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파이트클럽의 작가, 척 팔라닉의 단편소설- GUTS

Guts. 

숨을 들이쉬시길.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이 이야기는 당신이 숨을 참을 수 있을 정도의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 아, 그거보단 조금 길다.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듣는 것이 좋겠다.

내 친구 한 놈 이야기다. 그 놈은 13살 때 Pegging이라는 것에 대해서 소문을 들었더랬다. 이게 뭐냐하면, 딜도를 가지고 남자 항문을 쑤시는 것. 전립선을 강력하게 자극할 수 있어 손을 더럽히지 않고 폭발적인 오르가즘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13살 때의 그 녀석은 섹스광이었으므로, 어떻게 하면 더 멋지게 딸딸이를 칠수 있을까에 대해서 언제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개인적인 실험을 위해, 당근과 윤활제를 사기로 했다. 그리고 그는 상상해 봤다. 슈퍼마켓 카운터에서 어떤 꼬라지가 날 것인가. 모든 고객들이 줄서서 앞사람이 뭘 계산하나 뚫어지게 쳐다보는 상황에서, 당근 하나 윤활제 하나 덩그러니 콘베이어 벨트를 타고 점원에게 실려간다. 뭘 할 생각인지 모를 사람은 얼마 없을 것 아닌가.

그래서 우유와, 계란과, 설탕과, 당근을 샀다. 당근 케이크를 만들 재료 되겠다. 그리고 추가로, 바셀린.

당근 케이크를 후장에 쑤셔박을 것마냥.

자 집에 왔다. 당근을 깎아 무딘 딜도를 만들었다. 바셀린을 바르고, 쑤셨다. 그리고, 이게 뭐야, 오르가즘?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겁나게 아픈것만 빼고는.

그리고, 어머니가 소리친다. 저녁 먹어. 당장 내려오라고 소리를 친다.

당근을 조심스레 빼낸다음, 끈적거리고 더러워진 그 물건을 침대 아래 놓여있는 옷들 사이에 쑤셔박았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와서 보니, 당근이 없었다. 저녁을 먹는 동안, 어머니가 더러운 옷들을 긁어다가 빨래를 하셨다. 부엌칼로 조심스레 모양을 잡은, 윤활제로 반짝이고 똥냄새까지 나는 당근을 어머니가 못 보셨을 가능성은, 없었다.

그래서 이 친구는 곧 불어닥칠 폭풍우를 기다리고만 있었다. 부모님들이 오셔서 자기한테 욕을 퍼붓기를. 그런데,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한 번도. 그가 자라서 어른이 된 지금도, 그 투명 당근은 그의 집안을 지배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식사 때도, 생일 파티 때도, 그의 아이들  (그러니까, 부모님의 손자들)과 부활절 달걀을 찾으러 나갈 때도, 그 빌어먹을 유령 당근은 그들 머리 위에서 떠돌고 있는 셈이다. 그, 거시기, 너무 끔찍해서 이름을 붙이기도 힘든 그놈이.

프랑스에는 이런 말이 있다 : 계단참 정신. 프랑스 말로는 이렇다. Esprit de l'escalier. 무슨 뜻이냐 하면, 답을 찾은 담에는 이미 늦은 상태라는 이야기다. 생각해 보자. 당신이 파티에 갔는데 누군가가 당신을 모욕한다. 뭐라고 말은 해야겠는데, 당신은 너무 열받아 있다. 게다가 모든 사람이 당신을 쳐다보고 있다. 결국은 이상한 말을 해버린다. 그리고, 파티장을 떠나는 참에……

계단참에서, 그때서야 마술이 발동한다. 했어야 할 말이 떠오른다. 재기 불능의 핵폭탄급 DISS말이다.

뭐 이런 게 계단참 정신이라 하겠다.

문제는 뭐냐 하면, 이 말을 만든 프랑스인들 자신도, 이런 상황에서 실제로 튀어나온 그 멍청하고 쓰잘데기 없는 말에 대해서는 이름을 붙이지 못한다는 게다.

