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부드러운 입문용 버번, 우드포드 리저브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559562.jpg

 

안녕, 개붕이들. 오랜만이야.

 

그동안 이것저것 바빠서 글을 쓰질 못했는데, 오늘은 간만에 글을 써보려고 함.

 

한때 한국에도 버번 붐이 잠시 불어오다가 순식간에 뒤져버렸지만, 그래도 버번 팬이 꽤나 생긴 지금.

 

버번에 도전하려는 개붕이들을 위해서 입문용으로 괜찮은 술 중의 하나, 우드포드 리저브에 대해서 써보려고 해.

 

재작년 까지만 하더라도 입문용으로 사기에는 살짝 가격이 있었지만, 이번에 가격이 내려가면서 입문용으로 부담이 없어졌지.

 

내가 살다살다 술 가격이 오르는 건 봤어도 내려가는 건 처음 봤어.

 

그럼 오늘은 이 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efe7b-7.2bdistillery2bpix.-2bc.jpg

 

우드포드 리저브는 버번 중에서도 전통이 있으면서도 없는, 꽤나 특이한 증류소야.

 

현재 우드포드 리저브가 위치한 증류소 부지는 NRHP(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 즉 미국의 국가사적지로 등록될 정도지.

 

하지만 시작은 우드포드 리저브가 아니었어.

 

1812년 시작된 이 증류소는 1838년에 주요구조물들이 건설되서, 켄터키에서 가장 오래된 증류소로 알려져있지.

 

이 증류소를 설립한 사람은 일라이자 페퍼(Elijah Pepper)라는 사람이고, 그 아들 오스카 페퍼(Oscar Pepper)가 이어 받으면서 이름을 Oscar Pepper Distillery로 지었어.

 

304456-big.jpg.

 

그때 당시에 만들어 지던게 이 올드 오스카 페퍼 버번이야.

 

요즘 남아있는 건 6~7000만원 정도 하는 듯.

 

1867년에 오스카 페퍼가 죽고, 이 증류소를 이어받은 건 3대째, 제임스 E 페퍼(James E. Pepper)야.

 

올드패션드라는 칵테일의 이름을 짓는데 일조한 걸로 유명한 이 사람을 기리기 위해서 이 사람의 이름을 딴 버번 위스키도 있지.

 

참고로 이 증류소에서 일하던 제임스 E 크로우라는 사람도 있는데, 이 사람은 최초로 버번의 사워 매시(Sour Mash)를 사용한걸로 유명해.

 

올드 크로우 버번은 이 사람의 이름에서 따왔지.

 

또, 이 곳의 이름을 따서 만든 올드 페퍼라는 버번도 있어.

 

한 곳의 증류소에서 수많은 버번의 기원이 되는 이름이 나왔다는 거에서 보시다시피, 굉장히 근본이 넘치는 증류소야.

 

하지만 이 증류소는 1878년, Leopold Labrot와 James Graham에게 매각되었고, 이후 Labrot & Graham Distillery이라는 이름으로 변하게 되지.

 

 

 

Brown-Forman-1024x638.jpg

 

 

 

 

 

그리고 1941년, 브라운 포맨이라는 회사가 이 증류소를 인수하게 되지.

 

미국 내에 거대 주류회사였던 브라운 포맨은 금주법 시대에 약용으로 위스키를 판매할 수 있는 6개뿐인 면허를 취득했을 정도로 대형회사였어.

 

하지만 1960년대 후반에, 브라운 포맨은 이 증류소 부지를 매각해.

 

가장 오래된 증류소 부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많은 위스키들이 생산되고, 원래 기술자들도 떠나서 그 맛이 아니게 된 게 크지 않았을까 싶어.

 

하지만 1993년, 브라운 포맨은 다시 이 증류소를 매입했어.

 

시대가 지나면서 전통의 가치가 올라간 탓일까? 가장 오래된 증류소 부지라는 타이틀은 대형회사에 이미지를 만들어주기 좋은 떡밥이었을거야.

