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달이 찼다.
낮부터 머뭇하던 달은 바람을 핑계 삼아 조롱 같은 구름에 숨었다.
언제나 따르던 수줍은 달과 취기를 벗 삼아 집으로 간다.
지나친 적 없는 달은 걱정에 몸 사렸고, 응원에 둥글었다.
지난 이들, 지나는 이들, 지날 이들,
그이들의 지남에 나와 우리는 그렇게 마음을 썼다.
경계석에 앉아 들려준 봉투에서 술을 꺼낸다.
뚜껑을 열다 조금은 흘렸고 나머지는 남았다.
남은 것보다 가버린 것이 서운해 몇 모금
꿀떡인다.
속은 술이 그득했고
입술은 말랐다.
숨은 달 대신 춤 추는 가로등에
괜찮다는 말을 써본다.
가을 장마가 한 시를 친다.
어제가 된 오늘이
내일은 보자 해도
나도 우리도 대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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