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하고 306보충대 갔다가 5사단 신교대로 갔었음

 

병기본,수류탄 등등 이것저것 훈련받고 군생활 첫 행군을 하던 중이였음.

 

훈련소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행군이였는데

 

무슨 고추밭인지 뭔지 사람 키만한 길쭉한 작물이 있는 밭을 지나고 있었다.

 

갑자기 멀리서 바스락바스락 하는 소리가 들리길래 뭔가 있나 싶었음

 

처음엔 멀리서 들렸는데 갑자기 바스락바스락 거리면서 점점 소리도 커지고

 

다가오는것 같길래 옆에있는 다른 동기들한테 너희도 들리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그냥 힘들어서 관뒀음.

 

신경끄고 가자 하던 찰나 갑자기 밭에 쳐져있는 낮은 울타리를 왠 사람만한 갈색의 무언가가

 

훌쩍 뛰어넘었다.

 

근대 이 길이 워낙 좁아서 울타리랑 딱 붙어서 걷고 있었거든, 멋지게 점프한 이 새끼가 착지를 내 배위에 했다.

 

사람만한 짐승이 점프해서 배를 들이박으니까 아프기도 아프고 등에 군장까지 하고있으니 중심이 무너져서

 

대처를 못하고 있었는데 이 고라니새끼도 갈대밭 헤치고 나와 점프했는데 눈앞에 사람이 줄줄이 있으니까 놀랬나봐

 

날 들이박고는 빨리 도망가려고 유턴을 하는데 그 동물들이 급하게 방향전환할때 땅 긁으면서 발 허우적허우적 거리는거

 

알지? 그 뒷다리 허우적거리는거에 내 정강이를 순식간에 4~5번 치고는 다시 울타리를 넘어 달아나버렸다.

 

몇초만에 cc맞고 공콤쳐맞아서 난 넘어지고 내 앞 뒤에 있는 다른 동기들도 어안이벙벙해 하고 있음.

 

그래도 막 입대해서 군인정신 충만했던 난 어떻게든 일어나서 쳐맞은 다리를 질질 끌며 걸으려고 하고

 

정신을 챙긴 동기들은 반은 미친듯이 웃고 반은 괜찮냐고 걱정해줌.

 

고라니가 훈련병이랑 박았다는 정보가 행군대열을 따라 쭉 전달되기라도 했는지

 

조교가 멀리 뛰어와서 방금 고라니랑 박은 훈련병이 누구냐며 찾더라

 

동기들이 웃으면서 나라고 알려줘서 난 조교에게 끌려가다 싶이 해서 열외를 받았다.

 

 

그래도 다행히 심하게 다치진 않아서 물파스 바르고 좀 쉬니까 괜찮아짐.

 

하지만 그 뒤로 고양이 였던 내 훈련소 별명은 순식간에 고라니로 바뀌었다.

 

재밌는거 하나 없는 훈련소에서 이게 제법 재밌는 가십거리였는지 훈련소 중대장까지

 

알고 강의시간에 호명까지 되었음..

 

그리고 나도 짬밥을 먹고 자대가서 병장까지 됬는데 이게 5사단 훈련소에서 아직도

 

'신교대 고라니'로 썰이 풀리고 있다고 함.

 

소대 막내가 훈련소에서 조교가 고라니랑 박은 훈련병 얘기를 해줬습니다. 라고 하는데

 

그 훈련병이 나라고 하니까 웃으면서 신기해하더라

 

아들이 전역모 선물해주는데 뒤통수에 고라니그림 박혀있음

 

군대에서는 소문이 계속 남는갑다.

 

벌써 몇년이나 지났는데 혹시 5사단 신교대에서 아직도 고라니랑 박은 훈련병 얘기해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