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군대에서 비리 저지른 썰

본인은 13년도 군번이고 5사단 직할대대 본부중대였음.

 

이건 본인이 병장 단지 얼마 안 됐을 때 이야기임.

 

당시 본인 포함 동기들이 대대 인사, 군수, 중대행정, 취사장 최고참이었던 때라 본인이 하고 싶은 건 군법에 크게 어긋나지만 않으면 거의 다 할 수 있었던 무법의 때였음.

 

저번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본부중대에 사람이 30명밖에 없었기 때문에 각 처부별 최고참인 동기가 4명이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힘을 과시할 수 있었던 큰 이유였음.

 

, 그때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선임들이랑 형, 동생이라고 부르면서 거의 동기처럼 지냈던때라 작전과도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었음.

 

 

 

 

얼마나 힘이 막강했냐면 진짜 가끔씩 보급되는 새 전투화나 새 활동화가 들어오면 남는거 마음대로 가지거나 주고 싶은 애들 주고

 

보급 육개장 남은거 무조건 내꺼, 배고프면 취사장가서 구구콘 하나 꺼내 먹고,

 

14년도부터 군대리아에 감자튀김이 나왔었는데 그거 나오는 날에는 미리 취사장에 내려가서 취사병 후임한테 감튀 식판에 넘치도록 가득 담아달라고 하고 마음껏 먹었음.

 

그것도 식판 밥 받는 왼쪽에는 소금 솔솔 뿌려서 쳐먹고, 국 받는 오른쪽에는 케첩 살살 뿌려서 처먹고. 아주 그냥 우리들 세상이었음.

 

그 외에도 작전과에서 흘러나오는 훈련 계획이나 인사과로부터 부대 내에서 생기는 꿀잼썰(간부 부조리 등)들을 실시간으로 여과없이 그대로 들을 수 있었음.

 

지금으로 생각하면 별거 없는 일이긴 하지만...

 

 

 

 

하지만 막강한 권력을 가졌지만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병장 때는 뭘 해도 신기하게도 재미가 없던 때, 본인에게 있어서 가장 큰 재미이자 희망은 휴가를 조금이라도 더 받아서 나가는 것이었음.

 

당시 본인은 말차휴가가 남아있고 분대장을 달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포상휴가를 더 받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었음.

 

왜냐하면 당시 중대 분위기는 열심히 하는데 아직 휴가를 못 받은 애들위주로 휴가를 챙겨줬었음.

 

그러니까 말차+분대장 휴가가 있는 상태고 곧 전역할 병장이니까 포상휴가 대상자에서 애초에 논외였음.

 

 

 

 

하지만 기회는 갑작스럽게 찾아왔음.

 

당시 복무하던 때에 여군 성추행 사건 이런 게 엄청 화두에 올랐던 때라 성군기위반을 철저하게 조사해서 조지던 때였고

 

그에 따라서 사단에서 내려온 지침에 따라 대대에서는 대대장의 명령하에 정신전력이라는 명목으로 군법 및 성군기 관련 교육 및 필기시험을 몇 주에 걸쳐 주당 1회 씩 치도록 했었다.

 

그런데 이 시험은 잘 치든 못 치든 전혀 상관없었으니 그 아무도 공부를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첫 주의 시험 결과는 처참했다.

 

당연히 보상이나 벌이 없으니 누가 공부를 하겠음?

 

그렇게 병사들의 정신전력 점수가 개판인 것을 대대장이 알게 되었음.

 

참 다행인게 대대장이 시험 결과를 보고 보상이 있어야 공부를 하겠지라는 똑바른 생각을 가진 참군인이었음.

 

그리고 대대장이 파격적으로 제시한 것은 바로...

 

정신전력 남은 기간 동안 시험 평균점수가 제일 높은 1등부터 3등까지 34일 포상휴가를 준다라고 대대에 공지를 내걸었음.

 

그래서 본인은 바로 이것이 나의 희망이다! 라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정신전력 문제에 나오는 몇 백 개의 시험 출제 문항을 매일같이 외워댔다.

