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바람과나라 : 이고갱] 7화. 그녀의 정체

제 7화
         그녀의 정체






"저... 내치지 말아 주세요."
서유는 태환의 앞에 다오더니 고양이처럼 자세를 숙여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만큼 고개를 내밀었다.


"뭐든 할게요..."
그렇게 말하곤 인어처럼 자세를 고쳐 앉더니 한 겹 남은 소복마저 벗으려 했다. 


"잠...잠깐만..."
태환은 다급하게 서유를 붙잡았다.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무슨 일이야?"
태환의 질문에 서유는 잠시 동작을 멈추더니 말을 시작했다.


"제가 단계만 높고 공력증강도 쓸 수 없는 가치 없는 도사라는 거 잘 알아요...
 그래서 늘 조에서 쫓겨 났어요. 
 능력은 부족한데 배분은 똑같이 가져가려 한다고... 
 저는 부양 해야 할 동생이 있어서 벌이도 포기할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58단이 되도록 전갈굴도 못 가고 자호굴에서 사냥하고 있던거에요... 그나마 단이 낮은 격수들은 저라도 
 데려가려 하니까..."


서유는 자기 무릎을 끌어안고 무표정한 표정으로 덤덤히 말을 이어갔다.


"저번에 왜 주막에서 동료를 구해 보지 않냐고 물으셨잖아요... 사실 해봤었어요... 그런데 예전에
 같이 사냥했던 격수 무리가 공증도 못 하는 도사라고 절 손가락질하면서 비웃더라구요. 
 그 뒤로는 주막도 피하게 됐어요..."


"혹시 왜 공력증강을 쓸 수 없는지 말해 줄 수 있니?"
태환은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저는 신수계 산봉우리에서 스승님께 가르침을 받고 있었는데, 어느 날 사신단이라는 무리가
 신수계를 점거하러 쳐들어 왔어요. 그때 전 공력증강을 잘못 쓰고 사신단의 칼에 한번 죽었어요."


"뭐?"


"다행히 제 스승님이 곧 오셔서 저를 부활시켜 주셨어요... 스승님이 멀지 않은 곳에 계셔서 
 살았지, 그렇지 않았다면 전 부활시기를 놓치고 죽었을거예요... 그 후로는 공력증강을 제대로 못써요...
 써도 항상 실패하고, 위험한 적들이 있는 곳에선 제 스스로가 시도조차 못해요...
  저는... 제 동생은 꼭 정상적인 삶을 살게 해주고 싶어요.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에게 버림받아
 제 딸처럼 자란 동생... 이제 혼기도 얼마 안 남았는데... 저와는 달리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해주고 싶어요...
 도사가 99단이 되면 부활을 배울 수 있어서 많은 곳에서 찾는다고들해요.
 저는 99단 도사가 되어서 동생 혼사를 잘 시켜 주고 조용히 산속에서 사는 게 제 꿈...이예요."


태환은 서유의 겉옷을 들어 서유에게 둘러 주었다.


"그래. 참 어른스럽네. 그런데 우선 나랑 예진이는 너를 내치려 했던 게 아니야. 낮엔 장터에 갔었고,
 자호굴에 들린 건 아주 잠깐 비철단도를 주우러 간 거야. 
 서유야. 넌 든든한 도사야. 자신감을 가져."


서유의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감사해요. 그런 말 들어 본거... 처음이예요."


태환은 서유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일어나. 너무 늦었으니까. 데려다줄게."


밖은 어느새 낀 구름에 달빛이 약해진 어두운 밤이었다.
태환은 주모에게 횃불을 빌려 주막을 나섰다.


"주막이랑 가까운 곳이라 그랬었지? 어디로 가면 돼?"


"사실... 그렇게 가깝진 않아요..."


서유와 가을뫼 일행이 처음 만났던 날, 서유가 주막에서 집이 가깝다고 말한 것은 
더 이상 실례하지 않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서유의 집은 주막에서 남동쪽으로 제법 가야 했다.


두 사람은 선선한 밤바람을 맞으며 반은 달빛에 반은 횃불에 의지해 길을 걸었다.


"내일부터는 너무 아침 일찍 나와 있지마. 너만 기다리잖아. 차라리 일찍 올 거면 우리가 있는
 주막으로 와서 같이 출발하자. 너가 와서 기다리면 예진이도 아마 좀 더 일찍 준비할 거다."


"네. 감사합니다."


