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150일간의 세계 여행, 6 - 이란 서부의 작은 시골 마을

https://youtu.be/y_dcEPV3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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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아침 일찍 일어나 사난다지로 가는 택시를 타고 마리반에 가는 길은 순조로웠다.

구글지도상으로 287km의 장거리 여행이었고 사난다지에 도착하고나면 곧바로 마리반으로, 그리고 저녁쯤에는 약 60km떨어진 우라먼 탁흐라는 작은 산골마을에 도착해 그곳에서 며칠 머무를 계획이었다. 

 

하루만에 가야하는 거리가 440km에 이르는 대장정이었다.

경로를 잘 알아봐두었으니 문제없이 갈 수 있을거라고 그땐 믿어의심치 않았는데 결과적으로는 무리였다...

 

메마른 암벽 사이를 지나 탁 트인 고원을 넘나드는 여정길은 고된 삶을 끝마친 이들이 지상에서 하늘길로 향하는 것처럼 가벼웠고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길은 천사의 날개를 떠나 깃털처럼 사뿐하게 내려오는 하나의 새로운 생명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언덕의 끝으로부터 펼쳐지는 평야를 내려다보면서, 이미 오래 전에 잠든 제국을 가로지르던 이들의 여정길을 떠올려보았다.

수천 년 전, 넓은 대제국을 가로지르던 군인들의 행렬과 침공사실을 알리기 위해 말을 타고 이곳을 지났을 전령들의 여정은 모두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졌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거주민과 여행객들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이곳을 지나며 여전히 그들의 잊혀진 시야를 느낄 수 있다

 

 

 

 

 

 

 

사난다지에 도착했을 때 지나가던 사람들이 호기심에 말을 걸어왔는데 그 중 한 그룹이 이란인 여자친구를 만나러 왔냐고 계속 물어보길래 그런 거 아니라고 했다. 가끔 이런 곳에도 국제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오는 것인지, 혹은 TV로 본 건지는 모르겠다

.

이곳 사람들에게는 내가 아시아인이라는 사실보단, 외국인이 왜 이곳에 왔는지가 더 충격적이고 궁금했던 듯하다.

 

그 이후로도 나는 이란에 머물면서 왜 이란에 왔는지 수백 번의 질문을 받아야 했다.

이란 사람들은 자신의 나라가 아름답고 치안이 나쁘지 않으며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걸 대체로 인정하지만, 극도로 폐쇄적인 이미지 때문인지

외국인들에게는 나쁘게 비춰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사난다지에서 마리반으로 가는 두 번째 택시기사는 약간의 영어를 했고 머무는 휴게소에서 쉬는 동안 그곳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날 소개해주었다. 운전하는 길에 서로가 즐겨듣는 노래를 한 곡씩 들으며 그곳의 경치를 구경했다.

 

곧 결혼할 여자친구의 이야기부터 자신의 예전 직업까지 그리고 그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사난다지에서 마리반까지의 100km 거리를 운전할 생각은 없어서 처음에는 호출을 무시했지만, 계속 외국인인 내가 반복적으로 호출요청을 보내자 호기심이 들어 콜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운이 좋은 하루였다

 

 

 

 

 

 

아침 일찍 출발했지만 어느새 5시가 지날 무렵 해는 저물어가고 있었다.

마리반에 도착했는데, 여기서부터는 우라먼 탁흐(Uraman takht)로 가는 택시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

가까운 식당에 들러 밥을 먹으며 택시 어플을 열심히 들여다보았지만 30분이 넘어도 내 요청을 수락하는 택시기사가 아무도 없었다.

 

이따금 외국인인 나를 발견하고 찾아온 아이들과 그들의 손에 붙들린 한 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사진을 같이 찍어주고 과일 장수가 공짜로 주는 수박을 얻어먹으며 우라먼 탁흐로 가는 여정에 대해 수소문하기 시작했는데, 한 마을 주민이 나에게 택시를 잡아주며 시외터미널에 가보면 그곳에서 우라먼 탁흐까지 가는 택시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귀띔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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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압둘럼이라고 소개한 택시기사의 도움으로 마리반의 시외 터미널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택시기사들에게 우라먼 탁흐로 가는 길을 물어보았는데 그들은 그곳의 지형이 가파르고 위험하기 때문에 야간에는 갈 수 없고 내일 아침에 이곳에 다시 오라고 말해 주었다.

 

결국 마리반에서 머물러야 했는데 알아둔 호텔이 없어서 고민하던 차에, 압둘람 씨가 근처에 호텔이 많지는 않지만 내가 머물기 괜찮은 숙소로 데려다주겠다고 말하기에 그렇게 하자고 답했다.

 

문제는 가는 호텔마다 숙소가 꽉 차서 호텔을 여러 곳 전전해야 했다. 하필이면 여행 성수기인 탓에 1인이 머물 만한 저렴한 숙소가 없었고 시간은 어느새 저녁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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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노숙을 해야하는지 고민하던 찰나, 압둘럼씨가 마지막 숙소가 한곳 남아있는데, 그곳은 내가 머무르기에는 조금 지저분할 수 있는데 괜찮겠냐고 물어왔다.