어떤 일들은 너무 개떡같아 이름 붙이기가 힘들다. 사실, 어찌나 개떡같은지 말하는 것조차 곤란할 수 있다.

옛날에 아동 심리학자라고 불리우던 인간들, 그러니까 지금 학교에서 상담을 하는 인간들은, 뭐, 이런 이야기를 한다.: 10대들 자살에서, 최후의 단계는 딸딸이를 치면서 자기 목을 조르는 경험이라고. 음…… 그 녀석들 부모님을 생각해 보자. 침실 벽장을 열었는데, 아들이 들어있네? 게다가 타월이 목에 감겨 있고, 뒈져 있네? 아들과 함께 목숨을 잃은 유전자들이 벽장에 가득 뿌려져 있고 말이다. 자, 어떻게 할 것인가? 당연히, 그 정액들을 치운다. 아들한테 바지를 입히고, 만사가 멀쩡해…… 보이게 한다. 최소한, 무슨 이유가 있어서 뒈진 것처럼. 십대가 보통 저지르는 방황 끝의 자살처럼.

친구 한 놈이 더 있다. 대학 친군데, 그 녀석 형이 해군에 있었다. 그 형이 어느날 중동에서 사람들이 자위를 하는 신기한 방법을 알려줬다. 그 형이라는 사람은, 이름은 잘 모르겠을 낙타의 나라에 있었는데, 거기 시장에서는 좀 화려한 형태의 편지따개처럼 보이는 물건을 팔고 있었단다. 뭐냐 하면, 아주 가늘고 삐까번쩍한 광택이 나는 구리 아니면 은 막대기 되겠다. 길이는 대충 손바닥 정도 되고, 한쪽 끝에는 큼직한 금속제 공 아니면 아더왕께서 쓰셨을 엑스칼리버의 손잡이 같은 화려한 장식의 손잡이가 달려 있다. 자, 이제부터 본론이다. 아랍인들은 좆을 세운 다음 이 봉을 갖다 살살 쑤셔넣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봉을 넣은 상태에서, 싼다. 그러면 정말 대단하다고 한다. 뭐라고 해야되나, 더 격렬하다고.

이 형님이야말로, 전세계를 유랑하고 다니며 많은 것을 보신 분이다. 아까 그 프랑스 말이라든지, 러시아 말 같은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똥차게 딸치는 방법 같은 것.

그리고 그 동생은 어느날 학교를 안 나왔다. 그리고 그날 밤 그녀석은 전화하더니 며칠 동안 나오는 숙제가 있으면 자기한테 좀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자기 지금 병원에 있다고.

그 녀석은 장 치료를 받는 노인네들과 방을 같이 쓰게 되었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딸랑 하나의 티비만 봐야 되는 상황을 설명해 줬다. 프라이버시? 커튼 하나 달랑 있다. 부모님은 오는 법이 없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그 녀석은 부모님께서 해군에 있는 그 문제의 ‘형'이라는 사람을 죽여버릴 궁리만 하고 계시다고 전해줬다.

전화상에서, 그 녀석은 (그러니까 그 전날) 어떻게 자신이 그런 꼴이 되었는지를 이야기해 줬다. 그 녀석은 자기 집 침실에 자빠져 있었다. 촛불을 켜고 포르노 잡지를 뒤적거리다가, 슬슬 딸딸이를 칠 준비가 되었다. 형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은 후라, 아랍풍의 딸딸이에 대해서 좀더 구미가 땡긴 셈이다. 그 녀석은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다. 볼펜은 너무 컸다. 연필은 큰 데다가 거칠기까지 하니 불합격. 그런데, 초의 옆면을 보니 흘러내린 촛농이 보였다. 대충 그거면 될 것 같았나보다. 그래서, 초 옆면에 붙어 있는 그 촛농을 탁. 떼어냈다. 그리고 손바닥 사이에서 살살 굴려서 길고, 부드럽고, 가늘게 만들었다.