서유의 대답을 듣고 태환은 피식 웃었다.
"뭐가 그렇게 감사한 게 많냐."
"..."


그렇게 주막을 떠나온 지 30분쯤 되었을 때 두 사람은 어딘가 약간 엉성한 초가집에 도착했다.
서유는 그 초가집 앞에서 다 왔다고 말했다.


"그래 잘자고 내일 보자."


"저..."


"응?"


"가을뫼님... 그... 그... 밤이 너무 늦었는데... 혹 여기서 주무시고 가실래요?"


라면없는 라면먹고갈래요를 들은 태환은 당황했다.
'응? ... 아까는 현자 타임으로 잘 넘겼는데 여기서 이래 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잖아.
 여기서 자고 갔다가 내일 예진이가 알면 어우...'


"난 밤눈이 밝아서 괜찮아. 어여 자 내일 강도높게 사냥할 거니까."


"네...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서유는 가을뫼가 사라지는 먼발치까지 서서 보았다.






 다음날 아침. 서유는 가을뫼의 말대로 주막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서유야 가을뫼씨에게 협박을 받았다면 조용히 해골죽장을 흔들렴. 
 너가 이렇게 꼭두새벽부터 주막에 와 기다리고 있는 건 이 사람의 사주가 틀림없어."
예진은 아직 잠이 덜깬 듯 눈을 온전히 뜨지 않은 채 말했다.


"야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안 그래도 제일 늦게 나온 사람이."
태환은 어제 서유를 본 일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빠르게 핀잔을 주며 말을 막았다.


"언니 죄송해요... 제가 다음엔 좀 더 천천히 올게요."


태환은 동의하지 않았다.
"아냐. 내일은 전갈굴에 가 볼건데 일찍 모이는 게 나아. 예진이가 일찍 일어나면 돼."


"흥, 아주 계~속 그렇게 해요? 응?"
예진은 가을뫼가 묘하게 서유를 편드는 것 같아 화가 났다. 


태환은 예진의 어깨 툭, 토닥이며 말했다.
"네가 여기 조에서 서유보다 선배니까 너한테 뭐라 하는 거지. 윗물이 맑아야 하지 않겠냐."


예진은 한 풀 잠잠해졌다. 내심 자신이 서열 2위라는 것을 인정받아서 조금은 기분이 풀린듯했다.


이날, 자호굴에서의 마지막 사냥은 성공적이었다. 모두가 레벨업을 했고, 마지막 굴에서는 
다시 등장한 새로운 적호를 잡아 철도를 얻기까지 했다. 


태환은 서유와 어제 있었던 일 때문에 다소 어색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원래 서유는 말 수가 적었던 
편이라 본인만 평소처럼 행동하면 아무상관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행히 서유도 어제일로 태환을 딱히 불편해 하는 것 같지 않았다. 
다만 서유가 자기를 좀 더 자주 쳐다보는 것이 이전보다는 좀 더 눈치를 보게 된 것 아닐까, 태환은 생각했다.


 이튿날 일행은 가을뫼의 결심대로 전갈굴로 사냥터를 옮겼다.
전갈들은 자호들에 비해 다소 강한 것이 느껴졌지만, 서유가 혼마술(도사가 부리는 저주)을 걸면
가을뫼의 투혈영식에 대부분 한 방컷이었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사냥을 하자 오전 사냥만으로도 가을뫼와 예진이 레벨업했다. 
예진은 이 엄청난 승단 속도에 또 감탄하며 기분이 한껏 고조 되었다.


"아으! 짜릿해 역시 승단이 최고야! 하 날아갈 것 같아~"
예진은 승단할 때 자기를 휘감았던 휘광처럼 한 바퀴 빙글 돌았다.


'흠. 경험치 상한이 없다는 생각이 맞았던 것 같네. 좋아 여기서 60까지만 크고 인형굴을 뛰자
 그러면 그때야말로 돈도 벌고 레벨업도 하는 최상의 구간이겠다.'
태환은 예전 바람과나라를 플레이하던 시절 인형굴에서 호박이 무척 많이 나왔던 것을 기억했다.


이세계에 조금 적응이 된 태환의 1차 목표는 우선은 집살 돈을 벌어 정착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지존(99렙)미만이 사냥할 수 있는 곳 중 가장 돈벌이가 좋은 인형굴과 
세작의 집이 필수로 가야 할 사냥터였다.


1굴까지 역주행도 마친 가을뫼 일행은 점심을 먹기 위해 주막으로 향했다. 


