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군대에서 겪은 기묘한일 특집. 두번째.

나의 퇴근 시간은 6시 30분이다.

어제의 술자리로 인한 숙취로 일 하고싶은 마음은 사라졌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두번째 이야기도 작성해보려 한다.

 

1. 마라토너

 

나는 화천에서 군 복무를 했다.

11년도 4월 군번이었고

중대 내 10년 6월 군번 선임 충기의 별명은 MP 였다.

충기는 우리 대대 출신은 아니었다.

별명 그대로 헌병으로 복무했고.

속된말로 사고를 치고 날아왔다.

 

충기는 탈영병이었다.

 

화천에서 밤에 탈영을 해서

다음날 춘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잡혔다.

춘천까지 어떻게 이동했고 하니

 

뛰어갔단다.

충기는 학창시절 육상 선수였으며

종목은 마라톤이었다.

탈영 후 밤새 뛰어 춘천까지 간 것.

그렇게 달려 터미널에 가자마자 잡혔으니

측은하기도 했다.

 

충기는 정신이상자 까지는 아니었고 훌륭한 선임이었다.

충기의 3km 달리기 기록은 9분 후반대 였고

화천에서 춘천까지의 거리는 44km다. 

 

 

2. 너희들 날 죽일거지

 

충기의 동기이자 같은 2소대였던 재열.

재열은 착하고 군생활을 잘하는 선임이었다.

체력도 좋았으며 충기와 함께 2소대를 이끈 에이스.

 

재열이 병장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침번 지침이 새로 내려왔다.

사수는 자유롭게 움직이되

부사수는 2-1 생활관 앞에 위치 할 것.

 

무슨 까닭인고 하니

재열이 자살소동을 일으켰다는 것.

 

재열은 갑자기 후임의 뺨을 후려쳤고

다가오지 말라며 겁에 질린듯 소리를 질렀다.

너희들 날 죽일거지 다가오지마.

뒷걸음 치다가 창문 까지 오게된 재열은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려했고

간신히 소대원들이 붙잡아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다.

 

그 후로도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며

엄청난 불안증을 내보였다.

 

성실한 군생활을 했고 인간관계도 원활했던

무려 '병장' 재열이기에

중대원들의 충격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나는 생활관에 나있는 작은 정사각형의 창문으로

2-1 생활관을 들여다보며 근무를 섰고

재열은 다 잠든 불꺼진 생활관에서

혼자 앉아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이 들면 누군가 날 죽일것이라는 불안감때문에.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 실루엣이.

 

39개의 댓글

2020.03.31

개붕이 사건사고가 존나 많은 부대에 복무했네...

그 병장은 대체 왜그랬을까

0
2020.03.31
@켄트지

문자 그대로 정신분열증 이었던걸로 기억한다.

한달정도 그러다가 조금씩 나아져서 정상 전역했어.

중대원들한테 사과도 하고.

0
2020.03.31
@켄트지

그리고 진짜 자살사건도 있는데 이게 얘기가 좀 카더라 설도 있는것 같아서 쓸까말까 고민중

0
2020.03.31

갑자기 정신병 걸린 선임은 나도 봤는데

멀쩡히 군생활 잘하다가 사람이 갑자기 맛이 가버려서 남은 복무일수는 대대장이 그냥 휴가처리해서 집으로 보냈음

0
2020.03.31
@대추야자

유도리가 있는 대빵이었군

1
2020.04.01
@센트리하루1알

서로 윈윈

0
2020.03.31

난 수송부 후임인데 갈굼받다가 헌병대에 찌르고 탈영한놈이어서 왠만하면 터치 안하고 지내기로 선임들끼리 합의보고, 간부들도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으면 그랬겠나 싶어 정신과 상담도 하고싶은대로 보내주고 했는데, 상병달자마자 지보다 후임들 미친듯이 갈구고 괴롭혀서 영창가고, USB 무단 반입해서 사지방에서 스타하다 걸려서 영창가는거 보고 믿고 잘해준 내가 병신인가 싶어서 현타왔었음..

0
2020.03.31
@묘양

ㅇㅇ 그런일 있으면 진짜 회의감이 들긴하지

0
MEA
2020.03.31

나는 없네

0
2020.03.31
@MEA

세번째 이야기는 네 이야기야.

0
MEA
2020.03.31
@센트리하루1알

아 ㅋㅋ

0
2020.03.31

사건사고가 되게 많았네

0
2020.03.31
@하리보젤리

나는 근데 총 허벅지에 갈긴거 말곤 다들 어느정도는 경험해봤을 얘기들이라고 생각했어서 신기함;

0
2020.03.31
@센트리하루1알

각각 떼어놓고 보면 그런가? 싶은데 그걸 한 사람이 다 겪었으니ㅋㅋㅋㅋ

0
2020.03.31
@하리보젤리

구독 좋아요 눌러주려므 내일 세번째 썰로 마무리할듯 ㅋㅋㅋㅋ

0
2020.04.01

이런거볼때마다 내 군생활에 다시한번 감사하게 생각한다

0
2020.04.01

화천이면 7 15 27셋중하난갑네

0
2020.04.01
@똥멍청이

7은 아닌듯. 나랑 군생활 겹치는데 저런사건들 들어본적이 없음 사창리면 27일듯

0
2020.04.01
@TheREaLdeW

마즘

0
2020.04.01

찾았다

0
2020.04.01
@개르딥

머고

0
2020.04.01

화천에서 춘천을 어케걸어갓냐 대단하네..

