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장마, 기말고사

 

mouring_light.jpg

97년 여름.

우리 중학교는 여름방학 직전

1학기 기말고사 기간이었음

기말고사 마지막날이었나?

그날따라 추적추적 비도 오고 전체적으로 학교가

음산한 기운으로 둘러싸인 느낌이었음

당시 우리 교실은 4층이었는데

그냥 일반적인 교실 구조였음

칠판을 바라보고 앉으면 왼편은 운동장쪽 창문이 있고

오른편은 복도와 교실 사이의 벽, 그리고 높이 달린

조그만 창문이 있었고

복도밖으로는 학교옆을 흐르는 개천이 보였음

 

한창 그날 마지막 시험을 치고 있는데 우리반 보영이라는

여자애가 비명을 지르더니 갑자기 엎드려서 막 울었음

온 교실이 술렁였고 선생님이 사태파악을 하려던

순간 시험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림

일단 답안지 걷고 선생님은 보영이라는 애한테

다울고 교무실로 내려오라고 하고 나갔음

여자애들이 보영이 주변에 모여들어

위로를 해주며 왜 울었는지 물음

보영이가 해준 얘기는 이랬음.

 

보영이 자리는 4분단, 즉 복도쪽 창문 바로

아래였는데 시험보는 중 자꾸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고 함

시험 중이라 고개를 돌릴 수 없어서

무시하려 했는데

자꾸 누군가가 귀에 대고 뭔갈 속삭이는 것

같았다고 함

'같이 가자..나랑 가자..'

(너무 오래된 일이라 정확한 상황이나 대사가

생각 안나는 부분은 픽션이 좀 섞임)

못참겠어서 잠시 목을 푸는척 고개를 위로 들었는데

창문에 하얀소복을 입은 여자가 자기를

내려다보며 같이 가자고 중얼거리고 있었다고 함.

그 여자의 가슴정도까지 보였다는데

우리교실같은 구조의 교실에서 있어본 개붕이들은

알겠지만 복도쪽 교실 창문은 작고 높이 달려있음

청소할때도 뭐 밟고 올라가야 수월한 높이인데

여자의 가슴높이까지 볼 수 있다는건

그 여자가 허공에 떠 있었다는 소리임..

뭐 애초에 소복차림의 여자가 학교에 나타난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지만..

 

아무튼 여자애들 그 말듣고 소리지르고

난리가 난 와중에

3층 애들이 뛰어올라옴.

(반이 14개였나 그래서 한학년이

층을 두개 썼음)

 

뛰어올라와서 하는 말이

시험 끝나자마자 복도로 나온 애들 중 몇명이

창문밖에(아까 말한 개천 보이는 쪽)

어떤 소복입은 여자가 허공에 떠있다가

사라지는걸 목격했다는 거임

완전히 흥분한 목소리로..

 

3층은 목격자도 여럿이었기에

보영이라는 애가 본게 단순 착각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자

학생들 사이에 공포감이 감돌음

 

우연인지 그날 복도는 정전으로 형광등이 나가서

낮임에도 불구하고 어두워 계단의 비상등이

유난히 밝게 느껴졌음

 

그와중에 나랑 친구한놈이 귀신이 있었다는 복도창을

내다보면서 딴 얘기 중이었는데

빗줄기 너머 저 멀리 개천가 어느 집 대문에

초상집 앞에 다는 주황 등불을 발견함

혹시 저거랑 관계있지 않겠느냐며 그날 일은

그렇게 지나갔는데

다음날 또 새로운 소식을 하나 듣게 됨

 

나랑 친구가 혹시나 했던 일이 사실로 밝혀진거임

우리가 본 그게 초상집이 맞았고 그집 여자가

죽었다고 그 주변 사는 친구가 어디서 얻었는지

정보를 흘린거임

 

확실하진 않지만 내 예상이 맞았나보다..했고

그날일은 방학과 함께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졌음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난 수능을 본 예비대학생이 됐음

사실 보영이라는 애가 아주 이쁜건 아니지만

피부랑 몸매가 좋았고 중학생때 잠깐 나한테

고백할 정도로 호감을 가지던 애였음

수능끝나고 할거 없으니 여자도 그립고(남고나옴ㅅㅂ)

