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한자어 어휘력 하락과 대중 지식 접근성

❗️제 글을 한자 공부 필요하다는 얘기로 오해하는 분들이 왕왕 있어서 덧붙입니다. 저는 한자가 아니라 한자어 이야기를 한 것이고, "한자 ≠ 한자어" 로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책을 읽다가 종종 '이걸 한국어로 알기 쉽게 옮기려면 어떻게 쓰는 게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곤 합니다. 오늘은 Öffentlichkeit (영어의 public과 비슷한 말)를 옮길 단어를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공중(公衆)' 보다 더 나은 말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기존 세대가 쓰는 말을 잘 모르는 정도가 심하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있어서, 이런 말을 쓰면 상당수 사람들이 잘 이해 못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중(公衆) 대신 공중(空中), '하늘과 땅 사이의 빈 곳'밖에 떠오르지 않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요? 

 

“이레, 여드레가 7일, 8일이에요?”…MZ세대 문해력 저하 어쩌나

"MZ세대, 소통에 지장 줄 정도 문해력 스스로 해결해야"

MZ세대는 문해력이 떨어질까

사흘은 3일? 4일?... 금일=금요일?... 젊은 세대 어휘력 부족 심각

 

설령 대중을 겨냥해 쓰인 책일지라도, 다소 학술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에는 한자어가 많이 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근대적인 학문은 거의 다 서양에서 들어왔고, 기존에 동아시아 문화권에 존재하지 않았던 많은 새로운 개념들이 한자를 이용해 번역되었습니다. 바로 앞 문장에 나오는 '근대(近代)'라는 말도 영어로 modern이라 하는 개념을 한자어로 번역한 것이지요. 심리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어로 Psychologie, 영어로 psychology 라 하는 것을 번역한 말입니다. 

 

한자 자체는 모르더라도, 한글로 써 놓은 한자어에서 각 글자가 어떤 뜻의 한자인지를 알면 모르는 한자어를 보아도 어느 정도 뜻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동해, 지중해 등의 단어를 통해 '해'가 바다를 뜻한다는 걸 이해하고, 독립군, 일본군, 군인, 군대 등의 단어를 통해 '군'이라는 글자의 뜻을 이해하면 해군이라는 말을 접했을 때 바다의 군대라는 의미임을 알 수 있듯이 말입니다. 흔히 접하는 말일수록 이게 잘 되겠지만, 접하는 빈도가 떨어지는 말일 때는 잘 안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요즘 젊은 세대가 이 부분에 취약한 것 같습니다. 주로 접하는 매체 환경이 변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기껏 한국어로 번역을 해 놓은 출판물이 있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예시로 어느 심리학 책의 한 부분을 살펴봅시다. 

 

IMG_0976.jpg

사회심리학 책에서 귀인 (attribution)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

 

대부분, 과학, 핵심, 현상, 원인, 결과… 한자어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이 부분의 핵심적인 낱말인 "귀인"에 주목해 봅시다. 한자 병기가 되어있지 않지만, 아마 저와 나이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사람들은 여기서 '귀'가 회귀, 복귀, 귀환 등에 나오는 '귀'와 같은 '귀'이고, '인' 은 원인, 인과 등의 단어에 있는 '인'과 같은 '인' 임을 알아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귀인이 무슨 뜻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그게 안 되는 사람들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귀인(歸因)'이라고 한자를 병기해 놔 봤자 큰 도움이 안 됩니다. 80년대 극 후반 생인 저만 해도 아는 한자는 얼마 안 됩니다. 중학교 때는 한자반 컴퓨터반 중에 컴퓨터반이었고, 고교생 때는 이과였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병기된 한자를 이해하기 위해 옥편을 봐야만 합니다. 옥편을 일일이 찾아보는 수고를 덜기 위해 한자 병기뿐만 아니라 그 한자의 뜻까지 같이 풀어 써놔야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 말까 할 것입니다. 옥편 찾아보는 법을 모르는 이들도 드물지 않을 것입니다. 솔직히 저도 가물가물하여 찾으라 하면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attribution이라고 영어를 써 놓는다고 해도, 그게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영어를 몰라서 번역본을 보는 거니까요. 난처한 상황입니다. 서양 언어, 대표적으로 영어가 우리말이 아니고, 그래서 그 언어를 터득한 이들에게 번역을 맡기고 우리말로 번역된 것을 읽으려 하는데, 젊은 세대에게는 점차로 이마저 온전히 읽기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먼 옛날부터 추상적인 개념을 가리키는 말을 중국에서 들여와 활용해 왔습니다. 근대화 시기부터는 일본 학자들이 서양에서 온 개념들을 한자로 번역한 것들도 밀물처럼 들어왔고요. 그래서 무지막지하게 많은 한자어를 사용하고 있지요. 한자어가 없으면 이야기의 주제가 조금만 추상적이어도 전혀 말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방금 쓰인 '주제(主題)'만 해도 한자어죠. 한자어가 우리말에서 차지하는 비중(比重)은 너무나 커서, 한자어를 제거(除去)한 한국어는 성립(成立)이 불가능(不可能)합니다. 결국 한자어 어휘력이 확보되거나 영어 실력을 매우 높게 끌어올리지 않으면 어느 정도 지적 수준이 있는 글을 읽고 지식을 습득하는데 현저한 지장이 초래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전에 출판된 지 좀 오래된 퇴계 이황에 관한 책을 산 적이 있는데, 한자로 쓰인 단어가 너무 많아 읽지 못하고 그냥 책장에 꽂아둔 적이 있습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한자어를 잘 모르는 젊은 사람들이 한자어가 많은 책을 읽을 때도 '아, 못 읽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 않을까요? 