길 졸라꼬불꼬불해서 버스타고 휴가갈때마다 멀미나던게

생각나네

0
2020.04.01
@사랑할수록

사람 집념이라는게 이렇게 무섭구나 느낌

0
2020.04.01

재열은 공황장애가 있는듯

누구나 저리됨

0
2020.04.01
@내친구무민

ㅇㅇ그런듯 근데 저때는 공황장애라는 병명이 대중화? 되지 않았을때라 무서웠지

0
2020.04.01

손목 카타칼로 그은 후임생각나네 애가 스트레스를 너무받아서 그런거같은데 진짜 죽을생각은 없었는지 용기가 없었는지 기스날정도로만 긁어서 천만다행 덕분에 불침번 스면서 걔앞에만 앉아있었음

0
2020.04.01
@통합물류

진짜 할 용기도 없으면서 휴;

0
2020.04.01
@센트리하루1알

옆대대 아저씨 탈영해서 육각봉들고 숲속에서 대기타던것도 생각나네ㅋㅋ 수색대불러서 헬기떳었는데 대대에서는 돌아오라고 스피커로 방송하고있고 이놈이 하필이면 총들고나가서 결국지발로 돌아왔었음

0
2020.04.01
@통합물류

ㅋㅋㅋ총기탈영은 스케일큰데 ㅋㅋㅋㅋㅋ너도 글한번써방

0
2020.04.01
@센트리하루1알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함 이새끼가 탈영전에 피엑스가서 먹을꺼 사가지고 나가서 간부가 지능범이니 머니 그런말 했었음 방송도 나왔었나 우리지역 x일병 탈영 이런식으로 그랫더니 우리부대 폐급 x일병 할아버지한테 부대로 전화옴ㅋㅋ 우리손주잘있냐고 비슷한시기에 옆사단에서도 탈영했었을텐데 걔도 총들고나간뒤에 겁나서 총은어디 숨겨놓고 돌아다니다가 잡혀갓을꺼야 무장탈영은 총알이 있든 없든 쫌 큰일은 큰일이라던데

0
2020.04.01
@통합물류

엄청 큰일이지 ㅋㅋㅋㅋㅋ 우리 rct 때도 훈련 출발해서 그대로 탈영한놈 있었는데 만창에다가 뭐 육교 가니마니

했는데

0
2020.04.01
@센트리하루1알

진짜 고참들이랑 산길 옆에 수풀속에숨어있다가 이새끼 지나가면 일단 머리통부터깨자고 벼르고있던거 생각나네

0
2020.04.01
@통합물류

내 글이 네 추억을 불러온것 같아 기분이 좋다

0
2020.04.01

훈련소에서 자살시도하다 심정지와서 간부가 심폐소생으로 살려낸새끼하나랑 자댄데 다른중대에서 자살한 이등병 하나 있었음

 

훈련소는 수료식하고 담배랑 폰반입했다 걸려서 간부쉑들이 영창보낸다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훈련병이 뭘 알겄어 무서웠는지 자살시도해버리고

 

타중대 이등병은 a급신병이라는 별명이었다는데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안타깝게 자살함

0
2020.04.01
@4월30일입대

수료식도 끝났는데 그걸,, 어우 심폐소생술 하던 간부도 상처 많이 받았을듯

0
2020.04.01
@센트리하루1알

근데 별로 동정은 안되는게 그간부가 개한테 겁을 이빠이줬음 군대 시작부터 영창보내고 자대가면 너 참 좋게도 보겠다 이런식으로

 

약주고 병주고했음

0
2020.04.02

와 ㅁㅊ ㅋㅋ 화천 저거 우리 부대 같은데 춘천까지 뛰어갔다고? 대단하네 ㅋㅋㅋㅋㅋ

무엇보다 거기 도로 옆에 강 있어서 밤에 물소리 졸졸졸졸 나는데 아무런 빛도 없는 곳에서 뛰어갈거라 생각하니 ㅋㅋㅋㅋ 

0
2020.04.02
@Hidden

ㅋㅋㅋㅋ뛰는거 보면 믿겨짐 본인피셜로 확인한 얘기임

0

화천에서 춘천까지ㅋㅋㅋㅋ 북한강도 넘어갔겠네 ㄷㄷㄷ

 

달려가던 길에 우리 부대도 지나갔겠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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