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오랜 만에 시 한 편 씁니다.

제목: 탓

 

 

술 때문일까.
붉게 충혈된 눈과 상기된 볼을 한 처녀는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턱을 괸 채 달을 보고 있었다.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과 과자 한 봉지 사서 털어버린 울분은
별길 따라 달로 가고

 

필연처럼 올 아침에 오른손 소주병 쥔 채 고개 숙여
눈물길, 땅으로 가고

 

말없이 그녀 쳐다보던 청년.
그 눈에서 그녀가 느낀 건 동정이었을까.

 

6초.

 

둘은 말없이 시선 거두며
청년은 갈 길 가고 처녀는 소주를 입에 털었다.
그것은 상련(相憐)이었으리라.

 

다 비우지 못한 소주 하수구에 털고 일어나
아침에는 어깨에 맸을 가방 질질 끌며.

 

위장을 메운 소주.
비 뚝뚝 떨어지다.

 

위를 보고 살짝 벌린 입에 맞닿은 물방울 한두 개
그 물방울에서 확 하고 풍기는 아스파탐과 알코올 냄새.

 

다 끝난 후의 눈물에서 나는 알코올 향은 소주 탓이 아니다.
분명 해가 거의 다 뜬 새벽에 보이는 저 달 때문이다.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조회 수
3976 [창작 글] [바람과나라 : 이고갱] 제 18화. 귀멸의 화살 트리플7 2 2022.06.27 252
3975 [창작 글] [바람과나라 : 이고갱] 제 17화. 여자 셋은 힘들어 트리플7 2 2022.06.24 194
3974 [창작 글] 현실 속 아포칼립스 개의레시피 2 2022.06.24 162
3973 [창작 글] 구의 자리 - 1 송Tez 7 2022.06.23 1034
3972 [창작 글] [바람과나라 : 이고갱] 제 16화. 전쟁과 증오 트리플7 2 2022.06.22 226
3971 [창작 글] 느시 들풀 1 2022.06.21 122
3970 [창작 글] 원신단편) 이 밤이 지나면 1 Plasir 2 2022.06.21 159
3969 [창작 글] [바람과나라 : 이고갱] 제 15화. 예진이의 집으로 트리플7 2 2022.06.20 181
3968 [창작 글] [바람과나라 : 이고갱] 제 14화. 납치된 서유, 그리고 트리플7 2 2022.06.17 239
3967 [창작 글] 뭘 쓰고싶은지 모르겠네 들풀 2 2022.06.17 121
3966 [창작 글] 유년기에 오르다 송Tez 2 2022.06.17 163
3965 [창작 글] 글쪼가리 #193 Plasir 1 2022.06.16 122
3964 [창작 글] [바람과나라 : 이고갱] 13화. 여신의 xx한 교육 1 트리플7 2 2022.06.16 199
3963 [창작 글] [바람과나라 : 이고갱] 12화. 원샷맨 트리플7 2 2022.06.14 206
3962 [창작 글] [바람과나라 : 이고갱] 11화. 주작누나의 질투 트리플7 2 2022.06.10 208
3961 [창작 글] 원신단편) 법수와 율법, 그리고 두부 2 Plasir 2 2022.06.09 153
3960 [창작 글] [바람과나라 : 이고갱] 10화. 게임 체인저 트리플7 1 2022.06.08 198
3959 [창작 글] 멍멍이는 멍 해서 멍멍이다 1 고기방패징집창병 1 2022.06.08 128
3958 [창작 글] 창작 글) 샌드백 복서 1-1 인생 1 2022.06.06 107
3957 [창작 글] 자작소설) 유인도1-1 인생 1 2022.06.05 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