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여수 도깨비 이야기

우리 집은 시골이 본가이고 외지이다.

 

어머니께서는 한 40년 전까지만 해도 도깨비에 홀렸다는 아저씨들 이야기를 엄청 많이 들었다.

 

우리 마을은 신내림을 받는 사람과 무당이 많았고 그래서인지 신목도 있고 사당도 많았다.

 

이야기의 중심이되는 당산나무 앞엔 갈림길이 있는데 거길 도깨비골이라 불렀다.

 

마을 무당 할매가 밤 열두시 늦어도 새벽 한시까지는 절대로 그 길을 넘어가지 말고 넘어가려거든 꼭 첫 닭이 울 때 혹은 동이 틀 때, 최소한 새벽 네다섯시는 넘기고 가라 하셨다.

 

그리고 청년때 마을에서 부산으로 사업하러 넘어가서 계란, 양계장 사업을 크게 성공하신 아저씨가 지금껏 마을로 못내려오시다 명절에 시간내셔서 내려오셨다.

 

명절마다 윷놀이, 화투 혹은 카드 이따위 것을 하며 마을 아저씨들을 위한 돈놀음판이 열렸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 새벽까지 술에 취해 노름하시던 아저씨가 새벽 두어시쯤 되어서는 집에 가서 잔다고 챙기셨다.

 

마을 노름판 열린 곳을 나오거나 가려고 하면 꼭 도깨비골을 지나야해서 같이 노시던 아저씨들은 여기서 자고 가야한다고 무슨 꼴을 당할 줄 아냐며 여기서 자고 가라고 하셨다.

 

그 아저씨의 집의 거리도 거리라 30분은 꼬박 걸으셔야 했었으니 다른 아저씨들의 걱정도 당연한 것이다.

 

아저씨는 기어코 나오셔서 당산나무 갈림길, 즉 도깨비골까지 오셨는데 갑자기 누가 "황가야, 황가야!" 하고 불렀더랬다.

화들짝 놀라셨지마는 들어온 이야기가 있으니까 '아 내가 지금 도깨비에게 홀렸구나!' 하시고는 "누구요?" 하고 부르셨다.

 

그러니 당산나무 뒤에서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수염을 깨나 기르신 덩치 큰 장정이 두루마기를 입고 스윽 나왔더랬다.

 

그러고는 도깨비가 씨름 한 판 붙자고 하더니마는 자길 한발짜국이라도 움직이게 만들면 운수가 풀릴 것이고 날이 새도록 날 못움직이게 된다면 그 반대가 될거라고 했다.

 

아저씨도 청년 시절 노가다부터 시작하신 분이라 힘엔 자신 있다며 도깨비의 요구에 응하시고는 씨름이 시작됐다.

 

하지만 한시간이 지나도 두시간이 지나도 아무리 용을 쓰고 씨름 기술을 써보아도 택도 없었고 내심 지면 큰일나겠구나, 라고 생각하셨지마는 기운이 다 빠져갖고는 그대로 기절하셨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아저씨가 한창 씨름을 하고 있을 때 걱정되어 도깨비골을 지나 아저씨 집을 찾아가 아저씨 가족에게 물으니 오지 않으셨다고 했다.

 

온 마을을 뒤져도 사람 흔적이 보이지 않으니 미칠 노릇이니 그 새벽에 무당 할매를 깨워 자초지종을 설명드리니 도깨비에 홀린 것이란다.

 

무당 할매와 함께 마을을 다시 돌아다녀봤지만 무당 할매는 소용 없다며 사람 찾으려거든 동이 트고 닭이 울어야 한다는 말을 하셨다.

 

그리고는 무당 할매는 자신을 따라오라고 하며 도깨비골로 가셨다.

 

 그렇게 첫 닭이 울자 도깨비골 갈림길 한가운데에 있는 당산나무에서 갑자기 아저씨가 발견이 되었다.

 

아저씨의 발견 당시 모습은 그 거대한 당산나무에 걸쳐있는 금줄을 어떻게 끌고내려왔는지 양 손에 금줄을 샅바잡듯 꼬옥 움켜쥐으시고는 당산나무를 쓰러뜨리려 부둥켜안은 상태로 발견되었다.

 

무당 할매는 우리가 이 길을 수십, 수백번 지나다녔지마는 우리 모두가 도깨비에 홀려있었다며 그러니 닭이 울 때까지 소용이 없다 이 말이었다 라고 했다.

 

결국 아저씨는 도깨비랑 씨름을 한 기억도 있지만 깨고나니 당산나무와 씨름을 했단 것을 알게되고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승승장구하던 사업이 쫄딱 망하시고는 결국 현재 배를 타고 어업하고 계신다.

17개의 댓글

2021.10.28

어업 부분만 빼면 울 증조할아버지 이야기랑 거의 비슷하네. 여수분인데

0
2021.10.28
@newdua
[삭제 되었습니다]
2021.10.28
@사딸라

자세한건 몰라. 친척들이 여수에 많이 있긴 함. 황씨도 아님

1
[삭제 되었습니다]
2021.10.28
@하나님의메모장

호미걸이 아님?

