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사진(寫眞) 의 유래에 대한 사료

한국과 일본에서 '사진(寫眞)'은 사실 정지된 화상 혹은 그 기술을 지칭하는 포토그래피(Photography)와는 다른 단어였다. 사진은 포토그래피와는 별개로 존재하는 단어였으며 고려시대 때부터 쓰여왔음이 확인되었다. 사진은 전통적으로 초상화라는 뜻으로 쓰였다.

 

사진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자료들을 살펴보자.

먼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이다. 

 

소림사에서 면벽(面壁) 참선한 것은 마음을 전하자는 것이었네

마음이 동방에 전해졌으니 몸과 형체는 서국(西國)으로 갈걸세

현재에 있어서도 전할 것은 마음이요, 쓸데없는 것은 몸이라

몸이 이미 떠났거늘 어찌 반드시 사진(寫眞)을 그려야 하나

사진을 그려 마음을 구하는 것은 뱀허물에서 구슬을 구하는 격일세

몸이건 상(眞)이건 어느것은 있고 어느것은 없으리

몸이 꿈속의 몸이라면 상(眞)은 꿈속의 꿈일세

몸과 형체는 까마득히 모두 무(無)로 돌아가고 오직 마음만 달과 함께 길이 남으리

 

사진에 대해 이규보는 "그려야 한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다음, 조선왕조실록 살펴보자.

 

상승(上昇)하신 태상왕(太上王)의 존시(尊諡)를 올리기를 지인 계운 성문 신무 대왕(至仁啓運聖文神武大王)이라 하고, 묘호(廟號)를 태조(太祖)라 하였다. 예조(禮曹)에서 아뢰기를, "신주(神主)로 반혼(返魂)하는 것은 《예경(禮經)》에 실려 있는 것이요, 사진(寫眞)으로 봉사(奉祀)하는 것은 후세(後世)에서 하는 일입니다. 지금 우리 상승(上昇)하신 태상왕의 재궁(梓宮)을 산릉(山陵)에 안치(安置)한 뒤에 마땅히 고례(古禮)에 따라 신주(神主)를 봉영(奉迎)하여 반혼제(返魂祭)·우제(虞祭)·부제(祔祭) 등의 제사를 행하여야 합니다. 신의 왕후(神懿王后)는 진용(眞容)[영정(影幀)을 의미]으로써 신주(神主)에 배사(配祀)할 수 없으니, 먼젓번 인소전(仁昭殿)에 봉안(奉安)한 진용은 궤속[樻中]에 간직해 두고, 신주(神主)로써 배사(配祀)하여 3년 뒤에 부묘(祔廟)토록 하며, 그 연후에 태상왕의 진용을 봉안한 다음 신의 왕후의 진용을 배향(配享)하면, 거의 고금(古今)의 예전(禮典)이 아울러 행해져서 폐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하니, 의정부(議政府)에 내렸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돌아가신 태상왕의 묘호를 어떻게 할 것인지와 제사 절차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신주(나무패)로 제사에서 기리는 것은 예경에 실려 있는 것이고, 사진으로 기리는 것은 후세에서 하는 일이니, 임금의 관을 안치시키고 난 후에 제사를 진행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이다.  따라서 왕의 초상을 제사에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논의로 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사실 초상을 뜻하는 단어는 화상(畵像), 영정(影幀), 도상(圖像), 진상(眞像), 진영 (眞影), 유상(遺像) 등 다수 존재하였다.

 

임금의 초상을 뜻하는 어진(御眞)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되는지 임금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도 사진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숙종 때 주고 받은 회의록인 '어진도사도감의궤(御眞圖寫都監儀軌)'를 보면 회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선정된 단어임을 알 수 있다.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임금의 초상화를 뜻하는 많은 단어가 있는데 용례를 언급하면서 모두 적절하지 않아 보이나, '매우 정확하게 그려져 정신까지도 전할 수 있을 만큼의 초상화를 사진(寫眞)'이라고 하니 이를 차용하여 어진(御眞)이라고 함이 어떻습니까? 라는 식으로 제안드렸고, 숙종은 이러한 신하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어진(御眞)'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된다는 뜻을 교지하며 공식적으로 승인하였다.

