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바쁘냐'는 질문은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상대가 뭘 하고있을지 궁금한 사람의 애정어린 안부 표현이 될 수도 있고 일에 시달리지는 않는지 물어보는 배려의 표현이 될 수도, 무언가를 부탁하기 위한 둘러 말하기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겠다. 아쉽게도 마지막 경우의 의도를 담은 질문이 압도적으로 많아 나는 내 '바쁨'을 표현하는 데 능숙하지 못했다. 저 짧은 말 속에 내가 속한 상황과 여건을 가장 먼저 파악해야만 했으니까. 

  미소와 함께 어떻게 대답해줘야 할 지를 여러 번 저울질하게 만든 저 질문. 내 바쁨을 측정이 가능한 지표가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바로.. 바탕화면의 아이콘 수로 대강 가늠해 보는 것이다. 정리를 못 할 정도로 많아지면, 헉헉대고 있다는 의미라고 정의해본다.

회사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배경화면은 좀 더 흉측했읍니다.

파일 하나하나에 편집디자이너의 고충들을 담아보았다.

시나리오보다 좀더 현실감 있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였던가. 모두 실제상황을 토대로 담은 파일들이다.

진짜라니까요. 이틀만에 이렇더라니깐.

  '바쁨의 척도'는 쌓인 파일들을 보며 어렵지 않게 재 볼수 있었다. 평소에 저장/관리를 깔끔하게 해 두던 편인데도 일이 한번에 물밀듯 밀려오면 저렇게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폴더 한 가짓수당 한 가지 일이니 이틀 간격으로 보통 5-6가지 일을 작업하고, 피드백을 받아야 했다. 

  나는 이 아이콘을 쌓아두는 행위를 퇴사 당일 정중히 인사를 나눴던 그 다음날 다시 출근해서 주말까지 반복했고, 결국 일요일 즈음이 되고 나서야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사무실에서 조용히 짐을 싸서 나올 수 있었다.

  저렇게 내 바탕화면을 기록으로 남기는 행위가 분명 가능했을 작년의 나인데,

  어떤 상황에서도 '바쁘지 않아. 무슨 일이야?' 라며 화답한 나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타인에게 성실해지는 것보다 내게 좀더 성실해지는 것. 일보다 훨씬 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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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한 프로그램 / 소스

File-formats-collection / Freepik.com

Sandoll 격동고딕

Dinbol

둥근모

Adobe Illustrator Cs6

블로그에만 쓰다가 캣드립에도 올려오 헤헤

일러스트레이터로 아이콘을 만들어서 헤븐조선식 배경화면을 꾸며봤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