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단편 : 전당포에 무엇을 맡기든, 내가 찾아오지

괜찮은 단편소설이 있어서 들고 옴.
즐겁게 감상하길 바란다.

출처 : http://blog.naver.com/kcinn


전당포에 무엇을 맡기든, 내가 찾아오지(What You Pawn I Will Redeem)
셔먼 알렉시(Sherman Alexie) 저


정오

 당신의 집도 영원히 당신 것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 내가 노숙자가 된 이유를 늘어놓으려는것은 아니다. 그건 내 개인적인 얘기거든. 그리고 인디안들은 배고픈 백인 돼지들로부터 항상 열심히 비밀을 지킨다.

 나는 스포캔(Spokane)에 속하는 내륙 살리쉬(interior Salish)족 인디안 남자고, 대대로 최소 만년 이상 스포캔, 워싱턴 반경 수백 마일 내에 살고 있다. 난 스포캔에서 자랐고 23살 되던 해 대학 진학을 위해 시애틀로 이사했다. 2학기 연속으로 낙제해서 퇴학당한 이후로는 여러개의 잡일과 잡일의 잡일을 했고, 두세번 결혼했고, 두세명의 아이들의 아빠였고, 그리고 미쳐갔다. 미쳤다(crazy)는 소리는 내 정신질환의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사회성 인격장애(asocial disorder)라고 하기엔 내가 너무 연쇄살인마 같은 것처럼 들리니까. 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한 적은 없다. 최소한 물리적으로는. 몇번 다른 사람의 맘을 아프게 한 적은 있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 정도고 그런 관점에서 특별할 건 없었다. 나 역시 실연은 지겨울정도로 겪어봤고 한명 이상의 여자와 동시에 결혼이나 데이트를 한 적도 없다. 하룻밤 새 태도를 바꿔서 상처를 준 적도 없고 관계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끝냈다. 문 바깥으로 도망치기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려고 해 본 적도 없다. 그저 계속해서 아주 조금, 조금씩 사라져갔을 뿐이다. 

 노숙 생활은 올해로 6년째다. 만약 세상에 유용한 노숙자라는 게 있다면 바로 내가 그런 부류다. 노숙자로 사는 건 아마도 내가 잘하는 유일한 것일 것이다. 나는 어디서 제일 좋은 공짜 음식을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있고 식당과 편의점의 친구들은 화장실을 쓸 수 있게 해준다. 공용 화장실 말고 직원들이나 쓸 수 있는 화장실 말이다. 부엌이나 창고, 냉장고 뒤쪽에 숨겨진 깨끗한 화장실. 고작 이런걸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이 우습게 보인다는건 나도 알지만 누군가의 깨끗한 화장실에서 소변을 본다는 것은 충만한 신뢰의 증표가 아닌가. 아마도 당신은 깨끗한 화장실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다.

 아마도 당신이 이런것에 흥미를 느끼진 못할 것이다. 노숙자 인디언은 시애틀 어디에나 있으니까. 우린 흔하고 지겨운 존재이며 당신들은 화났난 표정이나 역겹다는 표정, 혹은 고귀한 미개인(noble savage)의 비극적인 운명에 슬퍼하며 우리에게 걸어오곤 한다. 하지만 우리도 꿈과 가족이 있다. 내  다른 노숙자 친구인 평야 인디언(plains indian)중에는 과거 동부에서 가장 큰 일간지의 편집장을 맡았던 사람의 아들도 있다. 당연히 그건 그 친구 얘기긴 하지만 우리 인디언들은 위대한 이야기꾼이자 거짓말장이, 그리고 신화창조자이기도 하니까 아마도 내 친구인 부랑자 평야 인디언도 과거의 인디언과 같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그가 자신을 평야 인디언이라고만 소개하고 명확한 부족을 밝히지 않아 내가 그를 의심하고 있긴 하지만. 내가 그에게 왜 정확한 부족을 말해주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 중에 자기가 정확하게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있나?". 그래 좋다, 철학적인 인디언 자식. "이봐. 거지같은 소리를 하는 걸 보니 거지새끼인가 보구만." 그는 껄껄껄 웃더니 나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보이곤 걸어가버렸다.

 난 보통 같은 무리들과 거리를 배회한다. 나의 팀 동료, 나의 친구, 나의 패거리.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와 주니어(Junior), 그리고 나. 우린 서로서로를 챙긴다. 샤론의 장미는 덩치 큰 여자다. 실제론 5feet(150cm) 정도지만 분위기와 영향력을 고려하면 7feet(210cm)정도 크기로 보이는. 그녀는 위시램(Wishram)지역의 얘키모(Yakama) 인디언이다. 주니어는 콜빌(Colville) 출신인데 콜빌은 199개쯤 되는 부족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는 잘생겼다. "지구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같은 공익광고판 뒤에서 기어나올때 마저도 말이다. 주니어의 광대뼈는 유독 커서 마치 행성같아 보인다. 그런거 있잖은가. 작은 달 같은 것들이 그 주위를 돌아도 될 것 같은. 그는 나를 질투하고 질투하고 또 질투하게 만든다. 만약 당신이 주니어를 내 옆에 세워두고 서로를 비교한다면 그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하기 전의 인디언이고 나는 도착 후의 인디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는 식민지배의 끔찍한 흔적이 살갗에 새겨진 산 증거처럼 보인다는 말이지. 하지만 내가 당신에게 역사의 흔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려주려는 것은 아니다. 난 강한 남자고, 침묵이 백인놈들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이 모든 이야기들은 점심 시간에 샤론의 장미와 주니어와 내가 파이크 재래시장(Pike Place Market)에 갔을 때 시작되었다. 두 시간여의 협상 끝에 우린 5달러 정도를 손에 쥐었고, 그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인 세븐일레븐에서 용기 강화의 음료 한 병을 사기엔 충분했다. 그래서 우린 벌써 술 취한 전사같은 기분이 되어 그 쪽으로 향하는 길에 문제의 전당포를 지나치게 되었다. 그 전에는 전당포가 있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그건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우리 인디언들에겐 전당포 탐지기가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 이상한 점은 쇼윈도에 오래된 파우와우 춤용 예복(Powwow dance regalia)이 걸려 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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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ke Place 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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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dian's Powwow and dress(Regalia)



 "저건 우리 할머니의 예복이야" 내가 샤론의 장미와 주니어에게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데?" 주니어가 물었다.

