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미시경제학의 소비자이론에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내용인 '한계효용(MU)체감의 법칙'과 '한계대체율(MRS)체감의 법칙' 간에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착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두 법칙 간에는 일정한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MU체감의 법칙은 '재화를 한 단위 추가로 소비할 때 증가하는 효용의 크기가 점점 줄어듦'을 의미하고, MRS체감의 법칙은 '소비자의 주관적인 두 재화 사이의 교환비율이 점차 감소해 나감'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느 한 재화만을 극단적으로 소비하기보다는 골고루 소비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 선생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마치 라면에는 김치이고, 짜장면에는 단무지이며, 피자에는 피클이듯이.철수와 영희
예컨대 피자 한 단위를 소비했을 때 증가하는 효용의 크기가 10이고, 피클 한 단위를 소비했을 때 증가하는 효용의 크기가 1이라고 한다면, 피자 한 단위와 피클 한 단위를 동시에 소비했을 때 증가하는 효용의 크기는 반드시 11보다는 더 클 것이라고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다.
(물론 위 예시는 각 재화의 MU체감 뿐만 아니라 긍정적 시너지 효과까지 고려되어야 마땅한 것이기는 하다.)
만일 두 재화의 MU가 모두 체감하며 서로 독립이라는 제한적인 상황을 가정한다면 'MRS가 체감하는 이유는 MU가 체감하기 때문'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므로 이 두 법칙이 전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이외에도 MU는 체감하지 않지만 MRS가 체감하는 상황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으므로 'MRS가 체감하는 이유는 MU가 체감하기 때문이다' 라고 명제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제부터 몇 가지 직관적인 예시를 가지고 두 법칙 간에는 일정한 상관관계가 없음을 보이고자 한다. (물론 수학적으로도 얼마든지 증명할 수는 있으나, 이미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함에도 불구, 일부러 난해한 수식을 끌고 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물론 이같은 비유는 100%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고, 도리어 전공자의 시각에선 황당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문득 떠올린 이 비유가 스스로 꽤나 재치있다고 여겨 한 번 공유해보고자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작성했으니, 부디 가볍게 읽어주시길.
......
1. MU는 체감하나 MRS는 불변인 경우
예를 들어 X재는 500g 밀가루 한 포대가 들어있는 꾸러미, Y재는 250g 밀가루 두 포대가 들어있는 꾸러미라고 가정하자. 밀가루는 MU가 체감하지만 총효용(TU) 자체는 증가하는 매우 일반적인 재화(goods)이나, 두 재화의 MRS는 불변이다. (참고로 효용이론과 IC이론에서는 선호체계의 공리 중 하나인 강단조성을 만족해야하므로, 다시 말해 만복점(滿腹点)이 없음을 가정하므로, 재화의 소비를 늘리면 총효용은 반드시 증가한다.)
따라서 두 재화가 서로 완전대체재임을 가정한다면 위의 경우가 성립할 수 있다.
......
2. MU는 체증하지만 MRS는 체감하는 경우
마약은 많은 양을 투여할수록 쾌감이 폭증하(는 것이 예상되)므로 MU가 체증하는 재화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는 필로폰사탄의 가래 한 단위를 투약할 때마다 1억×1.1^n의 효용을 얻고, 코카인주님의 은총 한 단위를 투약할 때마다 10억×1.01^n의 효용을 얻지만, 두 재화를 동시에 투약했을 때에는 무려 1,000억의 효용을 얻는다고 가정하자.
두 재화의 MU는 체증하나, 중용의 미덕(?)이 더욱 크게 작용함에 따라 MRS는 체감하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두 재화가 양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그 효과가 매우 크다면 위의 경우가 성립할 수 있다.
......
3. MU는 체감하지만 MRS는 체증하는 경우
다시 두 재화가 한계효용이 체감하는 보통의 재화임을 가정하자.
여기 따뜻하고 고슬고슬한 쌀밥이라는 재화가 있다. 쌀밥은 MU가 체감하며 소비를 한 단위 늘릴 때마다 TU가 증가하는 정상적인 재화이다. 또한, 시원하고 아주 신선한 우유 역시 마찬가지로 MU는 체감하고 소비를 늘릴수록 TU가 증가하는 정상적인 재화임에 틀림없다. 이번에도 과연 중용의 미덕이 성립할까?
밥을 우유에 한 번 말아서 드셔 보시라. 당신은 아마 그 어느 때보다도 극단적인 소비를 원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두 재화가 음의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킨다면 위의 경우가 성립할 수 있다.
......
공부가 너무 지루할 때마다 스트레스 해소 겸 지식 반추(反芻)용으로 글을 하나씩 쓰고 있는데요, 부디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좋겠습니다.
오류 지적 환영합니다.
아지아지아
아주 재미있어요
백기맨
연습서는 몇회독했니?
트위티
나무경영 켜라
글쎄요
사실상 읽판을 가장 잘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