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얘기 나오는 

"민주당은 국제/유럽 기준으로 보면 보수 정당"이라는 주장

민주당은 과거보다 훨씬 진보화 되었음

'보수 정당에서 중도 정당이 됐다' 정도도 아님. 민주당은 실질적으로 리버럴 정당임.

 "민주당은 국제/유럽 기준으로 보면 보수 정당"이라는 주장

백번 양보해서, 15~20년 전까지만 해도 뭐 일정 정도는 유효한 개념일 수는 있었겠지만, 이젠 전혀 아님.

유럽의 내각제 국가들의 진보 정당들도 결국 집권을 위한 연정을 하고 나면, 다 보수적 정책을 받아들이는 코스를 탔고,

심지어 수십년 간 그 과정에서 녹색당 같은 경우도 계속해서 정당 정체성 자체가 우향우를 했음.

그러나 민주당은 명확히 진보화 과정을 탔음.

지도자, 구성원, 지향, 정책, 성과, 아젠다 등 모든 분야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보화 되었다는 말임.

매우 주목할 지점은, 이것이 집권과 수권의 과정을 거치면서 더 진보화 되었다는 점임.

시간이 지나면서 민주당 내 보수파들은 전부 탈당을 하거나 떨어져 갔는데,

이게 표면적으로는 '권력 투쟁, 계파의 패배'로 인한 퇴출/소수파화 이지만,

일관적으로 '진보파'가 승리하고 '보수파'가 나가 떨어지는 과정이었음.

그 과정에서 수혈된 인물들은 과거보다 훨씬 진보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었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집권을 한 민주당의 리더는

보수 집단이 허락한 인물 이인제와 손학규가 아니라,

보수와 개같이 싸우기로 결심한 노무현과 문재인이었음.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새로운 구성원이 된 사람들이 과거 처럼 활동가/투쟁자에 한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이젠 '엘리트'의 외피를 두르고 있기 때문에 '과거 보수 정당이 잘 나가던 시절 같은 이미지'로 보인다는 거임.

한 마디로, 옛날처럼 운동권/시민단체 출신 구성원이 다이렉트로 영입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진보적 아젠다에 동조하는 구성원들이

대형 로펌의 변호사, 박사학위, 대기업 임원, 군/경찰의 고위 간부 등의

'거대 스펙'을 갖고서 영입되는 차이점이 생겼다는 점임.

이제 민주당은 '투쟁 조끼를 입고, 머리띠를 두른 투쟁가'가 아니라,

'양복을 입고, 영어로 PT를 하는 투쟁가' 조직이 되었다는 말임.

이제 민주당의 기본 정체성은 '586 운동권'이 아니라

노무현의 기억을 갖고 있는 중산층들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되었음

이건 한국뿐만 아니라 좌파정당의 지지층이 전형적 노동자계층에서

진보의제에 관심이 많고 높은 교육수준의 고소득 직종으로 옮겨가는 건 세계적 현상임 

그래서 보수 정당과 보수 언론들이 아무리 민주당을 '586 운동권'이라고 때려도 별 타격이 없는 거임.

그걸 증명했던게 이번 총선이었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97년 최초 집권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뤄진 민주당의 진보화는 매우 독특했음.

'수권을 하면서 진보적 아젠다 제시 및 수행 능력이 점점 강화된 과정'이었기 때문임.

"민주당은 국제/유럽 기준으로 보면 보수 정당"이라는 주장은

정치적 시계가 15~20년 전에 멈춰진, 매우 게으른 인식임에 분명하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