긴장한 데다가 흥분까지 한 상태였다. 그 녀석은 그 촛농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자지 틈새로 깊숙이, 깊숙이, 더 깊숙이. 나중에 빼내기 좋을 정도의 손잡이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녀석은 팔운동을 시작했다.

입원까지 한 다음에도, 그 녀석은 그 아랍 새끼들이 진짜 대단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놈들은 딸딸이를 완전히 재발명했다고. 완전히 뒤로 자빠져서, 기똥차구나, 감탄하고 있는데, 가만? 촛농이 없어졌다. 쫙 싸려고 했는데, 머리를 내밀고 있어야 할 촛농이 없어졌다.

그 촛농이라는 놈이 완전히 속으로 들어가버린 것. 너무 깊이 들어가서 요도에 아무런 느낌도 없을 정도로.

아래층에서는 어머니가 소리를 지른다. 당장 내려와서 밥 먹어. 아, 여기서 강조할 것은 맨 처음 이야기한 당근 소년과 이 촛농 소년은 다른 사람이라는 점. 무어, 우리 사는게 다 비슷비슷한 것도 사실이지만.

밥을 먹고 나자 장이 이상하게 쑤시기 시작한다. 아 씨발, 촛농. 녀석은 이렇게 생각했다. 녹았겠지. 그러니까 오줌을 싸면 나오겠지. 근데 이제는 등까지 아프기 시작했다. 콩팥…… 이제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그 녀석은 병원 침대에서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뒷쪽에서는 간호사를 부르는 벨소리와 사람들이 지르는 비명, 그리고 게임 쇼가 진행되고 있었다.

X선 촬영이 정답을 보여준다. 길고, 가늘고, 반으로 접힌 무언가가 방광에 들어있다. 이 V자 형태의 촛농이, 오줌에 들어있는 광물질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점점 커지고, 점점 거칠어지는 상황. 칼슘으로 뒤덮인 V는 방광을 이곳저곳 쑤시며 방광 내막을 찢어놓고 있다. 오줌이 나올 리가 있나. 당연히 신장에도 충격이 가해지고, 피가 섞인 시뻘건 놈이나 조금씩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 녀석, 부모님, 아니 전 가족이 모여앉아, 시꺼먼 사진을 보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그 상황에서, 세살박이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새하얗게 빛나는 그 V자를 보고 있는 모습이란. 어쩔 수 없이 그 녀석은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랍딸딸이. 형이 가르쳐 줬어요.

전화를 하다 말고, 그 녀석은 울기 시작했다.

대학교 기금에서 방광을 수술할 돈이 나왔다. 한번 제대로 실수했으니, 변호사가 되기는 힘들 게다.

몸 안에 무언가를 쑤셔박기. 무언가에 자신을 쑤셔박기. 자지 속에 불타는 촛불이나, 올가미에 쑤셔박은 머리통. 어쨌든 어느 순간 알게 된다. 좆된 거지.

자!!! 이제 내 이야기를 할 차례가 되었다. 나를 곤란하게 만든 놈은 뭐냐 하면, '진주잡이'였다. 물속에서 자위하기, 수영장의 깊은 쪽에 가만히 앉아서. 숨을 한 번 깊이 들이키고 바닥까지 내려간 다음 수영복을 벗는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2분, 3분, 4분을 보낸다.

딸딸이만 쳤는데도 나의 폐활량은 엄청나게 늘었다. 집에 나 혼자만 있을 때는 오후 내내 그것만 했다. 결국, 싸게 되면, 그 정액은 큼직한 덩어리를 지어 떠다닌다.

싸고 난 이후에도 몇 번 더 잠수를 해야 한다. 자기가 싼 똥은 자기가 치워야지. 정액을 모아서 타월에 닦는다. 그래서 이걸, 진주잡이라고 한다. 염소 소독이 아무리 강해도, 그게 죽는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그러므로 여동생을 좀 걱정할 필요가 있다. 물론 어머니도(이런 씨발…..)