 

지적 활동을 위한 어휘들은 통상 대규모 문명이 생긴 곳, 규모 있는 지역 단위 (예컨대 동아시아라든지 하는 단위) 문명의 중심지에서 만들어지게 되고, 문명의 주변부에 위치한 한반도 같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중심부의 언어로 만들어져 나온 지적 성과들을 수용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느 정도는 스스로 창조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부분적인 정도에 그치겠지요. 옛날엔 그게 중화문명과 중국 언어-한자였고, 지금은 그게 서구 문명과 라틴문자권 언어들, 대표적으로 영어인 상황입니다. 

 

이러한 오늘날에는 여러 학술 분야에서 많은 영어 단어를 사용하며 조사만 한국어로 쓰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대부분의 단어가 한자어이고 조사만 한글이던 60-70년대 이전 책들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한자에서 영어로 바뀌었을 뿐인 형국이지요. 주변부 문명 사람의 처지란 이렇게 좀 처량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歸因理論은 社會心理學의 主要槪念으로…"에서 

"Attribution theory는 social psychology의 주요 concept로…"가 되었을 뿐 

"까닭 찾기 얘기는 사람 모여 살이의 마음 배움에 있어 못 빼놓을 생각으로…"처럼은 안 되는 거죠. 

 

물론 꼭 저렇게 '순수 우리말' 같은 걸 고집하려 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그런 태도야말로 오히려 민족주의적인 집착으로 문제 삼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요점은, 우리말이 지적 활동을 위한 어휘를 스스로 가진 언어가 아니라는 주어진 현실 속에서, 기존에 한자어로 해결하던 지적 세계로의 접근을 더 어린 세대로 갈수록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문제적이고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말도 있고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라는 말도 있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야 예나 지금이나 중심부 문명의 언어를 직접 습득해 그 분야를 공부하지만, 한국 대중의 말은 한국어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젊은 대중의 말이 제한되면 그들의 지적 지평이 좁아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57개의 댓글

[삭제 되었습니다]
2022.11.18
@구화지문설참신도

저는 한자를 다시 도입하고 한자를 배우게 합시다! 라고 까지 생각하는 쪽은 아니기 때문에 (, 자연히 간체자를 도입하면 어떨까- 라든지 하는 이야기에는 보탤 말이 없습니다만, 여하간 한자를 아는 사람 입장에서 한자가 병기돼 있으면 이해하기 좋을 거라는 데는 확실히 동감입니다.

 

잘 읽어주어 고맙습니다~

0
2022.11.18

한자식으로 표기한 전문용어나 법률용어의 대다수는 일본식 영번역을 그대로 따온거란건 아시나요? 그리고 한국에서의 현대 지식이란거 대부분은 1900년대 이후로 문서화된것도 알죠? 영어를 우리보다 몇갑절은 더 잘하는 젊은 세대의 지적 지평 논하기에는 오지랖이 좀 역겹네요

0
2022.11.18
@lIIIIllIlIl

질문 1에: 네, 잘 알고 있어요.

질문 2에: 현대 지식이 뭘 가리키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제가 본문에서 안급한 근대적 지식을 말하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당연히 그렇겠지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본이 한자를 써서 번역한 서양의 개념들이 매우 많았을 것입니다. 심지어 일제시대를 거치며 딱히 서양의 지적 성과를 번역한 말이 아닌, 일본에서만 쓰던 다양한 한자어들도 우리말에 섞여들어와 정착했겠지요.

 

90년대 후반 생이나 2000년 이후 생들이 80년대 생들에 비해 영어를 좀더 잘하는 경향은 있겠으나 그 차이가 몇갑절이나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상당히 차이가 난다고 해도, 그래도 여전히 우리나라 대중은 2000년 이후 출생자들이라 해도 우리말로 쓰인 책을 주로 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영어를 좀 더 잘한다 하더라도 한국어로 쓰인/번역된 책보다 영어 책이 더 편하다 느끼고 실제로 영어 책 위주로 읽지는 않잖습니까? 아무리 대중적 영어 습득 정도가 높아졌다 해도 한국인의 언어는 한국어일 수밖에 없다고 봐요.

1
2022.11.18
@메롱매롱

예 한국인의 언어는 한국어겠지만 동음이의어 구별 혹은 어쨌거나 단어풀이를 위한 언어가 영어가 되든 한자가 되든 그 언어를 익혀야 하는 수고는 동일하겠죠? 아니면 설마 한국어를 보고 한자를 유추할수 있으니까 같은 얘길 하는건가요? 근데 왜 일본과 중국은 바보도 아니고 한자를 그대로 사용하나요? 한국어가 '우수'하니까 일본이나 중국과 같이 한자를 표기하지 않아도 괜찮은건가요? 뭔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상하지 않나요?

