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닌겐상의 괴력난신 이야기~ 오통신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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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예전에 올렸던 것 같지만 재업합니다. 예전에 올렸을 때보다 제가 더 많은 해설을 덧붙이기는 했습니다.요재지이의 경우 좋은 번역이 많은데 이 글은 민음사 출판의 김혜경 교수님의 번역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세계일보에 가서 검색하시면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2&aid=0000068112 

이런 식으로 교수님의 번역과 해설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글의 경우 제 임의대로 많은 축약 등을 거쳤기 때문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김혜경 교수님의 요재지이를 직접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신에게 벌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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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감은 영년현에 사는 거인(擧人)이었는데 강희 4년 구월 스무여드레에 아내였던 이씨를 때려죽였다현령이 광평부에 보고하자상부에서는 관리를 파견하여 조사토록 하였다이사감이 관에 있다가 갑자기 푸줏간에서 쓰는 칼 한 자루를 탈취하더니 성황당으로 달아났다그리고는 갑자기 제단으로 올라 신을 향하여 무릎 꿇고서는 말했다

 "신께서 제가 간사한 이의 말만 듣고서 향리에서 시비를 뒤엎었음을 책망하시며 귀를 자르라 하십니다."

 말을 마치고는 왼쪽 귀를 잘라 내던졌다그리고는 다시 말했다.

 "신께서 제가 남을 속여 재물을 갈취했음을 책망하시며 그 손가락을 가르라 하십니다."

 자신의 왼손가락을 잘라내고서는 또 소치쳤다.

 "신께서 제가 부녀자를 간음했다 책망하시며 고환을 자르라 하십니다."

 스스로 거세한 끝에 그는 마침내 정신을 잃고 땅바닥으로 쓰러졌다당시 총독 주운문(주창조-강희 때의 총독)은 조정에 보고하여 이사감의 공명을 박탈하라는 성지를 받아놓은 참이었다그러나 이사감이 그 성지에 앞서 저승에서 내린 형벌로 인하여 죽었던 것이다이 이야기는 저보에서 옮겨적는 바이다

 

 저()는 한당시대에는 지방 장관이 수도에 설치하여 상주하며 일을 처리하는 기구입니다위에서 '이 이야기는 저보에서 옮겨적는 바이다.'라고 하는데 이때의 저보(邸報)는 관보를 의미하는 것으로 저자는 관보에 쓰인 이 이야기를 읽고서는 요재지이에 옮겼다고 말하는 것입니다즉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소리입니다저보는 저초조보 라고도 불립니다

 

 

 

오통(五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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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방의 오통이라는 것은 북녘의 여우와 비슷한 짓을 한다그러나 여우에게 홀린다해도 꾀를 동원하면 물리칠 수 있으나, 강소나 절강의 오통을 방도가 없다어느 집이고 아리따운 부녀자만 있으면 오통에게 범해지는 판인데도 부모 형제는 숨소리 하나 내지 못하는 판이니 오통의 해악이 날로 심해져갔다.

 오현에 전당포를 하는 조홍이 있었다그의 아내 염씨는 자색이 고운 미인이었는데어느 날 밤 한 사내가 거만한 자세로 들어오더니 칼을 어루만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시중들이 그 모습에 모두 달아났기에 염씨 또한 도망가려 했지만 사내가 그것을 막아서고는 말했다.

 "두려워 말거라나는 오통신 사랑이다그대를 사랑하고 있으니재앙을 끼치지는 않겠다."

 말을 마치더니 그는 어르듯 염씨를 안고서는 번쩍 추켜들더니 침대 위로 눕혔다그러자 염씨의 치마와 허리띠가 저절로 풀렸고오통은 그녀를 겁탈했다오통의 기골이 장대해서 염씨는 그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그녀가 희미한 의식 속에서 고통으로 신음하여 거의 까무라칠 지경이 되자,사랑도 가여웠던지 거칠게 대하지 않았다일을 다 마친 사랑은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닷새 후 다시 오지."

