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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팬더 1에 등장한 시푸와 타이렁. 

이 둘의 관계를 한 번 써 보려 한다.

 

둘은 단순히 무협지에서 자주 그려지는 얽히고 뒤틀린 스승과 제자가 아닌

너무나도 복잡하지만 잘 읽히고,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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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푸는 젊어서부터 그 유명한 쿵푸 마스터 우그웨이의 제자, 쿵푸 고수였다.

그는 어느 날 살고있는 제이드 궁전의 대문 앞에서 한 아이를 줍게 되는데.

그 아이가 바로 타이렁이었다.

 

2.jpg

 

타이렁은 시푸를 무척이나 잘 따랐으며 쿵푸 실력 역시 비범했다.

타고난 재능을 내보이며 시푸를 감동시켰으며 시푸 역시 타이렁을 아들처럼 대하며 많은 기술을 전수했다.

 

4.jpg

 

허나 우그웨이는 타이렁 내면의 사악한 면모를 직감적으로 느꼈고, 타이렁을 용의 전사로 발탁하지 않았다.

용의 제자란 전설로 내려오는 비급인 용문서를 읽을 자격을 갖춘 전사를 뜻하는데.

이를 읽으면 천하에 그를 감당할 적이 없어진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비급서.

 

5.jpg

 

타이렁은 이에 분노해 마을을 때려부수고 제이드 궁에 다시 쳐들어가 제 손으로 시푸까지 꺾은 후 용문서를 강제로 취하려 했으나

 

6.jpg

 

우그웨이에 의해 저지당한 후 감옥에 갇히게 된다.

 

 

이렇게만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매우 많을 것이다.

이 편이 훨씬 간단하니까.

아이들이나 보는 만화영화니까.

하지만 한 번만 내 말을 믿어보길.

내 해석이 훨씬 재미있을 것이다.

 

 

꽤 시간이 흐른 후.

타이렁은 정말 우연히. 정말 운명처럼 잡은 기회로 탈옥에 성공한다.

그리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당연하게도 제이드 궁전.

 

7.jpg

 

시푸와 타이렁의 재회 장면.

 

마치 바람이라도 살랑 드는 듯 문이 열린 후 시푸는 지그시 눈을 감는다.

시푸가 눈을 뜨면 어느새 타이렁이 눈 앞에 와 있다.

 

이는 단순히 '여러분, 타이렁은 이렇게나 조용하면서도 치명적으로 빠르며 아주 섬뜩합니다.'

라는 식으로 읽힐 수도 있겠으나

몰입은 언제나 디테일에 있는 법.

 

타이렁을 주워왔던 바로 그 대문이 살며시 열린 후 시푸는 눈을 감는다.

 

그냥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가벼우면서도 고마운 인연인 줄 알았는데.

나는 잠깐동안 눈만 감았다가 뜬 줄로 알았는데.

내가 거둬들였던 애제자 타이렁이 이제 제 발로 제이드 궁전 안으로 걸어 들어와 있다.

 

타이렁이 잠깐 엇나가는 줄로만 알고 살짝만 눈을 감듯 모른 척 했을 뿐인데

타이렁은 어느새 가장 위협적인 적이 되어 이제 시푸 앞에 나타나 있다.

 

 

8.jpg

 

스승님,

제가 집에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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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너의 집이 아니다.

나 또한 너의 스승이 아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요?

 

이렇게 되어야만 하지.

 

짧고 간결한 대면 이후 둘은 바로 싸움에 돌입한다.

여기서 화려한 액션씬에 가려진 정말 중요한 대사들이 많다.

 

10.jpg

 

당신의 나약함 때문에 20년을 감옥에서 썩었어!

당신은 내가 용의 전사인 걸 알고 있었잖아.

언제나 알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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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그웨이가 나를 부정했을 때는 어떻게 했지?

어떻게 했느냐고!

 

 

13.jpg

 

누가 나한테 꿈을 심어줬지?

누가 내 뼈가 부숴지도록 훈련시켜줬나?

내 운명을 부정한 게 누구야?

 

타이렁은 제이드 궁전에 깔린 무기들을 내던져 시푸를 공격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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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이 거울처럼 투명하게 비추는 명검을 받아내는 시푸.