그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웠다. 내 동생, 그러니까 처녀가, 어느 날 갑자기 배가 부르더니 대가리가 두 개 달린 지진아를 낳는 것. 머리 두 개가 다 나랑 똑같이 생긴 놈. 다시 말하자면, 아버지이자 삼촌하고 얼굴이 닮은 놈. 잘못을 누구한테 들키냐 이런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진주잡이의 최고봉은 펌프다. 수영장 물을 빨아들여 필터에 거르는 펌프. 그 펌프 위에 벌거벗고 앉는 것.

프랑스인들이라면 이런 식으로 말할 게다. 누군가가 후장을 빨아 주는데 좋아하지 않을 놈이 어딨냐? 하지만 결론은 똑같다. 한번 거하게 싸고 나면, 변호사가 되기는 힘들다.

어느날이었다.

풀 바닥에 앉아있으면 하늘이 물결친다. 2.4미터의 물을 통해 보는 하늘은 밝은 푸른 색이다. 내 심장 소리를 제외하고는, 세상은 고요하다. 내 노란색 수영복은 목에 감겨 있다(친구라든지, 이웃집 사람이 왜 미식축구 연습을 빼먹었나 알아보려 오면, 입어야 하니까). 수영장 펌프는 줄기차게 물을 빨아내며 후장을 핥아주고, 나는 그 주변에 궁둥이를 겁나게 비벼댄다.

자…… 공기는 충분히 빨아들였고, 손에는 자지도 들었고, 부모님들은 일하러 가셨고, 여동생은 발레하러 갔으니, 몇 시간 동안 아무도 오지 않겠다 싶었다.

손을 잘 써서 거의 쌀 것 같아지면 멈춘다. 그리고 수영장 위쪽으로 올라가서 숨을 크게 들이쉰다. 그리고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서, 앉는다.

좆나게 하는 거다.

그래서 여자들이 남자 얼굴에 앉는 걸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펌프는 쉬지도 않고 빨아들이니, 더 좋다. 물건은 딱딱하고 궁둥이를 누가 먹어 주고 있을 때, 공기 따위는 필요치 않다. 심장 박동은 귓속에 가득하고, 나는 화려한 불빛이 눈앞에 춤을 출 때까지 버틴다. 발은 경련하듯 펼쳐지고, 무릎 뒤쪽은 콘크리트 바닥에 닿는다. 발가락은 푸르게 변하고, 손가락 발가락은 물에 불어서 주름이 진다.

그러다가, 싼다. 큼직한 정액 덩어리가 쏟아져 나온다. 멋진 진주들이다. 이제는 공기가 좀 필요하다. 그런데, 발을 박차고 나오려는데, 안 된다. 어? 발을 굽혀서 엉덩이 아래쪽으로 옮겨야 하는데, 발이 굽혀지지 않는다. 엉덩이가, 끼었다.

응급실 직원들한테 물어보면 말해줄 텐데, 매년 150명 정도는 수영장 펌프에 걸린다. 뭐 머리카락이 걸리거나, 엉덩이가 씹히거나. 그리고, 익사한다. 엄청나게들 뒈지는데, 플로리다에서 죽는 경우가 많다.

사실 사람들이 이야기를 안 하는 부분이 있다. 프랑스 놈들이라고 모든 걸 다 이야기해 주지는 않는다. 한 쪽 무릎을 세우고, 한쪽 발을 어찌어찌 몸 아래로 넣고, 쪼그려 앉는 자세까지는 갔다. 그리고 발을 구르는데, 콘크리트에도 안 닿고, 공기 속으로 나아가지도 않는다.

발로는 물을 차고, 손으로는 물을 휘저었지만, 풀의 반 정도밖에 올라가질 못한다. 심장 박동은 빨라지고, 커진다.

