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민주주의 국가의 군주가 총리를 갈아치운 드문 사례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한 이후의 선진국 입헌군주국에선 군주는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고' 실질적인 정치는 총리와 내각이 한다는건 당연한 상식임.

 

근데 사실 대부분 유럽 선진국 국가들조차 아직 형식적으로는 군주의 내각해산권, 총리해임권등 권한이 여전하고, 이론상으론 군주가 총리를 갈아치우는게 불가능하진 않음.

 

국민의 정치참여와 민주주의가 제대로 발전한 입헌군주국이라면 아무리 내각이 일을 못해도 군주가 실질적인 정치력을 행사했다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왕실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형식적으로 헌법에만 남겨두고 사용하진 않는 것 뿐임. 현대 선진국 왕실은 이미지 관리로도 바쁘니까.

 

근데 의외로 근현대에 민주적 입헌군주체제가 완성되고 나서, 유럽 민주국가에서 세습 '군주'가 '총리'를 갈아버린 일이 없지는 않음. (입헌군주국에서 총리나 내각을 가는 케이스 자체는 많지만 이 경우는 민주국가가 아닌 껍데기만 입헌군주국인 전제군주국인 케이스)

 

 

이 경우는 나라가 비상사태였고, 총리가 진짜 진짜 쌉병신이라 국민들이 태클을 안걸었고, 군주가 직권으로 해임했다기보단 여타 정치인들과 함께 압박해 탄핵에 가까운 형식으로 한 거였음. (즉, 이 사례조차 진짜 위에서 말한 형식적 권한을 사용한 건 아님)

 

 

 

1641576917.jpg

 

 

1939년 8월 10일부터 1940년 9월 3일까지 네덜란드 총리였던 디르크 얀 더헤이르(Dirk Jan de Geer)는 기독교 역사 연맹 정당의 의원과 재무부장관등을 역임한 인물로, 2머전 터지기 이전까지는 네덜란드에서 나름 존경받는 정치인이었으나

 

2차세계대전이 터지고 독일이 네덜란드를 침공하면서부터 개병신임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됨.

 

우선 잘 알려져 있듯이 전쟁터지고 네덜란드는 독일을 막지 못했고 정부는 영국으로 망명함. 여기까지는 네덜란드 국력의 한계가 있으니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임.

 

 

근데 이 색히는 담력이 없는걸 넘어 "이 전쟁은 절대 연합국이 이길 수 없다"는 말이나 지껄이며, 네덜란드와 독일이 화해하고 독자적인 평화협정을 맺어야한다, 사실상 독일 밑으로 기어들어가야한다고 주장하고 다니는 친독 주화파였음.

 

 

 

1641576917-1.jpg

 

 

 

반독파이자 매일 라디오에 나와 네덜란드 국민들에게 독일에 저항할 것을 호소하던 빌헬미나 여왕으로서는 개빡치는 일이 아닐 수 없었음.

 

빌헬미나 여왕은 영국 본토 항공전이 벌어지자 네덜란드 왕실 재산을 싹 털어 스핏파이어 전투기 43대를 구입한 뒤 네덜란드 망명정부 공군에 기부할 정도로 극렬한 주전파였고, 런던에서 라디오 녹음을 했는데 녹음하던 곳이 방공호같은데도 아니라 런던공습중 근처에 폭탄이 떨어져 죽을 뻔할 적도 있었음. (실제로 본인이 죽을 각오를 하고 후계자인 공ㅈㅜ는 캐나다로 보냄)

 

 

영본항이 진행되던 도중 디르크는 망명정부 수반 역할을 못한 수준을 넘어 나치정부와 평화협상을 위한 물밑접촉을 진행함. 말이 평화협상이지 당시 독일정부가 나치였다는 것과 정세로 보면 독일에 항복하자는거나 다를바가 없었음.

 

보다못한 빌헬미나 여왕은 법무장관 피터르 슈르츠 헤르브란디(Pieter Sjoerds Gerbrandy)등 주전파 정치인들을 선동해 디르크 총리를 압박했고 사실상 탄핵당하고 쫓겨날래 네 발로 걸어나갈래 시발놈아를 시전해 결국 공식적으로는 건강악화를 이유로 총리자리를 피터르에게 넘겨줌.

