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일상이라는 고문

 

 

-집

 

 

침대에 누워서  힐끔 책상위의 시계를 바라본다.

 

밤 9시가 다 되어가는 걸 보고는 기지개를 주욱 편다.

 

다 써가는 치약을 힘겹게 쥐어 짜내고 거울을 보며 겨우 양치를 시작한다.

 

거울 속에 있는 '나'를 뚫어져라 째린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정말 볼품 없는 인물이다.

 

"병신. 뭘쳐다봐 좆같이 생긴게."

 

나지막하게 거울 향해 짓거린다.

 

창문을 살짝 옆으로 밀어 연다.

 

좁은 틈새로 추운 공기가 날아와 볼을 떄린다.

 

오늘도 한파인 거 같다.

 

옷을 여러겹 껴입고 두꺼운 점퍼를 걸치고 아무렇게나 발에 쑤셔넣은 신발을 끌고

 

밖을 나선다.

 

 

-지하철

 

 

지하철이 들어오있다.

 

지하철 창 너머로 얼굴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그 짧은 순간에도 여려 얼굴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심장이 가빠온다. 내 앞에 어떤 사람들이 멈춰설까.

 

지하철 문이 열리면 시선은 어디로 두어야 할까

 

잡생각들이 마치 뿜어져 나오는 담배 연기처럼 머리속을 흐려놓고 어지럽게 한다.

 

순간 머리가 아득해 질뻔했다.

 

이윽고 지하철이 멈춰서고 문이 열린다.

 

시선들이 느껴진다.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 두렵다.

 

또 시작이다.

 

불안한 눈빛을 숨기고 빠르게 전철 안으로 들어간다.

 

출입문에 붙어 정면만 응시하며 두근 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숨을 내쉰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아. 나한테 관심 없다고.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필사적으로 되뇌이지만 멍청하고 불구같은 뇌는 도저히 알아먹질 못하고

 

심장에게 계속 빠르게 뛰도록 지시한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면

 

모두 나를 쳐다 보고있을 것이다.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숨소리 조차 내기 힘들다.

 

익숙해 질만도 한데 도저히 익숙해 지지 않는다.

 

손에는 땀이나고 눈동자는 계속 흔들린다. 다행인건 두정거장만 더 가면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참지 못하고 힐끔 뒤를 돌아본다. 역시 아무도 나를 쳐다보고 있지 않았고

 

안심했다.

 

"덜컹"

 

순간 다리에 긴장이 풀려 흔들리는 전철에 넘어질 뻔 한다.

 

얼굴이 달아오른다. 멍청하게 넘어질 뻔 했어.

 

이젠 분명 쳐다보고 있을 거야. 분명해.

 

아니야. 넘어 진 것도 아니고 살짝 휘청한 거 잖아.

 

다들 그런다고. 흔들리는 전철안에서는.

 

나를 진정시키려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지 멋대로다. 이멍청한 새끼는.

 

지친다. 사람이 많은 곳만 가면 반복되는 이 긴장감.

 

나는 왜 이럴까. 군중 앞에 서서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것도 아니고 주목을 받을 만한

 

상황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일상 속인데. 왜 난 이렇게 까지 불안해 하는 걸까.

 

이를 악 물고 빠르게 슬쩍 뒤를 돌아본다.

 

무표정하게 휴대폰을 바라보는 사람들, 손잡이를 잡고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는 사람들.

 

다시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내다본다.

 

한심하다.

 

평범한 일상이, 아무것도 아닌 순간들이

 

나에겐 고문같은 시간이라는게.

 

갑자기 나 자신에게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황급히 전철 밖으로 나온다. 숨을 크게 내뱉는다.

 

 

 

-횡단보도

 

역 밖으로 나와 조금만 더 가면 곧 내가 일하는 편의점이 나온다.

 

늦은 밤 이지만 항상 지나는 번화가의 큰 사거리 횡단보도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반대편 수많은 사람들의 눈동자는 모두 나를 비웃는다.

 

신호를 기다리는 차들의 헤드라이트는 눈동자 처럼 나를 바라보고 비웃는다.

 

그렇지 않겠지만, 모두 나를 비웃고 있다. 내가 그렇게 믿고있기 때문이다.

 

신호가 바뀌고 사람들과 스쳐지나가는 순간엔 시선을 바닥에 내리 꽂는다.

 

지나쳐가는 사람을 따라 내 모든 혈액이 자석처럼 끌어 당겨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여기서 부터 조금만 더 걸으면 한적한 골목길이다. 이 골목을 지나면 편의점이 나온다.

 

한밤중에 이 골목길은 음산하고 당장에 무엇이라도 튀어 나올 거 처럼 무섭지만

 

나의 출근 길중 가장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길이다.

 

최대한 느긋하게 한적함을 느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간다.

 

골목을 빠져나와 왼편으로 꺾으면 내가 일하는 편의점이 바로 눈앞에 있다.

 

오늘도 10분 일찍 출근했다.

 

항상 그렇다. 미움받는 것이 죽기보다 싫기 때문이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교대를 하는 사람은 한살 아래의 여자다.

 

그녀는 오늘도 문이 열리는 소리에 기계처럼 인사한다.

 

카운터로 들어와 시제를 점검하고 옆에서 그녀는 내가 점검하는 것을 바라본다.

 

돈이라도 빼먹는 사람 취급당는 거 같다.

 

시선 때문에 긴장이 된다.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시끄럽게 한다.

 

날 한심하게 보고있겠지? 못생겼다고 생각할까? 점검이 너무 느려서 짜증이났나?

 

바보같은 생각들을 걷어내고 겨우겨우 점검을 마쳤다.

 

"수고하셨어요"

 

"네 수고하세요"

 

카운터 안 쪽의 의자에 털썩 주저 앉는다.

 

평범한 하루가 시작 되었다. 매번 똑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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