밝은 불빛이 눈앞을 미친 듯이 휘젓는다. 몸을 틀어 돌아봐도 이건 말이 안된다. 이상한 로프가 있다. 뱀 같은데? 푸른색과 하얀색이고, 혈관이 잔뜩 붙어있다. 이놈이 수영장 펌프에서 뻗어나와 내 엉덩이에 붙어있다. 어떤 혈관들은 피를 흘리고 있는데, 붉은 피는 물속에선 검게 보인다. 찢어진 뱀껍질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물속으로 사라져간다. 그리고 푸르고 흰 그 껍질 속엔, 소화되다 만 음식물들이 들어 있다.

말이 되는 설명은 딱 한 가지다. 겁나게 무서운 바다 괴물이나 바다뱀. 생전 빛을 못 보고 사는 그놈들이 이 수영장 배수구에 떡하니 숨어있다가, 나를 잡아먹으려는 게다.

그래서, 일단은 그 축축한 고무 튜브 같은 놈, 꼬인 가죽과 혈관들을, 걷어찬다. 그런데 수영장 배수구 속에서 그놈이 계속 밀려나온다. 이제 보니 내 다리 길이 정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놈은 계속 내 똥구멍을 물어뜯고 있다. 한 번 더 차니까 1인치 정도 올라간다. 1인치만큼 탈출에 가까워진다.

그 뱀을 보니, 옥수수와 땅콩이 들어 있다. 가만 보니 큼직한 밝은 오렌지 색의 정제도 들어 있다. 말한테 먹이는 비타민이라는데, 아버지가 살 좀 찌라고 사다 주신 약이다. 뭐 미식축구 장학금 따자는 목적일 텐데,

더 많은 철분과 오메가3 지방산도 들어있습니다.
난 지금 나의 목숨을 살려 주는 비타민 정제를 보고 있습니다.

이젠 좀 알겠다. 그건 내장이었다. 몸 밖으로 뽑혀나온 대장. 의사들은 그걸 탈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금 상황은 내장이, 하수구 속으로 빨려들어간 것.

응급실 직원은 말한다. 수영장 펌프는 분당 300 리터 정도의 물을 빨아냅니다. 압력으로 환산하면 대충 180 킬로그램의 압력이 가해져요. 그리고, 항문은 입에서 그렇게 멀지 않다. 이 상태를 내버려 두면, 이 펌프는 계속 돌테고, 내 몸 안이 몸 밖으로 다 나올 것이다. 혀가 빨려들어갈 때까지. 그냥 이렇게 생각하면 편할지도 모르겠다. 똥을 180 킬로그램씩 싼다고. 뭐, 몸속 모든 것이 몸 밖으로 다 튀어나오는 셈이다.

한 가지는 장담한다. 내장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피부에 충격을 가했을 때 아픈 것과는 다르다. 우리가 먹는 것, 그러니까 음식을, 의사들은 배설물이라고 부른다. 약간 위로 올라가면 십이지장이 버티고 있다. 가늘고 긴 놈인데, 옥수수와 땅콩과 완두콩으로 이루어져 있다.

피와 옥수수, 그리고 똥과 좆물, 그리고 땅콩이 주위에 떠다닌다. 내장이 몸에서 뽑혀져 나오고 있다. 남아 있는 내장은 나를 붙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머릿속에서는 어떻게 이 수영복을 다시 입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돌아다닌다.

신이시여, 부모님들이 내 자지를 보시는 일만은 제발.

한 손은 엉덩이 근처에서 주먹을 말아쥐고, 한 손으로는 수영복을 움켜쥔다. 그리고 잡아챈다. 그렇게 하는건 되는데, 입는 건 안된다.

대장이 어떤 건지 알고 싶다면 양내장 콘돔을 하나 사면 된다. 하나 사서, 뜯고, 땅콩버터로 속을 꽉꽉 채우고, 윤활제를 잔뜩 바른다. 그리고 물 속에 넣는다. 찢어 보시라. 엄청나게 질기다. 사실, 제대로 잡고 있기도 힘들다. 미끄덩거리거든.