0
2022.11.18
@lIIIIllIlIl

요점이 뭐죠?

3
2022.11.18
@메롱매롱

어휘는 한자로든 영어로든 어떻게든 풀어서 설명할수 있고 모두 한국어와는 다르니, 거기에 어떤 우위가 있는거마냥 말하지 말란겁니다

0
2022.11.19
@lIIIIllIlIl

젊은 새끼들 멍청해서 문제다 라는 식도 아니고 이러다가 지식의 허들이 더 높아지는게 아닐까 우려하는 글인거 같은데 왤케 공격적임??

5
2022.11.19
@kisssmyazz

지적 지평 운운하는건 니가 한말이랑 다르지도 않고, 이룬거 없는 꼰대가 '다 널 위해 하는 말이다' 하는거랑 다를게 없어서?

0
2022.11.19
@lIIIIllIlIl

‘지적 지평’은 수직적인 의미의 ‘지적 수준’이라는 표현과는 크게 다른 수평적인 의미가 더 크지 않나 싶다. 그래서 글 제목인 “지식 접근성”이라는 수평적 개념과도 잘 어울리고 말이야. “다르지 않다”고 결국 비슷하다는 식으로 해석한다면 뉘앙스 차이에서 오는 의미의 변화를 너무 덮어놓고 까는거 같애.

1
2022.11.19
@kisssmyazz

ㅇㅋ 내가 너무 예민했던건 맞는거같음

1
2022.11.19
@lIIIIllIlIl

애초에 저도 나이가 별로 많은 게 아닌데, 고작 몇 살 차이 난다고 저보다 어린 사람들을 향해 "한자어 공부좀 해라" 라고 꼰대질을 할 처지도 아니거니와 그럴 생각도 아니었고, 그저 달라진 환경 탓에 한자어 이해력이 약해지는 그런 상황이 있다고 보고, 그게 안타깝다 한 것이라, 말하자면 그냥 세태를 한탄한 것이었지, 누굴 타박하고 탓할 의도는 없었어요. 제가 뜻이 잘 전달되게 못 쓴 탓도 있겠죠.

 

"어휘는 한자로든 영어로든 어떻게든 풀어서 설명할수 있고 모두 한국어와는 다르니, 거기에 어떤 우위가 있는거마냥 말하지 말란겁니다"

 

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부분에서 제가 "거기에 무슨 우위가 있는 거마냥 말" 했다고 생각하시는 걸까… 좀 고민을 해 봤는데, 제가 한자어 어휘력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그걸 두고 하신 말씀이 아닌가 싶은데요.

 

영어와 한자어 모두 순수 한국어와는 다르지만, 한자어는 한국어 안에 너무나 많이 녹아들어와 있기 때문에 (명사의 팔할 정도가 한자어라는 얘기를 어디서 본 것 같습니다) 한국어의 일부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자어 안 쓰고 한국어로 언어생활 하기란 절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한국어에 녹아들어있는 영어 외래어도 그동안 많아지긴 했지만 한자어에 비하면 훨씬 적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언어생활에서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한자어이고, 한자어는 한국어의 구성요소로 봐야지, "한자든 영어든 모두 한국어와는 다르다" 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1
2022.11.19
@kisssmyazz

님 말씀대로 일부러 '지평' 으로 골랐습니다. 말씀하신 대로의 이유에서 그랬어요.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1
2022.11.18

동감합니다

2
2022.11.18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공감하고 걱정은 될 수 있으나, 어른세대로 비슷하다고 느끼고 큰 문제가 된다고 느끼진 않음

물론 다다익선이라고 많이 알고 배울 기회를 주는 것 좋지..

 

세대가 바뀌어 갈수록 필요한 역량이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 요즘 친구들이 문해력이 부족하고 이해하는 한자어가 적다면 그걸 대체할 단어라던가,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싶음.

 

언어도 시대에따라 변화하는건데 대세가 바뀌면 어른들이 이해못할 신조어가 나올 수도 있는거고, 현 아이들의 지적수준이 떨어지는게 아니라 다른방향으로 발달한다고 생각함, 디지털시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적응력이라던가 기술을 다루는 능력이라던가.

 

애초에 80년대생이면 어릴때 PPT나 배웠겠음, 컴퓨터실에서 피카츄배구나 했지, 요즘 아이들은 알고리즘과 언어를 배우는 세대라서.. 누가 문명인이 될지 ㅋ

1
2022.11.18
@역지사지

확실히 요즘은 학교에서 코딩도 가르친다고 하고 인공지능 활용해서 작업 자동화 하는 요령도 많이들 바운다고 하니, 이런 분야에서는 젊은 세대로 갈수록 더 역량이 좋을 것 같어. 나도 뒤쳐질까봐 좀 배워야하나 싶기도…

 

근데 팔십년대 후반 생이라고 컴퓨터 원시인 수준은 아님 ㅋㅋㅋㅋ 나 중학생 때 컴퓨터시간에 아래아 한글이랑 파워포인트만 배운 게 아니라 무려 플래시 만들기도 했음 ㅋㅋㅋ

0
2022.11.18
@메롱매롱

초딩 때 이야기한거긴해 ㅋㅋ, 나이들면서 세상이 바뀌는게 느껴지더라고..