라고 말하고는 떠났다.

 이날 밤 조홍은 전당포에 있었는데계집종이 달려와 사건을 보고했다오통의 소행임을 안 그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날이 밝은 다음 그가 집에 오자 아내는 일어나지도 못할 지경이었다이 일이 수치스러웠던 그는 소문이 퍼지지 않도록 집안을 단속했다부인은 사나흘 후에야 몸을 추스릴 수 있었다

 닷새가 지나자 부인이 두려워 떨고 있는데할멈과 계집종들은 아무도 집안에서 자려하지 않고 바깥채로 몸을 숨겼다부인은 어쩔 수 없이 여기며 수심을 얼굴에 드리운채 오통을 기다릴 뿐이었다얼마 후 사랑이 두 명의 남자를 데리고 들어왔다따라온 둘 모두 온화해 보이는 소년들이었고아이가 술과 안주를 차리고서는 부인을 불러 함께 마시고자 하였다부인은 수치스럽고 무서워 술을 강권해도 마시지 않고 버티었다행여나 그들이 자신을 윤간이라도 하게 된다면 목숨은 끝장이라는 생각뿐이었다셋은 서로 권하고 수작해 가며 술을 마셨는데어떤 때에는 '큰형님'하고 칭하고 어떤 때에는 '셋째 아우'라고 부르기도 하였다셋은 그렇게 한밤중까지 마시더니 이윽고 따라온 두 명이 일어서고는 말했다.

"오늘 사랑이 미인을 보라 불렀는데이랑과 오랑도 불러와 술판을 벌이고 축하해야겠어."

 그들이 인사라고 가버리자 사랑은 다시 부인을 끌고 침대로 올랐다부인은 애원하고 몸부림쳤으나 힘으로 눌려 겁탈당했다부인이 피를 흘리고 정신을 잃고서야 사랑은 여자의 곁을 떠났다부인은 가늘게 숨을 헐떡이더니 이 일이 너무 부끄럽고 원통하여 자결하고자 하였다하지만 허리띠에 매듭을 지어 목을 들이 밀면 번번이 줄이 저절로 끊어지는 것이었다몇 번을 시도해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자 끝내 죽는 것 조차 단념할 수 밖에 없었다사랑은 부인의 상처가 나을즈음 한번씩 들르고는 하였다두세 달이 지나도록 반복되었으나 식구들은 불안하고 초조하여 해결은 못하고 자신들의 일만 하지 못할 뿐이었다

 회계현에 사는 만생은 조홍의 사촌 동생이었다그는 힘이 세고 용맹하며 활쏘기의 명수였다어느 날 해가 다 떨어진 시각 조홍의 집에 들렀다.조홍은 사랑채가 가득 차 있다 말하면서 그를 내실로 인도하여 잠을 재웠다만생이 뒤척이다 보니 문득 뜨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창문 밑에 엎드려 바깥을 살폈더니 어떤 남자가 부인의 침실로 들어가고 있었다순간 그의 마음 속에 의혹이 일어났다만생이 칼을 들고 다가가 안쪽을 엿보았더니남자가 염씨와 나란히 앉아 술과 안주를 먹는 것 아닌가민생은 화가 끓어올라 곧장 뛰어들더니 남자가 허둥지둥 하는 동안 그 정수리에 칼을 명중시켜 두개골을 갈랐다쓰러진 놈의 본래 모습은 크기가 노새만 한 조랑말이었다만생이 이 일에 대해 물으니 염씨가 모두 설명한 후 덧붙였다.

 "다른 귀신들이 몰려올 거에요이 일을 어쩌면 좋아요!"