 사실 나도 확신은 없는 것이, 단 한번도 그 예복을 누가 입고 있는걸 본적은 없었다. 다만 그 예복을 입고 춤을 추고 있는 할머니의 사진을 보았을 뿐. 그리고 그 예복은 50년전 누가 훔쳐갔다고 한다. 하지만 내 기억속 모습과 똑같이 생겼고 깃털 장식의 색과 구슬을 꿴 방식이 우리 가족이 예복을 만들 때 쓰는 방식과 일치햇다.

 "알아보는 방법은 하나뿐이지."

 그래서 샤론의 장미와 주니어와 나는 전당포에 들어가서 카운터 뒤쪽의 백인 할아버지와 마주하게 되었다. 

 "뭐가 필요한가?"

 "저기 걸린 건 우리 할머니의 파우와우 예복입니다. 50년전에 누군가가 할머니 껄 훔쳐갔고, 우리 가족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찾아 헤맸어요."

 전당포 주인은 내가 거짓말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날 쳐다봤다. 이해는 한다. 전당포는 거짓말로 가득 찬 곳이니까.

 "거짓말이 아닙니다. 내 친구들한테 물어보세요. 그들이 말해줄 겁니다."

 "그는 내가 아는 인디언중에 가장 정직해요." 샤론의 장미가 말했다.

 "좋아. 정직한 인디언 친구. 한번 믿어보겠네. 저게 자네 할머니의 예복이 맞다는 걸 증명할 수 있나?"

 오직 신만이 완벽하기 때문에 우린 완벽해지려 하지 않고, 그래서 인디언은 모든 파우와우 예복에 흠을 하나씩 남겨둔다. 우리 가족들은 항상 예복의 어딘가에 노란색 구슬을 꿰었고, 숨겨두기 때문에 정말 잘 찾아봐야 발견할 수 있다.

 "저게 할머니 것이 맞다면 어딘가에 노란색 구슬이 하나 숨겨져 있을 겁니다."

 "한번 보자구."

 그는 쇼윈도에 걸린 예복을 내려 카운터에 펼쳐놓았고, 우린 겨드랑이 아래쪽에 숨겨진 노란 구슬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거로구만." 별로 놀라진 않은 말투로 전당포 주인이 말했다. "자네가 맞나보군. 이건 자네 할머니의 예복이야."

 "50년 동안 찾지 못하고 있었어요." 주니어가 말했다.

 "이봐 주니어, 그거 내 가족사니까 내가 할 얘긴데."

 "그렇네. 사과하지, 계속하게"

 "50년 동안 찾지 못하고 있었어요." 내가 말했다.

 "그의 가족의 슬픈 전설이죠. 이제 그에게 돌려주시겠어요?" 샤론의 장미가 말했다.

 "그게 옳은 일이겠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군. 난 이걸 천 달러에 샀어. 천 달러를 날릴 순 없지 않나."

 "경찰에 가서 이게 장물이라고 얘기할수도 있어요" 샤론의 장미가 말했다.

 "이봐, 사람을 협박하지 마" 내가 말했다.

 전당포 주인은 한숨을 쉬고는,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해 고민했다.

 "자네들이 경찰서에 가서 얘기한다고 해도 그들이 믿어줄 거 같진 않구만." 왠지 그는 그가 유리하고 우리가 불리하다는 점을 미안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네 이름이 뭔가?"

 "잭슨입니다."

 "성인가 이름인가?"

 "둘 다입니다."

 "진짜로 말인가?"

 "예 진짜입니다. 제 부모님은 제 이름을 잭슨 잭슨이라고 지어주셨죠. 저희 가족은 절 잭슨 제곱(Jackson Squared)이라고 불렀습니다. 웃기는 집안이죠."

 "좋아 잭슨 잭슨. 자네 천 달러를 가지고 있진 않겠지?"

 "우리가 가진 건 5달러 뿐입니다."

 "저런." 그는 다시금 진지하게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해 고민했다. "자네들이 천 달러를 가지고 있다면 그 가격에 팔 수 있지. 제기랄, 만약 999달러밖에 없다면 내가 1달러를 손해본다고 해도 도덕적으로는 그게 맞으니 팔 수도 있어."

 "저희가 가진건 5달러 뿐인데요." 다시 얘기했다.

 "저런." 그는 한번 더 말했다. 그리고 보다 더 심각하게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해 고민했다. "이건 어떤가? 24시간을 줄테니 999달러를 구해오라구. 내일 점심때 돈을 가져오면 팔도록 하지. 어때?"

 "괜찮군요."

 "좋아. 약속한거야. 착수금을 먼저 주지. 여기 20달러 받게."

 그는 지갑을 꺼내 꼬깃꼬깃 구겨진 20달러를 나에게 건넸다. 그리고 샤론의 장미와 주니어와 나는 햇살 아래로 걸어나와 974달러를 구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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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샤론의 장미와 주니어와 나는 우리의 전 재산인 25달러를 세븐일레븐에서 환상의 병 세 개와 맞바꾸었다. 우리니 어떻게 하루만에 돈을 불릴 수 있을지 고민하며 알래스카 고가도로(Alaska Way Viaduct)아래 모여앉아 다 마셔버렸다. 하나, 둘 그리고 세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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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aska Way Viadu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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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내가 깨어났을때 샤론의 장미는 가고 없었다. 나중에 그녀가 히치하이킹으로 토페니쉬(Toppenish)로 돌아갔고 여동생과 함께 인디언 보호 구역(Reservation)에서 살고 있단 얘길 들었다.