 

위에 언급한 부분이 부족해서 생기는 걱정&우려&단점은 분명 있겠지만, 그만큼 다른 장점도 생기는 세대라고 생각해

1
2022.11.18
@역지사지

동의한다 ㅎㅎ

0
2022.11.18

한가지도 안틀리고 다 맞는말.

근데 아니라고 박박 우기는 멍청이들이 여기도 넘쳐나고 밖에도 넘쳐나고 세상은 점점 멍청해질 듯.

7
2022.11.18

한자도 수천년을 생존한 문자 시스템인 만큼 함축적이고 어느정도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없을리가 없겠죠.

문제는 단점도 수두룩했기 때문에 현재같은 한글 전용 시스템이 정착이 된 것 아니겠습니까.

 

첫째로 한자가 뜻을 명확히 전달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수두룩하다는게 문제가 있습니다.

 

愛人은 한중일이 대화에서 그대로 사용하면 심각할 정도로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다른 의미(애인/불륜/부인)를 갖는 단어이고, 走(달릴 주)는 우리는 '달린다'라고 이해하지만 중국에서 '걷다'는 의미로 쓰죠.

 

흔히 어휘력 하락의 예시로 드는 작일(作日), 명일(明日) 같은 단어도 한자를 안다해도(만든 날?, 밝은 날?) 따로 의미를 배우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단어입니다.

 

특히 종종 인용되는 한자 성어(成語, 완성된 말)는 한자의 뜻과 무관하게 의미를 갖는 숙어(熟語, 익은 말)죠. 등용문(登龍門, 용문에 오른다), 각주구검(刻舟求劍, 배에 새겨 칼을 구한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의 송곳) 같은 단어들은 한자어로 인식되지만 실제로 한자를 알든 모르든 원 뜻을 해석할 수 없는 단어들입니다.

 

성어, 숙어: 두 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그 단어들의 의미만으로는 전체의 의미를 알 수 없는, 특수한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

등용문: 크게 출세하게 되거나 출세하는 관문을 이르는 말

각주구검: 현실에 맞지 않는 낡은 생각을 고집하는 어리석음

낭중지추: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사람들에게 알려짐

 

특히 빈번히 사용되는 한자들은 한자사전을 검색해보면 알 수 있지만 글자 하나에 뜻이 열 가지가 넘는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한자가 그 자체로 과연 특정한 의미를 지칭할 수 있느냐라고 반문해보면 확답하기 어렵죠.

비교적 뜻 개수가 적은 回(돌아올 회)라는 글자만 봐도 회귀(돌아옴), 회피(피함), 횟수(차례), 심지어 회교(이슬람)까지 있고요.

 

둘째로 한자는 쓰기도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한자를 읽느냐 못 읽느냐는 문제 이전에, PC에서도 한자도 입력이 쉽지 않고 모바일에서는 한국어 키보드로 한자를 입력할 방법이 없는 환경이 이미 한자를 사회에 재이식하는데 큰 걸림돌입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이미 IME나 인쇄기술의 발달로 한자를 처리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건 알지만 그걸 우리에게 맞게 다시 만들어야하고 보급한 뒤 또 많은 사람들이 그 방법을 숙지할 수 있어야하겠죠.

 

셋째로 한자어로 인해 고유어가 점점 사라지는 것도 그리 달갑지 않은 문제입니다.

 

이미 예전에 메/뫼가 산(山)으로, 하제가 내일(來日)로 대체된 것 처럼

현대에 들어와서도 달걀이라는 단어는 이미 계란으로 완전히 대체가 되거나 하고 있죠.

 

위에서 언급한 상황들은 귀인(歸因)같은 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자가 도입되면 일상적으로 겪게될 일들입니다.

이런 일들이 과연 어려운 단어 몇 개의 접근성을 '약간 향상' 시키기 위해 희생시켜야할 일들일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겠죠.

3
2022.11.18
@지하철승객

저는 한글 전용이 문제라고 하는게 아니고, 옛날처럼 다시 한자를 쓰자고 하는 것도 아니에요.

2

ㅇㄱㄹㅇ

1
2022.11.18

내가 대강 한자를 알고있어서 그런가 별로 쓸모 없는것 같음 솔직히 어문회 기준 8~7급까지만 알고 한자어라는 존재를 알고있으면 책을 읽다가 자연스레 터득하게 됨 배워서 나쁠건 없지만 또 깊게 파고들 필요가 있나 물어보면 그건 또 아니란 말이지...

1
2022.11.18
@청초

나도 한자를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 본문에 썼듯 어차피 나 자신도 한자 거의 모르는데, 그래도 한자어 이해력은 꽤 괜찮은 축에 든다고 생각하거든… 한자 자체는 몰라도, 한자어의 각 글자가 어떤 의미의 한자어인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함. 본문에서 해군의 예를 들어 써 놓은 바와 같이.