 

이후 전통적 의미의 사진이 현대적 의미로 변화하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이는 사료는 1863년 연행사로 파견되었던 이의익 사절단의 수행원인 이항억이 기록한 『연행일기』이다. 연행일기에서 사진을 처음 경험했을 때의 놀라움에 대해 기록하고 있으며, 여러 단어로 포토그래피를 표현하려고 하였다. 처음에는 모진(模眞)지법으로 본떴다 라는 의미의 단어를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화본(畵本), 종국에 가서는 사진(寫眞)이라는 단어로 점차 바뀌어감을 알 수 있다. 

 

사실 예전에는 사진이라는 단어가 일본어의 번역으로 들어왔다라는 주장이 있으나 

우리는 위와 같은 한국의 역사적 배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선택되어 사용되어온 단어임을 기억해야 한다.

 

본문은 한국사진사(박주석)의 내용의 일부 요약함.

9개의 댓글

'사진(寫眞)'이라는 단어의 기원에 대해 한국에서 먼저 쓰였다는 주장은 일부 역사적 기록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 후기, 특히 19세기 후반에 사진술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조선에서는 이 기술을 묘사하기 위해 한자어를 활용하는 전통이 있었다. 따라서 '寫眞'이라는 단어를 일본보다 먼저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역사적 자료는 희소하며, 일본에서 이 단어가 체계적으로 정착되고 널리 쓰였다는 사실이 더 명확히 기록되어 있다. 일본 메이지 시대(1868–1912)에 서양 사진술이 도입되면서 '寫眞'이라는 용어가 현대적 의미로 확립되었고, 이후 동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었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조선에서 초기 사진술이 도입되었을 때 사용된 용어와 그 시기 기록을 추가로 검토하면 보다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寫眞'의 기원이 한국에서 유래되었는지, 아니면 일본에서 정립된 단어가 한국에 도입된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자료 분석과 연구가 필요한 주제다.

1
2024.11.21
@리얼페미니스트

사진이라는 단어의 기원은 일반적으로 한자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쓰인 것처럼 보이지만 '일본에 의해 한국이 그 단어를 받아들여 정착시켰다.' 라는 기존의 주장은 틀린 것이다.

 

寫眞은 한국과 일본 둘 다 똑같이 표현하고 중국에서는 摄影(촬영)이라고 표현한다. 단어의 기원에 대한 검토는 그 단어의 사용 용례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용례를 찾아볼 수 있으며 이항억의 『연행일기』에서는 처음 사진을 체험했을 때의 일을 사절단의 수행원으로서 남긴 기록이 남겨져 있는데, 1862년 북경 주재 아라사관을 방문했을 때의 사진적 체험에 대해 처음에는 모진(模眞)지법, 화본(畵本), 종국에는 사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현재로서는 위의 주장이 많은 학자들의 공통적인 견해이며,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기존의 학설은 뒤집어지기 마련이고 이러한 과정의 반복으로 발전되어 간다는 것은 확실하다.

 

또한 모(模)와 사(寫)는 똑같이 복제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단어 간의 차이는 존재한다. 이에 대해서는 해당 내용을 포함해 다음 편에서 서술하기로 하였으나 우선은 댓글에 먼저 달아두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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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084401

자료나 연구가 아직 부족하니 여전히 논란이겠지요.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라고 하는데 출처는 어떻게 됩니까? 일본쪽 출처는 있습니까? 어떤 분의 연구인지 알수가 없네요. 찾아도 안나오고.. 한국에서 유례된 단어라고 하면 일본쪽에서 그런 연구가 있을꺼 같은데 그것도 안나오네요. 물론 둘다 한자문화권이니까 우연히 우리나라도 같은 한자를 쓰게 된거 일수도 있기야 하지만 이것도 정확히 알 수 없고

