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한자로 이름쓰기에 대한 단상

이딴 글을 진지하게 읽는 것이 유머란 이유로 유머.

 

 

어제 개드립을 달군 주제가 있다.

젓가락질과 한자로 이름쓰기는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

 

젓가락질을 정석으로 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꽤 되는 것 같아서 찾아보니,

성인 10명중 6명이 이상하게 한다고 한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990464

그러니 젓가락질 가지고 사람들이 불타올랐지.

 

정석 젓가락질은 약지에 젓가락을 하나 올리고, 연필잡듯이 엄지 검지 중지로 꽉 잡아서 하는거니까 쉽지는 않다.

나같은 경우에는 저게 정석인걸 알지만, 약지에 올리는게 어려워서 젓가락을 중지에 올리고, 엄지 검지로만 잡는다.

남들이 보면 내가 아주 젓가락질을 정상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석은 아니다.

그 다음 흔한 형태는 x자형으로, 뭐가 편한지는 모르겠지만 젓가락이 이상하다 싶은 경우에는 대부분 이런 형태로 집는다.

소수케이스로 주먹처럼 쥐고 잡는 경우가 있고 이사람은 젓가락질이 언급될 빈도가 아주 높다.

 

하여간 하고자 하는 말은 젓가락질이 아니라 한자로 이름쓰기다.

어제 개드립을 달군 주제로 젓가락질과 한자로 이름쓰기가 묶여있지만, 이 둘은 사실 상당히 다른 영역이다.

젓가락질은 밥을 먹는 동안 계속 보이는 것이고, 젓가락질을 이상하게 한다고 핀잔을 주는 사람이 아주 많다.

한자로 이름쓰기는 못한다고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고, 드러나지 않으니 핀잔을 줄 사람이 실제로 줄 일이 적다.

한자로 이름쓰기는, 사흘을 4흘로 쓰거나, 3일인지 모르는 것과 같다.

한국인이면 알 것이라고 기대하는 보편지식을 모르는 것으로, 사실 사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

 

현대사회에서 다들 옥편을 끼고 살기 때문에, 쓸 줄 몰라도 인명한자의 뜻만 알면 뭔 글자인지 찾을 수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인명한자 중 昱, 煜처럼 같은 뜻, 같은 발음, 둘다 인명한자라서 모르면 찾을 수 없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한자로 쓸 줄 몰라도 쓸 수 있는 경우가 많기에 오히려 "4흘"논란 보다 더 겪기 힘들 수 있다.

한자로 이름 쓸 줄 아냐고 했을때 ㅇㅇ 하고 대충 아무 글자를 쓴다고 상대방이 니 이름 그거 아닌데? 하고 알기도 힘들고.

즉 한자로 이름쓰기는, 그냥 한국인이면 할 줄 알거라고 기대하는 지식이지만 검증하기도 힘들고 불편함도 없다.

그러면 여기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럼 대체 왜 이 좆같은 한자로 이름 쓰기가 보편지식에 속하는건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어째서인지 동양에서는 제이름 (한국에서는 특히 석자)을 쓴 다는 것이 아주 큰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무렵에 할머니가 노인대학을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옆에서 할머니가 공부하는걸 도와줬는데, 아직도 기억나는게 ㄱㄴㄷ 를 배우기 전에 먼저 할머니 이름을 쓰는 연습을 했다.

그 외에도 제이름 석자는 쓸 줄 알아야지! 라던지

영웅은 제이름 정도만 쓸 줄 알면 된다고 생각하던 중국 고사의 무장들이라던지

(항우 : 글이라는 것은 본래 자기 성과 이름을 쓸 줄 알면 족할 뿐입니다.)

(영웅은 공부따위 안한다네~ 하는 짤방)

여러 관습, 관용어를 보면 자기이름을 '쓸 수 있다' 라는 지식을 아주 기본으로 알아야 하는 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니 "다른 건 몰라도 자기 이름 쓰기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은 반박할 수 없는 보편지식이다.

1.jpg
 

이정도의 발상은 대부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왜 그 이름쓰기가 한자인가?에 대해서는

이전에 통용되던 문자가 한자였기 때문에, 이름 쓰기는 한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자기이름쓰기에 대해서 고전적인 관념을 가진 저 양옥순 할머니는, 한글로 이름을 쓰는 것에 만족하는 것 같다.

물론 저분이 평생을 모르고 살았기에 더 이상의 지식에 관심없을 수 있다.