 

그리고 3년 뒤, 1996년부터 이 증류소가 위치한 우드포드 카운티의 이름을 딴 우드포드 리저브 버번의 브랜드가 출범해.

 

2004년에는 아예 증류소 이름도 Woodford Reserve Distillery로 변경되었지.

 

 

Woodford 1_opt.jpg

 

이제는 그 원형을 찾기 힘들지만, 우드포드 리저브는 브라운 포맨의 프리미엄 버번 라인의 한축을 담당했어.

 

브라운 포맨의 캐시카우는 잭 다니엘이야.

 

언제나 잘 팔리는 이 위스키를 두고, 좀 더 가격대가 있는 우드포드 리저브도 같이 판매를 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켄터키 더비라는 미국 최대의 경마 이벤트의 공식 버번으로 지정되기도 하고, 글로벌로도 많이 판매를 하는 제품이 됐어.

 

근데 여기서 브라운포맨의 개쩌는 상술이 발동하지.

 

우드포드 리저브는 이 증류소에서만 만들어지는 술이 아니야, 이 증류소의 단식 증류기에서 생산된 원액과, 켄터키 쉬블리 지역의 Brown Forman Distillery에서 생산되는 연식 증류기로 만들어지는 원액을 배합해서 만들어져.

 

단식 증류기의 원액과 연식 증류기의 원액은 꽤나 차이가 나는데, 대체적으로 단식 증류기 쪽이 좀 더 많은 향미를 가지고 있고 거칠며, 연식 증류기 쪽은 향미가 부족한 대신 좀 더 부드럽지.

 

추가로 연식 증류기가 훨씬 생산량이 많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어.

 

이 두가지를 배합한 우드포드 리저브는 버번들 가운데서도 가장 부드러운 맛을 가지고 있어.

 

 

DEC-NR23-3842.jpg

 

그러면서도, 우드포드 리저브는 프리미엄 버번 라인도 빼놓지 않고 출시하고 있지.

 

우드포드 리저브 마스터 콜렉션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되는 이 버번들은 숙성년수가 높거나, 특이한 오크통을 사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그 맛 역시 훌륭한 제품군이야.

 

 

 

 

 

 

 

 

 

 

사실, 근본을 따지마면 1812년과는 같은 위치라는 거 말고는 딱히 연관이 없긴 하지만,

 

우드포드 리저브는 입문자들에게 언제나 추천할 만한 버번 위스키 가운데 하나야.

 

우드포드 리저브가 가진 부드러운 맛과 바닐라 같은 노트, 섬세한 맛의 표현은 거친 버번만 마신 사람들에게는 꽤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거야.

 

처음 버번에 도전한다면 우선 이걸로 시작하고, 이후에 익숙해지면 다른 걸로 넘어가는 걸 추천해.

 

이것도 딱히 맛이 별로다? 그럼 콜라를 타면 된다.

 

버번은 하이볼로 마시기 보다는 콜라가 최고다. 명심해라.

 

 

 

오늘은 여기까지

17d6a9830745383f0.png.jpg

13개의 댓글

파묘에서 밑도끝도 없는 부잣집 장손이 우포리 더블오크 마시는거 보고 검소하다 생각함 ㅋㅋㅋ

4
2024.03.07

우포리 맛있지

0

모든 면에서 더 나은 버팔로 트레이스가 있는데 12만원에 팔던 건 좀 양심 없긴 했음

0
2024.03.07
@사실생각같은거안함

ㄹㅇ? 내가 잭다니엘 먹고 으악 버번시발하면서 버번 안먹고 잇는데 우포리는 일단 사뒀거든

우포리보다 버팔로가 나은가...