0
2022.11.18

한자 병기가 한자 자체의 뜻을 몰라도 도움이 되는 게

 

이 단어가 일반적으로 아는 단어와는 뜻이 다를 거라는 암시를 줘서 그 개념을 흘려듣지 않고 숙고케 하는 효과가 있음

3
2022.11.18
@빠릭스

맞아, 그런 효과도 있는듯

0
2022.11.18

문어체에 익숙하지않은게 우리와는 다른점인듯

대부분 영상들은 구어체로 되어있으니까ㅇㅇ

한자어도 독해력 문제도 결국 구어체-문어체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인것같음

1
2022.11.18

관련 얘기가 많아서 일단 글과 상관없이 적습니다. 일각에서 얘기하는 한자 교육은, 근대에 발달한 한자어들은 한자 그 자체랑은 상관이 없는 것도 많으며[유명한 양주동 선생님의 수필이 있죠, "몇 어찌"(幾何). 몇 기, 어찌 하 알아봐야 geometry의 역어임임을 추론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geometry - 几何/jǐhé/ - 幾何/기하/의 순으로 발달한 낱말이니까요] 한국어 화자는 보통 한자어를 언어 매체를 접하는 과정에서 맥락을 통해 추론하고 확인하는 식으로 습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잘못된 진단이라고 봅니다(솔직히 한자 교육 하시는 분들의 이해관계가 있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이건 그냥 언어 매체를 자주 접하게 하는 게 답이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습니다. 소위 '요즘 세대'가 한자어 어휘력이 떨어지는 것도, 언어 매체보다 영상 매체로 정보를 더 접하기 쉬운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보고요.

 

글에서 말씀하시는 건 사실 근대 자체가 일종의 '번역의 근대'요 '수입된 근대'인 이상 어쩔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합니다. 제 학부 전공만 하더라도 '역할 소원'보다는 'role distance'가 더 친숙하며, 전공 전문성이 높을 수록 그런 경향을 보입니다(영미 학계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 분야라서). 말씀하신 것처럼 과거 한자어가 차지해온 고급 어휘(?)를 영어가 대체해가는 경향이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적절한 예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기 연변 동포들은 한국어 문장 베이스에 중국어 단어를 혼용해서 쓴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런 양상이 계속된다면 그냥 '어트리뷰션 이론', 아니 '어트리뷰션 띠오리(...)' 하나 안 배운 놈이 사이칼러지 전공이요 할 수 있냐~ 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직은 그런 세상까지 오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사실 뭐 고대 그리스부터 요즘 것들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연극이나 보러다닌다고 타박했던 유구한 역사를 생각해보면, 필요하면 알아서들 배울텐데 그게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할 일인가 싶기도 하고요. 다만 옛날에 읽었던 글 중에서 공부는 안 시켜도 신문은 볼 수 있게 국어 시간에 신문에 나오는 한자를 시간 내서 강의해주셨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대학 와서 생각해보니, 그거야 말로 제자들이 앞으로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세상 물정을 알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이기에 그러셨던게 아닐까 하는 뭐 그런 회고였는데요. 지적 지평을 넓혀주는 일이란 그런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타박하기보다는, 호흡이 짧지만 흥미로운 책들을 많이 쓰고 또 읽을 수 있게 지원해주는 일이 우선이 아닐까 합니다. 매체의 변화에 맞추어 어휘 교육도 변화하는 것도 좋아보이고요. 저도 뭐 소위 그 "젊은 세대"지만은 저 수능 볼 때만 해도 니네 국어 공부하기 싫으면 양판소 무협지라도 읽어라. 그거만 달달 읽다가 국어('언어'가 혼용되기도 했지만) 1등급 받아간 놈 있더라. 소리가 많이 돌았으니... ㅎㅎㅎ

3
2022.11.18
@쥬니

첫문단 때문에 말씀드리는데, 저는 한자교육을 다시 도입해야한다거나 한국어생활에 한자를 다시 들여야 한다고 주장하진 않습니다. 저도 한글전용의 시대를 살았고, 본문에도 썼듯 한자도 거의 모르고요 ㅎㅎ 하지만 맥락을 통해 한자어를 이해하고, ‘아 이 글자는 무슨 뜻의 한자어겠구나’ 라고 파악하는 거지요.

1
2022.11.18
@메롱매롱

그쵸. 사실 그 '무슨 뜻의 한자어겠구나' 하는 게 중요하죠. 그게 안 되는게 문제인데 그건 또 세번째 문단으로 귀결이 되는거 같습니다. 당장 필요도 못 느끼고 재미도 없으니까 시쳇말로 "알빠노" 하는거 아닐까요.