그러나 고전적인 관념을 가졌다고 꼭 한자로 이름쓰기가 중요하단 건 아니라는 예는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도대체 왜 현대에 굳이 쓰지도 않는 글자로 이름을 쓰는 것이 보편지식인 걸까?

관념적으로는 한자, 한글 관계없이 쓸 수 있으면 되는 것 같은데.

그래서 난 병림픽을 보면서 한자가 보편지식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찾고자 했다.

병림픽이 다 그렇다시피 자기 주장은 일단 맞기에 생략하며, 자기 주장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 병신인 이유라는 식으로 진행되기에

이름쓰기에 사용하는 언어가 한자일 필연적인 이유를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필요하니까(이젠 아니다.), 남이 꼽주니까(보편지식이 될 이유가 못된다.), 학교서 가르치니까(그러면 파자놀이는 왜 보편지식이 아닌가?)

사실 학교서 가르치니까가 가장 보편지식이라는 사회적 합의란 결정적 증거긴 하다.

문제는 해당 내용이 7차교육과정에서는 한문이 선택과목이었고, 한문에 이름쓰기가 없었고 이는 지금도 같다는 점일 뿐...

언제 빠졌는지도 모르겠지만, 감히 주장해보자면 학교서 가르쳤다고 말하지만 그게 교과과정인지, 선생재량인지 구별 못하는게 아닐까 싶다.

 

그러다가 이에 대해 주장을 하는 글을 봤다.

https://www.dogdrip.net/296921504

"

자아 실현을 하기 위해서는 세계에 대한 이해가 필수불가결이다.

예를 들면 내 세계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

내 세계의 정치, 문화, 경제 체계를 이해하는 것,

궁극적으로 내가 체계화한 세계를 주변 사람과 공유하고 협업하여 발전시키는 것 등이다.

참고로 한국어는 한자가 80%인 언어다.

상위욕구를 지향하는 사람에게는 한자로 된 내 이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자기집 주소를 외우는 것과 같다.

"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지면, 세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 한국어 화자는 한자를 이해해야 하며, 그것의 시작이 자기이름쓰기다.

마지막에 생략된 내용은 이름쓰기는 보편지식이고, 한자에 대해 알고자 하면 가장 먼저 이름쓰기에 한자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뭐 그런 주장이다.

 

한국어에 한자가 녹아있는 것에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하다 라고 생각한다.

원래 중세국어에서 ~하다는 행위에나 붙을 수 있었다.

논하다. 강하다(읊다). 같이.

그런데 임진왜란 이후로 하다는 온갖 한자 뒤에 붙여서 썼다고 한다.

그 중에 표준어로 살아남은 것이 강하다(세다), 약하다(여리다), 연하다(부드럽다) 등등 이라고 한다.

본래는 청하다(파랗다)와 같이 온갖 한자가 붙었다고 한다.

 

한국어에는 한자를 병기해야 그 뜻이 정확하게 전달되는 단어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연패가 있고, 자주 언급되진 않지만 나는 자주 듣는 부동이 있다.

반대로 한자 하나만 봐서는 그 뜻이 상반되는 경우도 있다. 侵의 경우, 외침과 남침 모두 侵를 쓰지만

외침은 외세의 침략, 남침은 남쪽을 침략 으로 침의 활용이 완전히 반대다.

물론 정상적인 한국어 화자라면, 외침과 남침을 하나의 단어로 받아들이기에 침 이 같다고 뜻이 달라지는 것에 의문을 가지진 않는다.

정보情報 라는 단어가 왜 information에 대응하는가를 알 수 있다면 아주 대단한 사람이다.

정보 라는 단어 때문에 정작 정보 의 어원을 알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섭의 식탁이라는 책에서 정보는 정을 알리는 것이라며 아주 한국인의 정 정신을 말하는데, infomation을 정보로 변역하기 시작한건 일본이다.

(그리고 이런 단어는 상당히 많은데, 민주주의 라던지 동양철학에 없던 이념적 단어는 대부분 일본이 번역한 걸 그대로 사용하는 것)

그래서인지 중국은 정보라고 안쓰고 신식 이라고 쓴다고 한다.

 

한자는 어쨌거나 표의문자지, 그 자체가 특정한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화자에 따라서 뜻이 달라지는 단어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시가 애인으로, 한중일에서 뜻이 각각 (결혼하지 않은)좋아하는 사람, 결혼한 배우자, 불륜상대 라고 뜻이 다르다고 한다.

