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익게펌] 미혼모 누나랑 썸탄 썰

 

 

스물두살때 만난 미혼모 누나 생각난다

 

방학때 군휴학 때리고 띵가띵가 놀면서 집에 있으니까 보기 그랬는지 엄마가 나 데리고 회사 출근시키더라.

 

엄마가 사장이라 솔직히 회사 가면 눈치 안볼줄 알았는데, 회사 근무하는 이모들이 사장 아들이 어떻고 저떻고 해서 솔직히 더 눈치 보여서 열심히 일했다.

 

일하다보니 알게 되었는데 회사에 나보다 두살 많은 미혼모 누나를 취직시켜야하는 조건? 같은게 있더라. 

 

그래서 미혼모 누나가 와서 업무 보고 있더라. 애기는 회사 바로 밑에 있는 어린이집에 있고

 

누나가 항상 편한 복장에 화장도 안한 얼굴로 하고 다녀서 오히려 그 누나한텐 이성적인 호감이 전혀 안생겼어.

 

그래도 또래라고 쉽게 말을 트고 이런 저런 얘기할 정도의 사이는 됐던것 같다.

 

애기 때문에 대학교를 못다녀서 그런지 나한테 대학교 생활은 어떤지 자주 물어보기도 하고 인스타,페북 끊은지 한참 됐다고 당시 유행하는 트렌드들 전혀 몰랐기에 솔직히 또래는 맞지만, 아줌마와 대화하는 기분이었음.

 

확실히 고민거리가 나보다 훨씬 어른스럽기도 했고.

 

한번은 출근했는데 누나가 안온거야. 그래서 그냥 엄마한테 엥? 누나 안왔네? 물어보니까 애기가 아파서 집에서 애기를 보고 있다는거야.

 

그래서 엄마가 연차없이 하루 쉬라고 휴가를 줬대. 그 얘기 듣고 많이 안좋나보네라고 생각했는데 일 끝날때쯤 또 생각나는거임.

 

마침 일도 끝났고, 나야 엄마한테 월급받고 일하는거 아니니까 일찍 퇴근해서 누나한테 한번 가보겠다고 했음.

 

그니까 엄마가 돈 주길래 가기전에 죽이랑 음료수 같은거 사서 들어감.

 

초인종 누르니까 누나가 문열어주는데 울었던건지 눈이 부어있고 좀 초췌해보이더라

 

죽이랑 음료수 건네주고 문 앞에서 괜찮냐? 애기는 어떻냐? 이런저런 얘기하니까 누나가 집에 들어오래서 일단 들어갔다.

 

애기 키우는 집치곤 깨끗하더라.

 

애기는 금방 잠들었는지 숨소리가 새근새근하고, 누나는 부엌에서 뭘 하더니만 내가 사온 음료수 하나 꺼내오고 귤 몇개 꺼내주면서

 

집에 먹을게 없다면서 부끄러워하더라.

 

난 원래 입도 짧고 먹는거 안좋아해서 괜찮다고 그랬음.

 

문득 누나를 쳐다보는데 누나가 너무 힘들어보이길래

 

많이 힘들죠? 하고 말을 던지니까 누나가 갑자기 눈물샘 스위치라도 킨거마냥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거 있지?

 

부담스러웠음. 

 

그래도 일단 달래줘야할것 같아서 달래주는데 그러니까 누나가 진짜 너무 힘들다.. 막 신세한탄하는거임.

 

그래서 등도 쓸어주면서 어깨 두드려주는데 솔직히 깊은 얘기는 듣기 싫더라.

 

그냥 속 시원히 울어버리라고 얘기했음.

 

한 20분동안 누나가 고개 푹숙이고 울고 난 등 쓸어주고 다 그칠때쯤 휴지 하나 갖다주고 죽 끓여주고 나왔음.

 

누나가 고맙다며 카톡 하나가 오던데, 이때 이후로 연락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이성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다.

 

어느날 누나가 바다 사진 보내면서 바다 가고 싶다고 그러길래 안쓰러운 마음에 그럼 애기 데리고 오라고.

 

엄마 차끌고 나간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좋아하더라.

 

그래서 애기랑 셋이서 해운대 갔음. 갔다가 횟집 들어갔는데 거기 가게 보시는 아주머니가 엄청 젊은 부부가 왔네 하고 신기해하시더라.

