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탄알집 얘기가 나오길래 문득 해군 복무시절이 생각나서 한번 써볼까 한다. 

 

해군 안에도 케바케가 심해서 다를 수도 있지만 2010년대 초반에 내가 경험한 것 위주로 쭈욱 소개해볼까 함

 

 

1. 회사같은 조직

 

헌병, 갑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대가 회사같은 조직도를 가지고 있어. 

 

아무래도 부대가 배 단위라서 그렇겠지?

 

중대, 분대로 나뉘지 않고 부서단위가 각자 전문역할별로 아주 세밀하게 나뉘어져있고 심지어 팀장 직책도 간혹 볼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초임 간부들은 회사같다는 말을 자주 해. 

 

그리고 해군은 간부들, 특히 부사관 중심으로 돌아가고 일반 병은 거의 대부분 장교, 부사관의 전문적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아. 

 

 

2. 훈련

 

 

아주 극소수 병종을 제외하면 개인화기가 없다. 

 

총 잡을 일이 극히 드물기도 하고 전담 부서가 한꺼번에 관리하는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인지

 

개인이 총기를 관리한다는 개념이 없어. 

 

병기 담당부서가 주 업무로 소총들을 통합해서 관리하고

 

급한 상황이 생기면 총이 필요한 임무 요원이 병기고로부터 총을 대여하는 개념이야. 

 

그래서 명칭도 개인화기가 아니라 소병기. 

 

사격 훈련은 정말 드문데 만일 함상근무자라면 실제로 사격하지 않고 시늉만 하는 사격훈련이 있을거야. 당연히 훈련강도도 육군에 비해 낮다. 

 

그리고 행군, 혹한기훈련 없고 화생방을 포함한 유격도 정말 간소화되어있음. 

 

대신 함정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훈련이 많다. 

 

자잘한 훈련을 여러개 수행해야 하니까 그 나름대로 피곤하게 만드는 식이지. 

 

 

3. PX (x) 복지 (o)

 

 

대체로 복지라고 더 많이 불렀던거같다. 아무래도 2000년대 중반부터 민간 업자들이 직접 장사할 수 있게 되면서 복지관으로 전부 개칭되었는데 이때문에 점차 PX라는 용어가 사라졌던걸로 추측됨. 

 

부대마다 구성이 다른데, 편의점은 기본으로 다 있고 그 외에 분식집, BBQ, 피자헛 같은 전문 음식점이 더 추가되어있는 형태임. 

 

초창기엔 다른 군에서 해군을 부러워했는데... 가격까지 시중 가격 그대로 받는걸 보고 해군을 점점 불쌍하게 여기게 됐지 ㅋㅋ

 

요즘은 병 월급이 올랐으니 그나마 메리트 있을지도? 우리땐 월급이 다들 10만원대였기에 한보따리 사와서 배터지게 먹는게 불가능했었다 ㅋㅋ

 

 

4. 다른부대 놀러가기

 

이건 진짜 해군만의 문화라고 자부할 수 있을거같아 ㅋㅋㅋ

 

전 국토에 퍼져있는 육군과 달리 해군은 거점 중심이기에 가능해. 

 

각 거점(보통 항구)에 여러개의 부대와 함정이 몰려있고 또 배는 훈련때문에 다른 항구에 들르는 일이 잦기 때문에

 

보고싶은 사람이 가까이 오거나 복무하고 있으면 휴일에 놀러갈 수 있다!

 

같이 해군에 입대한 친구나 훈련소, 후반기 교육때 친해진 동기, 또는 전출 직전 소속부대의 전우들이 있고 또 복무중에 보고싶다면 휴일에 시간내서 놀러가봐. 그리고 손님이 오면 대체로 다들 반가워해준다 ㅋㅋ

 

 

5. 배밥

 

 

진짜사나이 해군편이 방송됐을 때 댓글에서 "아무리 방송이라도 저건 너무하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대체로 방송이 사실임 ㅋㅋㅋ

 

다만 다 밥이 잘나오는건 아니고 함상근무자에 한정되어있고 또 조리장이 누구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래도 함상 부식비가 육상에 비해 넘사벽으로 높기때문에 아무리 밥이 못나와도 육상근무자보다는 맛있음 ㅋㅋ

 

 

 

6. 의복류

 

 

 

 

 

옷 가지수가 드럽게 많다. 

