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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적어보는 나의 탈북이야기 上편

나는 탈북자다.

 

가끔 댓글 달면 썰 좀 풀어달라고 해서 써본다.

 

고향은 대홍단.

아마 감자 감자 왕감자 노래가 워낙 유명해서 다들 들어는 봤을거다.

 

실제로 내가 태어난 대홍단은 황무지에 감자밭을 만들면서 억지로 이주시킨 랜덤 뽑기 주민 정착지였다.

 

어머니는 당연히 감자 캐러 다니는 일꾼이었는데 아버지는 일찌감치 없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는 감자밭이 널려있는 곳이라 그런지 보급으로 감자를 받아갈 수 있어서 먹고 살만 한 곳이라고 했다.

 

나도 박살탕이라고 쌀 조금에 감자를 왕창 넣어서 뿌시면 뭔가 밥 스러워 지는데 그걸 자주 먹었다.

 

이렇게만 들으면 평화로워 보이겠지만 여긴 말만 마을이지 강제노동소나 다름이 없었는데

내가 어린이였던 시절 삼촌이 당 간부에게 말대답을 했다가 보복으로 온갖 죄를 뒤집어 써서 사형 당한 적이 있을 만큼 불합리한 곳이었다.

 

대홍단은 9살이 되서 학교를 가게 되면 공부는 글자 정도만 가르치고 사실상 바로 감자 캐러 투입이 되는데

가는 길에 딴 생각 하지 말라고 삼촌의 시체를 꼬챙이에 꽂아서 백골이 된걸 보란듯이 걸어놨었다.

 

그땐 세상이 그냥 그런줄 알고 까불지 말고 살아야겠구나 싶어서 당 간부만 보이면 90도로 직각 인사를 하곤 했다.

 

그래도 불만은 딱히 없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밥도 안 굶고 살고 있었으니까.

(뭐 재밌는 게 뭔지 알지도 못했고ㅎㅎ)

 

그러다가 일생일대의 대 위기가 찾아왔다.

감자 역병이 창궐해서 모든 밭의 감자가 다 뒤져버리고 만 것이다.

정말 싸그리 죽어나갔다. 감자도 사람도 모두.

 

감자가 세상의 전부인 대홍단에서 이 사건은 너무 큰 재앙이었는데 실제로 나도 이때부터 하루에 한끼만 먹거나 굶는 일이 허다했다.

 

재수가 없었는지 어머니도 이때부터 시름 시름 앓기 시작하셨는데 지금도 뭔지 잘 모르지만 기침을 엄청 하신걸 보니 폐병에 걸렸던 것 같다.

(아마 대한민국이었다면 가루약 몇개 먹고 나았을지도 모르지.)

 

마을에 있는 개도 잡아먹고 나무뿌리도 캐먹고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어야되는 최악의 상황이 계속되자

 

어머니는 15살(추정 나이. 나는 내 나이를 잘 모른다.)쯤 되는 날 불러 놓고 말씀하셨다.

'아버지를 찾아가면 너를 도와줄 것이다.'

 

애써 물어보지 않았었는데 나는 아버지가 있었다.

그것도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당의 사람이었다.

직책은 지방 당일꾼 정도라 대단한 힘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감자 노동자가 아니라는 것만해도 놀랄만한 일이었다.

 

나는 어머니의 바람대로 아버지를 찾아갔다.

까맣고 마르고 머리에 기름을 바른 남자.

아버지라고 불러보고 싶었는데 그는 이미 다른 가정이 있었다.

 

그래도 자식이라고 책임감은 느꼈는지 같이 살 순 없지만

탈북을 도와줄테니 남조선가서 살라고 권유해줬다.

 

그땐 서울에선 쌀밥을 고봉으로 쌓아서 먹고 애들이 고기반찬을 안주면 밥을 안먹는다. 정도의 정보만 알고 있을 때였지만

고민도 안하고 그냥 가겠다고 했다.

그냥 진짜 단순하게 굶는 게 싫어서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일은 내가 답변하자 마자 바로 진행되기 시작했는데 대홍단은 탈북하기 너무 좋은 곳이라 그랬던 것 같다.

 

함경북도인 대홍단은 안그래도 최상단에 위치해 있는데 위에 바로 두만강이 있어서

건너기만 하면 탈북 오케이인 최적의 탈북 루트였기 때문.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날 때부터 강제 노동소에서 태어나는 불운의 사나이이기 때문에 당시에 딱 두만강 경계가 강화되면서

선택을 해야했다.

내년에 갈 것인가 다른 루트로 갈 것인가.

 

결국 고민하던 나는 내년에 가는 길을 선택했다.