 만생은 그녀에게 소리내지 말라고 주의를 준 후 활과 화살을 꺼내 들고 잠복했다오래지 않아 너댓 사람이 공중에서 날아 내려왔다만생이 화살 한 대를 쏘자맨 앞 놈이 거꾸러졌다나머지 세 놈은 고함을 지르며 칼을 뽑고서는 주위를 찾아보았다만생이 칼을 움켜지고 문짝 뒤에서 숨죽여 있다 또 한 놈이 들어오자 목을 쳐서 죽였다계속 잠복해 있었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밖으로 나와 조홍 일가를 불러낸 뒤 두루 설명을 해주었다일가가 불로 시체들을 확인해보니 말 한 필과 돼지 두 마리가 있었다온 집안 식구가 경사스러워하면서도 살아남은 두 놈이 복수를 할까 염려하여 만생을 집안에 눌러앉게 하였다돼지는 굽고말은 삶아서 먹었는데 산해진미가 비길 수 없을 만큼 기막힌 맛이었다

 만생은 이때부터 크게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달포쯤 조홍의 집에 머물렀지만 끝내 괴물들이 오지 않았다그가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생각할 때에 어떤 목재 상인이 간곡한 어조로 만생을 자신의 집으로 초청했다

 그 사정의 전말은 이러하였다상인에게는 딸이 하나 있는데대낮에 갑자기 스무 살 남짓 잘생긴 오통이 하늘에서 내려와 장가들겠다고 선언했다오통이 백 냥을 예물로 맡기고는 길일을 가져 혼인날을 정한 다음에 돌아갔다날짜가 닥치자 집안 식구들 모두 두렵고 무서운 마음이었기에 만생의 이야기를 듣고는 와달라 청한것이었다하지만 만생이 이 일을 안다면 행여나 거절할까 싶어서 초청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우선 감추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성대한 연회가 끝나자마자 상인은 곱게 단장한 딸을 불러 인사를 시켰다열예닐곱쯤 된 아름다운 소녀가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게 인사를 하자 만생이 놀라 일어나 허리를 굽혀 답례했다상인은 그를 다시 앉히고는 사정을 설명했다만생은 이 이야기를 듣고는 놀랐으나 평소 의리를 중시해왔기에 물러서지 않았다

 혼인날이 되자 상인은 대문에 청사초롱을 내걸고 온 집안을 오색 비단으로 치장한 다음 만생을 방안에 앉게 하였다태양이 서산에 걸려도 오통이 나타나지 않자 만생이 지나날 죽인 놈 중 하나가 이놈이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였다그런데 얼마 후 처마 밑으로 갑자기 새처럼 생긴 무언가가 떨어져 내리더니 잘 차려입은 소년 하나가 방안으로 들어섰다방안에 들어선 그 소년은 만생과 마주치자마자 몸을 돌이켜 달아나고자 하였다만생이 뒤쫓았지만 한 줄기 검은 연기가 공중으로 피어오르는 것만 눈에 띄었다그가 훌쩍 뛰어오르며 칼로 검은 연기를 베자 다리 한 짝이 땅으로 떨어지고괴물은 천둥 같은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멀어져 갔다만생이 살펴보니 괴물의 발이 사람 팔뚝만큼 굵었는데 무슨 동물인지는 알 수 없었다핏자국을 추적해보니 흔적은 강물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목재상은 만생이 거둔 성과에 기뻐하며 만생이 아내가 없음을 알자 그날 밤 미리 준비해 둔 잠자리 그대로 만생과 딸의 초야를 치르게 하였다

 이로부터 평소 오통으로부터 고통받던 사람 모두 만생이 하루만 자기 집에 머물러 주기를 청했다만생은 그곳에서 일년 이상을 보낸 뒤에야 겨우 아내를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오통은 이제 오통이 아닌 일통(一通)만 남게 되었지만 그놈도 더이상 공공연히 사람을 해치지 못하게 되었다

 

 

 

오통(五通후속 돌아온 오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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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씨 성의 서생이 있었는데 이름은 왕손이고 소주 사람이었다회수 근처에서 어느 벼슬아치의 화원 안에 서당을 두고서 훈장 노릇을 하고 있었다화원에는 꽃과 나무들만 무성하여 글 배우던 아이들이 돌아가면 김생의 외로운 그림자만 집안에 오락가락 하였다자기 신세를 고달프다 여길 즈음 어느날 밤 삼경에 갑자기 누군가 손가락으로 대문을 두드렸다

 "불 좀 빌리러 왔어요."