1
2022.11.18
@쥬니

어린 세대를 타박하려는 게 아니라 매체환경 변화에 의해 생긴 언어생활상의 변화가 초래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문제점을 염려한 것이었는데, ‘뗴잉 요즘 젊은것들은!’ 같은 동기에서 썼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는 것 같네요 ㅎㅎ; 저 위에 역겹다고 쓰신 분도 있고…

 

여하간 2번째 3번째 문단 말씀엔 대체로 동감합니다 ㅎㅎ

3
2022.11.18
@메롱매롱

사실 이런 얘기가 아쉽게도 이제 요즘 것들은 '심심한(心心한) 사과' 하면 사과가 왜 심심하냐 그런다매? 무식한 것들 ㅉㅉ 하는 반응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반사적인 반응이 아닌가 합니다. 선생님 잘못은 아닙니다. :)

2
2022.11.18

혹시 박사님이신가요…추천드리고 갑니다. 확실히 한자 자체를 모르면 언어적 센스? 지능?이 있어야 빨리빨리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1
2022.11.18
@신라명과

박사는 아님다 ㅎㅎ 감사합니다

0
2022.11.18

갠적인 생각으로는 현재 우리 한국민은 언어적으로 지금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지 않다고 생각함.

위에 바코드붕이가 말한 것처럼 일단 과거 세대와 현재 세대가 주력으로 배운 말부터 다르고 그로인해서 한국어를 바라볼때의 시각도 다른 것 같음. 과거에는 문장 또는 단어의 뜻이 다차원적으로 내포되어 있다면, 지금은 뜻을 1차원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듯. 바로 위에 쥬니 개붕이가 말햇듯이 심심한 사과가 좋은 예인듯.

 

우리는 어떤 문화의 영향을 더욱 많이 받는 시대를 살 고 있는가?가 중요한 점이 아닐까 싶은데

예를들어 아밀라아제를 아밀레이스, 요오드를 아이오딘으로 부르는 것 처럼,

그리고 과거 당당히 태양계의 하나의 행성자리를 차지혔던 명왕성이 이제는 왜행성 134340으로 불리듯이

시대의 주류와 기준이 바뀜에 따라 표현하거 설명하는 방법은 자연스럽게 바뀌어 왔음.

 

앞서 말했듯이, 내가 보기에는 윗 세대와 아랫 세대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지 않음.

철저한 한자 세대인 윗 세대와, 철저한 영어 세대인 아랫 세대.

침에 포함되어서 탄수화물을 1차적으로 분해해주는 물질을 부르는 명칭도 서로 다르고

우리는 태양계를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 배웠지만, 이제는 수금지화목토천해에서 끝남.

이렇듯 명사 하나를 두고도 말하는게 다르고, 생각하는게 다름. 따라서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안경의 색깔도 다를 터.

우리는 같은 한국어를 쓰되, 내포된 내용이 같지는 않음.

 

지금의 한국은 뭔가 격동의 시대가 아닐까?

민족과 나라의 격동이 40~50년대

산업과 구조의 격동이 60~80년대 였다면

지금은 문화적 격동의 시대가 아닐까 싶음

 

한자어 능력이 부족에 의한 대중지식 접근성에 불리는 지금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함. 국내 주류가 그렇기 때문에

하지만 정말 가까운 미래엔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함.

 

점점 IT사회가 되면서 인터넷이라는 지식의 바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됨.

우리는 과거 정보를 찾기 위해 사전과 옥편을 사용했다면, 지금은 인터넷에 접근하면 더욱 빠르고 쉽게 찾을 수 있음.

모 유명 건축사 유튜버의 영상 내용에는 그 인터넷이라는 곳에서 접근할 수 있는 페이지의 60% 이상이 영어 페이지라고 함.

한국어는 1%도 안되고, 중국어는 2%가 안되고. 정말 많은 지식과 정보는 영어로 생산되고 배포된다는 말. 그렇듯 세계와 사회는 점점 더 영어화 되어갈 듯.

앞서 본문에서 추상적인 개념을 가르키는 말을 한자를 가져와서 표현했듯, 세계의 추세를 따라 이를 영어로 점점 대체하지 않을까 싶음.

 

걍 대충 월급도적질 하면서 주저리 써봄

이제 퇴근한다!

4
2022.11.19
@116234

격동의 시대라는 데에 동감 ㅎㅎ

0
2022.11.18

학문을 한다는건 보통 무엇인가

현상들을 연구하여 고도의 추상화 과정을 통해 이론을 정립한다가 학문의 핵심이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했다고 깝죽대는 사람들 중에 추상이란게 뭐냐 하고 물어보면

정확하게 대답하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지.

이런사람이 학사학위 있다고 학문을 했다고 자처할 수 있을까?

1

영어를 병기하든 한자를 병기하든 한글로만 적어놓은거 보다는 훨씬 도움이 됨.

 

결국은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 밖에 없음.

0
2022.11.18

윗 댓글들 말대로 시대가 변했으니 그에 맞는 표현방식이 확립될 것 같기는 한데

 

한자에 대한 이해가 한국어의 활용을 좀 더 풍요롭게 해주는 측면은 분명 있다고 생각해서

 

'어차피 변할거 요즘 세대 한자 모른다고 신경 안써도 돼' 하고 넘기기는 좀 아쉽지

 

그런 의미에서 글쓴이 말에 공감이 간다

0
2022.11.18

필요성을 느끼면 배우게 되는거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함.

한자공부는 필요하다. 많은 어휘를 알 수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대다수가 동의하겠지만

한자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장치가 약하고 또 접하는 기회도 드물어서 일거 같다.