 주니어는 내 옆에서 자신의 토사물, 혹은 다른 누군가의 토사물에 뒤덮힌 채로 정신을 잃고 있었다. 생각을 계속하기엔 머리가 너무 아파서 그를 내버려 둔 채로 물가로 걸어 내려갔다. 난 바다 냄새를 좋아한다. 소금 냄새는 항상 기억을 불러일으키지.

 부두에 도착했을때 벤치위에 앉아 바다 쪽을 바라보며  울고 있는 알류트(Aleut) 족 친구 셋을 발견하곤 그 쪽으로 달려갔다. 시애틀에 있는 대부분의 노숙자 알류트들은 알래스카 출신으로, 그들은 앵커리지(Anchorage)나 배로우(Barrow), 혹은 주뉴(Juneau)에서부터 큰 배를 타고 시애틀로 남하하여 고기잡이로 번 돈을 주머니에 가득 채우고 배에서 내렸다. 인디언 바에서 돈을 다 써버리고는 파산해서 그들의 고향인 얼어붙은 북쪽으로 향하는 배를 아직까지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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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ute. Origin Canadian.

 알류트 친구들에게선 연어 냄새가 난다. 그들은 내게 보트가 돌아올때까지 벤치에 앉아 있을거라고 얘기했다.
 
 "보트가 떠난 게 언제였는데요?"

 "11년 전 이라네" 나이 많은 알류트가 대답했고, 난 잠시 그들과 함께 울었다.

 "이봐요, 혹시 돈 좀 있으면 빌릴 수 있을까요?" 돈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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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주니어에게로 돌아갔을 때 그는 여전히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는 채였다. 입가에 얼굴을 가져다대어 아직 숨을 쉬고 있는 걸 확인하고 청바지 주머니를 뒤져 절반만 피운 담배 한 대를 찾아냈다. 그걸 피우면서 내 할머니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녀의 이름은 아그네스였고, 내가 14살때 유방암으로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항상 할머니가 암에 걸린 건 인디언 보호구역안에 있던 우라늄 광산 때문이었다고 생각하셨지만 어머니께선 할머니가 집회 참석 후 돌아오시다가 오토바이에 치인 후 병이 시작되었다고 말씀하셨다. 할머니는 갈비뼈 세 대가 부러졌고, 어머니는 그게 제대로 낫지 않았다고 항상 말씀하셨었다. 암은 제대로 낫지 않은 곳에서부터 시작되니까.

 주니어 옆에 앉아 담배냄새와 바다 냄새, 토사물의 냄새를 맡으며 나는 할머니의 암이 예복을 도둑맞았을 때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했다. 아마도 암은 가슴이 아픈 감정에서 시작되어 유방으로 전이되었을 것이다. 미친 소리라는건 알지만 내가 할머니의 예복을 되찾는다면 할머니를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난 돈이 필요하다. 그것도 큰 돈. 그래서 주니어의 곁을 떠나 리얼 체인지 사무소(Real change office)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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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리얼 체인지는 신문을 파는 단체로, 가난한 사람들과 노숙자들의 권리를 위한 문화적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빈곤에 대한 뉴스들을 다룬다. 리얼 체인지의 목표는 조직화, 교육, 연합체 구축을 통한 노숙과 빈곤 문제 해결이다. 또한 우리 사회 빈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존재한다.

 내가 리얼 체인지의 목표를 기억하고 있는 건 이따금씩 길거리에서 신문을 팔아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문을 팔기 위해선 깨어 있어야 하고, 난 술이 깬 상태로 있는 데 약하다. 누구나 신문을 팔 수 있다. 한부에 30센트씩 주고 사서 1달러에 팔고, 남은 차익은 당신의 것이다.

 "신문 1430부가 필요합니다." 빅 보스(Big Boss)에게 말했다.

 "기묘한 숫자로구만. 게다가 많은데."

 "그만큼 필요합니다."

 빅 보스는 계산기로 셈을 하기 시작했다.

 "총 429달러 어치인데."

 "그만한 돈이 있었다면 신문을 팔진 않았겠죠."

 "대체 무슨 일인가 잭슨 2승(Jackson-to-the-Second-Power)?" 그는 날 이렇게 부르는 유일한 사람이다. 재밌고 친절하기도 하고.

 나는 그에게 할머니의 예복과, 되찾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걸 설명했다.

 "우린 경찰을 부를수도 있어"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이건 현재의 임무고, 성공해서 내 힘으로 되찾아오고 싶어요."

 "이해하네. 솔직히 가능하기만 할 것 같다면 신문을 팔라고 내주고 싶군. 하지만 여지껏 한 명이 하루동안 가장 많이 판 기록은 302부야."

 "한 200달러어치밖에 안 되겠군요."

 빅 보스는 다시 계산했다. "211달러하고도 40센트지."

 "그걸론 모자라요."

 "그리고 하루동안 가장 많이 번 기록은 525달러야. 그리고 그건 어떤 놈이 500달러짜리 구권을 실수로 줬기 때문이지. 하루 평균 소득은 30달러 정도라네."

 "안 되겠군요."

 "안 되네."

 "돈을 좀 빌려주실수는 없나요?"

 "그럴 순 없네. 자네에게 돈을 빌려준다면 모든 사람들에게 빌려줘야 할 거야."

 "도와주실 수 없을까요?"

 "그럼 신문 50부를 공짜로 주지. 아무한테도 얘기해선 안 되네."

 "알겠습니다."

 그는 신문 뭉치를 챙겨 나에게 건네주었고, 가슴으로 신문을 들고 있는 날 안아주었다. 나는 신문 뭉치를 가지고 부둣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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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베인다리 섬 터미널(Bainbridge Island Terminal) 부근에서, 페리를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신문을 팔기 시작했다.

