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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미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칵테일 마르가리타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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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리타, 혹은 마르가리타.

 

데킬라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칵테일이자 미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데킬라 칵테일.

 

오늘은 이 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아마도 이 술은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칵테일들 가운데서 마티니를 제외하면 가장 유명한 칵테일 중 하나가 아닐까? 칵테일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 칵테일, 마르가리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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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칵테일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졌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많은 칵테일들이 그렇지만, 이 칵테일 만큼이나 논쟁이 많은 칵테일은 별로 없다.

 

데킬라, 오렌지 큐라소 리큐르(트리플섹, 혹은 코엔트로 또는 그랑 마니에르), 라임, 소금이라는 단순한 구조.

 

때문에 원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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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저명한 칵테일 역사가 데이비드 원더리치의 의견에 따르면, 마르가리타의 시작은 데이지라는 종류의 칵테일에서 유래됐다고 본다.

 

마르가리타는 데이지(Daisy)의 스페인어고, 데이지는 베이스가 되는 술, 오렌지 리큐어, 레몬주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칵테일이었다.

 

브렌디 데이지는 19세기 후반에 유행을 했었고, 그 영향으로 멕시코에서 구하기 쉬운 데킬라로 대체한 칵테일이 이후에 마르가리타로 변형되었다는 이야기. 전체적인 칵테일의 구조와 이름에서는 이 칵테일이 마르가리타에 영향을 주었다는 걸 부정하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마르가리타라는 이름이 언급되기 전인 1936년, 이때 한 기사에서는 이미 데킬라 데이지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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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1937년, 카페 로얄 칵테일 북에 언급된 피카도르라는 칵테일을 원형으로 보기도 한다.

 

데이지는 레몬으로 만들지만, 여기에 언급된 칵테일은 현대의 마가리타와 거의 같은 비율에, 라임 주스를 쓰라고 언급되어 있다.

 

보통 or 이라고 쓴 뒤에 다른 주스가 붙어 있는 건, 없다면 다른 걸 써도 된다는 이야기다.

 

이 피카도르 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데킬라 데이지는 레시피가 남아있지 않고, 그 이름만 언급되어 있는 반면에 피카도르는 정확한 레시피가 마가리티라는 칵테일이 등장하기 16년 전에 이미 등장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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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거기에 하나 더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건, 1939년에 쓰여진 The World Famous Cotton Club: 1939 Book of Mixed Drinks이라는 책에 씌여진 레시피였다.

 

이 칵테일 북의 사워 카테고리에는 데킬라 사워가 언급되어 있는데, 레시피는 위의 피카도르와 동일하지만 한가지 차이가 있다.

 

바로 잔에 소금을 두르라고 명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마르가리타가 데킬라 데이지가 아니라 마르가리타인 이유와, 지금도 사랑 받는 칵테일이면서 그 아이덴티티를 지킬 수 있던 이유로는 입이 닿는 부분에 발려진 소금일 것이다.

 

어찌됐던, 이 칵테일 북에 씌여진 데킬라 사워는 최초로 소금이 발라진 데킬라 칵테일을 선보였다.

 

 

 

 

 

그렇다면 뭐가 원조일까?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 사실을 알 수 없다.

 

20세기 초반, 사람들은 칵테일을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식음료에 저작권이라는 개념도 없었던 시기였고, 아마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확실한 건,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 칵테일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확히 마가리타라는 이름이 언급된 건 1953년, 에스콰이어 12월호에서 멕시코에 휴가를 갔다온 기자가 쓴 글이다.

 

멕시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던 그는 데킬라, 코엔트로, 라임주스로 만들어지고 잔에 소금이 발린 마르가리타는 50센트에 즐겼고, 이는 더운 멕시코의 여름을 넘기는데 좋은 음료였다는 기사였다.

 

아마 그전부터 이 이름은 있었겠지만, 최초의 언급은 1953년이다.

 

 

 

 

 

그럼 왜 이 칵테일에는 마르가리타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여기에도 역시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붙였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데이지=마르가리타 설이 가장 유력하지만, 혹은 1930~40년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던 여성의 이름이었던 마가렛의 스페인어 마르기리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수많은 원작 주장자들은 대부분 멕시코에서 마르가리타라는 여성, 혹은 미국에서 온 마가렛을 위해서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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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마르가리타는 어째서 이렇게 인기가 있는 걸까?

 

그 인기 요인은 아무래도 소금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옆나라인 멕시코의 영향을 받은 미국은 1953년 이후로 데킬라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멕시칸 스타일이라 불리는 라임과 소금을 마시는 멕시칸 스타일 역시 유행했는데, 이 칵테일은 그 스타일을 완전히 칵테일로 재현했다.

 

술꾼들에게 마르가리타는 한 잔의 칵테일이면서, 동시에 좋은 안주거리였을 것이다.

 

단맛, 신맛, 짠맛이 모두 갖춰진 마르가리타는 1950~60년대에 대 유행을 했고, 그 인기는 단 한번도 시든 적이 없을 정도다.

 

그 증거로, 수많은 마르가리타의 변형 버전들이 증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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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가리타에 딸기를 넣은 스트로베이 마가리타를 필두로, 수많은 과일들이 이 칵테일에 들어갔다.

 

이후에 그 인기 때문에 아예 믹서로 만들어서 블렌더로 가는 프로즌 마가리타 역시 유행햇고, 마가리타에는 오만 과일들이 다 들어갔다.

 

특히나 베리류 과일들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종류가 많았고, 그로 인한 변종들 역시 넘쳐난다.

