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150일간의 세계 여행, 15 - 생명의 조각의 도시 아바데

https://youtu.be/G6vu4VHVr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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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파한에서 남쪽으로 3시간, 중부 내륙의 해발 2천미터의 고지대에 위치한 아바데는 6만여명이 사는 강원도 속초시와 규모가 비슷한 작은 도시이다.

 

다른 도시들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고 교통수단이 많지는 않기에, 과거에는 교통의 한계로 인해 지금보다도 이곳을 찾아가는 길은 험난한 여정이 되었을 테지만 그럼에도 과거에는 수많은 무역상인들이 거쳐가던 장소로서 이곳의 장인들은 천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란 전역에 명성을 떨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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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라비아 로렌스의 한 장면)

 

지금은 평탄한 길이 곳곳에 건설되었지만, 과거 전 제국의 수도였던 이스파한과 머나먼 북서쪽 제국의 국경 너머로부터 먼 길을 지나온 상인들은 험난한 지형과 곳곳에 도사리는 도적들과 마주칠 위험을 감수해야 했겠지만 이곳에서 생산되는 진귀한 사치품과 결혼을 앞둔 어린 귀족들의 예비 신부에게 선물할 예물들은 험난한 여정속에서 목숨을 희생할 가치가 있는 충분한 보상이었을것이다.

 

수천년의 공예를 이어온 도시답게도, 가파르고 메마른 산과 언덕을 넘어 도착한 아바데의 입구부터 거대하게 제작된 조각품들이 웅장하게 솟아있었는데, 이곳엣는 현재까지도 이란 전역으로 수출되는 수많은 수제 공예품들이 생산되고 있으며 공예가들을 육성하는 시설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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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민, 너가 괜찮다면 너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대를 이어서 예술품을 수집해서 자택에 개인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널 기다리고 있대."

 

아바데에 온 두번째 날, 나는 개인 박물관을 운영하는 수집가의 집에 초대받을 수 있었고 그곳에서 수 많은 공예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상당수가 목공예품이었고 아주 조심스럽게 관리되고 있었다.

 

나는 이곳을 소개해주었던 한 부부와 동행하며 유물들을 조심스럽게 구경하면서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것은 과거에 한 기병장교로 추정되는 이가 사용했던 총과 부품들이었다. 수집가는 흔쾌히 액자를 열어 내가 그것을 만져볼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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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섬세한 문양뿐만 아니라, 깃털처럼 가벼운 무게는 이곳 장인들의 솜씨를 증명하는데 중요한 요소였죠. 그리고 이 공예품들은 실생활에서도 사용되었던 것들입니다."

 

황량하고 건조한 대지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남은 강인한 나무들은 가공되어서도 수백년이 지나도록 형체를 단단하게 유지해왔고 장식의 목적을 넘어 그들의 실생활에 사용되었다. 기억하기로는 이 가볍고 튼튼한 큰 수저는 아이스크림이나 간식들을 담는데 사용되었다고 했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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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일고 흙이 빚어져 창조되는 인간의 모습과 천사들, 거룩하고 위대한 신을 담은 조각)

 

"이 조각품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찾았나요? 흥미로운 점은 여자인 하와의 얼굴에도 수염이 있다는거에요."

 

지난 수천년간 오랜 시간동안 예술을 사랑하던 도시민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그들의 혼을 불어넣었다. 

공예가들의 영혼이 작품에 스며든 것처럼 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를 조각한 문양은 마치 살아 움직이듯 섬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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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영향아래서도 그들은 자신의 선조들의 자취를 잊지 않았기에 고대 페르시아를 상징하는 문양과 그림들도 그들의 작품 곳곳에 남아있었다.

또한 귀족과 부유층을 위해 만들어진 체스판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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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방문했던 다른 박물관에서는 좀더 오래된 것들을 관람할 수 있었는데 이곳의 사람들은 목재뿐만 아니라 금속 가공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것 같았다. 이 작은 도시에는 수많은 공예품들로 가득했고 지금도 여전히 전통 시장인 바자르에 가면 가면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서 기다려야할 정도로 유명한 공예가들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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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생애 처음으로 방송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시간을 들여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머릿속에 담아두었었는데 막상 카메라 앞에서 말을 하려니깐 머릿속이 하얘지는 바람에 NG가나서 여러번 촬영을 해야했고 끝끝내 어색한 부분들이 남아았지만 다행히도 잘 끝났다. 

 

머나먼 곳에서 온 여행객에게 방송국 사람들은 아바데에 온것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인터뷰에 참여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항상 그랬던것처럼 방송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는 그때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 더 잘 할수 있었던 부분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그런 어색한 내 불완전한 모습 역시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기로 했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새로운 꿈을 쫓는 세상 사람들에게 시간과 공간의 변화는 있을지라도 어디서나 멋진 예술의 혼을 담고 싶었던 것일까 

오래되고 작은 도시였음에도 밤은 아름답고 현대적인 조명들로 빛났고 비록 대도시만큼은 아니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이곳이 항상 오랜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길 바라듯 현대적인 디자인의 요소들도 곳곳에 심어두었다.

 

도시에는 공예가들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었다. 학교수업이 지루해서 학교 밖을 나온 아이들과도 만났고 전 세계를 누비는 사진기사에게 멋진 사진을 선물로 받기도 했다.

 

그들은 단지 조각과 금속에만 예술을 담을 수 있는것이 아닌 그들이 추구하고 사랑하는 모든 것에 예술을 담을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2개의 댓글

2025.03.03

진짜 멋지다… 항상 잘보고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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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4

ㄷㄷ 조각이 너무 멋있다 저런건 귀족들이나 썼겠지

나는 현대문명의 풍요를 가지고도 이케아를 쓰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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