 한 시간동안 다섯부를 판 후 나머지 마흔다섯부를 쓰레기통에 쳐박고 백도날드로 걸어가 치즈버거 4개를 4달러로 주문하고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먹고 나서 밖으로 걸어나오다 길가에 전부 게워내버렸다. 먹자마자 잃은 것이 난 서글펐다. 소화기관이 망가진 알콜중독 인디언으로서, 난 살아가기에 충분한 정도의 음식이 내 안에 있길 항상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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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inbridge Island Ferry Term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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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주머니에 1달러를 넣고 난 주니어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고 난 귀를 가슴에 가져다대고 심장 박동을 확인했다. 그는 살아있었고 난 주니어의 신발과 양말을 벗겨 왼쪽 양말에서 1달러를, 오른쪽 양말에서 50센트를 찾아 챙겼다.

 2달러 50센트를 쥔 채 주니어 옆에 서서, 할머니와 할머니의 이야기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13살이었을때 할머니는 2차 대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신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시드니와 호주의 야전병원 간호사로 일한 적이 있었고 2년동안 미국과 호주 군인들을 치료하고 돌보셨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포탄에 다리를 잃은 마오리(Maori) 군인의 상처를 돌보셨다고 한다. 검은 색 피부와 곱슬거리는 검은 색 머리칼, 까만 눈동자의 눈빛은 따듯했으며 얼굴은 온통 밝은 색 문신으로 덮여있는 남자.

 "마오리 족인가요?" 그가 우리 할머니에게 물었다.

 "아뇨. 난 스포캔 인디언이에요. 미국에서 왔구요."

 "그렇군요. 그 부족에 대해 들은적이 있어요. 이전에 미국 인디언을 만난 적은 없지만요."

 "많은 수의 인디언들이 미국을 위해 싸우고 있어요. 독일에서 싸우고 있는 남동생도 있고, 오키나와에서 죽은 동생도 있죠."

 "안됐군요. 나도 오키나와에 있었습니다. 끔찍했죠."

 "당신 다리도 참 안됐어요."

 "참 우습지 않나요?"

 "뭐가 우습죠?"

 "어쩌다 황인종들이 백인의 자유를 위해 다른 황인종을 죽이게 됐을까요."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요."

 "가끔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이렇게 생각하도록 유도된 건 아닐까 싶어 혼란스럽습니다."

 할머니는 그에게 몰핀을 놔 주었다.

 "당신은 천국을 믿나요?" 그가 물었다.

 "무슨 천국 말이죠?"

 "없어진 내 다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곳 말이죠." 그들은 함께 웃었다.

 "당연히 내 다리는 날 보면 도망가려고 하겠죠. 어떻게 잡죠?"

 "팔 운동을 열심히 하셔야겠어요. 그럼 팔로 뛰실 수 있을거예요." 그들은 다시 웃었다.

 주니어 옆에 앉아 할머니를 생각하여 웃었다. 그리고 그의 입가에 손을 가져다대서 아직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했다. 아직 살아있군. 그래서 나는 2달러 50센트를 쥔 채 파이오니어 스퀘어(Pioneer Square)에 있는 한국 식료품점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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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oneer 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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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한국인 가게에서 50센트짜리 시가와 1달러짜리 긁는 복권 두 장을 샀다. 최고 상금은 500달러. 두장 다 되면, 레갈리아를 되사올 충분한 금액이 된다.

 계산대에서 일하는 젊은 아가씨 메리. 난 그녀를 좋아한다. 메리는 주인의 딸이고, 하루종일 노래를 부른다.

 "사랑해." 돈을 건네며 내가 말했다.

 "아저씨는 항상 사랑한다고 하는군요."

 "왜냐면 항상 사랑하니까."

 "낭만적인 가난뱅이."

 "로맨틱한 늙은이지."

 "너무 늙으셨죠."

 "너무 늙은건 나도 알아. 하지만 꿈은 꿀 수 있지."

 "좋아요. 아저씨의 꿈이 되어 드리죠. 하지만 꿈 속에서도 손만 잡아드릴거예요. 꿈에서라도 키스도 안되고 섹스도 안 돼요."

 "좋아. 섹스 없이, 그냥 연애만."

 "잘가요 내 사랑 잭슨 잭슨. 곧 다시 봐요."

 가게를 나와서 옥시덴탈 공원(Occidental Park)까지 걸어가 벤치에 앉아, 시가를 끝까지 다 피웠다.

 시가를 다 피우고 10분 후, 첫번째 복권을 긁었으나 꽝이었다. 이제 얻을 수 있는건 500달러 뿐이고 필요한 액수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다시 10분 후, 나머지 복권을 긁고 교환권에 당첨됐다. 돈을 좀 벌 기회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작은 위안은 되는군.

 다시 메리에게로.

 "잭슨 잭슨, 내 맘을 가지러 왔나요?"

 "교환권이 나왔지."

 "다른 남자들처럼 당신도 돈과 권력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군요."

 "사실이야. 그리고 사실이어서 미안해."

 그녀는 나에게 다른 복권을 주었고, 난 갖고 나왔다. 난 복권은 혼자 조용히 긁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기쁜 동시에 슬프게도 세번째 복권은 당첨이 됐다. 나는 메리에게 다시 돌아갔다.

 "100달러에 당첨됐어."

 그녀는 복권을 들여다보더니 웃었다.

 "이건 운명이예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20달러 다섯장을 세었다. 돈을 건네줄때 손끝이 닿았고, 난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고마워." 지폐 한 장을 건네주었다.

 "받을 수 없어요. 아저씨 돈인걸요."

 "아냐. 이건 인디안 부족의 규칙이야. 뭔가를 얻는다면 가족과 함께 나눠야 해."

 "난 아저씨 가족이 아닌걸요."

 "아니, 넌 가족이야."

