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엔더스 게임' 을 부검해보자

스탠리 패러블을 리뷰한다고 했었지만.

너무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서 이걸 여러분에게 어떻게 소개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생각해보니 정품을 사지도 않았습니다.

사지도 않은 제품을 리뷰해서는 안되는 거죠.


그러니 스탠리 패러블은 조금 더 있다가 리뷰하도록 하겠스빈다.




자, 그래서 오늘은 이 친구를 리뷰하려고요.

오늘은 별점을 안 매기겠습니다.

다른 할 얘기가 많아서요.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원작을 읽고, 이 영화를 보세요."


존나 중요합니다.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고 싶으시다면 원작을 꼭 읽어보셔야 해요.


물론 귀찮죠.


하지만 진짜로. 원작을 읽지 않은채 이 영화를 보시면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많을테고.


결정적으로 정말 괜찮은 소설중에 하나를 영영놓칠수도 있어요.




영화가 구리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 혼자서는 그렇게 완벽하질 못합니다.


소설에서 시간과 지면을 할애해 쌓아놓은 개연성과 당위성들을 영화에서는 많이 생략하고 있거든요.  


왜 어린아이들을 지휘관으로 훈련 시키는지 같은 기본적인 배경 설정에서부터.


지구 사회의 뭔가 감추는 듯한 모습이라던가.


누나와의 유대. 형과의 반목. 그 속에서 엔더가 겪는 온갖 갈등들.


무엇보다 그렇게도 농밀했던 심리묘사까지.(심리묘사가 잘 안되어서 반전의 충격이 반감되었습니다, 엔더에게 공감하기도 힘들었을 듯.) 


많은 것들이 영화에서는 결여되어 있습니다.


영화 자체가 소설을 읽은 사람을 주 소비층으로 맞춰놓고 있는거 같달까요.



그러니까.


(영화)엔더스 게임은 영화가 아닙니다.


(소설)엔더스 게임의 영상화일 뿐이지.


그게 의도한 건지 뭔지 몰라도요


처음부터 딱 틀을 잡고 스토리를 풀어나간다기 보다


보여줄것만 보여주면서 재빨리 진행합니다.


원작을 안읽었다면 정말 한없이 불친절 하다고 (아님 뭔가 스토리에 결함이 있다고)생각하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다 제쳐두고,


원작이 정말 좋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제가 읽은 우주SF물 중에 두번째로 대단한 작품입니다.(첫번째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입니다. 읽어본 분은 아시겠죠.)


섬세한 심리묘사를 바탕으로 엔더의 성장과정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죠.


꼭 읽으세요, 두번 읽으세요.



원작을 읽었다면?


이 영화를 꼭 보세요.


글쎄, 굳이 설명이 필요한가요.


머릿속으로 상상하던걸 실제로 보게되는 건 존나 기분 좋은 일이죠.


상상했던거보다 더 쩔거나(전투복이 그렇게 잘생겼을줄 몰랐습니다. 병신쫄쫄이 일 줄 알았는데.)


심지어 좀 실망스러워도요(훈련장이 더 멋질줄 알았습니다.) 


조금 불친절한것만 빼면,


전투씬이나, 마인드 게임 씬이나. 아님 뭐 그냥 우주 정거장이나 다 정말 멋지고요.


그리고 연기도 정말 훌륭합니다.


엔더가 하는 행동이나 대사가 오글거릴수도 있는데.


그건 원작이 원래 그래서 그런거지(그리고 누차 강조하지만 엔더가 왜 그러는지 도통 설명을 안해줘서 그렇지)


절대 발연기라서 그런게 아닙니다.





결론: 원작을 꼭 읽으세요.




p.s. 언제 엔더의 게임(소설)도 리뷰해야겠어요.


p.p.s. 진짜 농담이 아닙니다, 원작좀 읽어보세요.


p.p.p.s. 그러고 보니 원작에서는 외계인 이름이 뭐 다른거였는데. 왜 바꿨지? 


p.p.p.p.s. 기억났네, 외계인 이름이 원래는 '버거'였네요. 뭐랄까, 확실히 간지나는 이름이 아니기는 하네요.



