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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취하기 위해서만 만들어진 칵테일, 어스퀘이크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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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늘 할 술 이야기는 칵테일 어스퀘이크에 대한 이야기야.

 

여러 칵테일들 가운데서도 역사가 오래됐고, 오로지 취하는 목적으로만 만들어진 칵테일이지.

 

맛이 있냐 없냐, 를 따지면 안되는 칵테일이기도 해.

 

취하면 장땡이라는 모토 하에 만들어진 칵테일이거든.

 

하지만 어찌보면 더없이 순수한 그 목적 때문에 아직도 회자되는 칵테일이기도 하지.

 

 

 

 

Photolautrec.jpg

 

이 칵테일을 만든 사람은 바텐더나 음료 관계자가 아니라,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라는 탈인상주의 화가야.

 

물랑루즈 시대에 활약했던 화가로, 귀족 가문인 툴루즈 가문 출신의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14살에 의자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다리의 성장이 멈춰버리는 장애를 가지게 됐던 사람이지.

 

사진에서 보다시피, 그의 키는 무척이나 작고, 성장하지 못한 다리는 힘이 없어서 항상 지팡이를 들고 다녀야 했어.

 

1864년생인 그는 평생 그로 인해서 주변에서 조롱을 자주 당했다고 해.

 

한번은 식당에서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있다가 연필을 놓고 일어나자, 옆에 있던 손님이 "이보슈, 지팡이를 놓고 가는 구만." 이라는 조롱을 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거기에 웃어버렸다는 일화가 있는 상남자야.

 

그는 평생에 걸쳐서 아버지에게 무시 당했는데, 이유는 위에 사고 인해서 일어난 장애 때문이었어.

 

미술에 재능을 보이고 후원을 해준 건 어머니였지만, 아버지는 평생에 걸쳐서 그를 무시했고, 그가 그린 그림을 태워버리기 까지 했지.

 

결국 도망치듯 집에서 나와 그가 선택한 건 술과 여자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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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프랑스 최초이자 최고의 카바레인 물랑루즈의 단골이었고, 그곳에 포스터등을 그려주는 일을 했지.

 

36세에 사망할 떄까지 회화 737점, 수채화 275점, 석판화 369점, 드로잉 4784점을 남겼고, 여기에는 의뢰를 받고 그렸던 에로틱한 그림은 포함되지 않은 숫자야.

 

그림을 시작한 이후 죽기 전까지 평생을 그림 그리는 걸 멈추지 않았고, 화가이면서도 사진을 좋아해서 사진가들과 사진을 찍어서 남기는 등, 예술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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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있던 예술가 답게, 그는 평소에 압생트를 즐겨 마셨어.

 

당시에 압생트는 파리의 예술가들과 서민들이 즐겨마시던 술이었는데, 집안에 돈이 많았고, 나름 잘나가는 화가였던 그는 일반적으로 압생트를 마시는 방법인 물과 설탕을 넣어서 마시는게 아니라, 꼬냑을 넣어서 마시는 방식으로 술을 즐겼지.

 

압생트는 원래 그냥 먹는게 아니라, 설탕과 물을 넣어서 희석해서 먹는게 기본이었는데, 그렇게 하면 도수가 낮아지는 게 싫었던 그는 물과 설탕을 빼고 단맛이 있는 술인 꼬냑을 넣어서 마셨지.

 

참고로 그 시기에 꼬냑은 물을 넣지 않고 만들어서 도수가 60%에 가까운 물건이었어. 압생트는 그보다 독한 68%정도가 가장 인기 있는 도수였고.

 

이 두가지를 동량으로 섞어서 만든 술을 와인잔에 넣고 마셔대고, 속이 빈 지팡이에 넣어서 매일 마셔대면서 매춘부들과 매일을 보냈던 그는 알코올 중독+매독 합병증으로 36세에 그 생을 마감해.

 

유언은  "Le vieux con!"(바보 같은 노인네)였다고 해. 아버지한테 남기는 말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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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가 친구에게 자신이 만든 술을 주고 있는 사진.

 

이 사진을 보면 그의 친구는 이미 술의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는 걸 알 수 있지.

 

이후 그가 마시던 방식은 여러 술꾼들에게 영감을 줬고, 1930년 해리 크래독이라는 바텐더가 쓴 사보이 칵테일 북에 당당하게 그 레시피를 올렸어.

 

 

어스퀘이크

 

진 1파트

위스키 1파트

압생트 1파트

 

전부다 넣어서 쉐이킹 후 칵테일 잔에 따라준다.

 

이 칵테일을 마실 때는 지진이 일어나도 상관이 없다.

 

이 칵테일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거나, 너무 자주 마시면 안됩니다.

 

 

이게 당시 책에 씌여져 있던 문구야.

 

조금 순화되서, 진과 위스키, 압생트를 동률로 섞는, 원본보다는 약한 칵테일이 됐지만 당시에 존재하는 칵테일들 가운데서는 가장 강한 칵테일이었을 거야.

 

 

 

 

 

 

 

 

이전에 얘기했던 크래프트 칵테일 운동 이후로 고전적인 칵테일들이 재발견되고, 그걸 토대로 새로운 칵테일들이 생겨나지만, 어스퀘이크만은 차마 이걸 토대로 무언가를 만들지는 않는 칵테일 중 하나야.

 

그나마 원전을 조금 바꾼 건 있지만, 여전히 독하기 그지 없지.

 

술이 약한 사람이라면 이거 한 잔만 마셔도 취할 수 있고, 두 잔이면 정말로 지진이 나도 이게 지진 때문인지 내가 취한건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될 거야.

 

바텐더 만화에서는 같이 온 여자를 어떻게 해보려고 아저씨가 주문하는 장면이 나오지.

 

거기서도 바텐더가 여자건 논알코올 칵테일로 대체해주는 장면이 나와.

 

바에 여자랑 같이 와서 이걸 시키면 보통은 거절할 가능성이 높은 칵테일이지.

 

뭐, 이렇게 무지막지한 칵테일이지만, 그래도 한 번은 먹어볼 만한 칵테일이긴 해. 두번은 추천 안하지만 말이야.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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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의 댓글

2024.02.13

와씨 맛있는거 3개를 다 스까서 만드네 ㄷㄷ

어딜 가서 부탁드려도 나오려나? 한잔 마셔보고 싶네 ㅋㅋㅋ

0
@냥코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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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3
@지나가는김개붕

생각해보니 항상 첫잔은 진, 한잔 이상은 피트 위스키, 막잔은 압생트로 끝내는 루틴이 있는데 안에서 제멋대로 쓰까지긴 했겠네 ㅋㅋㅋ

0
@냥코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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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4
@냥코신사
0

선생님 군고구마리큐르 소비방법좀 알려주세요 붕어빵맛 맛있게먹어서 집어왔는데 우유타도 못살릴거같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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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이무라아카리

우유에 시럽 추가해서 마시면 좀 나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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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4

사보이가 뭐임? 바텐더 만화책에도 유서깊은 사보이호텔 나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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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성가이

역사와 전통이 있는 호텔 체인, 한국에도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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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파트는 도대체 무슨 단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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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화지문설참신도

동량 넣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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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입문용 산다고하면 추천하는 술 있음?

평소 하이볼로 산토리나 짐빔에다가 시그렘 넣어서 먹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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