 

당연히 OK라고 했다. 그동안 호텔을 알아봐주느라 고생한 압둘럼씨에게 미안해서 아무데라도 잠만 잘 수 있는곳이면 괜찮았는데, 압둘럼씨에게는 낯선 여행자가 작고 허름한 숙소에서 머무르는게 마음이 걸렸던 듯하다. 그는 그곳의 숙소가 좀 지저분할 수 있다고 거듭 언급했는데, 화장실이 낡았고 매우 비좁은것만 빼면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그런데, 갑자기 압둘럼씨의 친구인 하미드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그리곤 번역기를 켜서 무언가를 적더니 나에게 보여주었다.

 

"당신이 괜찮다면, 저희 집에서 머무르고 가십시오. 이곳 호텔은 깨끗하지 않습니다."

 

아니 진짜 괜찮은데... 어떻게 남에 집에서 잠을 자나 싶어 거절했는데 진짜 괜찮은거냐고 계속 물어보더니, 내가 머뭇거리자 그가 갑자기 호텔 리셉션으로 걸어올라가더니 내 호텔 예약금을 환불해서 받아왔다. 그리고는 내 짐을 그의 차에 싣기 시작했다.

 

나는 얼떨결에 그렇게 하미드씨의 차에 탑승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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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집으로 가는 길에 그는 전화를 걸어 자신의 여동생인 포로잔에게 갈곳 없는 외국인 여행객에 대해 이야기했고, 영국에서 유학을 다녔던 포로잔은

지금 상황을 나에게 영어로 설명해주었다.

 

그녀는 그가 나를 진심으로 돕고 싶어하고 걱정하지 말고 집에서 편안하게 머물라고 얘기해주었다.

지금은 성수기라 호텔 예약이 모두 차 있고, 3~4인용 객실밖에 없기에 내가 그곳에서 돈을 많이 쓰게되는걸 원치 않는다고 했다.

 

결국 하미반씨와 마트에가서 저녁으로 먹을 음식들을 사고 그의 집에 도착해 저녁을 먹으며 축구경기를 관람하다가 잠이들었다.

 

이란 사람들의 집에는 예쁜 카페트가 수놓아져있다. 가난한 사람의 집에도, 부유한 사람의 집에도 없어서는 안될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차와 페르시안 카페트였다.

 

 

 

 

하미드씨의 집은 3층집으로 되어있었는데 옥상에는 작은 동물들과 채소들을 기르고 있었다. 닭과 토끼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옥상에서 도시의 경치를 내려다볼 수 있었는데 황금빛으로 빛나는 조명들은 이란의 야경의 특징중 하나였다.

 

종교적인 상징인 초록색 불빛을 제외하고는 많은 길거리의 조명들은 노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나중에 내가 마리반에서 찍은 사진들을 포로잔에게 보여주자, 그녀는 내가 올드한 감성을 참 좋아하는거 같다고 말해주었다.

사실이다. 군 시절을 제외하면 나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 보다는 약간 시골같은 곳들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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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7시에 하미드씨는 직장으로 출근했고 출근하기전에 환전상에게 들러 내 달러를 바꾸는것을 도와주었다.

쿠르디스탄주에 속한 마리반에는 쿠르드(코르디?)인들이 많이 살고있다고 한다. 직장에서도 쿠르드인들은 정장보다는 쿠르드인들의 복장을 즐겨입는데

사실 쿠르드인의 복장인지, 그 지역의 특색있는 복장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라먼 탁흐로 가는 택시기사를 불러주었고 나의 안전한 여행을 빌며 떠나갔다.

지금도 그와 그의 가족들과 가끔 안부를 주고받곤 한다. 

 

 

 

 

대략 60km의 여정에 5달러 정도를 지불하고 함께 출발할 다른 손님을 기다리기로 했다.

요금이 저렴한 대신에 중간중간에 손님이 손을 흔들면 그를 태워주고 목적지에 내려준다며 괜찮냐고 물어봤던거 같다.

당연히 괜찮아서 OK라고 하니 그럼 기사가 앞좌석에 앉으라고 안내해주었다.

 

 

 

 

 

 

그렇게 두시간에 달하는 험한 산길로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험난한 산꼭대기에 거북이가 지나다니는 신비한 마을 우라먼 탁흐로...

 

 

 

 

8개의 댓글

체감상 이란이랑 인도중 어느쪽이 더 위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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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6
@인도전철지붕승차전문가

난 남자고 인도 뉴델리에만 있었는데 새벽 늦게 돌아다녀도 안전하다고 느껴지긴 했음... 두 나라 모두 지역마다 케바케라고 생각함. 이란의 남부같은경우에는 아예 경찰권이 힘이 없어서 경찰이 쫒겨나고 존재하지 않는 지역도 있고 다른나라 난민들이 많이 살아서 각종 범죄나 문제가 이어지는곳도 있어서 어느쪽이 더 낫다고 말하기에는 인도 :여행 경험이 많이 없음. 이란 :지역마다 케바케라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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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6
@포민

난 인도도 좋고 이란도 둘다 좋아하는데 이란이 더 안전하다에 한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인데 그냥 난 유럽에 있을 때보단 이란이 좀 더 안전하게 느껴졌어. 이유는 좀더 밤 늦게 까지(12시까지) 장사하는 곳도 많았고 가족끼리 산책나온 사람들도 많고 어린애들 빼곤 대부분 친절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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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민

그렇군, 답변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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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6

이런 경험 자체가 ㅈㄴ 멋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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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6
@찬슬르아담

언젠간 너도 너만의 여행 방식과 목적을 찾아서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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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7

정주행 중!

응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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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7
@드립은개드립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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