 그녀는 웃으며 받아주었다. 난 80달러를 주머니에 넣고 메리에게 작별 인사를 한 뒤 차가운 밤공기 족으로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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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8시

 주니어와 이 좋은 소식을 공유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돌아갔을 때 그는 가고 없었다. 나중에 그가 포틀랜드(Portland), 오레곤(Oregon)쪽으로 차를 얻어타고 떠났고, 힐튼 호텔 뒷거리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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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9시

 외로운 인디언은 80달러를 갖고 남쪽의 빅 허츠(Big heart's)로 갔다. 빅 허츠는 인디언만 가는 곳이다. 아무도 평범한 바가 어떻게, 그리고 왜 인디언 바로 탈바꿈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빅 허츠는 23년동안 공식 인디언 바로 영업중이다. 원래는 오로라 가(Aurora Aveue) 위쪽에 있었으나, 어떤 루미족 인디언(Lummi Indian)이 불을 낸 다음에 사페코 구역(Safeco Field)근처로 이사를 했다.

 빅 허츠로 들어간 뒤 몇 명이나 있는지 헤아려보았다. 15명의 인디언-여덟은 남자고 일곱은 여자.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인디언들은 함께 하길 좋아한다. 그래서 우린 친척이나 된 것처럼 굴었다.

 "위스키 샷으로 얼마지?" 뚱뚱한 백인 바텐더에게 물었다.

 "안 좋은 것과 더 안좋은 것, 어떤 걸 원하쇼?"

 "제일 안 좋은걸로."

 "잔당 1달러요."

 나는 바 위에 80달러를 늘어놓았다.

 "좋아. 나와 내 친척들이 80잔을 마실 수 있겠군. 각각 몇잔씩이지?"

 "당신을 포함해서 모두에게 다섯잔씩 돌아가겠군요." 내 뒤에서 여자가 소리쳤다.

 돌아보니 뚱뚱하고 창백한 인디언 여자가 키 크고 마른 인디언 남자와 앉아 있었다.

 "좋아 수학천재. 모두에게 다섯 잔씩!" 바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소리쳤다.

 인디언들이 몰려들었고, 나는 수학자 인디언과 그녀의 마른 친구 곁에 앉아 위스키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어느 부족인가?" 내가 물었다.

 "나는 두와미시(Duwamish)족이고, 그는 크로우(Crow)예요."

 "자넨 몬타나(Montana)에서부터 멀리도 왔군."

 "나는 크로우(까마귀)니까. 날아왔지."

 "이름이 뭔가?"

 "나는 이레네 무스(Irene Muse), 이쪽은 허니 보이(Honey boy)."

 그녀는 내 손을 잡고 힘차게 흔들었고, 그는 내게 키스하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내가 손등에 입맞추자 킥킥 웃으며 얼굴이 붉어졌다. 크로우 족의 검은 피부가 붉어질 수 있는 최대로.

 "너 두개의 영혼(Two-spirits, 양성애자라는 뜻)을 갖고 있군, 맞지?"

 "여자도 사랑하고, 남자도 사랑하지." 그가 대답했다.

 "가끔은 동시에 사랑하기도 하고." 이레네가 말했고 우린 웃었다.

 "이봐, 그럼 8~9개의 영혼을 갖고 있겠구만. 맞지?"

 "자기, 원하는거면 뭐든 하겠어."

 "이런, 허니 보이가 사랑에 빠졌네." 이레네가 말했다.

 "사랑이랑은 관계 없다구." 그가 말했고 우린 웃었다.

 "와우, 기쁘군 허니보이. 하지만 그러진 않을꺼야."

 "절대 안된다는 소린 절대 하지 마."

 "조심하는게 좋을 걸. 허니 보이는 온갖 종류의 마법을 쓴다고." 이레네가 말했다.

 "허니 보이. 날 유혹하려고 시도할 수는 있겠지만 내 맘은 메리라는 여자가 갖고 있어."

 "처녀 메리 말인가?(Is your Mary a virgin?, 동정녀 마리아에 대한 은유)" 허니 보이가 물었고 우린 웃었다.

 그리고 우린 모두 갈 때까지 위스키를 마셨다. 하지만 내가 통 크게 내는 걸 본 다른 인디언들이 추가로 위스키를 더 샀고, 허니 보이는 신용카드를 꺼냈다. 나는 취한 채 플라스틱 배 위에서 떠다녔다.

 12잔을 마신 후 이레네에게 춤을 추지 않겠냐고 물었고 그녀는 거절했다. 하지만 허니 보이가 쥬크박스로 걸어가서 25센트를 넣고, 윌리 넬슨(Willie Nelson)의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를 틀었다. 이레네와 내가 테이블에 앉아 웃으며 위스키를 더 마시는동안, 허니 보이는 우리 주변을 천천히 돌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내게 바치는 세레나데인가?" 그는 대답없이 계속 노래하며 춤췄다.

 "내게 바치는 세레나데야?" 다시 물었다.

 "너한테 마법을 걸고 있는거야." 이레네가 말했다.

 난 테이블에 기대서 술을 흘리며 이레네에게 키스했고, 그녀도 내게 키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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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0시

 이레네는 날 여자화장실로 밀어넣고 변기 위에 앉힌 다음, 문을 닫고 내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이레네는 너무 작아서 키스하기 위해 몸을 굽혀야만 했다. 손 닿는 모든곳을 움켜쥐고 주물렀는데 그녀는 너무 뚱뚱해서 모든 곳이 크고, 따듯하고, 부드러운 가슴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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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알콜 기운때문에 거의 정신이 나가서, 바에 혼자 서 있었다. 이레네와 화장실에 있었던 게 몇분 전이었던거 같은데.

 "한잔 더! " 바텐더에게 소리쳤다.

 "돈이 더 없을텐데요!" 그도 소리쳤다.

 "누가 술 좀 사줘!" 나는 소리쳤다.

 "다른 사람들도 돈 없을껄요!"

 "이레네하고 허니 보이는 어딨지?"