 목소리가 글 배우는 학동 같았기에 김생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였다그런데 뜻밖에도 열대여섯 살즘 된 아름다운 여자가 나타났고그녀의 뒤편으로는 시녀 한명 만 따르고 있었다김생은 그녀가 요물이나 귀신일 것이라 여기고 어디서 왔는지 물어 따져보았다여자가 말했다.

 "당신처럼 풍류 있는 선비가 고적하게 홀로 지내시는 것이 안타까워 밤이슬 밟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렇게 왔습니다함께 좋은 밤을 보내도록 하시지요저의 신분을 굳이 말하시라면 저는 다시는 이곳에 오지 못하고 당신도 저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김생은 그렇다면 이 여자가 이웃의 바람난 여자인가 싶어 자신의 품행을 걱정하여 완곡한 어조로 물리쳤다하지만 그녀가 부드러운 눈길을 내어주자 그는 혼백이 모두 날아간 것 처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옆의 시녀가 김생의 낌새를 눈치채고는 말했다.

 "하고(霞姑아가씨저는 먼저 가요."

 이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만 이내 그녀를 꾸짖었다.

 "갈 테면 그냥 가지무엇 때문에 구름()이니 노을()이니 말하는 것이냐!"

 시녀가 가고나자 여자가 말했다.

 "마침 집안에 아무도 없기에 시녀를 데리고 온 것인데애가 이처럼 아무것도 몰라 당신에게 그만 제 이름을 들키고 말았네요."

 "그대가 신분을 이처럼 치밀하게 감추니 내게 재앙이 내릴까봐 두렵구려."

 김생의 걱정에 여자가 응수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알 것입니다당신에 명성에는 절대로 누가 되지 않을 것이니 염려 마세요."

 김생은 침대에 올라가 여자의 옷을 벗겨 내렸다여자의 팔뚝에는 팔찌가 하나 채워져 있었는데황금으로 만들어 보석을 아로새기고 윗쪽에는 야광주 두 개가 박혀있었다불이 꺼진 방에서도 팔찌의 빛은 방안을 밝게 비추었다김생은 놀랐지만 도무지 그녀가 누구인지 짐작을 하지 못했다방사가 끝나자 시녀가 창문을 두들겼다여자는 밖으로 나가더니 팔찌로 오솔길을 비추며 사라져갔다그때부터 여자가 오지 않는 밤이 없었다김생이 뒤를 밟아보기도 하였지만 뭔가 알아챈 듯 갑자기 빛을 가려버렸다홀로 남겨진 수풀 속이 자기 손바닥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기에 도리없이 돌아서고 말았다

 하루는 김생이 하북에 가게 되었다그런데 도중에 삿갓의 끈이 끊어져 바람이 불기만 하면 날아갈 듯 흔들렸다그는 바람 불 때마다 매번 손으로 삿갓을 누르는 성가신 일을 되풀이 해야만 했다그가 쪽배에 타는 순간 회오리 바람이 불더니 삿갓이 강으로 떨어져 흘러갔다김생은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그런데 강을 건너고 나자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더니 삿갓이 허공에서 빙글빙글 맴돌고서는 김생의 손에 떨어졌다이상하게도 끊어졌던 끈 또한 다시 붙어있었다김생이 이 기이한 일을 집에 돌아와 여자에게 해주었으나 여자는 놀라지도 않고 그저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이에 김생이 이것도 여자의 짓인가 싶어 추궁했다.

 "그대가 혹시 신이라면 내게 말해주시오내 의혹과 불안을 없애달란 말이오."

