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혼란을 틈탄 '핫라인 마이애미' 리뷰 - 달콤씁쓸한 폭력의 맛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핫라인 마이애미 '2' 가 아니라 그냥 핫라인 마이애미 리뷰입니다.


추가로 핫라인 마이애미는 2012년에 나온 게임입니다.


왜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게임을 별 이슈도 없는데 이제와서야 리뷰하냐고 묻고싶으신 분들이 있겠죠.


글쎄, 막 가입해 헐레벌떡 달려온 프리서버 카페 유저들이 댓글창에서 뚜까맞는걸 보니


타이밍 잘못 맞춰 문을 열었다가 러시아 마피아들 총질에 벌집이 되던 경험이 연상되서인듯.



본론으로.

 



핫라인 마이애미.

 

탑다운 시점의 빠른 템포를 특징으로 한 인디 액션 게임으로, 미국의 6~70년대를 배경으로한 배경과, 사이키델릭한 분위기, 빠져드는 배경음악이 아주 인상적인 게임입니다.

 

음... 뭔가 빠졌죠.

 

폭력, 폭력입니다. 존나 때리고 죽이는 게임이죠. 


익명성을 위해선지 뭔지 동물탈을 쓴 주인공이 어째선지 온통 대머리인 적들을 야구배트나 당구채따위를 휘두르고 샷건을 갈겨서 경쾌하게 죽여버리는 그런 게임이에요.

 

그런 말을 더하고도, 이 게임을 묘사하기엔 뭔가 부족합니다.

 

이 게임은 불쾌합니다. 핫라인 마이애미는, 불쾌한 경험입니다



왜 불쾌할까요.


어리버리하게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적의 소굴에 들어갔다간,


개드립에 논리 없이 입성한 프리서버유저들처럼 무자비하게 십자포화를 처맞기 때문에?


조작감이 좆같아서?


스토리가 개좆같아서?


그게 아니라, 이 게임은 폭력의 단면을 드러냅니다.


좆같을정도로 똑똑한 방식으로요.




핫라인 마이애미가 맛보여주는 폭력의 첫맛은 달콤하기 그지없습니다.


냉동실에 쟁여놓은 초콜릿, 싸구려 인스턴트 커피, 으흠.


야구방망이나 골프채 따위를 들고, 좁은 복도를 마구 휘저으며 적들을 때려눕히는거죠


퍽, 쾅, 둔탁한 타격음이 피처럼 튀고


피는 또 타격음처럼 번지고 터집니다


아, 그리고 음악! 이 음악이 나를 미치게 만들어!


몽환적으로, 늘어지는 듯 하면서 능숙하게 조이고 비트는 이 복고풍의 전자음악.


어께가 들썩이고 발이 춤추고 러시아놈들의 턱주가리가 저 멀리 날아갑니다


적은 모두 한방에 쓰러져 나가죠.


물론 플레이어도 한방에 쓰러져나가지만 버튼 한번만 누르면 부활입니다


끝나지 않는 파티와 같죠. 죽음조차 놈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죽여 볼 기회에 지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도 빠르고 신나서, 마우스를 잡고 몰입하다 하다보면-


"그래, 내가 씨발, 폭력의 잭슨 폴록이다. 


진짜 액션 페인팅의 화신이지. 네놈들 방바닥을 캔버스 삼아 전위적인 붉은 물감의 동세로 공간을 채워나가다 보면 한 600억에는 팔릴거야!


그러니까 영광스럽게 죽음을 맞이해라! 내가 존나 남자다!"



그리고 힘껏 휘두른 배트가 마지막 러시아 마피아의 머리를 가격하는 그 순간.


모든것이 정지됩니다.


플레이어를 밀어붙이던 경박한 음악도 더는 들리지 않고


기분나쁜 정적 뿐이죠.


끝! 이라고 외치며 모든걸 지워버리는 대신.


