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걸어서 땅끝마을까지_24화

주의! 감성적이고 사적인 여행담이므로 껄끄러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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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땅끝마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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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

맑음, 더움

 

9.22.JPG

(예상 이동거리 32.23km)

 

어제 저녁을 먹고 게스트 하우스에서 쉬고 있을 무렵, 호스트가 다시 찾아 왔다.

 

호스트의 두 손에는 감자칩, 스포츠 음료, 맥주 2병을 들고 있었다.

 

친절하게도 내일 떠날때 스포츠 음료를 챙겨가라고 하면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그 다음엔 거실에 나와 마주 앉아서 서로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호스트가 왜 이렇게 친절하고 호의적인지 궁금했으나, 서로 대화를 나누니 그제서야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젊었을 적에 호스트는 8개월간 대륙(중국, 인도, 동아시아)을 통과하는 횡단 여행을 다녔다고 했다.

 

그의 여행담은 너무나도 흥미로웠다. 어디선가 음식을 잘못 먹어서 탈이 난 것과 분쟁 지역에서 봉사활동 중 목숨이 위험했었던 일 등등

 

그래서 나처럼 걸어서 또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여행객들을 보면 동질감과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고 했다.

 

그는 독일에서 유학 생활과 그 이후의 삶을 살다가, 모종의 이유로 한국으로 들어와 귀농을 했다고 말했다.

 

귀농을 한 이후 이곳에 수 많은 여행객들의 꿈인 게스트 하우스를 직접 손으로 리모델링을 했다.

 

호스트는 여행객들을 맞이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단편적인 면모만 보았지만, 그는 정말 강한 사람 같았고 자유로우며 능력이 있었다.

 

그와 이야기 중에는 '공감' 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으며, 그 부분에 대해서 서로 토론을 하기도 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종교, 사상, 가치관 많은 부분이 나와 잘 맞았고 덕분에 시간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 꽃을 피웠다.

 

특히 어린 왕자의 구절을 사용한 것과 무라카미 하루키에 언급하며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비록 현재는 구설수에 많이 오르지만, 한비야씨가 언급했던 '고생해야 풍광이 달라진다' 라는 말이 상당히 와닿았다.

 

이걸 설악산 미시령 휴게소에 대입하며 그 때의 이야기를 호스트에게 경험담을 나눠주었다.

 

그렇게 밤 12시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고, 내일 서로 일정이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대화하기로 했다.

 

비록 초면이기는 했지만, 굉장히 친숙했고 서로 여행에 대해 나눈 부분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호스트에겐 다시 기회가 된다면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덕분에 푹 쉬고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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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준비를 마치고 게스트 하우스에서 먹은 아침)

 

이젠 거의 일상이 된 듯, 머리를 감고 밥을 먹고, 씻고 볼 일을 보고나서 빨래를 정리하고 집을 나갔다.

 

그의 호의적인 태도와 친근함에 하루 더 묵고 싶었지만, 어째선지 떠날때는 떠나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들어 발걸음을 옮겼다.

 

주저함이 있음에도 이제는 습관이 된 것인지, 무거우면서 무겁지 않은 나의 배낭을 들고나서 운동화를 신고 끈을 조인 후에 목적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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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는 꽤나 더웠다.

 

어제 약간 늦게 잔 탓에 늦게 일어 났는데, 막상 출발하고 이동할 거리를 보니 31km 정도 되었다.

 

순간 잘못 본거겠지 싶었지만, 다시 측정해 봐도 바뀌지 않았다.

 

순간 멍해지더니 현실을 직시하고 정신차린 후에 오늘은 좀 빨리 걸어야 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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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에서 작업 하시던 아저씨)

 

나가는 길목에 작업 중이시던 아저씨들께 인사를 드렸다.

 

대단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워 주시면서 칭찬을 해주셨다.

 

감사한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이제는 약간 무덤덤 해진 느낌이었다.

 

거의 다 와서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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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 사이에 도로가 나있었는데 꽤나 볼만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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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에 올라가 보고 싶었지만, 일정이 급해서 그냥 지나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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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해가 쨍쨍했다.

 

아주 어마어마 하게 말이다. 오랜만에 땀을 주륵주륵 흘렸다.

 

국도는 왕복 2차선 뿐이어서 꽤나 위험했다.

 

지나다니는 차량도 생각보다 많았고 갓길이 그리 넓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여행으로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내가 걸으면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마지막 1시간과 4km를 걸을 수 있는 의지라고 대답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껏 게임, 공부, 그 무엇을 하던 간에 중간 또는 끝자락에서 항상 포기하곤 했는데, 그걸 이제서야 딛고 끝까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그걸 조금 더 깨닫게 된 것 같다. 아침에 그렇게 나가기 싫었음에도, 편안함과 친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고통스럽고 힘든 길을 다시 나아가는 모습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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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가 준 선물. 덕분에 가는 길이 더 수월하게 느껴졌다.)

 

점심은 지나가는 길에 있는 기사 식당에서 먹었다.

 

밥을 먹고 나와서 벤치에 쉬고 있던 중에 등산복을 입고 있던 아저씨가 나에게 산에 가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끝나가는 도보 여행이라 말했더니 대단하다고 말하면서, 본인들은 쉬는 날에 친구와 함께 같이 산에 다닌다고 말했다.

 

등산을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내가 미시령에 가본적이 있냐고 했더니 당연하다고 하셨다.

 

그곳을 걸어서 넘어 왔다고 하니 조금 놀라는 눈치이긴 하셨다.

 

첫 날에 개고생하면서 올라가 속초를 바라본 모습은 아직까지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황량한 듯한 주차장에 기지국이 보이고 푸세식 화장실과 고장난 자판기. 그리고 저 멀리 수평선이 보이는 푸른 동해와 산으로 둘러싸여 둥지를 품듯 그 사이엔 사람들이 만든 인공적인 도시가 있는 멋진 곳이었다.

 

그렇게 대화를 하다 문득 내 배낭을 슥 들어 올려보시더니 아무말 없이 쳐다보곤 서로 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곤 마무리를 잘하라는 말과 함께 떠나며 서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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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해남군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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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멋있어서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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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 마을이 표지판에 나오기 시작했다.)

 

숙소로 이동 하는 길에 조금 지루해질 무렵 학교에 있는 친한 동기 동생에게 전화가 왔고, 나의 현재 상황 그리고 느낀것,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역시 그 동생도 학업이 꽤나 벅찬 듯 한 눈치였다.

 

언제 같이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대화를 마쳤다.

 

 

내일이면 이 여행이 완전히 끝난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징글징글 했지만 여행이 끝나면 분명 섭섭할 것이 분명하다.

 

매일 걷기만 한 이 여행이 마침표를 찍는다.

 

드디어 끝이 보인다.

 

나는 나로부터 정말로 극복 했을지, 아니면 변한 것이 없는 그대로 일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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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마지막 편입니다.

5개의 댓글

2019.09.21

이야.... 진짜 대단하다

1
2019.09.22

크흐 므찌다!!

1
2019.09.22

대단하네.. 땅끝에서 배타고 가면 우리 외가쪽인대..

멋지다 야.. 겁나먼댕

 

1
2019.09.22

태풍조심하라 단디하라

1
2019.09.23

다왔네 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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