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가 썼던 글 보면 알 수 있듯이 흙수저 개붕이다.

20살 아무것도 모를 때 삼촌이 명의 빌려달라고 해서 책 빌려주듯이 빌려줬다가 국세 체납돼서 신용불량 됐다.

집도 시골 깡촌에 농사도 땅 빌려서 부모님 근근이 살아가시는 형편이라 손 벌리지도 못하고

어떻게 대학 졸업하고 공장 관리직으로 입사해서 일만 했다.

삼촌이 내 이름으로 사업하면서 거래처 공사대금도 미납해서 급여도 압류되어서 피똥싸고 회사에 소문 다 나고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아무튼 ㅈ같았다.

그러다가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여자친구 나보다 학벌도 좋고 똑똑하다. 얼굴은 내 눈엔 태연 닮았다. 나 처음 보고 윤계상 닮아서 반했다고 했는데 친구들한테 말했다가 개쌍욕 먹었다.

여친한테는 처음부터 모든 내 상황을 오픈했다. 그리고  월급 압류되고 돈 없어서 여친이랑 첫 데이트하는데 김파사 갔다. 

암튼 돈 없는 공장충 저녁마다 라면으로 떼우는게 불쌍해 보였던지 가끔 와서 저녁밥 차려주다가 아예 우리동네 이사 와서 밥 차려줬다. 

여친도 일 하느라 피곤할텐데, 항상 나 퇴근하면 고생했다고 손수 밥 다 차려 놓더라. 저 위에 사진에도 젓갈이랑 단무지 빼고 모두 직접 반찬 만들었다. 요새는 원가절감 한다고 닭도리탕 같은 건 잘 안 해주는 건 함정..또르르...

그리고 나한테 플스도 사주고 철마다 옷도 사주고 명품 지갑도 사줬다. 축구 좋아하는 거 알고는 국축 시즌권도 끊어줬다 ㅠㅠ

그렇게 몇 년 사귀면서 거래처 미수금은 다 갚고 국세만 남았는데

내 여친 내 고향 세무서에 직접 찾아가서 나 대신 담당 공무원한테 급여 압류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빌기도 하고, 분납 약속도 하고 왔다.

그렇게 또 몇 년 동안 빚을 갚고

드디어 올해 1월에 내 앞으로 된 빚 다 갚았다.

그리고 낙산사에 가서 정식으로 프로포즈도 했다.

아직 신용이 안좋아서 전세집은 여친이 대출해서 얻었다. ㅠㅠ

그동안 내 사정 다 알면서 항상 내 곁에서 응원해주고 사랑해줘서 너무나 고맙다.

평생 내 여친 아니 이제 내 마누라만 보면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개붕이들 언젠간 자기 인연 꼭 만나니 걱정하지 마라.

나 같은 거지 촌놈도 연애하고 결혼한다.

그러니 다들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