 발각되어서 은닉죄 뭐 이런 걸로 같이 사이좋게 감방 구경가면 어떡하지? 엄마 무서워 뭐 이런 상황.

안 돌아가는 머리를 굴려 그 잠깐 새 만들어낸 설정인 즉슨, ‘I can’t speak English.’였다(..) 아 찌질해. 나는 너네가 뭐라는지 모르겠어, 음 뭐라구? 난 학생이야, 영어공부하러 왔어, 오 지금 난 무서워요 덜덜덜 몰라 너네가 뭐라는지 모르겠어 이걸 한 템포 느리게 무한반복.

잠시 원숭이 빙의.
잉글리쉬 언더스탠드 못해 나

내 백치 아다다 뺨치는 바보 연기를 옆에서 보던 눈치빠른 동생도 완전 침묵+어버버 모드 돌입. 요원들의 질문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고 우리 둘의 스탠딩 코미디가 한창 물이 올라 있는 상황에서, 한 요원이 갑자기 어딘가로 전화를 걸더니 잠시 뒤 나한테 휴대폰을 건냈다. 뭔가 싶어 받아보니 들려오는 낭랑한 한 언니의 음성.

“한국인이세요? 저희는 국토보안부 산하 이민국의 통역 서비스입니다. 지금 상황을 모두 전달해드릴테니 편하게 말씀하시면 되세요.”

니들이야 편하게 이야기하겠지...
니들이야 편하게 이야기하겠지…

아놔. 그렇겠지. 하는 게 불체자 잡으러 다니는 건데 통역 서비스가 없을리가 없겠지. 동생은 멘붕. 총대를 멘 심정으로 나는 휴대폰에다 대고 급조한 떨리는+가녀린 음성으로 그냥 입에서 나오는대로 막 던졌다. 우리는 한국에서 왔구요, 지금 무서운 아저씨들이 갑자기 새벽에 들이닥쳐서 그저 무서울 뿐이구요, 우리는 아무 것도 잘못한 게 없구요, 억울해요 우리는 아무것도 몰라요 몰라 어머 무서워 한국가고 싶어 흑흑흑.

돌아가기에는 이미 먼 길 왔고,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막 지르고 있는데 갑자기 한 요원이 부엌 뒤로 돌아가더니 구석구석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다 복도 불을 똭! 키고 작은 방을 똭! 발견하고, “어머 요기 방이 하나 더 잉네” 이러고, 다른 요원 하나도 달려가고, 문 손잡이를 똭! 돌리는데 순간 나랑 동생은 그대로 굳고, 안녕 샤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상황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곤히 자고 있는 샤샤는 이 덩치들한테 들리다시피해서 질질 끌려나갈거고 나랑 내 동생은 진짜진짜 뻘쭘하게 뒤에 서 있다가 샤샤랑 같이 끌려가거나 얘네가 여권이나 비자 넘버 적어가서 SEVIS에 안 좋은 기록 남고 그러면 나는 다음에 다시 미국 오고 싶어도 막 노란 딱지 나오면서 비자 잘 안 나오고 비자 인터뷰 비용은 비용대로 날리고 피눈물 흘리고 그럴거고 얘네가 지금 당장 잡으러 다녀야 할 애들이 넘 많아서 운이 좋으면 나 정도야 가만 놔둬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제발 그랬으면.

그런데 이게 뭐래, 요원들이 들이닥친 작은 방에 아무도 없는 거였다.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부엌에서 저녁 같이 나눠 먹으면서 웃고 떠들던 샤샤가 사라졌다. 옷, 화장품, 신발 뭐 싹 다 사라졌다. 뛰는 요원 위에 나는 불체자 있다고, 일치감치 알아채고 하룻밤새 벌써 짐 다 챙겨서 일찌감치 튄거였다. 난 뭐하러 이미 집에 있지도 않는 애를 지켜준답시고 이렇게 깊이깊이 삽으로 땅을 판 것인가. 아 어이없어.