 "진작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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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2시

 "문 닫을 시간입니다!" 바텐더가 종일 퍼마시고도 아직까지 남아서 마시던 인디언 서너명에게 소리쳤다. 인디언 알콜중독자들은 단거리 주자 아니면 장거리 주자이다.

 "이레네하고 허니 보이는 어딨지?"

 "한 시간도 전에 갔어요."

 "어디로 갔는데?"

 "난 모른다고 백번도 넘게 말했잖아요."

 "나는 어디로 가지?"

 "문 닫을 시간이니까 어딜 가든 상관없지만 여긴 있으면 안돼요."

 "은혜도 모르는 잡놈같으니. 나는 너한테 잘해줬는데."

 "어떻게 싸워야 되는지는 알지. 이리 와."

 그가 다가왔고, 이후의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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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4시

 나는 어떤 큰 창고 뒤를 걷다가 문득 어둠에서 깨어나 자각을 찾았다.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이 아팠고, 코를 만져보곤 부러졌단 결론을 내렸다. 지치고 추워서 트럭 짐칸 덮개를 끌어내려 몸에 감고는 먼지구덩이에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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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누가 내 갈비뼈를 툭 걷어찼다. 난 눈을 뜨고 앞의 백인 경찰을 올려다보았다.

 "잭슨, 자네인가?"

 "윌리엄 경관님." 그는 단 것에 중독된(Sweet tooth) 좋은 경찰이다. 수년간 내게 수백번도 넘게 사탕을 줬고, 나는 내게 당뇨가 있다는 걸 그가 알고 있진 않은가 궁금하다.

 "여기서 대체 뭘 하고있는거야?"

 "춥고 졸렸습니다. 그래서 누웠죠."

 "멍청한 녀석. 너 지금 기찻길에 쓰러져있어."

 나는 일어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난 기찻길에 누워있었으며 부두 작업자들이 날 쳐다보고 있었다. 기찻길 피자가 될 뻔했군. 더블 인디언 페퍼로니에 치즈 추가. 무섭고 메스꺼워서 허릴 굽혀 위스키를 토해냈다.

 "대체 뭐가 문제인가. 이런 바보같은 짓을 하진 않았었잖아."

 "할머니 때문에요. 돌아가셨거든요."

 "유감이네 친구. 언제 돌아가셨는데?"

 "1972년도에."

 "그래서 이제 와서 자살이라도 하려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계속 시도중이죠."

 그는 머리를 저었다. 날 위해 슬퍼해주고 있군. 내가 전에 말했듯, 윌리엄은 좋은 경찰이다.

 "게다가 누가 자넬 때렸군. 누군지 기억나나?"

 "그리프 씨(Mr. Grief)하고 한판 했죠."

 "그리프 씨가 자넬 때려눕힌거 같은데."

 "그리프 씨는 항상 이깁니다."

 "일어나게. 딴데로 가자구."

 그는 나를 부축해서 순찰차로 간 다음 뒷자리에 태워주었다. "거기다 토하면 치우게 할꺼야."

 "그게 공평하죠."

  차를 빙 둘러가서 운전석에 앉아 그가 말했다. "중독 치료 센터로 데려다주지."

 "싫어요. 거긴 끔찍합니다. 술 취한 인디언으로 가득 차 있다구요." 

 그는 웃으며 차를 몰고 항구를 빠져나왔다.

 "나는 자네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어."

 "누구 말이죠?"

 "인디언들. 어떻게 그렇게 웃을 수 있지? 기찻길 위에서 엉덩이를 빼내자마자 농담을 하는군.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거야?"

 "세상에서 제일 웃긴 두 종족이 인디언과 유대인입니다. 아마 집단 학살을 갖고도 웃길 수 있을걸요."

 우린 같이 웃었다.

 "잘 들어봐 잭슨. 자넨 똑똑해. 대체 왜 길바닥에서 지내는 건가?"

 "천 달러만 주시면 말씀해드리겠습니다."

 "자네가 올바른 삶을 살게 된다면 못 줄것도 없지."

 그는 그 말대로 할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경찰중에 두 번째로 좋은 경찰이니까.

 "당신은 좋은 경찰이예요."

 "이봐 잭슨. 내 엉덩이를 핥을 필요는 없어."

 "아뇨 정말입니다. 경관님은 제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해요."

 "인디언들은 항상 그렇게 말하더군."

 "아뇨, 제 할아버지는 부족의 경찰이었습니다. 좋은 경찰이었죠. 누군가를 체포하는 대신 돌보았어요. 경관님처럼 말이죠."

 "난 백명도 넘는 쓰레기들을 체포했어, 잭슨. 엉덩이에 총알을 박아준 적도 몇번 있다고."

 "그건 상관없어요. 경관님은 살인자가 아닙니다."

 "죽이진 않았어. 엉덩이를 갈겨줬지. 엉덩이 살인마였거든."

 우리가 탄 차는 시내를 통과하여 달려갔다. 종교 시설과 보호소에선 밤의 투숙객들을 벌써 내보낸 다음이었다. 졸린 노숙자들은 길가 구석에 서서 잿빛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다음날 아침.

 "공포를 느껴보신 적은 있나요?"

 "무슨 뜻인가?"

 "경찰이 된다는 건, 무섭진 않았나요?"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심사숙고 한다는 점, 난 윌리엄의 그런 면이 좋다.

 "난 두려움에 대해선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했네. 공포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무서워지지. 이 일은 보통 지루해. 자네도 알다시피 어두운 골목길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은 아무것도 없지. 하지만 가끔 엄청난 것들이 있고 쫓아가거나, 싸우거나, 불꺼진 집 구석에 미친놈이 숨어있다는 걸 알게 될 때면 맞아, 무서워."

 "제 할아버지도 근무중에 돌아가셨습니다."

 "유감이로군. 무슨 일이 벌어진건가?"

 그가 귀기울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인디언 보호 구역에서 일하셨어요. 서로 서로 잘 알고, 안전하죠. 우린 수(Sioux)나 아파치(Apache)같은 전투부족이 아니었어요. 지난 백년동안 살인은 단 세건 뿐이었습니다."