반대로 모름이 치명적이게 다가오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음에 대비하기 위해 대비하고 싶은 사람들은 공부를 하는 것일테고.(고등학생시절도 포함가능할듯. 이쪽은 오히려 시험이라는 수단으로 대놓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니까.)

근데 배우고 난 후에 사람들 공통점은 배우길 잘했다, 모르는것보다 낫다는 등 만족감이 있다는건 확실할 것 같다. 나도 실제로도 모르던 단어들을 많이 읽을 수 있게되는 능력을 얻었으니까.

 

그리고

모르는 사람, 배우고 있는 중인 사람, 아는데 까먹은 사람

상대방이 이 셋중 어느쪽인지도 아직 모르는 상태라면 속단은 이르다고 생각하고 가르쳐주면 된다고 봄. 그 과정에서 상대방이 필요성을 느낄 수도 있고 또 공부에 이어지길 바라는 내 마음이 커서.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냉정하게 들릴 말이지만

사람은 자기가 평생을 살아가는데 말하게 되는 어휘가 이미 정해지고 나서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말하고 싶어도 자기가 모르면 자기 입에서 그 단어는 못튀어나오고 그냥 모른체로 살다 가는거지.

 

1
2022.11.18

아! 귀인 아시는구나!

0
2022.11.19

한자 병기가 되어있지 않지만, 아마 저와 나이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사람들은 여기서 '귀'가 회귀, 복귀, 귀환 등에 나오는 '귀'와 같은 '귀'이고, '인' 은 원인, 인과 등의 단어에 있는 '인'과 같은 '인' 임을 알아챌 수 있을 것입니다.

 

-> 이건 한자교육이 아니라 언어교육이라고 봐야지요. 90년대 초반인 저도 귀와 인을 한자로 쓰거나 알아볼 수 없는데도 알이채잖아요

2
2022.11.19
@Kyress

계속 제 글을 한자교육에 대한 이야기로 이해하는 분들이 나오네요 ㅎㅎ; 심지어 제가 무슨 이야기하는지 잘 알 수 있게 하기 위해 예를 든 부분을 ("한자 병기가 되어있지 않지만") 들고 오셔서까지… 저는 한자… 그러니까 해군을 海軍 으로 쓰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고, 그냥 한글로 써도 상관없는데, 의미를 아는게 중요하다고 보는 거예요. 한국어엔 한자어로 된 단어가 엄청나게 많은데, 이 한자어들을 잘 이해하는 정도가 떨어지고 있는게 아닌가 싶은 거고요. 그리고 제가 여기서 말하는 이해라는 것은 海軍 을 쓸 줄 안다는 뜻이 아니라, 의미를 이해한다는 뜻인 거예요. 저도 귀인 한자로 못 읽어요. ㅎㅎ 글 쓸 때는 사전을 이용했죠.

0
2022.11.19
@메롱매롱

제 요점은, 우리말이 지적 활동을 위한 어휘를 스스로 가진 언어가 아니라는 주어진 현실 속에서, 기존에 한자어로 해결하던 지적 세계로의 접근을 더 어린 세대로 갈수록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문제적이고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 여기서 한자어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행간을 읽었는데 아니었나보네요

0
2022.11.19
@Kyress

한자어(본래 한자로 된 말이지만 한글로 쓰인 한자어)교육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긴 해요. 다만 굳이 한자(중국 문자)까지 가르치고 배울 필요는 없다고 보는 거예요.

0
2022.11.19

윗 댓 말처럼

 

한자를 제거하고, 그냥 그 단어의 뜻 자체가 그 뜻인 것으로 고정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은데?

비단 많은 한국어 단어들이 표의문자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하더라도,

그냥 사과가 그 뜻 자체로 사과인 것처럼(사과는 우리말이지만 그냥 언뜻 생각난 단어가 사과였음)

 

주제 = 어떤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중요한 생각 또는 말

그냥 이렇다 생각하면 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주가 무슨 한자고 제가 무슨 한자라서 그래서 이런 뜻이다 이렇게 해석하지 말자는 거지)

 

영어에서도 Attribute가 왜 Attribute인지 막 연구하고 구상해서 배우지 않잖아.

(물론 파고 들어가면 뭐 라틴어 어디서 온 거다 막 이렇게 이야기는 하겠지만

일반인은 그 정도 레벨까지 들어가지 않는 게 보통)

 

+ Öffentlichkeit를 무슨 공중이라고 표현해... 한국어로 하면 대중이지.

보통 이 단어가 형용사로 많이 쓰이는 곳이

das öffentliche Verkehrsmittel이고 이건 대중교통이라고 번역함. 한국어로는

0
2022.11.19
@숨은음은

"주제 = 어떤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중요한 생각 또는 말

그냥 이렇다 생각하면 되는 게 아닐까 싶은데"

 

나도 대체로 이정도면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꼭 한자라는 배경을 완전히 제거하려고 할 필요는 없고, 우리가 실제로 언어생활을 하다보면 내가 귀인의 예를 들어 말한 것처럼 처음보는 낱말이지만 맥락 속에서 '아, 이 낱말 속에서 이 글자는 이런 뜻의 한자고, 이 글자는 저런 뜻의 한자겠구나' 라고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자주 있잖아? 이런게 어느정도 원활하게 되는 정도까지는 한자어 이해력 (실제 중국문자를 쓰고 읽을 수 있다는 뜻에서가 아니라, 한글로 써놓고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 갖춰져 있으면 좋을텐데, 그게 달라진 언어생활환경탓에 잘 훈련이 안 되는 것 같고, 그런 상황이 대중의 지식 접근성을 저해하는 나쁜 효과를 낼 것 같아서 안타깝다는 얘기지.