 

딸기나 베리류 외에도 흔히들 많이 넣는 과일만 추료, 망고, 복숭아, 바나나, 아보카도, 멜론, 파인애플 등 더 없이 다양하다.

 

심지어는 과일이 아니라 채소, 그러니까 오이나 셀러리, 비트를 넣기도 할 정도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마가리타는 무슨 짓을 해도 "먹을만한 맛"이 나온다는 데 그 장점을 볼 수 있다.

 

구조 자체가 단순한 만큼, 어떤 과일을 더하더라도 어찌됐건 간에 먹을 만한 맛이 나오는 데다가, 입에 먼저 들어오는 소금의 짠 맛 이후 달달하고 상큼한 맛은 그 자체로도 대부분의 것들을 마실 수 있게 만들어주니까 말이다.

 

심지어 마르가리타에 맥주를 꽂아버리는 무식한 칵테일 조차도 유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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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맥주인 코로나를 마르가리타에 박아버리는 코로나리타.

 

이 칵테일을 위해서 코로나는 210ml짜리 맥주를 출시했을 정도였다.

 

실제로, 마르가리타는 2004년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로 선정되기도 했을 정도다.

 

50년도 전에 만들어진 칵테일이 현재 진행형으로 인기가 많다는 점이 놀라움을 다름이다.

 

 

 

 

 

 

 

 

 

 

 

 

 

 

반면, 이렇게나 인기가 많은 칵테일이지만, 바텐더들 사이에서는 언제나 논쟁거리인 칵테일이기도 하다.

 

그 논쟁의 쟁점은 마르가리타에 들어가는 코엔트로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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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큐라소의 스탠다드이자 베스트셀러 코엔트로.

 

이 술이 과연 데킬라와 어울리는가? 는 바텐더라면 누구나 하는 의문이다.

 

대부분의 바텐더는 데킬라와 코엔트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데킬라와 코엔트로가 섞였을 때 나오는 비릿한 맛은 마르가리타의 마이너스요소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거기에 반발해서 1990년 샌프란시스코의 Julio Bermejo는 Tommy's라는 부모님의 레스토랑에서 과감하게 코엔트로를 뺴버리고, 단 맛과 아가베의 향을 더하기 위해서 아가베 시럽을 이용한 토미스 마르가리타를 내놓는다.

 

이 칵테일은 빠르게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았고, IBA(국제바텐더협회) 공식 칵테일 가운데 하나로 등재되기에 이른다.

 

마르가리타의 상징과도 같았던 코엔트로를 빼버린 결과가 오히려 유행이라니? 재미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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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내가 찍은거 아님)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맛있게 먹었던 마르가리타는 예전에 일본에 놀러갔을 떄 방문한 긴자의 바 미미에서 만들었던 마르가리타였다.

 

놀러가서 이것저것 마셔보면서 이야기하던 중, 손님들이 어떤 칵테일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오너 바텐더 미미즈카 물어봤다.

 

그는 여러가지 칵테일이 있지만, 자기가 만드는 마르가리타가 맛있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나에게 추천을 해줬다.

 

그때 마셨던 마르가리타는 블랑코 데킬라라고 가지고 있는 연한 요거트 같은 풍미가 도드라는 지는 칵테일이었고, 지금가지 마셨던 그 어떤 마르가리타보다 맛있었다.

 

궁금해진 나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어봤고, 친절한 미미즈카씨는 자기가 만드는 방식을 알려줬다.

 

"우선은 라임이 중요하다, 정성들여서 라임을 짜서 준비하고, 데킬라와 라임주스는 일반적인 마르가리타와 비슷하게 한다. 그리고 나는 마르가리타에 코엔트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향이 살짝 느껴질 정도로 2~3ml 정도의 코엔트로만을 넣고, 나머지는 시럽으로 대신해서 만든다."

 

나는 그럴거면 그냥 코엔트로를 빼고 오렌지 비터등을 더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어봤고, 그는 최소한 원본에 대한 예의로 남겨뒀다고 이야기했다.

 

이후에 나는 이 칵테일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서 노력했고, 100%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비슷한 느낌의 맛이 나는 마르가리타를 만들고 있다.

 

 

 

 

 

 

 

 

 

 

문제는 한국 사람 중에는 마르가리타 시키는 사람이 없고, 서양인들만 시켜서 이 스타일을 못 만든다.

 

서양인들은 저런 스타일의 마르가리타를 별로 안좋아하고, 좀 더 러프한 스타일을 선호하더라. 아마도 그 사람들에게는 그게 익숙한 맛일테니까.

 

 

 

 

 

 

 

 

 

 

 

 

뭐 그래도, 오늘은 한가하기도 했고 심심해서 데킬라에 그릭 요거트와 딸기 요거트를 넣고 섞어준 뒤에 걸러서 요거트 워시 데킬라를 만들었다.

 

내일 시험해봐야하겠지만, 꽤나 재미있는 마가리타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하여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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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댓글

2024.03.15

글은 재밌게 잘 읽었는데 미미즈카란게 사장 성인가? 왜 귀무덤이란 성이 있을까?

0
@charlote

모르겠음, 미미즈카 후지야스가 풀네임

0
2024.03.15

난 마가리타 맛없던데 쓰고 약맛 나

0
2024.03.16

정 보추

0

나도 마가리타가 제일좋음

0
2024.03.17

이거보고 만들러감

썩고있는 마니에르 처분해야지....

0
2024.03.18

오 오늘은 마르가리따~로 결정~!!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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