 

(시험이 문제 은행식이었기에 문제와 답이 공개되어있고 그냥 외워서 치는 시험이었음)

 

학교 다니면서도 이만큼 공부는 안 했었던 것 같음.

 

 

 

 

중대에서는 내가 존나게 열심히 한다는 소문이 퍼졌었고, 중대에서는 저새끼 분대장 휴가도 있는데 양심없게 또 나갈라고 하냐?’라는 말이 나오긴 했었음.

 

사실 뒷담화를 당하니 기분은 상당히 안 좋고 며칠 동안 침울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어차피 전역하면 안 볼 새끼들인데 휴가 받고 욕 먹겠다는 다짐으로 공부했다.

 

진짜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연고대는 갔을 듯... ㅋㅋ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몇 주간 시험을 쳤고 마지막 시험이 있던 날, 이번에도 100점을 받으면 휴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내일 전역하는 친한 작전과 선임(당시 형이라고 했음) 시험 직전에 나를 조용히 중대 행정반으로 불렀다.

 

“XX(내이름), 형이 내일 전역하는데 이때까지 너 고생 많이 했으니까 선물하나 줄게

 

라고 말하며 중대행정반 프린트로 뭘 뽑아서 주는 것이었다.

 

바로 그것은 오늘 저녁에 치러질 마지막 정신전력 시험지였다.

 

나는 말없이 그 종이를 받아들고 1분 동안 멍하니 문제들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그 작전과 선임은

 

다 봤지? 잘 쳐라

 

하면서 내 어깨를 손으로 툭 치고 종이를 세절기에 넣고,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간지나게 행정반을 나갔다.

 

나는 이 비리(?)를 통해 다시 한 번 우리의 권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여태까지 군생활을 하며 가장 참된 전우애를 느낀 적이 언제라고 묻는다면 단연 망설이지 않고 이때라고 말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시험 시간, 나는 문제들을 보고 답을 적는 것 보다 웃음을 참는 것이 더 힘들었다.

 

그렇게 나는 말년에 휴가를 하나 더 챙겨서 꿀을 빨고 전역했다.

38개의 댓글

계원들이랑 친하면 좋지 ㅋㅋㅋ 나도 많이 해먹엇엇는데 보급계라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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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이랑3마디이상말안섞음

어느 군대든 공통인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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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9

반갑다 개붕아 나도 13년도 군번이고 5사단 사단 직할대 중 한 곳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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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파브

운행 다니다가 한 번은 봤을 수도 있겠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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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9

나는 저런 시험류 나오는거는 상을 하나도 받을 수 없었음.

 

정훈병이라서 시험문제, 평가점수 서류 같은거 내가 관리하고 있었거든....

 

대신 다른거로 포상 받은게 많아서 아쉽지는 않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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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9

행정이랑 수송만 사이 안 나쁘면 군생활 평타는 감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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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9

별것도아니네 휴가 만들어서 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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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orsToi

ㄹㅇ로 간부가 병사한테 짬시키는게 한둘이아니니 충분히 가능하겠더라. 내가 직접 본거는 인사과 선임 정기휴가때 TMO 무료로 받도록 조작하는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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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9
@여자친구생기면탈퇴할거다

TMO는 나는 여러번 가라쳤지 ㅋㅋ 휴가 만드는건 옛날에 국인체 결점때문에 가능했는데 나때막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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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9

미친 같은 13군번 맞냐 ㄷㄷ 부대마다 다르다고 해도 중대 인사계인 나는 그런거 상상조차 못 했는데.