검에 반사된 시푸의 표정은 착잡하고도 처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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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했던 모든 건 다 당신이 나를 자랑스러워 했으면 해서였어!

이제 내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한 번 말해봐 시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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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말해보라고!

 

18.jpg

 

나는.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네가 자랑스러웠다.

넌 내 자랑거리였어.

그게 내 눈을 멀게 했지.

네가 내 뜻대로 되어가는 것을 보며 난 참 많이도 기뻤다만,

정말.

 

정말 미안하다.

 

이것이 바로 타이렁과 시푸의 진심.

타이렁은 일평생 시푸가 자신을 자랑스러워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훈련에 임했다.

자신이 용의 전사가 되면 시푸가 자신을 자랑스러워할 것 같아 용의 전사에 모든 걸 내바쳤던 것.

그러나 우그웨이의 말 한 마디로 그것이 산산조각나고.

시푸마저도 그것을 어쩔 수 없다는 듯 받아들였다.

실로 세상이 무너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시푸는 사실 그런 게 다 필요없을 정도로 타이렁을 사랑하고 아꼈다.

그냥 그의 존재 자체가 시푸에겐 언제나 자랑거리였으며

타이렁이 엇나가게 된 게 그에게는 언제나 죄책감으로 다가왔다.

 

19.jpg

 

이 모든 것이 다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타이렁.

그러나 돌이키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이후 영화는 그냥 포가 개입해 타이렁을 이기고 끝나 버린다.

 

그러나 이 둘의 관계는 정말 잘 짜여졌다.

단순했던 두 캐릭터의 바람이 이뤄지지 않았고 그에서 시작되는 단순한 엇나감.

그 파장이 이렇게 응어리지고 커져 서로를 진심으로 위했던 둘이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되는 이 드라마틱함.

 

여태까지 이렇게 잘 짜여진 관계도를 본 적이 없음에

여러분들께도 이 감동을 나눠주고 싶어 이 글을 바친다. 

69개의 댓글

2020.04.09

타이그리스...

음..

가능

1
2020.04.09

확실히 애들 만화라고 겉핥기식으로 봤던거 같은데 조금 더 파고드니까 이런게 보이네

0

영화관에서 타이렁 ㅈㄴ무섭더라 20살먹고 봤는데도 진짜 무서웠음

0
2020.04.09

저거땀시 단순 연출과 무술이 나온다는것말고도 분위기적이나 내용적으로도 무협영화를 중국이 아닌 할리우드에서도 만들수 있게 됐다고 평한다던데

1
2020.04.09
@야키다메

저거 중국꺼 아니야??

왜 할리우드?

0
@가고시마찐

미국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인 '드림웍스' 작품임. 당시 중국 본토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저 영화를 보고 충격 받았을 정도로 센세이션한 애니영화였음

0
2020.04.09
@혐오를멈춰주세요

소재가 무협이구 구성 자체는 미국식 애니라는 평도 많더라

0
@락원

어쩔 수 없는것 같아. 왕도적인 소재를 어떻게 다루냐의 차이인듯. 아시아권은 그냥 내재된 잠재력이 폭발하는 먼치킨적인 것을 표현하는 데 반해 미국은 적당히 납득할만한 수준에서 발전하거나 교훈을 주는 방식이니까. 이건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어쨋든 철저히 미국적인 애니라는데는 이견이 없어

0
2020.04.09
0
2020.04.09

호랑이 여캐가 존나 꼴렸던 거 말고는 잘 기억이 안 난다.

7
2020.04.09

거북이 할아버지가 잘 못 본거는 아닐까

0
2020.04.09
@틀딱사냥꾼

“타이렁은 이에 분노해 마을을 때려부수고 제이드 궁에 다시 쳐들어가 제 손으로 시푸까지 꺾은 후 용문서를 강제로 취하려 했으나”

제대로 봤음

5
2020.04.09
@틀딱사냥꾼
[삭제 되었습니다]
2020.04.09
@인간언저리

그이후에도 2~3편까지도 포가 아니였으면 못막았음 ㅋㅋ

거북이 할아버지 예지력 좆됨

0
2020.04.09
@어둠

만화에서 주인공이 다이겼다고 예지력 ㅈ된다고 하는 당신은ㅋㅋㅋㅋ

0
2020.04.09
@푸딩하면나지

ㅋㅋㅋㅋ ㅈㄴ웃겨 ㅋㅋ

0
2020.04.09

아... 수인물은 꼴리지

0
2020.04.09

내 인생 애니는 라따뚜이~

0

난 2편의 그 공작이 마음에 들더라

 

애들 애니메이션에서 자기도 모르게 악역을 받고 연기하는 어른같은 느낌이였음.