 

누나는 막 웃고, 난 아니라고 하는데 말이야.

 

솔직히 좀 부부같은 느낌이 들긴 했음.

 

뭔가 이렇게 살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문득 들길래 오 씨발 내가 무슨 생각을 했지? 방금? 하고 바로 정신차림.

 

그뒤로 누나가 나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고, 안하던 화장을 하고 회사 출근을 하는거야.

 

입대날짜가 슬슬 다가올때부터 누나가 내게 계속 어디를 가고 싶다, 어디 먹으러 가자 이런 얘기를 정말 많이 했음.

 

당시에 만날 사람도 없었고, 해운대 이후로 누나에게 감정이 싹트기 시작해서 같이 참 많이 다녔다.

 

하지만 선은 확실히 그었음. 진짜 선을 넘으면 어떻게 될 지 몰라서.

 

솔직히 애기도 좋고 누나도 좋은데 책임은 못 지겠더라고.

 

 

입대 전 날, 누나에게 전화가 왔는데 받자마자 누나가 펑펑 울더라.

 

너 가면 많이 보고 싶을거 같다고.

 

나도 누나 우는 목소리에 눈물이 핑 돌면서 같이 따라 울었었음.

 

그래서 첫휴가때 우리 꼭 보자고, 누나도 알겠다며 인편을 꼭 써주겠대.

 

훈련소에서 인편 받을때면 정말 주말부부?같은 느낌이 들었었음.

 

 

자대배치 받기 전, 집에 잠깐 들렀는데 누나가 엄마한테 나한테 보내주내라고 이것저것 많이 싸서 보냈더라고.

 

이때 엄마가 뭔가 눈치채셨나봐. 내게 누나와 관련된 얘기를 정말 많이 했음.

 

책임 질 거 아니면 똑바로 행동하라고, 그 애도 상처 많은 애고 너도 앞길 생각해야 되지 않냐

 

구구절절 맞는 말이기에 알겠다고 대답했다.

 

 

근데 솔직히 입밖으론 알겠다고 얘기했지만 머리론 도저히 안되겠더라.

 

전화 걸었는데 끝끝내 그 얘긴 못 꺼내고 잘 지냈냐? 잘 지냈다 이런 얘기만 하다가 정작 해야할 말은 뒤로 한채 자대로 들어갔다.

 

부대에서 힘들고 서러울때면 누나 생각 많이 났는데 그럴때마다 꾹 참고 견디면서 또 반대로 누나에게 연락 올때면 책임 못 질거 같아서 연락 오는거 일부러 무시하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을 줄였다.

 

첫 휴가를 나오고 누나에게 일부러 연락을 안했음.

 

휴가 끝날때쯤, 누나에게 화난 목소리로 전화가 오더라.

 

왜 휴가 나왔는데 연락 안했냐며.

 

그 얘기 듣는데 진짜 뭐라 말해야할지 어쩔줄 모르겠었다. 좋아하긴 하는데 책임은 못질것 같아서.

 

그렇게 누나가 내게 막 쏘아붙이다가 갑자기 펑펑 울더라.

 

누나가 울길래 나도 바보같이 따라 울었다. 울면서 우리 이러는거 아닌거 같다고, 내가 그냥 너무 다 미안하다 그렇게 얘기하고 전화 끊었음.

 

휴가 복귀하고 이 이후로 우리 둘 사이의 연락은 없었다.

 

 

전역 후에도 엄마에게 누나와 관련된 얘기를 묻지 않았고, 엄마도 내게 누나얘기를 전혀 입밖으로 안꺼내셨음.

 

며칠 전, 엄마가 회사 출근해서 일 좀 도와달라기에 갔더니 누나가 앉던 자리엔 다른 사람이 앉아서 일하고 계시더라.

 

멍하니 쳐다보다가 누나 생각이 많이 나더라.

 

뭐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애기는 잘 지내나? 생각도 드는데 엄마한테 물어보고 싶지만 말은 못 꺼내겠더라.

 

아직 자신 없어서.

 

2개의 댓글

2021.06.19

미혼모는 여름철 회처럼 조심해야함

탈나기 쉽거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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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핑

와. 이건 참 조언이다. ㄹㅇ 조언. 진짜 이건 저도 뼛속깊이 무덤까지 새기고 가겠습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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