 "안전하군."

 "예. 우린 스포캔족이예요. 경관님도 알다시피 수동적이죠. 우린 말싸움도 하고 욕도 하지만 사람을 쏘거나 찌르진 않아요. 그런 일이 많진 않죠."

 "그럼 할아버지께선 무슨 일을 겪으신 건가?"

 "어떤 남자와 그 남자의 여자친구가 리틀폴(Little Falls)에서 싸웠죠."

 "부부싸움은 최악이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우리 할아버지의 동생, 제 작은 할아버지였어요."

 "저런."

 "예 지독한 일이죠. 할아버지께선 작은 할아버지의 집으로 걸어들어가셨어요. 수천번도 넘게 방문하셨었죠. 그리고 그땐 작은할아버지와 그분의 여자친구가 취한채로 서로를 때리고 있었어요. 할아버지께선 그 둘 사이를 가로막으셨죠. 이전에 수백번도 더 넘게 그러셨던 것 처럼. 작은할아버지의 여자친구는 미끄러졌는지 넘어져서 머리를 부딪치곤 울기 시작했어요. 할아버지는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를 달래셨고, 작은할아버지는 왜 그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할아버지의 권총을 권총집에서 뽑아 할아버지의 머리를 쏘았습니다."

 "끔찍하군. 유감이네."

 "예. 작은 할아버지께서도 본인이 왜 그러셨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어요. 종신형을 받으셨고 감옥에서 작은 글씨로 적은 50페이지가 넘는 긴 편지를 보내오곤 하셨습니다. 왜 그러셨는지 설명하시려고 여러번 노력하셨지만 그러지 못했죠. 이상한 일입니다."

 "자네, 할아버님에 대한 기억은 있나?"

 "조금요. 장례식이 기억납니다. 할머니가 매장을 못 하게 하셨거든요. 아버지께서 묘지에서 할머니를 떼어놓아야 했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린 중독치료센터 앞에서 차를 세웠다.

 "여기까지 왔네."

 "전 들어갈 수 없습니다."

 "들어가야 해."

 "부탁입니다. 여기서 전 24시간동안 갖혀있어야 하고 그럼 너무 늦어요."

 "뭐가 늦는다는 건가?"

 난 그에게 할머니의 예복과 되사올 수 있는 기한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 예복이 도난품이라면 자넨 신고서를 작성해야 하네. 내 나름대로 조사도 진행하지. 만약 그게 정말로 자네 할머니 것이라면 합법적으로 되찾아 줄 수 있네."

 "아뇨. 그건 공평하지 않습니다. 전당포 주인은 그게 장물인지 몰랐어요. 그리고 전 지금 제 할일을 하고 있습니다. 전 영웅이 되고 싶어요, 아시겠습니까? 이겨서 기사처럼 되찾아 올 겁니다."

 "로맨틱한 헛소리군."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래야 합니다. 뭔갈 이렇게 신경써본건 정말 오래전의 일이예요."

 윌리엄 경관은 몸을 돌려 날 응시했다. 그는 날 살피고 있었다.

 "내가 돈을 좀 주지. 많이 갖고있진 않고 30달러 뿐이야. 월급날 전이거든. 이게 그 예복을 찾아오는데 충분하진 않겠지만 도움은 될 걸세."

 "받겠습니다."

 "이걸 주는 이유는 자네의 확신을 나도 믿고 있기 때문이야. 왜 내가 이런 희망을 품는지는 모르겠지만 30달러를 1000달러로 어떻게든 바꿀 수 있길 바라네."

 "전 마법을 믿죠."

 "난 자네가 이 돈 가지고 술 마실 거라고 믿지."

 "그럼 왜 주시는겁니까?"

 "무신론자 경찰이 못할 짓은 아니니까."

 "것도 그렇군요."

 "그렇지. 난 무신론자가 아니긴 하지만."

 그는 나를 차에게 꺼내 내 손에 5달러 두장과 20달러 한 장을 쥐어주고는 악수를 청했다.

 "몸조심하게 잭슨. 기찻길 근처에 가까이 가지 말고."

 "그러겠습니다."

 그는 차를 타고 떠났고, 난 돈을 손에 쥐고 부두로 다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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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부두에서 알류트 친구들은 여전히 나무 벤치에 앉아있었다.

 "기다리던 배는 보셨나요?"

 "배는 많이 봤지. 하지만 우리 배는 아니었다네." 나이 많은 알류트가 대답했다.

 난 그들 옆에 앉았다. 우린 침묵속에 오랜 시간을 앉아있었다. 난 우리가 충분히 오랜 시간동안 이렇게 앉아있는다면, 화석이 되진 않을까 생각했다.

 난 할머니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할머니가 그 예복을 입고 춤추는 걸 본적은 없지만  집회에서 그녀가 춤을 추는 걸 봤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아는 노래 있으세요?" 알류트들에게 물었다.

 "행크 윌리엄스(Hank Williams)노래는 다 알지." 나이 많은 알류트가 대답했다.

 "인디언 노래는요?"

 "행크 윌리엄스도 인디언이야."

 "성스러운 노래는 아시는 거 없나요?"

 "행크 윌리엄스도 성스러워."

 "전 의식요(儀式謠, Ceremonial song)를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성가요. 뭔가를 바라고 원할 때 부르는, 집에 돌아가실 때 부를 노래 같은 거."

 "자네가 바라고 원하는 건 뭔데?"

 "할머니가 지금까지 살아계셨길 원합니다."

 "내가 아는 노래가 다 그런건데."

 "그럼 아시는 만큼 불러주세요."

 알류트들은 낯설고 아름다운 그들의 노래를 하기 시작했고, 난 들었다. 그들은 그들의 할머니와 내 할머니를 노래했다. 그들은 추위와 눈 속에서 외로웠고, 난 모든 것이 다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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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알류트들이 마지막 노래를 끝내고 나서 우린 침묵속에 좀 더 앉아있었다. 인디언들은 침묵에 강하다.