보영이한텐 미안한 얘기지만 좀 쉽게 꼬실 수

있을거같아서 당시 유행이던 다모임으로

연락해서 번호 따고 얼마 뒤 데이트를 하게 됐음

이런저런 추억팔이를 하다가보니

중학교 때 그 일이 생각나는 거임

조심스럽게 그날 일에 대해 얘길 꺼냈더니

자긴 무슨소리하는지 모르겠다고

장난치지 말라고 함

그날일에 대해 언급하기 싫은? 그런 느낌이

아니고 진짜로 기억을 못하고 있는것같았음

어쨌든 내 목적은 그날일에 대해 밝히는게 아니고

딴거였기 때문에 그날은 그냥 넘어갔음

 

다시 시간이 더 흘러

 

작년 이맘때쯤

동네 불알친구들 만나서 놀다가 파하고 집 방향 같은

몇놈이랑 걸어오며 이런저런 얘길 하던 중

개천 다리를 지날때 갑자기 또 그날 일이 떠오름

스무살때 보영이에게 물었을때,

그리고 당시 같은 반이었던 다른 여자동창 몇에게

물었을 때 두번 다 기억 못했기에

혹시 내 기억이 잘못된건지 의심이 들었음

그래서 애들한테 그때 일 기억하는지

물어봤는데 셋중에 둘이 기억하고 있더라

내 기억이 맞구나싶어서

내쪽에서 일부러 유부남 배려한다고

연락 잘 안하던 친구. 그 친구가 그날 나랑

주황등 보며 대화했던 친구인데

오랜만에 연락해서 똑같은걸 물어봄

걔도 기억하더라..

 

이상하게 여자애들은 전혀 기억 못하고

남자애들만 기억하는 이상한 사건이었음

 

 

 

모바일로 장문쓴거라 퇴고도 귀찮음

오타 맞춤법 등은 그냥 봐줘

 

22개의 댓글

2018.12.13

팁) 다모임이 유행할 때는 바야흐로 약 14년 전이다.

0
@화이트

꺄아아아악

0
2018.12.15
@화이트

끼ㅇㅑ아아앙

0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앙아ㅏㅇ아악

0
2018.12.13

아재 고추서요?

 

0

97년에 중학생이었다는 게 가장 큰 소름입니다..

0
2018.12.13

글 짜임새가 좋다

0
2018.12.13

결론은 그여자 가슴이 보였다는거지?

0
2018.12.13

공감스킬로 없던걸 공감했기때문에 기억못하는거

0
2018.12.13

4층에 떠있는여자가 3층에서도 보였으면 올려다봤을때 치마 속 보였겠네 ㅗㅜㅑ

0

가슴 크냐?

0
2018.12.13

하 보영이 고년,,,

0
2018.12.13

아조시. 그래서 컷어요??

0
2018.12.13

보영이 가슴을 봤단 얘긴가?? 뭐지?? 누가 요약좀

0
2018.12.13

병신 귀신새끼

0
2018.12.13

가아슴?

0
2018.12.13

아니 귀신보는게 이렇게 흔한일인데 난 왜 살면서 한번도 못봄?

나도 좀 보고싶다

0
@멍댕이

봤는데도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음

방금 지나친 사람인데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럴 가능성이 있음

또 귀신은 꼭 사람형상이 아님

커튼처럼 나풀거리는 모습도 있고 그냥 뿌연 연기나 그림자 형태도 있음

0
2018.12.13
@고양이를부카케

니가 어케암?

0
@언더독0

내 동생이 귀신을 본다는데 (물론 나도 반은 믿고 반은 거르는 중) 귀신을 볼때 뭔가 있다는 느낌이 들고 사람의 형태는 아니고 휙휙 사람형상의 연기같은 느낌이라더라. 어려서부터 봐서 귀신이 무서운거라는 걸 알지도 못했을때부터 봐서 안무섭다 함.

0
2018.12.13
@년안에행시합격할거야

ㄷㄷ

0
@언더독0

스무살 초반까지 많이 봤고

요새도 가끔 보임

내 가게에서 혼자 마감하고 있으면 가끔 나타나는 그림자 있는데 그거 보이고나면 일주일동안 장사 잘됨ㅋㅋ

그래서 기다릴때도 있다

원래 엄마가 무당 될 사주인데 신내림 안받아서 평생 힘들었는데 그게 나한테 내려오려다가 막음굿같이 그런 운명 막는 기도를 절에서 용한 스님 도움받아서 한 뒤로는 괜찮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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