죽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아버지가 호출해서 찾아갔는데 그날 아버지 옆에 가죽자켓을 입은 남자 하나가 아버지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

딱 봐도 이방인인 그는 자기를 탈북 브로커라고 소개했다.

가죽 자켓 안에는 군복을 입고 있던 남자.

 

그가 나를 휴전선으로 탈북 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당일꾼인 아버지 덕분에 다른 지역으로 나갈 수 있는 려행증이 마련됐고 브로커와 함께 긴 동행을 하게 되었다.

 

목적지는 강원도 화천.

7사단의 철책을 넘는다.

 

그렇게 나의 북한 탈출 1트가 시작되었다.

 

 

 

 

179개의 댓글

2024.05.11

80년대 현대소설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 여전히 일상인 곳이구나

0
2024.05.11

퍼온게 아니라 실화임? ㅎㄷㄷ

0
2024.05.11

1트면 실패했냐;;

0
2024.05.11
@머갈두쪽

ㅇㅇ 3트만에 성공했지

43
2024.05.11
@제주한달살기
[삭제 되었습니다]
@닉네임뭐할까

에휴

0
MWL
2024.05.11
@닉네임뭐할까

인석아 말을 필터를 거쳐서 해야지

5
2024.05.11
@MWL

미안 ㅠㅠ

생각해보니 풀스토리 들어봐야 할거같은데

생각이 짧았네

 

원글 지움 ㅎ

1
2024.05.11
@닉네임뭐할까

사상이 없는 사람들이 있어.

김연아한테 정치색 묻는 기자나

625 피난민한테 남측이냐 북측이냐 묻는

거나

행복과 미래가 뭔지도 모르던 사람에게 사상검증을 하는거는 좀 이상한거 같아

0
2024.05.11
@푹찍

좋은말 고마워 다시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됬음!

1
2024.05.11
@제주한달살기

소름........

0
2024.05.11
@제주한달살기

기다릴게

0
2024.05.11
@제주한달살기

와웅.. 글에 흡입력 장난아니네

웹툰 제작됬으면 좋겠다!

0
2024.05.11
@제주한달살기

아 스포당했네 ㅡㅡ

0

ㄹㅇ임?

0
2024.05.11

강화되고나서는 몇 안넘어왔다던데 용케.. 어여 나머지 써줘

0

탈북 개붕이는 환영이지

나 여건 되면 하나원 봉사해보고 싶더라

계속 글 써줘

1
Lio
2024.05.11

고생했다

0
2024.05.11

탈북개붕이가 있었네 ㄷㄷㄷㄷㄷ세상참 요지경~

0
2024.05.11

다음편 날래날래 동무

0

자작추

0
2024.05.11

고조 북조선에서왔기만기래 반갑소 동지

0
2024.05.11
@사무직렉카
0
2024.05.11

아새끼 심금을 울리는구나

1
2024.05.11
[삭제 되었습니다]
2024.05.11
@맥스할로웨이

강새벽...

0
2024.05.11

려행증 ㄷㄷ

0

북한에서도 데덴찌 함?

0
@영화게시판으로가

지옥탈출 옥상탈출 이런 거 했었음?

0
2024.05.11

0
2024.05.11

빨리 담편써 임마

0
2024.05.11

ㅠㅠ 고생많았겠다

0
2024.05.11

와이씨

다음편 개붕아!!

0
2024.05.11

글 왜케 잘씀?

 

0
[삭제 되었습니다]
2024.05.11
@빈센뚜억반고흐엉

40대 초반

5
2024.05.11
0
2024.05.11

와 고생 많이 하셨음이 느껴지네요.. 행복한 나날이시길 바랍니다!

0

고생 정말 많았다

개붕군 글 써도 진짜 잘쓰겠다

몰입감 100이야

0
2024.05.11

당장 다음편을 적어주세요

0
2024.05.11

혼자 건너온거야? ㄷㄷ

0

혹시 굿바이평양 쓰신분입니까?

0
2024.05.11

다음화 가즈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0
2024.05.11

어이어이 잠시만....

0
2024.05.11

자작추

0
2024.05.11

0

글재밌게 잘쓰네.가드립에 끄적이다 책한권내라. 너가 갖고있는 경험과 타이틀은 여기서도 나름 굉장히 신선한 편이고 그룹형성에서 출판하면 파급혀과와 더불어 너의 영향력도 생기게될걸

0
2024.05.11

언제 탈북한 거임? 썰풀이 잘 좀 해서 배에 기름칠 하고 살아야지

0
2024.05.11

술술 읽히게 잘쓰네 ㅋㅋ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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