0
2021.10.28
@하나님의메모장

결국 나무와 씨름을 하던 거라 어떤 수를 썼어도 졌을 것 같음

0
2021.10.28
@사딸라

텍사스 전기톱살인마였으면 이겼을까

3
2021.10.28
@OBV지표

도깨비가 전기톱 들고있는거 보고 말도 안걸었을듯ㅋㅋㅋㅋ

3

우리 아버지도 도깨비랑 씨름했었음

꿈쩍도 안해서 도망가려는데 옷을 붙잡혔고 뿌리치려해도 안뿌리쳐져서 혼비백산하다 옷찢고 도망가심

다음날 날이 밝아 가보니 나무였고 나뭇가지에 찢어진 아버지 옷이 있었다고 하심

근데 우리아버진 상경도하고 입신양명도하시고 잘 사심ㅋㅋㅋ

2
2021.10.28
@소크라테스의변명

다행이구만 도망쳐서 그런걸까?

0
@사딸라

모르지ㅋㅋ근데 썰들을 보면 도깨비를 만난건 복권3,4등같은 일시적인 횡재일 뿐이지 복권1등같이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일은 아닌 것 같아

아저씨는 도깨비 씨름에서 진 것때문에 사업이 망한 게 아니실걸

3
2021.10.28
@소크라테스의변명

뭐 나도 마을 사람들이 그랬다니,,,우리가 모르는 이야기도 있겠지?

0
@사딸라

고럼고럼

2
2021.10.29
@사딸라

혼비백산하니 구경하던 도깨비 빵터짐

근데 그와중 옷을찢어서 미안함

 

미안해 김서방아 물어줄게

1
2021.10.30

내 친구가 해준 이야긴데,

친구네 할아버지가 예전에 시골 사실 때 도깨비를 만나셨다더라고.

 

어디 옆 마을에 잔치가 있어서,

거기서 술이랑 고기 얻어드시고는,

집에 오시는데,

누가 논둑길에서 자기를 부르더니,

씨름 한판 하자 하시더래.

 

친구네 할아버지는 취기가 올라서 그랬는지,

좋다고 그 사람 허리춤을 잡았대.

 

그 사람이랑 씨름을 하는데,

어째선지 기술이 하나도 안들어가서,

있는 성 없는 성 다 부려가며 씨름을 했대.

 

그래도 걔네 할아버지가 힘이 장사여서,

결국은 힘으로 냅다 미셨다더라고.

 

새벽이 되어 닭이 울고 동이 트자,

술도 깨고 정신도 돌아오셨대.

 

할아버지가 정신이 들어보니까,

할아버진 나무 둥치를 붙잡고 있는데,

흙이 다 파져있고, 성인 허리만한 나무를 밀어서,

나무가 옆으로 거의 넘어가기 일보직전더래.

 

그러고는 자기 꼴을 보니까,

온 몸에 긁힌 자국이랑, 흙을 뒤집어 썼고,

도깨비한테 홀려 밤새 씨름했다는 말을

집에다 하시기 부끄러웠대.

 

그래서 그냥 술 드시고 넘어졌다는 식으로 집에다 말하고 넘어갔는데,

왠지 모르게 집이 잘되더래.

 

소도 새끼를 낳고, 며느리도 잘 들이고,

뭐 일이 착착 풀려가더래.

돈도 잘 벌려서 집도 큰 데로 이사가고.

 

그러다 얘네 아버지가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

막걸리를 떠오라고 시켰는데,

밤이 되도록 집에 오질 않더래.

 

뭔 일이 생겼나 싶어,

가족이랑 동네 사람들이랑 아버지를 찾으러 나섰대.

 

암만 찾아도 안보이길래,

할아버지가 뭔가 불연듯 생각이 나서,

자기가 예전에 씨름하던 그 곳으로 가자 하셨대.

 

애초에 막걸리 떠오는 곳이랑 길이 달라,

생각도 안하셨는데, 거기서 아버지가 나무를 붙잡고 계시더래.

 

할아버지가 달려가서 아버지 등을 팍 치니까,

걔네 아버지가 정신이 번쩍 들면서,

‘아부지, 씨름하는데 들어오시면 어쩝니까?’

그러더래.

 

근데 그때 할아버지는,

‘야, 아들은 별 볼일 없네.’

이런 소리를 들었대.

 

그러고는 가세가 좀 기울더니,

잘 살지도 못 살지도 못해서,

상경해서 그냥 잘 살고 있음. ㅋㅋㅋㅋ

 

얘네 집 선산은 아직도 그 할아버지가 씨름했다는 곳인데,

남자는 절대 밤에 혼자 안 돌아댕기게 한다고 함. ㅋㅋ

16
2021.10.31
@길옥준

오 이런얘기 개 좋다

0
2021.11.02
@길옥준

이런 이야기 들으면 너무 재밌어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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