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아빠와 갑작스런 필리핀으로의 출국 - 1


안녕 가끔 역사물 올리는 게이인데 내가 작년에 겪었던 일 쓴걸 올려봐


좋은 일은 아니여서 지명이랑 사람들 이름은 신상때문에 좀 바꿨어


반응좋으면 더 계속 써 볼게





1. 일요일 오후, 낮잠을 자고 있었다. 아빠가 문을 두드리셨고 엄마랑 같이 내방에 들어오셨다. 매우 드문일이다. 아빠가 내방에 들어오시는 것은. 필리핀에서 온 전환데 잘 못알아 들으니 듣고 전달해 달라는 것이였다. 수화기 저편은 조지였다. 이건 더 드문일 이다. 내가 알기로는 조지는 아빠한테 전화를 안한다.


우리쪽은 잘 들리는데 그쪽이 우리를 잘 못듣는 모양이였다. 조지는 수화기를 필리핀 여급에게 넘겼고 필리핀 여급이 말했고 난 이말밖에 못들었다. 'Mr Kim you need to come to the Phillipines'


내가 '아빠 필리핀으로 오셔야 겠다는데요?' 라고 했더니 아빠가 '사람하나 죽었나 보다'

이러시더라. 그러고는 전화를 하러 내방을 나가셨다. 난 다시 자리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아빠 입밖에 나온말이 워낙 심각하다보니 아니길 바랬다. 얼마나 상황이 복잡하겠는가 최근 들어서 아빠랑 엄마가 사업이 잘 된다고 했는데 샵에서 사람이 죽으면 어찌되는가? 나는 유학도 가야하는데 등등 나다운 생각으로 가득찬채 아빠의 짐작이 틀리길 바라는 막연한 기대로 이불을 덮었지만 이내 아버지가 다시 나를 일으키셨다.


'같이 필리핀을 가 줘야겠다. 오늘 비행기는 없으니 내일걸로 두개 예약해라. 학교는 어떻게 되니?'


'결석이 되는거 말고는 괜찮습니다. 장학금은 못받을거 같네요(어차피 못받는다)'


비행기를 예약했다. 왕복으로 2개 갈때 25만원 올때 12만원 세금 다 해서 둘이 90만원정도

 



2. 아빠는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신다. 다이빙 리조트 이다. 내가 중3때부터 본격적으로 하신거같으니 올해로 9년내지 10년차이다.

사실 필리핀에서 일을 하시기 전 아빠는 사업이 굉장히 잘 되셨었다. 꿈에 그리던 전원주택과 고급 벤츠를 사셨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장비를 매고 바다에 들어가는 스쿠버 다이빙에 가족들을 몇번 대려가시더니 당신이 그것을 사업으로 한다고 하셨다. 당연히 어머니는 반대를 하셨다. 아빠 주변사람들도 많이 말렸다. 그런데 아빠는 하셨다. 한참후에 말씀하신 거지만 그당시 나랑 정원에서 한 대화로 직접적인 용기를 얻으셨다고 한다.


당시 나는 내가 굉장히 현명하고 성숙한줄 알았다. 아마 그때 나는 이런식으로 얘기했을것이다. '한것을 후회하기보단 안한것을 후회하는것이 더 크다고 했어요. 그냥 하세요'


참 무책임 하다.......


그리하여 아빠는 필리핀 롤랑이 라는 다이빙 명소에 자리를 잡았다. 사업은 넘겼고 벤츠도 팔았다 헐어가는 건물을 빌려 직접 인부를 사서 리모델링하고 사람을 고용했다. . 스쿠버 다이빙 샵과 숙식을 하는 리조트를 붙여놓은 모습이였다 그 주변에 는 많은 샵들이 그렇게 한다.


아빠는 물주였고 리조트의 책임자로 테크니컬 다이빙에 일가견이 있는 현지에서 생활하시던 최강사님을, 다이빙 샵의 책임자로는 역시 현지에서 거주하던, 고급 다이빙 스킬은 없지만 메뉴얼에 착실한 영국인 다이빙 강사 조지를 고용했다.


내가봤을때 조지는 고용된게 맞고 최강사님은 완전 고용자 피고용자 관계는 아닌거 같다 같이 오픈을 하셨고 경영을 맡아서 하신다 하지만 현지에 있으셨으니 그리 자본을 많이 대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매니저 요리사 등등 스탭들은 필리핀 현지인을 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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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알기로 처음 4~5년정도는 계속 적자였을 것이다. 그리고 2년정도 본전 최근 2~3년 동안은 아마도 흑자였을 것이다.

아빠는 사업을 하시면서 정말 힘들어 하셨다. 본인도 예상했겠지만 예상치 못하게 힘든일이 많았다. 직접 사업을 하고 살면 보이는 안좋은 면이 너무 많았나 보다. 처음 5년간은 열정으로 버티셨는지 그럭저럭 괜찮아 보였다. 그후인 한 2.3년 전에는 너무도 아빠가 힘들어 하는게 보였는데 귀는 더욱더 안들리게 되셨고 무릎은 더 아파졌고 허벅지도 얇아져만 갔다. 담배도 엄청느셨다. 주택은 결국 팔았다.


한국에 들 어오시면 새벽 4,5시 까지 티비보다가 소파에서 주무셨고 언제는 한국에 와서 한번도 안방에서 안주무시는것까지 봤다. 엄마랑 사이도 눈에띄게 안좋았다. 싸우는 모습은 못봤지만 아마 많이 싸우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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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러던 가운데 아빠가 작년부터 무척 좋아지셨다. 다시 운동을 시작했고 엄마랑 사이도 눈에띄게 좋아졌다. 무릎과 귀는 여전했지만 무엇보다 안색이 좋아졌다.