오늘은 서유가 동생이 점심에 먹을 것을 미리 준비해 놓고 나와서  서유도 둘과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주막에 도착하자, 평소보다도 더 늦은 시간에 와서 그런지 다른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주모~ 오늘의 국밥 3개요."
태환은 주모를 부르며 주문했다. 주모는 부엌에서 나와 "알겠습니다~."라고 외치고 다시 들어갔다.


밥이 나오는 동안 예진은 자신이 앞으로 배워야 할 마법목록을 체크하고 있었고 
서유는 시선을 떨구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예진이 마법목록 두루마리를 둘둘말아 소지품 보따리에 집어넣으며 입을 열었다.


"가을뫼씨, 어쩌면 우리, 이제 그때 그 암살범보다 강해지지 않았을까요?"


잠깐 딴생각하고 있던 태환은 정신이 돌아왔다.
"어? 누구?"


"그때 주모언니를 죽인 그 인간 말이예요."


아... 그 검은 옷의 팽경지 라는 암살자...
"아니 그 사람은 99단이야. 아직 우리가 더 그 사람보다 강하려면 멀었어."


"에? 그걸 가을뫼씨가 어떻게 알아요?"


'앗...무심결에...'


"나는 궁사잖아. 내 눈으로 그 사람의 동작을 보면 그 정돈 충분히 추측할 수 있지. 우린 아직 멀었어."
태환은 적당히 둘러댔다.


"두 분은 그 사건 때도 주막에 계셨어요?"
서유가 물었다. 
주모피살사건은 워낙 유명해 서유도 들었지만 두 사람이 그 사건에 휘말렸던 것은 전혀 몰랐다. 


"아 그때... 우리가 목격자거든."


"주문하신 국밥 나왔습니다. 오늘은 닭고기가 듬뿍 들어간 닭고기 국밥이예요."
주모가 쟁반에서 국밥을 내리며 말했다. 주모는 무절임까지 마저 내리고 부엌으로 돌아갔다.


"으... 언젠가 더 강해지면 주모언니의 복수하고 싶은데."
예진은 밥을 한술 뜨며 말했다.


"아서라. 그 작자가 어떤 사람인지, 동료가 있는지, 뭐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데 함부로 덤비면 안 돼.
 우리가 승급자라도 되면 모를까."


"저두 알긴 알죠... 속상해서 그래요. 저 새로 온 주모언니를 볼 때마다 예전 주모언니가 생각난단 말예요."
태환은 더는 말을 않고 묵묵히 밥을 먹었다.


***


일행은 점심을 다 먹고 나서 잠시 개인정비시간을 가진 후 2차, 오후 사냥하러 나섰다.


모두가 비영사천문을 쓰고 전갈굴 입구에 와서 동굴로 들어가려는 순간, 
태환은 갑작스레 가슴에 통증을느꼈다.




"억!"
앞장서 들어가던 가을뫼가 갑자기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자, 서유와 예진도 놀라서 멈췄다.


"무슨 일이예요? 왜 그래요?"


태환은 꿈을 통해 주작누님에게 받았던 그 목걸이가 가슴을 강하게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그래서 태환이 목걸이를 벗어 버리려 팬던트 같이 생긴 목걸이의 중앙 장식을 잡았는데 
너무 뜨거워서 화들짝 놓아버리고 말았다.
 
"앗! 뜨거!"


『동굴에서 물러나세요.』


'내가 미쳐가나? 왜 이 목걸이가 말을 하는 것 같지.'
태환은 목걸이가 가슴에 닿지 않게 하기 위해 상체를 조금 굽힌 채로 전갈굴 쪽을 쳐다 봤다.


그때 굴 안으로부터 강한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뭐지 이 기분 나쁜 느낌은?'


"모두 동굴로부터 멀어져!"
태환이 그렇게 외치자마자 동굴에서 누군가 뛰쳐나왔다. 


검은색 옷을 입은 그 사람은 단번에 서유를 향해 몸을 날렸다.


"서유야! 위험해!!"
태환이 다급히 말했다.


[차...차폐]!!!
서유의 외침과 함께 서유의 주변에 보이지 않는 벽이 세워졌다.


검은 옷의 암살자는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치고는 놀랄 정도로 빠르게 예진을 향해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방향을 바꾼것과 동시에 [투명]을 썼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타척보]!!       (주변에 은신한 대상의 투명화 상태를 해제하는 궁사의 감지 마법)


암살자의 투명은 풀렸지만 그는 어느새 예진의 한 발 앞에 와 있었다.