요원들은 한참을 자기들끼리 궁시렁거리더니 ‘혹시라도 얘 보게 되거들랑 반드시 전화해!’ 이러고는 드디어 집을 떠나주셨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 잠깐 새에 진짜 몇 년은 폭삭 늙어버린 듯한 그런 화창+상쾌는 개뿔 우중충한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어느 아침이었다.

의외로 이런 날씨 드물다는.
의외로 이런 날씨 드물다는.

그리고 다시는 샤샤를 볼 수 없었다. 내 친구가 내가 못 가지고 나온 짐 몇 개 가지러 몇 시에 갈 테니 그 때 문 좀 열어줘, 라던가 난 괜찮으니까 넘 멘붕하지마 너도 잘 살어, 라던가 하는 메시지가 페이스북으로 몇 번 온 적은 있었지만.

이상 또다른 삽질 이야기 끝.



출처 : http://ppss.kr/archives/14342

10개의 댓글

샤샤가 보낸친구문열어줬다가 변사체로 발견될라 ㅋㅋㅋㅋㅋㅋ
0
2015.09.29
ㅍㅍㅅㅅ가뭐야 폭풍 ㅅ스밖에 연상이안되
0
'1'
2015.09.29
@크오오와닭
그거 맞음 폭풍섹스
0
2015.09.29
@'1'
폭풍섹스에서 펌을 했다는게 무슨소리야!

지금보니 출처가 ppss.kr 이라는곳이네 ㅍㅍㅅㅅ..
0
2015.10.01
@크오오와닭
폭풍설사 푹푹숙숙
0
2015.09.29
팡팡시소?
0
2015.09.29
@리오베이비
출처주소가 ppss라네
0
2015.09.30
글쓴이가 여자였구나
0
2015.10.01
내 닉 나와서 깜놀;;
0
2015.10.02
신기하다 이민국 이런데 각나라 언어통역사 상시대기중인가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847 [유머] 웃는 자에게 복이 오는 삶 10 한그르데아이사쯔 8 14 일 전
846 [유머] 부산에서 초보 운전이면 이렇게까지 해야함 8 콧물닦아 5 2024.01.16
845 [유머] 인생 7대 쪽 팔림 15 heyvely 10 2024.01.04
844 [유머] 넷플과 ocn의 차이점 19 콧물닦아 39 2024.01.02
843 [유머] [고전] 이무기와 교장 1 매드마우스 0 2023.12.15
842 [유머] 인스타 팔로워 팔로우 (인스티즈 펌 ! 가관이네) 1 Taetae 0 2023.10.01
841 [유머] 카페가서 여자친구 만드는 법 24 콜라개붕이 11 2023.09.26
840 [유머] 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른 아이스크림은? 11 베댓전문가 8 2023.09.24
839 [유머] 뜨겁지는 않지만 따가운 불은? 6 알로에맨 4 2023.09.23
838 [유머] 노래 시작하기 전에 들리는 도시는? 3 알로에맨 5 2023.09.22
837 [유머] 기독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나이가 몇이게? ㅋㅋ 21 최씨아닌최씨아닌 28 2023.09.04
836 [유머] 여권 3개나 가지고 있는 연예인.jpg 57 상큼한귤탱 34 2023.08.11
835 [유머] 음료수병 뚜껑의 비밀 ㄷㄷ.JPG 15 상큼한귤탱 41 2023.08.10
834 [유머] 기안84의 씨볶음밥 ㄷㄷ 16 상큼한귤탱 21 2023.08.09
833 [유머] 결혼지옥에 나온 역대급 빌런 ㄷ..JPG 43 상큼한귤탱 42 2023.08.09
832 [유머] 라스트 제다이 안 본 눈 삶 35 한그르데아이사쯔 8 2023.08.09
831 [유머] 나루토의 모든 것이 담긴 짤 12 qowlgh 11 2023.05.17
830 [유머] 딱밤 맞고 안울면 5만원에 도전한 잼민이.mp4 9 알라티 4 2023.04.20
829 [유머] 흔한 직장인의 저녁 김비밀 6 2023.03.28
828 [유머] 스포츠카 구매한 남성 xx 사이즈 작을 가능성 높아! 6 해와달의마녀 6 2023.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