0
@골방철학가

나도 잭다는 별론데 헤네시랑 다른 버번이랑 결이 좀 다르더라

0
@골방철학가

취향 차이긴 함. 나는 우포리가 버팔로에 비해 맛에서 시트러스가 조금 느껴지는 거 빼곤 거의 같은데 맛이 밍밍했음

0
2024.03.07

우포리 더블오크드로 버번 처음 먹어봤는데 부드러우면서 바닐라 카라멜 오크 느껴져서 신기했음

0
@레드향

달달허이 초콜렛같고 맛있더라 ㅋㅋ 나는 그냥 우포리는 연필냄새나고 영 별로였는데 더블오크는 너무 맛있게먹음

0
2024.03.07

미국 와있는데 잭다 싱글배럴 배럴프루프랑 와터 레어브리드 중에 한 병 산다면 어떤게 좋을까?

0
2024.03.07

잭다니엘 좋아하는 사람이면 우포리도 괜찮을까?

0
2024.03.13
@함부르거

난 우포리 좋아하는데 잭다니엘이랑 안맞드라

0
2024.03.07

와일드 터키 50도 넘어가는 것도 참 맛있었는데 이것도 먹어봐야겠다. 고마워 ㅎ

0
2024.03.08

술알못인데 잭다니엘은 별로고 에반윌리엄스가 괜찮아서 이거 맨날 하이볼로만 먹었는데 콜라 타먹는게 낫나..

 

사실 난 무슨취향인지도 모르겠음 ㅋㅋ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5245 [기타 지식] 중국에서 안드로이드 폰을 사면 안되는 이유? 5 대한민국이탈리아 11 12 시간 전
5244 [기타 지식] 최근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국내 항공업계 (수정판) 15 K1A1 23 3 일 전
5243 [기타 지식] 도카이촌 방사능 누출사고 실제 영상 21 ASI 2 7 일 전
5242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2부 21 Mtrap 8 7 일 전
5241 [기타 지식] 100년을 시간을 넘어서 유행한 칵테일, 사제락편 - 바텐더 개... 5 지나가는김개붕 1 9 일 전
5240 [기타 지식] 오이...좋아하세요? 오이 칵테일 아이리쉬 메이드편 - 바텐더... 3 지나가는김개붕 2 11 일 전
5239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1부 31 Mtrap 13 11 일 전
5238 [기타 지식] 칵테일의 근본, 올드 패션드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15 지나가는김개붕 14 11 일 전
5237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2부 22 Mtrap 14 11 일 전
5236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1부 13 Mtrap 20 11 일 전
5235 [기타 지식] 서부 개척시대에 만들어진 칵테일, 카우보이 그리고 프레리 ... 3 지나가는김개붕 5 16 일 전
5234 [기타 지식] 모던 클래식의 현재를 제시한 칵테일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4 지나가는김개붕 2 17 일 전
5233 [기타 지식] 브라질에서 이 칵테일을 다른 술로 만들면 불법이다, 카이피... 5 지나가는김개붕 1 19 일 전
5232 [기타 지식] 럼, 라임, 설탕 그리고 다이키리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 2 지나가는김개붕 6 19 일 전
5231 [기타 지식] 1999년 도카이촌 방사능누출사고 대량 방사능 피폭 피해자들 ... 9 ASI 5 20 일 전
5230 [기타 지식] 진짜 레시피는 아무도 모르는 칵테일 싱가포르 슬링편 - 바텐... 3 지나가는김개붕 2 20 일 전
5229 [기타 지식] 통계로 보는 연애 상황에서 외모의 중요성 8 개드립에서가장긴... 11 23 일 전
5228 [기타 지식] 추울 수록 단맛이 유행한다, 위스콘신 스타일 올드 패션드편 ... 1 지나가는김개붕 8 24 일 전
5227 [기타 지식] '얼마나 걸릴까?'를 찾는데 걸린 시간은.. 1 동부전선이상무 5 24 일 전
5226 [기타 지식] '누구나 아는' 노래에 대한 이야기 9 동부전선이상무 20 28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