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탓
술 때문일까.
붉게 충혈된 눈과 상기된 볼을 한 처녀는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턱을 괸 채 달을 보고 있었다.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과 과자 한 봉지 사서 털어버린 울분은
별길 따라 달로 가고
필연처럼 올 아침에 오른손 소주병 쥔 채 고개 숙여
눈물길, 땅으로 가고
말없이 그녀 쳐다보던 청년.
그 눈에서 그녀가 느낀 건 동정이었을까.
6초.
둘은 말없이 시선 거두며
청년은 갈 길 가고 처녀는 소주를 입에 털었다.
그것은 상련(相憐)이었으리라.
다 비우지 못한 소주 하수구에 털고 일어나
아침에는 어깨에 맸을 가방 질질 끌며.
위장을 메운 소주.
비 뚝뚝 떨어지다.
위를 보고 살짝 벌린 입에 맞닿은 물방울 한두 개
그 물방울에서 확 하고 풍기는 아스파탐과 알코올 냄새.
다 끝난 후의 눈물에서 나는 알코올 향은 소주 탓이 아니다.
분명 해가 거의 다 뜬 새벽에 보이는 저 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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