"진'자천무.."
당황한 예진이 주문을 미처 다 외우기 전에 암살자의 예리한 단도는 예진을 찌를 정도로 가까워졌다.


"안 돼!!!"
태환은 예진을 향해 몸을 날렸다. 


태환이 몸을 날려 대신 칼에 맞을 그 찰나, 태환의 목걸이가 폭발하더니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화르르륵륵』






눈이 빛에 적응해 앞이 보일 때쯤 되자,
눈앞에는 불에 휩싸인 커다란 새가 날갯짓을 하고 있었고
그 앞에 암살자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불길에 휩싸여 타고 있었다.
암살자는 괴로워하며 좌우로 미친 듯이 구르고 있었다.


태환은 숨을 고르며 죽어 가는 암살자를 향해 외쳤다.
"상...태창"


[도적] [99] [팽경지] [고구려]


팽경지는 이내 숨이 멎었는지 상태창이 꺼짐과 동시에 움직임도 멈췄다.


불에 휩싸인 새는 태환 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발에 쥐고 있던 두루마리를 던졌다.


『대모께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그것을 사용해 부여진입로 북쪽에서 돌문을 찾아 신수계로 오십시오.』


아까 목걸이로 부터 들린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또 울렸다.


불길을 거둔 새는 그 외형이 주작 같아 보였다. 


"대모? 대모가 누...?"


주작은 할 일을 다 마친 듯 미련 없이 뒤를 돌아 멀리 날아가 버렸다.
태환은 몸을 일으키며 목걸이를 보았다. 
목걸이는 장식이 깨진 채 수명을 다 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검은 연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꼼짝 못 하고 서 있던 예진은 천천히 태환에게 다가와 품에 안겼다.
태환은 예진이 파르르 떠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저 사람... 저 사람 혹시 그때 주모언니..."
"맞아. 그 자식이야. 이제 괜찮아. 확실히 죽었어."


태환은 예진의 등을 토닥였다.
"흑흑...흑. 너무 놀랐어요..."


서유는 혹시 다쳤을지 모르는 두 사람을 위해 [태양의기원] 외우며 다가왔다.
"가을뫼님... 혹 대주작님을 아시나요?"


서유의 물음에 태환은 퍼뜩 아까 주작이 남긴 말이 떠올랐다.
'대주작? 대모는 뭐고 대주작은 뭐지? 대주작은 주작누님을 말하는 건가?'


"...그 분이 대주작인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이 세계...  이 나라 올 때 만난 주작님이 있긴 해."


"혹 그 분이 사람의 형상을 하시진 않았나요?"


"응 사람의 모습이었는데?"


서유는 너무 놀라 잠시 말문이 막힌듯했다. 그러더니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사람의 모습인데 어떻게 주작님인 줄 아셨죠?"


'어.. 그 뭐라해야 하나... 난 당연히 알겠었는데..'


"어... 딱 봐도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고... 아 그래 방금 주작이 튀어나온 이 목걸이도
 그분이 주신거야."
태환은 한 손으로 목걸이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대주작님을 실제로 뵈었다니..."
서유는 잠시 넋을 놓은 듯했다.


"서유야, 대주작님이란 게 뭐고, 방금 주작은 또 뭐고, 그 주작이 말한 대모는 뭐야? 너는 뭘 좀 아는 것 같은데."


"가을뫼님은 확실히 이곳에서 태어난 분이 아니군요."
서유는 모두가 알만한 것을 태환이 묻는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좀 먼 곳에서 오긴 했어..."


"대주작과 대모는 같은 분을 의미 하는 거예요 대주작 대모 여화.  여화는 대주작님의 이름이고 대모는 대주작님을
 지칭하는 말이예요."
서유는 그렇게 설명을 시작했다.


이 세계 '바람과나라'에는 청룡 주작 백호 현무 라는 사신수가 존재했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가 아니고
똑같이 청룡, 주작, 백호, 현무로 불리는 환수들이 여럿 존재 했다. 단, 그들을 이끄는 우두머리이자, 
환수가 아닌 신으로서 권능을 발휘할 수 있는 신수는 각기 한 명.


대주작 대모 여화
대현무 지장 한연
대백호 두수 괄무
대청룡 두취 유루  이렇게 넷이었다.
이 넷을 필두로 모든 환수들은 자기 수장에게 복종했고 천계는 이 신수들을 통해 하계를 다스렸다.