0
2020.05.29
@Ludrik

나도 13 군번인데 ㅋㅋ 6월 25일 102보 입대다. 11사단 이었고 군수계원했음. ㅈㄴ 큰 일은 보급관이 다 해도 자잘한 일부터 훈련준비까지 다 내가 했기때문에 ㅈㄴ 힘들긴해도 재밌었음. 24인용 천막 혼자 들고다니면서 힘도 쎄졌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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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31
@밥아저씨

혹시 직할대임? 야나두 11사...16군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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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1
@동남아흑형

11사 13군번 ㅋㅋ 직할대지. 몇번부대였누?? 개붕이는?? 5397-800이었는데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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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1
@밥아저씨

부대번호는 기억이안난다.ㅋㅋㅋ사령부 옆에 있는 부대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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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2
@동남아흑형

11사 공병대대 16군번임 ㅎ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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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2
@갓정연

사단의무대임 ㅎ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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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9

쓰레기 (주어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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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9

포상휴가증3번까지 돌려쓰는것도봤는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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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30

난 아는형이 자대 복지시설에서 복무했는데

형이 전역할때까지 치킨 피자 삼겹살 소고기 햄버거 떡볶이 김밥 등 내가주문하면 돈안받고 그냥줌

난 재정과에서 연대장한테 피복구매비 올려서 옷쇼핑하게 해줌

입고 일하되 들고 튈수있는 옷만사서

 

0
Ada
2020.05.30

오 난 5사단 정비대ㅋㅋ 부식이랑 추진보급 했었다 이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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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30

사단본부에선 레알 휴가 만들어 나가는 새끼들 많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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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30

나도 작전계원 선임이랑 친해서 훈련 내용이랑 상황 먼저 받았제 ㅋㅋ 당직 같이 서면 간부들 짬 당하는 썰도 풀어줬는데 기억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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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30

ㅋㅋㅋ 사단본부 출신인데 가끔 정훈부에서 표어로 휴가 뿌리는거 있는데, 간부 아이디로 투표한다. 근데 사단 사령부 인원 수십명이 다 개인컴퓨터에 간부 아이디 다 알고있는데 누가 휴가가겠냐 ㅋㅋㅋ 저거 사단 참모부 짬순으로 휴가 받는 코스였음 ㅋㅋㅋ

0
2020.05.30

이런글, 댓글들 보면 간부 비리 욕하던애들이 맞나 싶다

규모만 다르지 비리 부조리 하는건 다 똑같네

7
2020.05.30
@년째사귀는중

우리 사무실은 이렇게 소소하게 헛짓거리하는 친구들 잡아다 징계 때리는 낙으로 살았는데 ㅎㅅㅎ

1
2020.05.30
@lIlIlIlIlIlIlIlI

좋은 정화작업을 하셨군여 ㅎㅎ

0
2020.05.30
@년째사귀는중

그니까 군대나 학생회나 욕 오지게 달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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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째사귀는중

이러니까 누가 대가리를 하던지 존나 비리 저지르자너 ㅋㅋㅋㅋ 인간 다 똑같자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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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30

보급병하면서 평생 먹은 컵라면보다 많은 컵라면을 군대에서 먹은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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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30

마지막에 찔려서 답 안쓰고 그냥 나왔다로 끝날줄 알았는뎈ㅋ

0
2020.05.30

나도 근무시간 누적에 따른 휴가를 나가놓고 시간 삭감안하면 휴가 그대로라 휴가만든적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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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인사계였는데 내가 휴가 만들어서 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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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30

군사경찰 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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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30

그래도 어떤 행정병보다는 나음. 군인 월급 빼먹다 걸려서 사단에서 난리난 적이 있었는데 참 그때 월급이 왜 안들었왔나 하고 따지고 그랬는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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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30

애초에 군대 시험 자체가 거기 부사관이 얼마나 인맥관리 잘했냐로 따지는거 아니냐?

시험 감독관에게 가서 커피 한잔 하자고 끌고 가거나 검열관에게 검열전날 술먹여 보내버리거나 그냥 인사 가서 이름만 적힌 백색 확인표 준다는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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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31

나도 작전과여서 특급전사 시험지 가라많이쳐줬는데 ㅋㅋㅋ

교육계원이하는거 대신해쥬는척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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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무

특급전사라고하니 생각나는데 간부들 체력측정할때 병사들한테 가라쳐서 갯수 올리라고 한거도 기억나네. 대놓고 가라침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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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2

내도 교육,정훈계원이라서 정신교육쪽 점수는 항상 날로먹었었는데ㅋㅋ 심지어 문제도 내가 만듬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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