2
2020.04.09
@동부전선이상무

ㄹㅇ 나도 공작이 너무 좋음

마지막에 운명 수용하고 눈 감는거 보면 와

연기한 배우가 딱 떠오르는 캐릭터라고 생각해

0
2020.04.09
@동부전선이상무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는 장면도 나름 여운 남는 장면이라고 생각함 공작은 자신의 야망이 꺾여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한 평생 운명을 꺾기 위한 자신의 노력이 결국 마지막에 나타난 운명 속 인물에 의해 좌절되니까 결국은 운명에 반항 하는 것을 포기하고 운명에 순응하기로 한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여운이 남더라고

0
@동부전선이상무

맞아 쿵팬시리즈 다 봤는데 남한테 추천해야한다면 2편을 추천해주고 싶더라 악당이 너무 매력있어

0
2020.04.09

설때였나 추석때였나 봤을때 저 둘 관계가 참...

0
2020.04.09
@문린

항상 어긋난채로 수습이 안되는 관계는 서글픈거지.

0

3편의 팬더아빠 목소리가 하이젠버그라는 사실이 엄청 충격이였지..

0
2020.04.09

솔직히 뻔한 클리셰임 이젠 고전이 되어버린 다스베이더가 대표적이지

1
2020.04.09

이거 제드 아니냐?

0
2020.04.09

우쉬 손가락 권법 !

0
2020.04.09

어쩔 이런건 애니가 아니다 이말이야

0
2020.04.09
@덕후

어쩔? 이말이야? 넌 덕후자격이 없다

0
2020.04.09

그래서 호랑이 한테는 매몰차게 굴지만 호랑이는 바르게 성장함

0
2020.04.09
@할쑤이따

타이렁만한 재능이 없었음

0
2020.04.09

중국어 공부하고 시푸(shifu師父)가 단순히 이름이 아닌 중국 발음으로 사부인걸 알게 된 지금 개붕이의 해석을 보니 감탄이 나오는구만 추

0
2020.04.09
@망고젤리

그정도는 홍콩무협영화보면 다 알지않나?

1
2020.04.09
@방구석폐인

요새 젊은이들은 무협별로 안좋아하는가

0
2020.04.09
@망고젤리

나 얼마전에 정무문 보면서 깨침. ㅋ

0
2020.04.09

1편 2편 진짜 몇번을 봤음

0
2020.04.09

시푸가 타이렁 기다리는 저 연출.. 정말 좋다

0
2020.04.09

개인적인 평가로는 역대 애니메이션 중

투탑을 달리지만 후속작이 너무

작품성이 ㅆㅈ망이라 아쉽다고 느낀다

0

부모에게 사랑받고 싶어 전력으로 달려왔는데 말 한마디에 그 모든게 부정당하니 엇나갈만 하지...

0
2020.04.09

쿵푸팬더1은 띵작. 2는 수작이었는데 3는 진짜... 영화관에서 보다가 잤음

0
2020.04.09

사부님 꽁지머리너무 귀여워 ~!

0
2020.04.09

이거 혹시 재업임?

어디서 봤던느낌이드는데

0
2020.04.09

이거랑 우그웨이 복숭아꽃으로 사라지는 두 장면만 놓고도 명작가능

0
2020.04.09

타이렁이랑 포가 맞붙는거도 타이렁은 죽어라 덤비는데 포는 되려 그 상황을 재밌어하면서 즐기는것 같아보이더라

0

1편만 전설임. 2편은 쿵푸랑은 거리가 먼 얘기에 스토리도 중구난방이였고 3편은 그냥 전체적인 스토리나 액션씬이 허술했음. 진짜 1편은 티비에서 하면 중간부터라도 본거 치면 30번은 넘게 본 듯

0

1편은 진짜 레전드지...

0
2020.04.09
[삭제 되었습니다]
2020.04.09
@해쉬태그

2도봐라 재미있다

0
2020.04.09

작가: 아닌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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