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재업) 칠드런 오브 몰타 해라.

 

 

(첫글에 사진이 오류가 떴는지 안 나와서 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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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요약: 내가 해본 로그라이트 중 가장 깊이 있고 재밌는데 이게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로그라이크/로그라이트가 어떤 장르냐? 가난한 인디 게임 회사가 수십시간짜리 스토리를 짤 능력은 안 되는데 수십시간 플레이타임을 만들고 싶어서 한 번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하도록 해서 억지로 억지로 플레이 시간을 길게 하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죽으면 던전에서 모은 돈을 이용해 캐릭터를 업그레이드하는데, 나중에 가면 어차피 스펙 차이로 몹들을 깔아뭉갤 수 있는거 어거지로 죽지 않도록 안간힘을 써야 하는 이유를 모르게 된다.

 

(초창기 로그라이크는 아니겠지만 어째 요새는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본래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장르이기도 하다. 왜? 한 번 죽으면 '아 ㅅㅂ 한 번만 다시 해야지'라고 보통 사람들이 생각한다면 '아 ㅅㅂ 다신 안해 이딴 게임' 이런 생각이 난 우선 들기 때문이다. 그럼 스트레스 받을 거 왜 이 게임을 질렀냐고? 스팀 탭에 로그 라이크라는 게 내 기억엔 명시가 안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평범한 rpg일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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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맙소사, 트레일러에 이렇게 미려한 픽셀 그래픽을 보여주는데 마음이 안 끌릴 수가 없다. 게임은 일단 보기 좋고 봐야 하는 법이다.

 

내가 안 좋아하는 로그라이트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게임을 지난 3시간동안 듬뿍 즐겼고 엔딩까지 도전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 그럼 이 게임이 로그라이트의 틀을 답습하면서 어떻게 다른 게임과 차별성을 두고 메타크리틱 84점이라는 준수한 점수를 받았는지 한 번 최대한 묘사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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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멋진 스토리

 

앞서 말했듯이 로그라이트는 플레이 시간을 억지로 뻥튀기 시키려는 장르다. 스토리 같은 건 처음과 끝, 운이 좋으면 중간중간에 1~2번 진행하고 배경 설명이 던전 곳곳에 읽을거리고 떨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나도 안 읽고 너네들도 안 읽는 거 내가 다 안다.) 하지만 이 게임을 보고 가장 놀란 점 중 하나는 내가 플레이하는 3시간동안 꾸준히 스토리를 진행시켰다는 점이다. 던전 곳곳에 스토리 진행 요소가 결코 적지 않은 양으로 포진되어 있고 죽어서 나오면 컷신으로 이에 관한 스토리가 진행이 된다. 몹한테 죽으면 죽은 느낌이 안 들고 일반적인 rpg의 한 스테이지를 깬 느낌이 들 정도다.

 

시놉시스는 대충 세상의 멸망이 다가와서 세상을 수호하는 가족이 원인을 파악하고 악을 물리친다는 뻔한 스토리인데 여기서 강조점은 '가족'이다. 게임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모두 '버그슨' 가족의 일원이고 스토리 진행도 이 가족과 가족애, 가족의 사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첫번째 보스 몹을 깨고 나왔더니 가출한 막내 아들이 단검 하나 들고 보물을 이빠이 가져오고, 아빠(첫번째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이걸 가지고 야단치다가 결국 막내도 가족의 사명을 띤 일원이라는 걸 인정하곤 정식으로 훈련시켜준다는 식이다. 그리고 물론 그 막내아들은 다음 플레이 때 도적 캐릭터로서 해금이 되어 있다.

 

던전에 죽어서 나오면 장남은 마당에서 수련하고 있고 장녀는 지 방에서 바이올린을 켜고 있고 막내 아들은 아빠랑 야구를 하고 있다. 다른 때는 그냥 가족들이 전부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기도 한다. 소소한 재미다.