양내장 콘돔. 그거 그냥 대장 덩어리일 뿐이다.

자 이젠 내 상황을 대충 짐작들 하실 테다.
조금만 늦으면 내장이 빠지게 된다.
수면까지 수영해서 올라가도, 내장이 빠진다.
수영을 안 하면, 익사한다.

지금 뒈지냐 혹은 한 30초 있다 뒈지냐의 문제다.

부모님들이 집에서 돌아오실 때 발견하는 것은 거대한 아기일 것이다. 자신의 탯줄에 목이 감긴 채로 수영장에 둥둥 떠 있는. 핏줄과 대장으로 묶여 수영장 바닥에 고정되어 있는. 싸다가 질식해서 뒈지는 놈하고는 정반대다. 이 아이가 바로 13년 전에 병원에서 데려온, 그 녀석이다. 미식축구를 잘 해서 장학금을 받아왔으면 했고, MBA도 하나 땄으면 좋았을 그놈, 부모가 늙으면 먹여 살려줄 구세주 같은 녀석이었다. 말 그대로 모든 희망과 꿈. 그런데 여기 벌거벗은 채로 둥둥 떠있는건? 그리고 몸 주변에는 정액이 만들어낸 거대한 진주들이 그득할 것이다.

내가 수영장에서 죽는 게 아니라 타월로 몸을 감싼 채 부엌까지 기어가다 뒈진다고 쳐도, 찢기고 부서진 나의 내장은 노란 수영복 밖으로 삐져나와 있을 것이다.

진짜, 프랑스 새끼들도 이런 이야기는 못 해준다.

아까 그 형이라는 사람이, 좋은 경구를 하나 알려 줬다. 러시아 말이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말한다. 내 머리통에 구멍 하나 낼 만큼이나 그게 필요하단 말이지. 러시아 놈들은 이렇게 말한다. 난 내 똥구멍에 이빨이……(Mne eto nado kak zuby v zadnitse).

이런 이야기도 있다. 동물들은 덫에 걸리면 자기 다리를 물어서 끊는단다. 그리고 나는, 어떤 코요테든지 두세 번 물면, 죽은 놈도 벌떡 일어날 만큼 아프다고 말해줄 수 있다.

당신이 러시아 출신이 아니라고 해도, 어느 날인가는 그 이빨이 필요할 때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이빨이 없다면, 한 바퀴 돌아야 한다. 한 쪽 팔꿈치를 무릎 아래로 돌려 무릎을 쥐고, 다리를 힘껏 들어 올려야 한다. 얼굴까지. 그리고는 자기 궁둥짝을 신나게 물어뜯는 게다. 숨이 막히는 상황에선, 숨을 쉬기 위해서 뭐든지 씹어 끊을 수 있으니까.

이런 이야기는 보통, 여자를 만나는 자리에서는 할 수 없다. 특히 그 여자가 잘자요 하면서 키스해 주기를 기대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내가 내 대장이 무슨 맛이었는지 당신한테 말해 준다면, 당신은 아마, 앞으로는 절대, 오징어 순대 따위는 먹지 못할 것이다.

내 부모님이 어떤 것을 더 역겹게 생각하셨는지는 잘 모르겠다. 1) 내가 왜 그런 상황에 빠져들었는가. 2) 어떻게 그 상황을 탈출했는가. 병원에서 어머니는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얘야, 넌 그때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고 있었던 거란다. 그리고 어머니는 끓는 물에 계란을 깨넣어 수란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셨다.

내 이야기에 기겁을 한 사람들은 언제나 나를 불쌍하게 생각한다.

난 그런 동정이 필요하다. 똥구멍에 이빨이 필요한 만큼만.

