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입에 꼬나문다.
담뱃불을 저지하려는 대자연의 시린 화살 바람 세례를 왼손등으로 막아낸다. 손등이 따갑다.
오른손으로는 라이터 불을 킨다.
추위에 벌겋게 부어오른 엄지손가락은 힘이 들어가고 있는지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동상에 걸릴 거 같은 두 손을 얼른 외투 주머니에 넣고
주둥이에 단단히 고정시킨 담배를 있는 힘껏 빨아 들인다.
"타다다다다닷"
담배 타들어가는 소리가 이렇게 감미로울 수가 없다.
이 동네 새벽은 너무나도 고요해서 작은소리도 선명하게 들린다.
"후우우우"
일부러 의식해서 내뱉는 소리를 크게 낸다.
온갖 것 들을 내뱉는다.
거기엔 소소한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고 우울함과 열등감도 함께 있다.
내가 모르는 더 많은 것들도 있다. 분명 존재하지만 내가 미쳐 알지 못한 감정들이 있다.
들이마신 것은 담배 연기지만 내뱉을 땐 완전히 다른 것들이다.
담배냄새를 최대한 털어낸다.
아내가 잠에서 깨기라도 할까봐 조심히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다.
금연 한달차. 마누라는 그렇게 알고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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