 

하지만 요약에도 적었듯이, 과연 후반부에도 이 정도 밀도로 스토리를 진행시킬까 의문점은 든다. 현재 플레이어블 캐릭터 6명 중 4명이 벌써 해금되었으니 말이다;; 초반에만 플레이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스토리를 이빠이 넣었다가 후반부에는 수시간에 한 번 꼴로 스토리 컷신이 나오는 건 아닌지 걱정이 벌써부터 된다. 하지만 하기 전까진 모르는 일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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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캐릭터들

 

로그 레거시라는 로그라이트 게임을 해본 분은 아시겠지만, 그 게임 워리어, 나이트, 닌자 등의 클래스는 나눠놓은 주제에 모든 캐릭터들이 전신 갑옷을 입고 있고 전부 한손검을 들고 있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디자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위에 캡쳐해 놓은 캐릭터 선택 창을 보시라. 보기만 해도 어떤 캐릭터를 선택할지 행복한 고민이 되지 않는가?

 

아직 해금시키지 못한 2 캐릭터를 제외하면 각각 검방 전사(아빠), 궁수(장녀), 로그(막내아들), 몽크(장남)이다. 굉장히 클래식한 rpg식 캐릭터들이다. 일부 능력치만 다른 채 기본 플레이 방식은 대동소이한 다른 로그라이트와는 다르게 공격 방식에서 스킬셋까지 모든 점을 다르게 해 놓았다. 캐릭터마다 플레이방식이 마치 오버워치에서 다른 클래스를 플레이하는 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리고 각 클래스마다 제작진이 의도한 플레이 방식이 2가지씩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막내 아들은 전통적인 도적캐 같이 은신과 메즈 기를 쓰는 스킬들과 공격하면 공격할수록 공격 속도가 빨라지는 스킬 이렇게 두가지 루트가 있는 게 보인다.

 

각 캐릭터들이 레벨 4를 달성할 때마다 가족 전체에게 버프가 발생한다. 한 캐릭터만 파지 말고 다양하게 하라는 얘기다. 한 캐릭터만 잡고 오래 하면 캐릭터가 상태이상에 걸려 어느 정도 다채로운 플레이를 강요하는 게 있다. 돚거를 잘하고 싶던 나로서는 약간 불만인 점이지만 이런 걸 안 해놓으면 한 캐릭터로만 단조로운 플레이를 하는 인간이 생기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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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게임 플레이

 

솔직히 로그 라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아니겠는가? 다행스럽게도 액션 요소가 매우 재밌다.(아빠인 검방 전사는 지루하고 너무 약한데 아직 육성을 덜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는 한마리 한마리를 심혈을 기울여서 잡기보다는 핵앤슬래시에 가까운 형태를 하고 있어서 액션은 꽤 시원시원하다. 특히 돚거인 막내 아들을 잡으면 빠른 스피드로 몹 여럿을 잡는게 꽤 짜릿하게 느껴진다.

 

비슷한 플레이 방식인 위저드 오브 레전드와 비슷하게 던전을 진행하면 q, shift, 우클릭에 배치할 수 있는 스킬을 하나씩 주지만 결국 스킬보다는 나의 컨트롤이 더 중요하다는 느낌이 준다. 파고 들어서 연습할 의욕이 느껴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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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단점 & 총평

 

경우에 따라선 특정 캐릭터로는 도저히 진행이 안 될 때가 있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막내 아들이라 막내 아들을 자꾸 예시로 들게 되는데;; 궁수가 많은 맵에서는 초 근접으로 공격해야 하는 막내 아들은 아무래도 좀 불리하다. 마찬가지로 저격수인 장녀나 방패가 있는 아빠를 좀 더 선호하게 된다.

 

또 몹들 배리에이션은 지금까진 좀 단조롭다는 인상이 있다. 가끔 가다가 일반 몹에 번쩍거리는 이펙트를 첨가하고 이것저것 특수 효과를 붙인 디아블로식 네임드도 가끔 나오는데 별로 인상적이진 않다.

 

하지만 던전 앤 드래곤식 클래스로 구성된 가족이라는 내러티브가 굉장히 신선하고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 얼마 안 되는 로그라이트 게임 중 하나다.

 

가격 값을 하는지는 좀 더 해봐야 말할 수 있겠지만 도전하고 싶다면 질러라.

 

 

 

 

1개의 댓글

2019.09.09

후반 스토리 밀도는 살짝 떨어지는 감은 있지만 몰입도 깨질 정도는 아님. 스테이지단 4~5 플레이스루는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 짠거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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