1
2024.11.21
@리얼페미니스트

일본에서 사진이라는 단어의 유래에 대한 내용은 『日本語源広辞典(일본어원광사전-일본어 용례와 단어의 유래에 대해 정리한 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왔다고 전해지며, 의미로서는 '진을 사한 것'이라는 의미였다. 일본에서 사진이라는 말이 포토그래피를 의미하는 단어로 본격적으로 정착이 된 것은 근대일본어 사전이 편찬되면서였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본어로써 사진이라는 단어가 포토그래피라는 것과 의미하는 바가 같다라고 정립한 것일뿐, 한국이 이렇게 정립한 일본어를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다라고 보기에는 다소 비약이 있다. 여기서 다소라고 표현한 것은 아무래도 한자 문화권 안에서 '사진'은 공통적으로 쓰여왔으며, 일본도 마찬가지로 사진을 초상화라는 단어로 사용해왔다는 점과 근대 문물인 사진은 일본에서 들어왔고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점에서 합리적으로 떠올릴 법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전의 이야기를 반복하게 되겠지만 한국에서는 앞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고려시대에서부터 사진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왔으며 그 뜻과 의미는 현재와는 다르나, 조선에서 최초로 사진을 체험했던 1862년 이의익을 정사로 하는 수행원 이항억의 사행록인 연행일기에서 처음 포토그래피라는 기술을 사진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해당 기록에는 처음 사진을 접했을 때의 묘사가 처음에는 모진지법, 그 다음에는 화본, 끝에는 사진이라고 하며 개인의 체험과 감정의 표현으로서 사진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라는 점은 사진이라는 단어가 일본어의 한국식 번역이다라는 인식을 부정할 수 있는 근거이다.

 

이러한 연구는 독자적으로 한국 사진사를 연구해온 최인진의 『한국사진사 1631-1945』를 토대로 박주석이 수정 보완하여 2021년 『한국사진사』 단행본으로 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개인적인 소혜를 말해보지면 딱히 논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단어 자체의 유래를 찾을 때는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모 신문 기사에서는 사진의 기술 발전과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사전적 역사를 토대로 언급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것을 문제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유는 계속해서 기사가 사실인 양 퍼진다는 점 때문이죠.

 

그리고 원 논문은 '사진과의 첫 만남- 1863년 연행사 이의익 일행의 사진 발굴'이고 '공통된 견해'라고 언급한 부분은 철회하겠습니다. 조심스럽게 언급해야 할 부분인데 불찰입니다. 피인용 지수는 우수한 논문이지만 해당 부분만을 결론으로 언급한 논문은 거의 없네요. 사실 한국 사진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 수가 극소수라 반대든 찬성이든 관련 연구는 더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관심있게 읽어줘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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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084401

제 요지는 아직 거기에 대한 유래가 명확하지 않으며 사료나 연구가 필요 하다는 것이지요. 그렇기때문에 일본에서 건너온 단어인지 우리나라에서 유래된 단어인지도 명확하지 않다라고 보며 단순히 어느 학자나 단편적인 사료로만 사실 판단하기에는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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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1
@리얼페미니스트

아 그건 인정하는 부분인 건데 사진의 유래라고 제목을 지어버려서 그런 것이지, 사실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일본에서 왔다고 무지성으로 주장하는 사람을 향한 반박으로만 얘기했을 뿐, 사진이라는 단어가 한국 고유의 독자적인 단어이다라고 까지 얘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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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08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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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중화권은 왜 사진이라는 단어를 안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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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라는 개념과 단어가 이미 있던 차에 photograph의 역어로서 "사진"이 수입되어 거부감 없이 수용되었다고 보면 되지 앙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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