 "당신이 적막히 홀로 지내시니저처럼 사랑에 눈먼 여자를 만나 달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일이지요설사 제가 그 일을 했다 하더라도 우리 두 사람의 사랑을 표현한 것에 불과해요이렇게 추궁을 계속하시니 저하고 그만 만나고 싶으신 건가요?"

 김생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김생에게는 자기 손으로 길러 시집까지 보낸 조카 딸이 있었다그런데 그녀가 결혼 후 그만 오통에 홀린 것이다이 일을 근심하고 있었으나 누구에게도 그 사정을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여자와 오랜 기간 관계를 지속하면서 서로간에 못할 말이 없게 되자김생이 이 일을 그녀에게 털어 놓았다.

 "그런 요물쯤이야 우리 아버님이 너끈히 물리칠 수 있지요하지만 제 연인의 집안일을 어찌 아버님께 어떠한 연유로 설명할 수 있겠어요."

 김생이 그럼에도 간절히 애원하자 여자가 말했다.

 "괴물이라도 이런 놈 따위는 손쉽게 물리칠 수 있어요하지만 반드시 제가 가야만 합니다그놈들은 본래 모두 우리 집에서 부리는 노예들이에요만약 물리치던 중에 그놈들의 손가락 하나라도 저의 몸에 닿는다면그 수치는 서강(西江)의 물로도 다 씻어낼 수 없을 거에요." 

 김생이 그래도 단념하지 않고 애걸하니까 여자가 잡했다.

 "방법을 찾아드리지요."

 이튿날 저녁 여자가 오더니 김생에게 말했다.

 "제가 당신을 위해 제 시녀를 남방으로 내려보냈어요하지만 그 애는 힘이 약해 쉽사리 물리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고서 이튿날 저녁 시녀가 돌아왔다여자는 시녀에게 질문했다.

 "어찌하였느냐?"

 "제 힘으로는 괴물을 사로잡지 못했지만 불알을 잘라 거세해버렸습니다."

 시녀의 대답에 여자는 깔깔깔 웃음을 터뜨리며 당시의 상황을 물었다그러니 시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처음에는 서방님 댁으로 알고 있었지요도착하고 나서야 아닌 걸 알았습니다곧바로 조카사위 댁으로 갔더니 등불이 밝혀져 있더군요들어가보니 낭자는 탁자에 기댄 채 잠들어 있길래 낭자의 혼을 거둬 단지 속에 넣고 덮어두었습니다잠시 후 요물이 방안으로 들어와 급히 물러서며 '어찌 낮선 사람이 있느냐?' 하고 소리치더군요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전혀 이상한 낌새를 발견할 수 없자 다시 들어오데요저는 일부러 잠든 척 하고 있었습니다그놈이 이불을 들추더니 '왜 쇠 냄새가 나지?'라고 말하더군요저는 그 더러운 놈 때문에 제 손을 더럽히고 싶지는 않았지만 더 늦췄다가는 무슨 변고가 생길지 모를 것만같아 재빨리 불알을 잘라버렸지요놈이 놀라 소리를 지르며 날뛰다가 달아났습니다저는 그제야 일어나 단지 뚜껑을 열고 낭자가 깨어나는 듯 보이자 바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 보름이 지나도록 여자는 찾아오지 않았다김생도 어느덧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연말이 되었다김생이 글방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할 즈음 여자가 나타났다김생이 기뻐서 말했다.

 "그대가 여러날 찾아주지 않기에 내가 틀림없이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는 모양이다하고 생각했소다행이도 나와 완전히 연을 끊고 살 모양은 아닌게지?"

 "우리 둘은 일년이 넘도록 서로 사랑했지요헤어지는 마당에 한마디 않고 떠나보내면 끝내 한이 될 것만 같아서요듣자하니 고향으로 가신다기에 작별인사를 드리러 왔어요."