인정하긴 싫지만 사업이 괘도에 올라서 그랬을 것이다. 빚도 많이 갚았다고 한다. 집안에 다시 화색이 돌았다.


이번에도 아빠가 필리핀에 급한 손님을 맞이하러 갔다가 어머니랑 황금연휴를 즐기시기 위해 5일만에 다시 들어오신거였다. 하지만 다시 또 돌아가시게 된 것이다 수요일날 들어오셨는데 다시 5일만에 나가시게 된 것이다.


전화를 받으시고 난뒤 아버지 얼굴에는 최근에 본적이 없는 어둠이 드리워 졌다.

식사를 드시면서도 어디로 밥이 들어가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나는 아빠한테 흔들리지 않는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비오는 가운데도 조깅을 다녀왔다. 아빠가 애써 태연하려는 모습조차 안보이는것에서 이번일이 아빠한테 단순하게 다가오는일이 아니라는것이 짐작됐다.


월요일 아침 730분 비행기였다. 550 분 버스를 타고 공항을 갔다. 아빠는 버스에서 한숨도 안주무셨다. 밤에 한시간밖에 못주무셨다고 했다.

비행기를 타기전까지 농담도 몇번하고 웃기도 몇번 하셨고 내가 면세점에서 권한 6000원짜리 생 오랜지 쥬스도 탁월한 선택이였다며 맛있게 드셨다.

비행기에 타고 아빠는 대략적인 설명을 해 주셨다. (이 시점에서는 아빠도 대략적으로 밖에 모르셨다) 4명이서 트라이믹스 다이빙을 했었는데 한명이 죽고 두명은 부상을 입고 한명은 무사히 나왔다는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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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비행기에 타고 아빠는 대략적인 설명을 해 주셨다. (이 시점에서는 아빠도 대략적으로 밖에 모르셨다) 홍콩사람 3명과 아버지 샵의 다이버인 최강사님, 4명이 트라이믹스 다이빙을 했다. 홍콩사람인 앤드류는 다이빙을 굉장히 잘 하는 사람이고 같은 홍콩 사람 두명을 상대로 교육을 하기위해 아빠 샵을 통해 다이빙을 한 것이다. 그리고 최강사님은 그곳의 물속지리를 가이드 해주신것 이였다.


그렇게 4명이서 트라이믹스 다이빙을 했었는데 한명이 죽고 두명은 부상을 입고 한명은 무사히 나왔다는 것이였다.


스쿠버 다이빙에는 여러단계가 있는데 깊이로 얘기를 하면 나는 50m까지 들어갈수 있는 단계이고 일반인도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1주일정도 교육이면 쉽게 도달할 수있다. 트라이믹스 다이빙은 보통 70m이상 다이빙을 할 때 하는데 테크니컬 다이빙의 영역이다.


일반적으로 40m이상 다이빙을 딥 다이빙이라고 하고 딥 다이빙을 할때는 내려가는데는 얼마 안걸린다 50미터를 하강해도 3분정도면 내려간다. 하지만 올라 올때가 문제인데 50미터 정도면 4~5기압 정도 된다. 지상의 4~5배 정도 공기를 소모한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수심에 있던 시간이 적게 돼도 몸에 무리가 오는데 왜냐하면 공기중에 산소는 쉽게 순환하고 배출되지만 질소는 그 기압에 눌려 우리 몸에 녹아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천히 올라와 기압을 차츰차츰 낮추며 몸의 질소를 빼 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갑자기 기압이 낮아지면 몸에 녹아든 질소가 급 팽챙하여 기포가 되고 신경과 근육에 이상을 준다. 신경과 근육에 이상을 주면 보통 몸에 마비증세가 오고 죽는 경우도 있다.

보통 50m 다이빙을 하면 하강에 3, 50m부근에세 5분정도 즐기고 상승에 20분 이상을 소비한다. 상승과정에 정해진 수심에서 정해진 시간동안 꼭 머물러야 하고 이것을 감압이라고 한다. 딥 다이빙에선 감압이 굉장히 중요하다.


트라이믹스 다이빙은 나도 잘 모르지만 70m이상 깊이 들어갈 때 위에서 얘기한 감압만으로는 몸이 버티기 어려워 말 그대로 세 가지 기체를 혼합하는 다이빙이다. 아마도 100%산소 50%산소 그리고 헬륨일 것이다. 내려갈 때 와 올라올 때 둘 다 철저한 계산으로 알맞은 수심과 알맞은 시간에 각각 기체를 혼합하여 호흡해야 한다. 이러다보니 가지고 내려가는 탱크의 수가 5개에서 6개 정도이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작업을 잘 보이지 않는 깊은 수심에서 목숨을 걸고 해야 하다 보니 무엇보다도 경험과 침착성이 정말 중요하다.


아빠도 테크니컬다이빙과 난파선다이빙을 하시는 분이시다 얘기를 들으시는 순간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고 하셨다. 아마 당신이 생각하는 그림이랑 많이 다르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 실제로 많이 다르지 않았지만 한 가지 예상하지 못 하신 것이 있었다.

아빠는 못 다한 잠을 추운 비행기 안에서 청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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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댓글

사진이쁘네
0
2015.04.06
ㅅㅇㅈ
0
2015.04.06
Chadonams are reading....
0
2015.04.06
@강약중강약
으헑큐
0
소설같이 재밌ㄴᆞㅋ
0
2015.04.07
필리핀 생각 나네.
글 잘 읽었음ㅋㅋㅋㅋ ㅊ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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