 "그게 마지막인가요?"

 "우리가 할 수 있는건 다 불렀네. 나머지는 우리 동족들을 위한 노래야." 나이 많은 알류트가 대답했다.

 이해한다. 우리 인디언들도 비밀은 있으니까. 그리고 알류트들은 인디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밀스럽다.

 "배고프신가요?"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말없이 의사를 물었다.

 "먹을 순 있지." 나이 많은 알류트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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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알류트들과 나는 국제거리(International District)에서 기름진 음식을 파는 빅 키친(Big Kitchen)으로 향했다. 그들은 운좋게 돈이 생긴 노숙자 인디언들에게도 음식을 준다.

 "아침식사 네분?" 우리가 들어서자 여 종업원이 물었다.

 "예. 우린 배고픕니다." 나이 많은 알류트가 대답했다.

 그녀는 우릴 주방 근처 자리로 안내했다. 음식이 조리되는 냄새. 배가 꼬르륵거린다.

 "각자 계산하실 건가요?" 여 종업원이 물었다.

 "아뇨, 제가 냅니다."

 "관대하고 멋진 분이시로군요."

 "그러지 마시오."

 "뭘요?"

 "미사여구로 날 포장하지 마시오. 저 사람들이 날 어려워할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잠깐 생각하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좋아요 교수님. 이제부턴 실질적인 질문만 하겠습니다."

 "좋소."

 "어떤 걸 드시겠어요?"

 "사람이 사람한테 할 수 있는 최고의 질문이로군요. 뭐가 있나요?"

 "돈은 얼마나 있으세요?"

 "다른 의미에서 좋은 질문이로군. 25달러가 있습니다. 우리의 아침 식사와 당신 팁까지."

 그녀는 수학을 좀 할줄 아는 여자였다.

 "좋아요. 특식 4개에 커피 4잔, 그리고 각각 15센트씩 제 몫이로군요."

 우린 침묵 속에서 기다렸다. 곧 여종업원이 돌아와 4잔의 커피를 따라주었고 우린 그녀가 4개의 음식 접시를 가지고 돌아올때까지 커피를 홀짝거렸다. 계란, 베이컨, 토스트, 해쉬브라운 포테이토. 이 적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음식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였다.

 감사하며,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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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

 알류트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전당포로 향했다. 나중에 그들이 47번 부두에서 바닷물을 헤치며 들어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몇 인디언들은 그들이 물 속으로 걸어들어가 북쪽을 향해 가는 걸 봤다고 맹세했고, 다른 인디언들은 빠져죽는걸 봤다고 말했다.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는 모르겠다.

 전당포를 찾았으나 발견할 수 없었다. 난 전당포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다. 전당포를 찾아 20~30블록을 헤메며 교차로를 건너고 코너를 돌았다. 전화번호부에서 전당포 이름을 찾기도 하고 행인들에게 아는 게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전당포는 유령선처럼 사라져버렸고 난 울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포기한 직후, 이 골목을 돌아도 전당포가 없으면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때 몇분 전까진 분명히 없었다고 맹세할 수 있는 그곳에, 전당포가 있었다.

 가게 안으로 걸어들어가 이전보다 묘하게 어려진 것 같은 전당포 주인을 만났다.

 "자네로구만."

 "접니다."

 "잭슨 잭슨."

 "제 이름이죠."

 "자네 친구들은?"

 "여행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인디언은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돈은 가져왔나?"

 "얼마라고 하셨었죠?" 금액이 변했기를 기대하며 내가 물었다.

 "구백 하고도 구십 구 달러."

 같은 가격이로군. 당연하지. 같은 가격이야. 왜 변하겠어?

 "그 만큼은 없습니다."

 "얼마나 있나?"

 "5달러."

 난 구겨진 링컨 한 분을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고, 전당포 주인은 그걸 찬찬히 관찰했다.

 "이거 어제 그 5달러 아닌가?"

 "아뇨. 다른 돈입니다."

 그는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하여 생각했다.

 "자네 이거 벌려고 열심히 노력하긴 했나?"

 "예"

 그는 눈을 감고 다른 가능성들에 대해 열심히 생각했다. 그리고 뒤쪽 방으로 걸어가더니 할머니의 예복을 들고 돌아왔다.

 "가져가게." 내게 건네주며 그가 말했다.

 "돈은 이것뿐입니다."

 "돈 필요없네."

 "하지만 전 거래에서 이겨야 합니다."

 "자네가 이겼어. 맘 변하기 전에 갖고 가."

 당신은 세상에 좋은 사람이 몇명이나 살고 있는지 혹시 아는가? 셀 수 없을만큼 많다!

 난 할머니의 예복을 갖고 밖으로 나왔다. 난 혼자 꿰어진 노란색 구슬이 내 일부인것을 안다. 나는 내가 그 노란색 구슬의 일부라는것도 안다. 밖에 나와서 할머니의 예복을 끌어안고 할머니를 호흡했다. 그리고 보도에서 내려와 교차로 한 가운데로 걸어갔다. 사람들이 멈췄다. 차도 멈췄다. 도시가 멈췄다. 모두가 나와 할머니의 춤을 보고 있었다. 나는 할머니와 함께 춤을 추었다.

4개의 댓글

2015.01.17
재밌네 마지막에 천달러벌줄알았는데 결국 못버네
0
2015.01.18
중간에 신문을 쓰레기통에 쳐박았다는 부분에서 짜증나더라.
인디언이 어쩌고 할머니 예복이 어쩌고 간에 도와주는사람의 호의를 쓰레기통에 쳐박는 짓 아냐?
0
2015.01.18
@개미카제
그러니 노숙자로 살지. 소설갖고 흥분 ㄴㄴ
0
2015.01.20
날로먹고 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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