 김생이 여자에게 자신과 함께 떠나자 청하니 여자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헤어지는 마당에 무엇을 숨기겠습니까실은 저는 금룡대왕의 딸입니다당신과는 전생부터 연이 있기에 이렇게 찾아와 가까이 지냈던 것입니다제가 시녀를 강남으로 보낸 것은 잘못된 일이었어요모두들 제가 당신을 위해 오통을 거세시켰다고 여기는 바람에 그 소문이 강호에 퍼져 아버님께서도 분노하여 저를 죽이고자 했습니다시녀가 오로지 자신의 멋대로 한 일이라고 하자 화가 좀 누그러 지셨으나 그 아이는 곤장을 백 대가 넘도록 맞았고저는 보모가 늘 뒤에서 붙어있답니다이번에도 겨우 틈을 내어 찾아왔답니다구구절절한 속내를 다 보일 시간도 없으니 어쩌면 좋을까요."

 말을 마치고서는 그녀를 떠나려고 하였다김생이 여자를 잡아당기며 울기 시작하자 그녀가 달래며 말했다.

 "이러지 마세요삽십 년 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나이 벌써 서른이오여기에 삽십 년을 더하면 백발의 할아범이 되어있을 텐데그때 가서 어찌 그런 얼굴로 당신을 다시 만나겠소?"

 "그렇게 되지 않을 거에요용궁에는 백발 노인이 없거든요게다가 사람이 장수하고 요절하는 것은 결코 용모에 달린 일이 아닙니다단지 얼굴만을 고정시켜 늙지 않게 하는 것쯤은 어려운 일도 아니지요."

 여자는 책머리 빈칸에 비방을 하나 써주고 떠났다

 김생이 고향으로 돌아오자 조카딸이 자신이 겪었던 기이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날 밤 저는 꿈꾸는 듯 몽롱했는데 누군가 저를 항아리 속에 가둔 느낌이었어요깨어나 보니 온통 핏자국이 낭자하고요물은 그 이후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 일은 내가 하백에게 너를 구해달라고 기도 드렸기 때문이다."

 김생이 설명하니 사람들의 의구심이 풀렸다

 세월이 흐럴 김생이 예순을 넘었으나 그 용모는 서른 살 정도에서 달라지지 않았다하루는 그가 강을 건너게 될 일이 있었는데멀리 상류로부터 연 이파리 하나가 떠내려왔다방석만 한 크기의 잎사귀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앉아 있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금룡대왕의 딸이었다김생은 이파리로 올라타 그녀와 함께 멀어져 갔다사람과 연잎은 차츰차츰 작아지더니 얼마 후 시야에서 사라졌다

 조홍 집안의 이야기김생의 이야기 모두 명대 말년의 일이다이야기의 선후는 알 수 없다만약 만생이 무력으로 오통을 제압한 이야기하 먼저라면 다섯 중 넷은 죽었고하나는 거세 되었으니 오현 일대에는 일통도 못되는 반통(半通)만이 남게 된 것이다그놈이 피해를 입히는 것은 이제 역부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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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에서 나오는 오통신)

 

 

오통신 이야기는 요재지이에만 나오는게 아닙니다. 그가 재물신으로서 모습을 보이는 이야기는 송나라 홍매가 지은 '이견지'에서도 나옵니다. 이 이야기에서는 오통신이 어느 한 상인에게 자신을 상인의 집안에서 신봉해준다면 부를 가져다 주겠다고 제안하면서 시작됩니다. 상인은 그 제안을 받아들여 그에게 제사를 올리고, 모시기 시작했고, 오통신은 계속해서 재물을 제공해줍니다. 이렇게 상인의 집안이 날로 부유해져만 가는데 어느날 바둑을 두고 오통신과 상인이 다투면서 둘의 사이에 금이 갑니다. 오통신이 마침내 상인에게 준 재물을 모두 다시 거두어 가자, 상인은 도사를 초빙했고, 도사가 오통신을 퇴치하는 이야기입니다. 도사는 좋은 말로 오통신을 방심시켜 초대한 다음에 다음에 갑자기 칼을 뺴들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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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타 데샤뵷!"