 

das öffentliche Verkehrsmittel 이것은 우리말에 이미 대중교통이라는 대응하는 말이 있으니 그렇게 번역하는게 정확하겠지만, 나는 '대중' 은 그냥 평범한 대다수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고, 공중에는 '공적인', '공공의' 라는 의미가 들어가기 때문에 맥락에 따라서는 공중이라고 옮기는게 더 정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

0
2022.11.19
@메롱매롱

영어권에서는 public을 공공, 공중, 대중 같이 쓰지만

한국어는 대중과 공공, 공중은 아예 다른 표현이야

독일어도 비슷한 맥락이고

 

우리가 공공교통이라고 안하고 대중교통이라 칭하는 이유는

공공은 시민들 사이에서 서로 나누어 쓰는 개념, 즉 공공 서비스같이 국가 또는 해당 사회집단이 100% 지원하는 개념에서의 나누어 씀이고

대중은 100% 국가가 다 지불하는 개념이 아님

 

국가가 일부 지원하거나 전혀 지원이 없고 이용시 서비스 비용은 우리가 내되 다수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대중이라고 붙이지.

 

우리나라는 화장실을 쓸 때 비용을 전혀 지불하지 않지.. 그래서 공중화장실이라고 부르잖아

공공기관에 자료를 요청하거나 할 때 극소의 비용을 지불할 뿐 큰 금액을 지불하지 않지

 

대신 우리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들 중 다수가 사용하는 시설이나 서비스는 대중을 붙임

대중교통, 대중목욕탕 등등

 

독일어에서도 공공, 공중의 개념은

gesellschaftlich 또는 gemeinsam을 씀

(형용사로만 일단 썼음. public도 형용사라)

0
2022.11.19
@숨은음은

공중목욕탕이라고도 하는걸? ㅎㅎ 물론 중요한 건 아니고…

 

네 의견은 잘 알았어. 하지만 본래 내가 하려던 얘기는 독어-한국어 번역에 대한 게 아니니까, 네 의견은 잘 참고해 두고 여기서 더 얘기 진행시키지는 않을게.

0
2022.11.19
[삭제 되었습니다]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5255 [기타 지식] 영국 해군의 레시피, 핑크 진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3 지나가는김개붕 2 1 일 전
5254 [기타 지식] 바텐더의 기본기라는 오해, 진 피즈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9 지나가는김개붕 5 2 일 전
5253 [기타 지식] 직구 논란이라 쓰는 직구로만 구할 수 있는 술, 스즈 편 - 바... 3 지나가는김개붕 7 4 일 전
5252 [기타 지식] 한국에서는 유행할 일이 없는 맥시코 칵테일, 미첼라다 편 - ... 8 지나가는김개붕 4 5 일 전
5251 [기타 지식] 당신이 칵테일을 좋아하게 됐다면 마주치는 칵테일, 사이드카... 5 지나가는김개붕 5 9 일 전
5250 [기타 지식] 클래식은 아니지만, 여전히 사랑 받는 칵테일, 갓 파더편 - ... 4 지나가는김개붕 5 10 일 전
5249 [기타 지식]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도움이 되었는가 02 16 키룰루 28 14 일 전
5248 [기타 지식]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도움이 되었는가 01 25 키룰루 26 16 일 전
5247 [기타 지식] 아무리 만들어봐도 맛이 없는 칵테일, 브롱스편 - 바텐더 개... 3 지나가는김개붕 2 22 일 전
5246 [기타 지식] 일본에 의해서 만들어진 칵테일들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 2 지나가는김개붕 6 24 일 전
5245 [기타 지식] 중국에서 안드로이드 폰을 사면 안되는 이유? 10 대한민국이탈리아 25 25 일 전
5244 [기타 지식] 최근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국내 항공업계 (수정판) 15 K1A1 24 27 일 전
5243 [기타 지식] 도카이촌 방사능 누출사고 실제 영상 21 ASI 2 2024.04.20
5242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2부 21 Mtrap 9 2024.04.20
5241 [기타 지식] 100년을 시간을 넘어서 유행한 칵테일, 사제락편 - 바텐더 개... 5 지나가는김개붕 1 2024.04.18
5240 [기타 지식] 오이...좋아하세요? 오이 칵테일 아이리쉬 메이드편 - 바텐더... 3 지나가는김개붕 2 2024.04.16
5239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1부 31 Mtrap 13 2024.04.17
5238 [기타 지식] 칵테일의 근본, 올드 패션드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15 지나가는김개붕 14 2024.04.16
5237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2부 22 Mtrap 14 2024.04.16
5236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1부 13 Mtrap 20 2024.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