게임은 모든걸 그냥 그 상태 그대로 두고. 분명히 보여주면서, 플레이어가 스스로 들어왔던 문으로 스스로 나가게 합니다


그제야 비로소 보입니다.


벽에 튄 창자들, 바닥을 적신 살점과 피, 비틀어진 관절들 사이로 튀어나온 뼛조각, 버르적거리는 시체.


그리고 내 배트에 묻은 선혈, 그리고 그걸 너무나 즐거이 휘둘렀던 나.


지나온 길들을 되밟아 갈때 보여지는 것들은,


부정할 수 없는 폭력과 쾌락의 증거입니다.


카카오90%초콜릿, 에스프레소 투샷. 아이써 시발.



이제 좀 기분이 어떠신지?

몇초 전까지 잭슨 폴록의 화신, 600억의 사나이였는데, 이젠 갑자기 버리지도 못할 인간 쓰레기가 된것같죠?


추가로 말하자면 그러고 나서 뜨는 점수판도 좀 좆같은데, 점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고급 쓰레기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하여간.




폭력은 언제나 문화예술의 주요 화두였고 


그래서 이 폭력, 더 정확히는 폭력의 비판이라는 같은 주제를 다르게 묘사, 연출, 제시, 접근한 작품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만,


핫라인 마이애미에서의 이 짧은 순간이 개중에서 아직까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핫라인 마이애미는


글이나 말로 길게 설명하지도,


정교한 비유를 예시로 들지도,


면전에 시원하게 욕을하거나,


잘했다고 비아냥거리며 작위적으로 박수를 치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냥 켰던 노래를 끄고, 플레이어로 하여금 스스로 무슨 일을 했는지 보게 만들 뿐입니다.



그냥 음악끄기보다 제작진의 의도와 화법이 조금 더 분명하게 보이는 사례로는, 


작중 주인공이 자기 분신이 등장하는 꿈을 꾸는 장면을 들 수 있습니다.


주인공의 분신이. 주인공이 왜 이런일들을 하는지 아냐? 는 질문과, 남을 해치는걸 좋아하냐는 질문을 던졌을때,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럽게 그 질문에 답을 하게 됩니다.


애초에 말도 없이 캐릭터성이 희미한(아마도 플레이어를 더 몰입시키기 위해 의도한 것이겠죠) 주인공 개인사에 관한 질문도 아니고, 정말 플레이어에게 직결되는 질문이라서죠


뭐, 부저 누르고 소리치는건 아니지만, 속으로라도 자연히 답을 생각하잖아요.


스토리 구성상, 게임을 다시 하는게 아니라면, 플레이어는 작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합니다. 


따라서 첫째 질문의 답은 '아니오'이고, 그리고 모범 답안은 예일 것이기 때문에 기분이 좆같습니다.


아니라고 대답하면, 아무 이유도 없이 살육질을 한다는 소리가 되니까요.


둘째 질문의 답은 아마도 정직하게 '예'일텐데, 모범답안이 아니오라는건 우리 스스로 존내 잘 알고있죠.

그래서 좆같습니다. 

다만 주인공의 분신은 아무런 평가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질문을 던졌을 뿐.

결국 따지고 보면 비난의 화살도 게임이 우리한테 날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던지는 거죠.


시발, 이건 정수에요. 

게임은 대충 붙여놓은 데일밴드를 들춰 상처를 드러낼뿐,

거기에 빨간약 바르는건 우리 몫이죠.

영화도 소설도 회화도 아닌 게임에서만 던질수 있는 방식으로 던져진 메시집니다.

다른 예술들에서는 공은 그냥 멋있게 던져질 뿐이고, 우리는 앉아서 점수를 메길 뿐입니다만,

게임에서는 우리가 타자니까요. 

공을 쳐서 홈런을 날렸다고 해야할지, 데드볼 맞고 불구가 된 기분이라고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타자, 플레이어가 있는 게임이라서 가능한거죠.