 

이라고 외친 후에 오통신을 단칼에 베어 버립니다. 그렇게 베인 시체를 보자 그 모습이 거대한 쥐였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보면 오통신의 재물신으로서의 능력은 확실해보입니다. 그러나 그 형상이 일단 쥐로 나오고, 또 이견지의 또 다른 설명에서는 오통신이 부녀자를 겁탈한다고 말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풍몽룡의 '정사'에서도 '오통신'이 언급됩니다. 여기서는 아내를 빼앗는 대가로 재물을 줍니다.  그가 신격을 지니기는 했지만 동시에 요괴와 같이 묘사되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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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 생각해볼만한 점이 불교에 오통(五通)의 개념이 있다는 점입니다. 아주 쉽게 생각하면 신통력인데 '첨품묘법연화경'을 보면

 

"바로 그 때 또한 오통선인(五通仙人)이 있었으니, 천안통(天眼通)․천이통(天耳通)․타심통(他心通)․전생을 기억하는 능력[憶念宿住]․지혜가 크게 밝은 능력[善證智通]을 지녔느니라."

 

라고 말합니다. 즉, 오통이라는 신통력을 얻은 존재를 오통선인이라고 합니다. 이 선인은 한 명이 아니고 여럿이며, 이들 또한 일반인들에게는 숭배의 대상이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요재지이의 오통신이 여기에서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둘 모두 신통력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이 오통선인은 숭배의 대상이면서도 동시에 완벽한 절대신 같은 존재도 아닐뿐더러, 은근히 여자와 얽힌다거나 신격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대지도론 권17의 라후라모본생경을 살펴보면 부처의 전생인 일각선인이라는 사람이 오신통=오통을 얻은 오통선인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일각선인이 한번 음녀에게 넘어가 여색을 탐한 대가로 넘어가 오통을 상실합니다. 또 '유명록'에서는 오통선인이 신들이 지키는 음식을 훔치려고 싸웠으나 패배하는 이야기가 있기도 합니다. 여자를 밝히고, 음식을 훔치려 들고, 심지어 다른 신들에게 퇴치당하는 모습은 마치 요괴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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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통신의 존재는 당대에 형성되었고 송대부터 강남의 주요 민간신앙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명 태조의 명에 의해 국가의 사전(祀典)에 올라감으로써제사를 받는 신의 위치에 올랐고상품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재물신으로 여겨집니다그래서 또 다른 이름으로는 오방현성(五方賢聖)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이름이 많은데 쓰인 한자(賢-어질 현, 聖-성스러울 성)를 보면 누군가는 이 오통신을 단순한 잡신 정도가 아니라 강한 신으로 믿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역으로 그를 신이 아니라 위의 이야기처럼 재해를 가져오는 귀신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의 호칭이 다양한 이유는 아마 오현신신앙과 관계가 있을 겁니다. 본래 송나라에서 모시던 신중에 오현신(五顯神) 또는 오현공(公)이라는 신이 있습니다. 오현신은 선한 신인데 민간에서 어느 순간부터 이 오현신을 오통신과 동일한 신으로 보는 믿음이 퍼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혼합 과정에서 오현신의 이름으로 나타나 선행을 베풀기도 하고, 반대로 오통신의 이름으로 나타나 재앙을 내리기도 했을 겁니다.

 