 

정복 종류만 크게 2가지에 코트 1개가 추가로 있고

 

근무복, 항해복, 출/입항복, 전투복, 작업복 등등 상황에 따라 입어야하는 조합이 엄청 많다. 

 

거기다 한국해군은 워낙 각 성애자다보니 맨날 빨아라 다림질하라 하는데

 

나중에는 옷 관리때문에 진절머리가 난다 ㅋㅋㅋ

 

다만 마냥 불편한것만 있는건 아닌데 신발이 편하다!

 

해군은 과거 배가 침몰할 때 전투화를 못벗어 헤엄을 못쳐서 몇백명의 장정이 익사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의 트라우마로 전투화를 포함한 발목 이상을 덮는 모든 종류의 신발을 엄금한다. 

 

그래서 육상에서는 단화, 함상에서는 운동화(당연히 사제운동화를 사와도 된다.), 그 외에 헤비한 작업이 있으면 운동화형태의 안전화를 신음. 

 

그 외에 두발 관련해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대체로 머리를 상고머리수준까지 길러도 됐었다. (이후에 한번 짧게 하라고 지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 방송보면 다시 길더라)

 

그리고 밖에서 투블럭이 유행했을 때 부대내에서도 투블럭이 유행했었음 ㅋㅋㅋ

 

머리를 길러도 되는 이유는 흔히들 바다에 빠졌을 때 건지기 위해서라고 알려져 있는데

 

내가 보기엔 사실 그 이유보다는 세계 해군의 분위기에 맞춘게 아닌가 함. 명문화되어있지는 않지만 해군은 대외적으로 정복을 입고 다니고 거기에 우덜식으로만 머리가 짧으면 혐오감(?)을 주니까 차라리 다른나라만큼만 적당히 길러라 이게 제일 큰 이유같음. 배로 움직이는 특성상 외국군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군대기도 하고. 

 

 

최근에는 미 해군과 같은 청색 무늬의 함상복이 지급된다는데

 

사실 미 해군은 바다에 빠졌을때 바다색이랑 구분이 안된다고 버리는 수순이지만

 

한국에서는 (간지가 흘러넘치기 때문에) 반응이 좋아서 그대로 지급하려는거같더라. 

 

 

 

7. 당직

 

해군 함정은 3개조로 나눠서 당직을 서. 

 

A조는 0시 ~ 4시, 12시~16시

B조는 4시 ~ 8시, 16시~20시

C조는 8시 ~ 12시, 20시~24시

 

아마 제일 편했던건 A조였던것같애. 

 

새벽에 근무를 하면 낮에 잘 수 있고 일어나자마자 또 근무나가고 

 

그러다보면 별로 사람들 안마주치고 내할일만 하다 쉬면 끝임 ㅋㅋ

 

제일 헬이었던건 C조였던 것 같음. 딱히 오래 잘 수도 없거니와 과업 끝나고나면 청소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함 ㅋㅋ

 

 

점호 얘기를 하자면 정말 케바케임. 

 

내가 있던 배는 규모가 꽤 커서 병들이 모일만한 곳에 함 전원이 다같이 모여서 했음

 

배가 좁으면 그냥 침대에 누워서 하는 부대도 있음

 

 

 

8. 침실

 

이건 진짜 복불복이다 ㅋㅋㅋ

 

배 잘못걸리면 정말 고생많이 하는데

 

그나마 최신형 배 걸리면 나름 지낼만했음..

 

 

이게 예전 PCC, FF, 고속정 침실인데

 

사진으로만 봐도 꼬라지가 말이 아니지 ㅋㅋㅋ

 

여기서 지낸 동기들 말 들어보면 맨날 토하겠다느니 떨어질뻔했다느니 진짜 다사다난했더라 ㅋㅋ

 

뭐 이제 입대하는 애들은 볼일없을거다. 왜냐하면 80~90년대 취역한 배들 거의 다 퇴역했으니

 

 

 

 

이게 비교적 최근에 나온 침실들이야. 

 

난 개인적으로 극호였는데

 

왜냐하면 딱 캡슐호텔임 ㅋㅋㅋ

 

커텐을 칠 수 있고 옆에 개별로 콘센트도 있으며 독서등이랑 책받침도 있기 때문에 휴대기기나 책만 있으면 정말 아늑하게 쉴 수 있다. 

 

 

 

 

일단 생각나는게 여기까지네

 

나머지 댓글로 얘기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