요즘도 사람들은, 내가 너무 말라 보인다고 한다.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 사람들은, 자기들이 요리한 쇠고기 찜에 손가락 하나 대지 않는 나를 보고 화를 낸다. 그래도 안 된다. 쇠고기 찜을 먹으면 죽을 것 같다. 햄 구이도 그렇다. 3~4시간 이상 내 순대 안에 머물러 있어야 되는 음식들은, 보통 먹을 때 모습 그대로 나온다. 집에서 만든 리마 콩 요리라던가 참치 같은 놈을 먹는다고 치자. 일어나자마자 그 요리들이 화장실 안에 그대로 앉아 있는 걸 볼 수 있다.

원래 한 번 내장이 크게 요동친 다음에는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는게 당연한 일이다. 일반적인 사람들, 그러니까 당신들의 대장은, 보통 1.5미터 정도 된다. 나는 10센티미터 정도 된다. 그래서 나는 축구 장학금을 타지 못했다. MBA는 꿈도 못 꿨다. 내 친구인 촛농 소년과 당근 소년은 나중에 자라면서 체구도 커졌는데, 나는 아직도 13세 때 체중에서 한 근도 더 찌지 못했다.

문제가 하나 또 있었다. 부모님들이 그 수영장에 돈을 엄청나게 들이셨기 때문이다. 결국 아버지는 수영장을 고치러 온 사람에게 개가 죽었다고 이야기하셔야만 했다. 집에서 키우던 개가 물에 빠져 죽었다고. 그래서 시체가 펌프에 끼었다고. 심지어, 아저씨가 필터를 꺼내서 고무튜브 ㅡ 물에 찌든, 비타민이 잔뜩 들어있는 대장 ㅡ 을 꺼냈을 때도 아버지는 혀를 쯧 차며, 미친 개새끼, 라고 하셔야만 했다.

침실 창문에서도,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혼자 내비두면 별 지랄을 다 하는 개였지……

그리고 얼마 후, 여동생은 생리가 멎었다.

수영장 물을 싹 바꾼 후에도, 집을 팔고 다른 주로 이사를 갔을 때도, 여동생이 낙태를 해야 했을 때도, 부모님은 한 번도, 그 일에 대해, 한 마디도 하시지 않았다.

단 한 번도

이게 나의 투명당근 되겠다.

자 이제 숨 한번 거하게 들이쉬시라.

난 아직도 못하고 있거든.

http://beneath77.tumblr.com/post/6611506303/척-팔라닉-guts

17개의 댓글

2018.06.01
와 이거 옛날에 첨봤을때 충격이었는데 파이트클럽 작가 소설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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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1
너무 집중해 읽었더니 심장이 아프네ㅠㅠㅋㅋㅋㅋㅋㅋ 대장....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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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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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끼는 존나 잔인한글만 써서 출판사에서 존나 반려했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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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1
@ㄴㄴㅇㅀㄳㅎㅅㅎㅍㄿ
그랬기 때문에 파이트클럽이라는 걸작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자꾸 반려되니까 빡쳐서 최고로 잔인한 걸 써보자 해서 쓴게 파이트클럽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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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1
와..필력과 흡입력이 무슨..살면서 이래 흡입력에 기겁하고 '흡입'에 기겁한건 처음인듯 ㅁㅊ 너무 집중해서 가슴이 콩닥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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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1
초등학교 추천도서로 딱이네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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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1
펌프에 앉았다는거에서부터 못읽고 내렸다.. 내가 상상력이 너무 풍부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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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1
@donni
펌프에 앉고 그 뒤에 옳그떠 씨 이 당을 이끌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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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1
@헛소리전문가
웬만큼 잔인한거 보고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시발 글자 몇줄 읽었다고 토악질 나올라 그런다.. 작가새끼 천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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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2
진짜 말도 안 나온다 뭔 상황이냐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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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2
으 극혐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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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2
척 팔라닉 이 아조시 미친놈인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진짜;;; 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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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2
와 씨발 읽기만 했는데 왜 내가 아픈것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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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6
미안한데 중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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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6
@거리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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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6
@거리의시인
와 어떻게 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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