명 말에는 기근과 역병과 같은 재해가 많았는데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두고 귀신과 신에 대한 공포와 믿음의 형태로 해소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명말 때에는 관료들은 이 오통신을 포함한 여러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기도를 올렸으며민간에서는 영신새회(공연의 일종)를 통해 오통신 등을 받들게 됩니다. 이 신앙의 과열로 인해서 오통신앙의 본산지인 상방산은 육산(肉山-비만), 그 아래에 있는 석호(石湖)는 주해(酒海-술 담는 그릇)라고 부를 지경까지 갔다고 합니다. 이런 열풍 속에서 모셔진 신 중에 오통신 외에는 유맹장이라하여 메뚜기 재해를 막아주는 것과 관련된 신 또한 극진히 모셔집니다. 이 둘은 모두 남방의 신이라는 공통점, 즉 중앙보다는 지방의 신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보면 요재지이의 오통신은 불교의 오통선인, 오현신, 남방의 귀신과 미신 등의 결합으로 나타난 신으로 그렇기때문에 두 성격 - 재신이면서 동시에 요괴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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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강희 23년 강남에 부임한 관리 탕빈은 이런 민간신앙에 대한 통제를 시작합니다오통신앙이 강남지방의 대표적 민간신앙임에도 탕빈은 오통신앙을 음사문화의 상징으로 보고 탄압하시 시작합니다. 탕빈은 친히 오통사에 가서 목상을 불태우고 토상은 석호에 빠뜨려 없앴으며관제(관우)의 신상을 세워 오통신의 부활까지 막는 모습을 보입니다. 3년간 부임하면서 오통신에 대한 신앙은 금지되고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그렇지만 강남에서 재해가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은 다시 쉽게 귀신을 찾았고 오통신앙이 과거와 같지는 않을지언정 뿌리를 뽑히지는 않았던 만큼 다시 등장합니다옹정 10년에 다시 한번 탄압을 받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자 건륭 이후에는 공식적으로 행사를 행하지는 않지만 다시 한번 재신으로서 민간에서의 입지는 회복되기에 이릅니다그러나 여전히 공식적으로까지 인정받지는 못한지라 오성(五聖-위에서 언급한 오방현성)이라는 이름은 빼앗기고 路頭(노두)라는 이름을 쓰게 됩니다참고로 위에서 언급했던 유맹장은 같이 탄압받았지만 옹정제때 공식적으로 다시 인정받아서 신의 지위를 유지합니다. 남방지역 신들의 수난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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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룡사대왕)

 

 이렇게 보면 위의 이야기가 더 재밌게 읽힐 수 있습니다요재지이의 저자 포송령은 1640년에 태어나 1715년에 죽었는데이때가 딱 명말청초의 시기입니다명말청초 오통신의 리즈시절을 보다가 강희제 집권 후 탄압받는 과정을 그가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지식인들이 오통신앙을 꺼려할만한 이유는 충분한데 처음에는 복을 기원하기 위해 시작된 행사가 후에 가서는 행사를 빌미로 주관자들이 재물을 독점하는 등의 문제들을 보였기 때문입니다그리고 위의 이야기에서 하고 아가씨의 아버지라고 말해지는 신인 금룡대왕은 본래 금룡사대왕입니다사서라는 사람이 송나라가 망하자 충의를 지키기 위해 물에 빠져 죽었는데훗날 명대 초에 태조를 도와주고 금룡사대왕에 봉해졌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그리고 이 금룡사대왕은 청나라 순치제때 황하의 신으로 책봉되었고강희제 때에도 운송을 도왔음(신적인 힘으로)을 공로로 인정하여 소령호순(昭靈效順)을 추가로 봉증 받았고몇년 지나서는 춘추사전에 공식적으로 편입시킵니다오통신은 강희때에 탄압받았고금룡사대왕은 강희때에 신봉되었다는 소리입니다. 금룡사대왕이 황하의 신이고, 오통신이 물길로 상업활동을 주로 삼는 지역의 신이었다는 점에서 둘 모두 물과 관련된 지역의 신이라는 점이 겹칩니다. 이야기에서 금룡사대왕 집안의 노비가 오통신 일족이라는 이유는 아마 이런 이유에서인 것 같습니다. 

 

 

 

7개의 댓글

아마아마한 추천을 받는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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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트 성계 자치령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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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9

논어는 어디갔는 데챠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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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매매

다 지웠는데 기억하는 자가 있다니

장한 자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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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9
@세레브민주공원

ㅠㅠ 생각나서 볼려고 했는데수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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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2

잘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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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수당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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