아, 확실히 하자면 저는 예술에서의 거친 폭력묘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리고 꽤 자주, 즐기는 입장이죠.


액션 게임에 훌륭한 고어요소가 포함되어있다면, 그건 제가 그 게임을 사고싶어하는 여러 이유중 하나가 될겁니다.


왜냐면, 게임은 게임일 뿐이니까요.


그러니까, 게임에서 제가 그런것들을 좀 즐긴다고, 현실에서의 폭력을 정당화하는건 절대 아니니까요.



하지만 핫라인 마이애미에 제가 특히 더 큰 감동을 느끼고 물고 빨아대는건, 


핫라인 마이애미가 폭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얇은 포장지로 꾸며져 있는건지 드러내 보인다는 점 때문입니다.


요컨대, 우리가 게임이나 영화따위에서의 폭력을 즐길 수 있는건 그저 거기에 신나는 음악이 덮어씌워져 있기 때문이라는거죠.


다소 섬뜩한 얘깁니다. 켰던 노래만 껐을 뿐인데 말 그대로 가상일 뿐인 가상의 폭력이 실제처럼 불쾌하게 느껴진다면,


어쩌면 그 반대도 되지 않겠습니까?


현실의 폭력은 분명 대체로 불쾌하지만,


게임에서의 신나는 음악처럼, 일견 아주 얄팍하고 하잘것 없는 포장지를 덮어 쓰워주기만 해도, 그러니까 꺼진 노래를 켜 주기만 하면,


우리는 쉽게 현혹되고 아무렇지도 않게 즐길 뿐 아니라,


심지어 그런 폭력을 행하는 입장이 아닐지라도, 


단순히 윤리적 잘잘못을 가리려는 입장에서조차 '이건 범죄같은거랑은 달라. 이건 정당하다고.' 라고 편을 들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게이머가 아닌 사람들이 게이머의 편을 들듯이요.



뭐. 물론 스크릴렉스 노래 튼 이어폰 좀 꽃아주고 저기 저 사람을 칼로 찔러 죽이란다고 진짜 즐겁게 남의 창자를 쑤시고 그러는 사람은 없겠지만,


완장 채워주고 정복 입혀주고 저기 저 유대인을 죽이라고 했을때는 제법 잘들 따르더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있죠.


게임은 게임일 뿐입니다만,


이 게임을 하면서는 '현실에서는 정말 다르게 행동할거라는 확신이 있나? 내가 지금까지 폭력과 별 관계없이 존내 평화롭게 살았던건, 그냥 지금까지 들었던 노래가 존내 형편없기 때문일 뿐인거 아녀? 시발?' 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지게 됐고,


그래서 씨팔 좆같았거든요. 게임하는데 쌍년이 기분 잡치게.