 

 

근데 디르크는 이후로도 정신을 못차리고 포르투갈(2머전 당시 중립기어)을 거쳐 네덜란드로 돌아가 나치 독일에게 협력하는 방법이 담긴 삐라를 제작해 뿌리는 등 친독파짓을 하다가 종전 이후 재판에 회부, 모든 작위와 명예를 박탈당한 뒤 징역 1년을 선고받음.

 

 

사실 19세기말~20세기 초엽까지는 군주국의 민주주의도 애매모호했고 입헌군주국-전제군주국의 경계도 얇아서 유럽에서도 일단은 내각과 총리가 있는 입헌군주국인데 군주가 권력을 행사한 사례가 많음.

 

하지만 민주주의가 완전히 정착하고 현대적인 입헌군주국이 된 이후의 유럽 입헌군주국가로서는, 이 네덜란드에서 빌헬미나 여왕이 디르크 총리를 압박해 옷벗게 만든 사건이 군주가 총리를 갈아치운 드문케이스(직접 내각해산권을 쓰거나 한건 아니지만)로 알려져있음.

 

 

출처 : 군사 마이너갤러리

4개의 댓글

2022.01.08

저런짓하고도 징역 1년받은게 신기하네

2
2022.01.08

겨우 1년.

0

1년...

그나마도 전직 고위 정치인이라서 감옥 안에서 편의 봐줬겠지 엄청

0
@하이브타이런트

아니 찾아보니까 그나마도 집행유예 3년 받았네 ㅋㅋㅋㅋ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13 [역사] 지도로 보는 정사 삼국지 ver2 7 FishAndMaps 6 19 시간 전
1212 [역사] 군사첩보 실패의 교과서-욤 키푸르(完) 1 綠象 0 1 일 전
1211 [역사] 아편 전쟁 실제 후기의 후기 3 carrera 11 4 일 전
1210 [역사] 미지에의 동경을 그린 만화 8 식별불해 5 7 일 전
1209 [역사] 왜 사형수의 인권을 보장해야만 하는가 72 골방철학가 62 15 일 전
1208 [역사] 세계역사상 환경적으로 제일 해를 끼친 전쟁행위 17 세기노비추적꾼 12 19 일 전
1207 [역사] 송파장과 가락시장 5 Alcaraz 9 21 일 전
1206 [역사] 미국인의 시적인 중지 4 K1A1 17 23 일 전
1205 [역사] 역사학자: 드래곤볼은 일본 제국주의사관 만화 17 세기노비추적꾼 13 26 일 전
1204 [역사] 애니메이션 지도로 보는 고려거란전쟁 6 FishAndMaps 6 2024.03.13
1203 [역사] [English] 지도로 보는 광개토대왕의 영토 확장 3 FishAndMaps 4 2024.03.08
1202 [역사] 지도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 2년 동안의 기록 9 FishAndMaps 12 2024.03.06
1201 [역사] [2차 고당전쟁] 9. 연개소문 최대의 승첩 (完) 3 bebackin 5 2024.03.01
1200 [역사] [2차 고당전쟁] 8. 태산봉선(泰山封禪) 3 bebackin 4 2024.02.29
1199 [역사]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 이야기 3 에벰베 6 2024.02.28
1198 [역사] [2차 고당전쟁] 7. 선택과 집중 bebackin 4 2024.02.28
1197 [역사] [2차 고당전쟁] 6. 고구려의 ‘이일대로’ 2 bebackin 4 2024.02.27
1196 [역사] [2차 고당전쟁] 5. 예고된 변곡점 1 bebackin 3 2024.02.26
1195 [역사] [2차 고당전쟁] 4. 침공군의 진격 1 bebackin 3 2024.02.25
1194 [역사] [2차 고당전쟁] 3. 몽골리아의 각축 1 bebackin 5 2024.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