한국에서 장애+물 과 장애+인 은 각각 장애가 되는 물건, 장애를 가진 사람 이지만, 중국에서 장애+인은 장애+물과 같이 장애(방해)가 되는 사람을 말한다.


중국의 위상이 몰락하면서 한자의 위상은 같이 몰락했고, 한국어 안에서 외국어를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이 보이기도 한다.

이에 대한 우려는 되게 예전부터 있었다.

http://www.kolanguage.org/board.asp?Act=bbs&subAct=view&bid=relate&seq=692

현재와 현제를 헷갈리는 것은 한자 교육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어문교육정상화 위원회(한자를 같이 가르치자고 주장하는 모임)의 글이다.

난 사실 한자를 잘 모른다. 그래서 더 이상 한자에 대해 할 말은 없다.

그런데 난 저사람들이 어문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어'인 한국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한국어는 맞춤법이 굉장히 늦게 정립된 언어중 하나며, 그로 인해서 가지는 특징으로 표기법과 발음의 일치도가 꽤 높다.

한국어는 표기심도가 높기 때문에 맞춤법 그대로 발음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어 단위로 보면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정확히 대응한다. (ex 태권도, 인권, 조건 등등)

nike를 니케로 읽을 수도 있고 나이키로 읽을 수도 있는 일은 한국에서 몹시 드물다.

(salmon에서 l이 묵음인 일은 받침에서 아주 흔하지만. ex ㅄ)

문제는 맞춤법은 변하지 않는데 한국어가 변하고 있는 현상이다.

본래 훈민정음을 만들 시절의 중세국어에서 ㅐ와 ㅔ, ㅚ는 2중모음이었다고 한다. ㅙ와 ㅞ는 3중모음이었고.

맞춤법을 정립할 시에는 ㅐㅔㅚ는 단모음, ㅙㅞ는 2중모음이 되었다.

그런데 현재는 얘네들 발음이 달라졌다. 맞춤법 관점에서는 이상해졌다.

현재와 현제를 헷갈리는 것은, 현대 한국어에서 ㅐ 왜 ㅔ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되와 돼를 헷갈리는 것은, 현대 한국어에서 ㅚ 와 ㅙ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왠지와 웬지를 헷갈리는 것은, 현대 한국어에서 ㅙ와 ㅞ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자를 몰라서가 아니다.

어쨌거나, 한국어를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한자 이전에 한국어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늘 느끼지만 한국어를 전공하지 않고 제대로 알기란 상당히 어렵다.

 

한자를 잘 안다고 한국어를 잘 아는 것은 아니다.

한자를 안다면 한국인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은 되겠지만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가 한자를 공부해야 한다는 것은 틀렸단 생각이 든다.

애당초 한국인의 세계를 이해할거면 한국어가 아니라 동양철학을 먼저 봐야한다. 특히 성리학. 그리고 유불도를 봐야하고.

한자를 알아야 세계에 대한 고찰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이름쓰기가 한자로 써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한자를 얼마나 아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자에 대한 이해는 없이 내 이름만 쓸 줄 안다면 그게 한자에 대한 이해일까?

난 중2때 내 이름을 한자로 쓸 수 있었지만, 花를 읽지 못했다. 化가 될 화로 화학의 화 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로 말이다.

이처럼 기초한자를 모르는 상태에서 자기 이름만 한자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이름 석자는 쓸 수 있어야지! 라고 한다면 아래짤이 너무 적절한 것 같다.

2.jpg

당신의 세계는 안녕하십니까?

55개의 댓글

근데 진짜 쓸일이 없긴 함. 시험이나 이력서 쓸때나 한자로 변환해서 적어넣지 그 이외에는 써본적 별로 없는거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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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4

한자 재밌잖아. 파자해서 장난치는것도재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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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4

이거보니까 상식이라고 할수있는건 한글읽고쓰기인듯 한자는 교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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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5

자기 이름 한자로 몰라도 누가 체크도 안하고, 몰라도 상관은 없다.

그런데 애초에 주민등록증에 있는 자기 이름을 한자로 병기해놓고 "내 이름 어떻게 쓰더라"는 솔직하게 쪽팔리지.

자기 신분이라고 들고다니는 물건에 자기 이름이라고 박아놓은 글을 못쓰는건 솔직하게 상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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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7

막짤요약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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