31개의 댓글

게임을 안했는데 한것같은 느낌이다.
마치 자신에 대한 소개가 하나도 없음에도
그 사람을 10년정도 본것 같은 느낌이 들게하는 자기소개서 같다.
글이 참 술술 읽히는게 글에서도 그 게임의 느낌이 들 정도? 글솜씨를 질투해본적은 별로 없지만... 질투가 난다.
0
2016.04.16
@닉네임짓기힘들다
헿 감사
0
2016.04.16
너도 나도 한방인 죽창게임
0
2016.04.16
필력 오졌따 ㅊㅊ
0
2016.04.16
끝까지 반성못하는 플레이어 대변하는 마지막 줄이 오져따 ㅊㅊ
0
2016.04.16
@그레이
사려깊게 읽어줘서 감사
0
2016.04.16
진짜 글 잘 썼다
0
필력 ㄷㄷ약간 영미권 책들 느낌인데
0
2016.04.16
그냥 막 즐겁게 한 나는 미친놈되부렀써
0
2016.04.16
크 필력좋다 근데 난 노래가 꺼지고 문 나갈때도 천천히 어떻게 죽였었는지 보면서 즐겁개 나갔는데 미친놈 되버리뮤
0
2016.04.16
@soho
나도 그랬어. 곶통은 짧고 쾌락은 넘나 조흔것
0
핫라인 1는 사운드 트랙, 스토리 뭐 하나 날 실망시킨게 없는데
2는... 에혀..
0
2016.04.16
@2자도12자도아님
2는 노잼이었지만 노잼속에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함
0
@켄트지
일단 게임이 재미가 있어야 그 속뜻이 빛을 발하는건데
핫라인2는 플레이어, 폭력성 까대는데만 힘을 쏟은거 같음 스토리도 플레이어라는 키워드를 제외하면 봐주기 힘든 수준이고..
0
2016.04.16
솔직히 말해
영어로 먼저 쓰고 그거 번역하지?
0
2016.04.16
@김백수
ㄴ 바르게 쓸려다보면 글이 지나치게 엄격진지하고 노잼돼서 걍 이렇게 쓰는거 뿐
0
2016.04.16
필력지림
0
2016.04.16
클리어한 사람으로서 공감한다 몰입해서 하다가
통수 존나 쎄게 맞은 느낌이 들때가 있었는데...

너도한방 나도한방 죽창게임이기는 하지만 못깰정도는 아님
스토리,분위기,OST 전부 맘에드는 띵작이었음
0
2016.04.16
뜨거운선 울엄마가 이런 느낌이군요!
0
2016.04.16
@지여
다시한번 찬찬히 읽어보니까 첫댓이랑 비슷한 기분이네. 만약 이 게임을 했으면 본문 막줄같은 느낌 제대로 느껴서 기분이 굉장히 더럽고 짜증났을듯... 글만 읽는데 불쾌감이 스믈스믈 드네.
0
2016.04.16
@지여
글은 거기에 초점을 맞췄지만 불쾌감은 잠깐 뿐이고 결과적으로는 감동이고 뭐고를 떠나 '재밌게' 했음
0
2016.04.16
1은 오토바이 헬멧으로 주인공 바뀐 부분이 굉장히 좋았는데
2는 다 깨지도 못함
0
2016.04.16
오..ㅊㅊ 페이데이때문에 핫라인마이애미 살까말까 하고 있었는데 사야겠다
0
뜨거운선 내엄마 1은 메시지 전달 측면으로 진짜 완벽하다. 명작이라고 감히 말하고 영문판 그대로 독해가능한 능력이면 꼭 해보길 추천함

모순의 미학이라고 감히 표현하고 싶다.
게임플레이 상으로는 폭력과 살인계획이 주는 즐거움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데
게임을 끝내고나면 뒤통수 한대 처맞은것처럼 멍해짐

게임플레이, 음악, 비쥬얼이 삼위일체가 되어서 메시지 전달이 뇌리에 제대로 꽂힘
좋은 리뷰다. 내 생각과 정확히 일치하고
0
2016.04.16
필력좋다
0
2016.04.16
이런방식으로 글쓰는건 누구한테 가면 배울수 잏음?
0
2016.04.16
@파송송부랄탁
번역체 얘기라면 딱히 누구에게 배운건 아닌데. 걍 어릴때부터 영어 많이 접하고 AVGN같은거 보면서 자라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습득한듯.
0
2016.04.16
필력좋네
0
2016.04.18
와 시발...
너 필력 장난 아니다..
글 읽고너서서 '불쾌한건 싫지만 글이 너무 찰지게 읽힌 관계로 나도 이런 불쾌함을 느껴보고싶다' 라고 생각했음...
ㄷㄷ
0
2016.04.19
이제보니 갓오브 이집트 리뷰쓴 사람이잖아 ㅋㅋ
필력이 너무 좋아서 글이 재밋네!
0
2016.04.20
필력도 좋고 이게임 안해보기도햇지만 어덯게 게임하면서 그런걸 느끼는지도 신기하고 멋지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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