서유의 설명을 다 들은 태환은 아직도 안겨 있는 예진을 조금 풀어내고 주작이 던져 주고 간 두루마리를 열어 보았다.


[띠링 - 부여성비서를 얻었다.]


"헤에, 부여성비서네. 이 비싼걸..."
"엉? 이게 비싼 거야?"
어렴풋 태환의 기억 속에 부여성비서의 가격은 100전으로 남아 있었다.


"그럼요. 저 작은 종이가 1000전이나 한다구요. 
 그것도 부여사람, 그중에서도 명패가 확실한 사람만 살 수 있는 그런 귀한 비서예요."


"와... 그래? 근데 이건 어떻게 쓰지?"
이 세계에 와서 노란비서 한번 안 써본 태환은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랐다.


"가을뫼씨는 정말 모르는 게 많네. 얼마나 멀리서 온 거예요?"
예진이 어이없어하며 물었다.


"됐고, 어떻게 사용하는데?"
 
그때 서유가 끼어들었다.
"지금 바로 출발하실 건가요?"


"아니 그건 아니긴 한데, 기다리고 있다니까 되도록 빨리 가보긴 하려고. 감사하다고 인사도 드려야겠고."


"저...저 꼭 데려가 주세요... 저는 평생 사신수님을 한 번이라도 뵙는 게 소원이었어요... 그리고... 
 가을뫼님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서유가 예진이 매달려 있는 반대쪽 팔의 옷소매를 붙잡으며 말했다.
그러자 예진은 태환을 좀 더 세게 붙잡았다.


"그래. 후... 그러면 일단 주막부터 들리고 출발해볼까? 
 다녀오는데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까 짐을 챙겨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저 근데... 제가 가려면 저희 동생도 같이 가야 하는데... 동생은 제가 잘 단속하고 돌볼게요. 
 동생을 데려가는걸 부디 허락해주세요."


동생이라... 흠 동생이 혼기가 멀지 않았다 그랬으니까... 중고딩 쯤 되려나? 
뭐 그 정도 나이면 데려갈 만 하겠지. 길어져도 잠깐 주작누님 얼굴 좀 뵙고 올 거니까.


"그래 뭐... 주막부터 들렸다가, 동생 데리러 가자."


"가을뫼씨 저는 당연히 같이 가는 거라 말 안하는 거죠?"
예진이 가을뫼를 쏘아 보며 말했다.


"당...연하지... 안 갈라고 했어?"
그 말에 예진은 만족한 듯 태환을 붙들고 있던 팔을 팔짱으로 바꿔 꼈다.




비영사천문을 쓰고 주막으로 가는 길. 
태환은 주작의 퇴장멘트에 정신이 팔려 정리하지 못 했던 것들을 생각하며 갔다.


'팽경지... 전갈굴에서 매복하고 있다가 우리를 노리려 했다... 그 말은 우리가 전갈굴에 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것인데... 거기다 칼 같이 우리 그룹의 힐러, 비격수부터 노리는 선택... 
 즉 우리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거나, 누군가 정보를 주었거나...'




태환은 옆에서 걷는 서유를 힐끔 보았다.
'상태창.'


[도사] [62] [신서유] [고구려]


'고구려? 설마 서유가?'


태환은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이성을 되찾고 생각을 이어갔다.


'서유는 어릴 적에 부모에게 버림 받고 신수계에서 자랐다 그랬어. 고구려 사람인 게 말이 안 되진 않아...
 그리고 무엇보다 서유가 우릴 죽일 거라면 그럴 기회는 수도 없이 많았어... 심지어 지금도... 그렇다는 것은...'


머리에 어떤 생각이 날카롭게 스쳤다.
가을뫼는 우뚝 멈춰 섰다. 


"왜 그래요?"
예진이 물었다. 




"잠깐만 모두 멈춰 봐... 나 따라오지 말고 두 사람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줘."


"네?"


태환은 그렇게 말하고 주막을 향해 뛰었다. 확인해야 했다. 그럴 리 없지만, 아니 그러지 않았으면 하지만.


주막에 다 왔을 무렵 태환은 근처 나무에 몸을 숨기고 주막 안을 살펴보았다. 
주모가 사람들에게 술과 안주를 나르고 있었다.


태환은 주모를 바라보며 속으로 외쳤다.
'상태창.'




[자객] [바애] [고구려]


'!!!!!'


태환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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