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출시된 패미컴용 플랫포머 게임 "기믹!"은...

 

https://youtu.be/O71__ki3rYw?si=ba86vFMIAPvkrWXA

(이 영상을 브금삼아 스크롤 내리는 걸 추천)

 

8비트 게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미려한 그래픽과 고 퀄리티 사운드를 자랑했지만

 

 

(꿈에 나올까 무서운 유럽판 박스디자인)

이미 시장엔 슈퍼패미컴이 출시된 뒤였고 일본 내수와 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 일부에서만 판매했기 때문에 조용히 잊혀진 게임이었음

 

그래서 뒤늦게 이 게임의 가치가 알려진 2000년대에 수많은 수집가들이 기믹! 팩을 찾아다녔지만 말했다시피 얼마 팔리지 않아서 정품은 매우 귀했기에 수집가들은 짝퉁 복사본 팩까지도 긁어모으기 시작했음

 

그러다 어떤 수집가가 복사본 팩에서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는데...

 

 

 

바로 진엔딩을 보기 위해 반드시 클리어해야하는 7스테이지에 진입하면 이렇게 화면이 검게 변하면서 'BLACK HOLE' 이라는 글자만 보인다는 것이었음.

 

수집가들이 머리를 싸매고 연구하고 교차 검증한 결과 이 블랙홀 스크린의 출현 조건은 '복제팩, 그 중에서도 오프닝 시퀀스(위 영상 첫 15초 부분)의 SUNSOFT와 Nintendo 로고가 데이터 변조로 파내진 팩' 이었음.

 

 

게임 코드를 더 분석해본 결과 7스테이지 초반에 나오는 작은 거미 스프라이트가 로딩되면 오프닝의 로고를 검사하는 로직이 실행된다는 것도 알아냈으며

 

추가로 해당 코드는 닌텐도와 선소프트 로고 뿐만 아니라 'TOMO' 라는 글자가 담긴 더미 데이터의 존재 여부도 검사한다고 밝혀졌음

 

이러한 작동 방식 때문에 이것은 기믹!의 불법 복제 방지 장치라는 설이 지배적이었음.

 

 

 

(로고 파내기 예시. 청계천 상가에서 불법 복제해서 팔던 갤러그(Gallag)와 원본인 일본 남코사의 갤러가(Galaga))

 

왜냐하면 1980~1990년대는 비디오 게임이 막 시장에 나온 참이었고, 수많은 국가들에서 아직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아서 복제 팩을 만들어서 팔아도 법적으로 처벌할 방법이 없었음.

 

그래서 게임사에서는 게임 안에 들어가 있는 상표명으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걸었고, 그러자 복제 팩을 만드는 업자들은 게임 데이터를 뜯어 고쳐서 게임에서 회사 로고를 파내고 당당히 다시 팔기 시작하는 거임.

 

 

(닌텐도의 게임보이는 부팅시 팩에 있는 Nintendo 로고를 검사하고 없으면 부팅을 거부함)

 

그래서 닌텐도와 같은 게임 회사들은 게임 안에 있는 상표 데이터가 인식되지 않으면 아예 게임기가 부팅이 되지 않도록 만들기 시작했지만 패미컴은 당시 시점에서도 옛날 게임기라 그런 장치가 없었거든.

 

 

 

 

그런데 이상한 건, 기믹! 이 나온 1992년 시점에서는 이미 이마저도 다 뚫린 허술한 복제 방지 기술이어서 굳이 게임기에 없는 기능을 구현해가면서까지 넣을 필요가 없었다는 거임.

 

 

왜냐하면 복제 팩 제작자들이 이리저리 도망 다니면서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워 그냥 대놓고 닌텐도, 세가 로고를 박고 복제팩을 팔고 다니기 시작했거든.

상표권 소송 걸리면 런하면 그만이야~ 

 

 

 

 

 

 

 

아씨 그럼 이딴 기능은 왜 넣은 거지...

TOMO는 대체 뭘 가리키는 거고...

 

 

아하 그건 제가 알려드림ㅋㅋ

 

 

누... 누구세요?

 

이 게임 만든 놈이다 새끼야

저거 사실 내가 만든 기능이거든?

 

원래 게임 오프닝 크레딧에 내 이름 박아 넣었었는데 사측에서 이름을 파내버리려 하더라고?

뭔 게임에 직원들 이름 노출 안 되는 게 원칙이라고, 다른 부서 개발자까지 불러서 게임에서 내 이름을 파내려 하길래 괘씸해서 게임 롬을 수정해서 내 이름을 제거하면 게임 진엔딩을 못 보도록 게임을 터뜨리는 암호화된 로직을 숨겨 놓은 거임.

 

활성화 코드는 게임 출시 직전에 최대한 늦게 발견되어서 수정할 시간이 없게끔 게임 막바지 부분에 박아놓고.

 

사실 블랙홀 머시깽이도 IMPERFECT VERSION이라는 글자였는데 어떻게 뚫었는지 오프닝의 이름 파내면서 저 문구도 지들이 멋대로 바꿔 놨더라?

 

아마 TOMO라는 더미 데이터도 도저히 못 뚫는 부분이 있어서 남겨둔 거겠지.

복제팩 업자들은 선소프트 로고 파내려다가 실수로 그 로직을 건드린 거고...

 

 

......???

 

아무튼 당시 개발을 지휘했던 사카이 토모미가 입을 열면서 밝혀진 진실은 이러했다

선소프트의 모기업은 선전자라는 일본의 전자회로를 제작하는 중견 기업이었는데

그렇기에 여타 게임 회사들과 달리 인력과 기술 유출을 우려하여 회사의 작업물에 직원 이름을 숨기는 내부 규정에 따라 사카이의 이름을 파버리려 해서 일어난 일이었던 것.

 

 

뭐 그래도 사카이씨의 이름은 엔딩 크레딧에는 들어가긴 했다.

 

 

사카'에'로 오타가 나는 사소한 찐빠가 있었다지만.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