13개의 댓글

2014.01.02
히치하이커가 졸 명작이지ㅋ
0
2014.01.02
친구놈이 친절하게 스포까지 다알려줘서 원작을 보면서까지 투자할만한 가치가 사라졌지.
0
2014.01.02
42
0
2014.01.02
음? 나는 원작 안읽어도 충분히 훌륭한 영화였다고 생각했는데..
0
2014.01.02
@투람바르
뭐.. 확실히 이해 안되는 부분이 있기는 했어.
애초에 성인도 안된 애를 데리고 무슨 사령관을 시키나 싶어서 심각한 개연성 부족이 아닌가 싶었지.
0
2014.01.08
@투람바르
원작안보고 봐서 확실한데 중간에 설명이 나오긴 나와 어린아이의 두뇌가 복잡한 상황을 더 잘해석해낸다는 식으로
0
2014.01.09
@시벌롬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애한테 전체 군 지휘를 맡긴건 너무한거 아니냐 뭐 이런거지.
0
2014.01.02
원작을 보는게 좋은 함... 근데 원작 자체가 워낙 명작이라서 그걸 보는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음
0
2014.01.03
소설만 봤는데 솔까 띄워주는 거만큼 대단한 작품인지 몰겟음. 반전도 대충 짐작가고
뭐 sf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은 아님
0
2014.01.03
@프યલ
영화에서는 뭔가 묘사를 좆도 안하니까 반전이 좀 놀라운 편인데
확실히 소설에서는 그 전에 밑밥을 깔아놔서 놀랍다는 느낌은 아니지

내가 소설 읽을때 중점적으로 봤던 부분은 엔더의 성장과정임
애초에 성장소설로 분류되기도 하거니와,
외계인의 침공,우주선 뭐 이런거 외에 대단한 과학적 요소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 성장과정을 아주 착실하고 섬세하게 묘사해 놔서 엔더라는 인물에 독자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그래서 반전이 갑작스럽진 않지만 충격적으로 다가옴
알고 있던 결과라 할지라도 실제로 일어났을때 아주 기분이 엿같다는 거지

그리고 은근히 사람들 보면 반전이 없거나 예상가거나 하면 병신같은 작품이고
반전이 존나 쩌면 존나 조흔 작품이다 하는 생각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엔더의 경우에는 소설의 전개 과정 전체에서 보여준 엔더의 심리라던가 하는게 중심적인 요소고
그 부분이 아주 훌륭했다~

~라는게 내 생각임.

왜 이렇게 길게 썼냐
0
2014.01.03
원작 보면 엔더가 처음부터 끝까지 불쌍하기만 했는데
대의명분 아래에서 계속 족같은 일만 겪다가 마지막에 내 의지로 이거봐라 임마들아 한 것도
딴놈들한테 잭팟만 터트리고. 하여튼 읽는 내내 불쌍하기만 했음. 후속편들은 안 봐서 모르겠지만.

근데 엔더의 게임만 보면 전체 스토리라인을 알고 봐도 충분히 훌륭한 소설이 아닐까 싶드라.
애초에 영상화 하면 엔더 내적갈등 스토리 깎아먹을껀 뻔했을지도 모름
0
2014.01.03
@비갈어영
후속편들은 나도 안 읽어 봤는데 별로 좋은평을 못 받더라 다들 '그냥 엔더의 게임 까지만 읽으세여'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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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4.01.10
난 원작이 있는지도 모르고 영화를 봤지만 메트로 2033을 읽어서 엔더의 분노에 공감할수 있었음.
스포일러긴 한데, 메트로 2033의 결말에서는 지상의 검은 존재(엔더스게임에 나오는 버거 같은거임)의 동맹요청을 침략으로 오해하고 모든 개체가 집합한데에 미사일을 떨궈버리지.
그 직후에 미사일 발사를 주도햇던 주인공이 거의 미쳐버라고 방독면도 내팽개치고 뛰쳐나감. 핵전쟁이후 방사능으로 뒤덮힌 러시아에서.
그도 그럴것이 미사일 폭격은 남은 인간들 사이에서 수호자이자 우상으로 칭송받았던 직속상관이 명령했던거고,
검은 존재와의 동맹은 멸종직전의 인류를 구할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인데다가 버림받은 종족을 자기손으로 멸절시켰단거에 대한 죄책감이 엄청났던거지.
결국에 주인공은 기지로 돌아오고 미쳐버리지만 1년뒤에 제정신을 찾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 이 부분은 엔더스게임과 다른점 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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