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체임벌린, 우리 시대의 평화 뒷이야기

윈스턴 처칠은 체임벌린의 태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했지만, 체코슬로바키아 당국에는 사실 자신이 영국 수상이었더라도 같은 정책을 펼쳤을 것이라고 은밀하게 말했다. 체임벌린은 체코슬로바키아 정부의 동의를 받아, 히틀러와의 두번째 만남에서 히틀러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때 히틀러가 평화적인 사태 해결을 피하기 위해 추가 요구를 하자,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독일이 전쟁의 구실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전면전을 피했다는 점에서 전세계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이를 자기 경력 최대의 실수라고 본 히틀러는 아주 불쾌하게 여겼다. 옳든 그르든 히틀러는 독일이 이때 전쟁을 하는 편이 나았다고 생각했다. 결국 히틀러는 1939년에 전쟁을 벌이기로 했다. 1938년 체임벌린에게 속아넘어갔다고 생각한 그는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할 심산이었다.

 

제2차세계대전 / 게르하르트 L. 와인버그 지음 ; 박수민 옮김 / 파주 : 교유서가 : 문학동네, 2018

 

 

 

그런데 의외의 사실은 체임벌린이 1940년 눈을 감으면서 “뮌헨이 없었다면 우리는 전쟁에 졌을 것이다. 역사가의 평가가 결코 두렵지 않다”는 유언을 남겼다는 점이다. 고결한 이상주의자 귀족의 마지막 똥고집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1945년 2월 패전을 목전에 둔 히틀러는 자신이 왜 실패했는지 곰곰이 되짚어봤다. 히틀러가 내린 결론도 뮌헨이었다. “1938년에 전쟁을 시작했었어야 했다”고 후회했지만, 후회는 늘 뒤늦다.

왜 그랬을까. 당시 영국의 국력과 국제 상황이 그랬다. 대영제국은 기울었고, 대공황의 여파는 여전했다. 실제 1936년 영국 외무부가 내놓은 보고서의 결론은 이랬다. “영국의 재무장에는 최소 2년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독일의 야욕이 빤히 보이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끌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각각 뉴딜과 숙청에 정신 없던 미국과 소련도 도울 상황이 아니었다.

1938년 뮌헨 협상을 전후해 영국은 1937년부터 1940년까지 레이더기지 57개를 만들었다. 공군력도 확장해 1938년 대비 1940년 영국 공군력은 10배나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900여개의 대피소도 만들어졌다. 뮌헨 협상이 벌어둔 1년여의 시간 동안 준비한 레이더망, 공군력, 대피시설이 영국을 버티게 해줬다. 나치의 런던 공습에도 조지 6세와 처칠 총리가 다리를 끊고 런던을 버리지 않아도 됐던 건, 당시에 공1주였던 엘리자베스 2세가 군용트럭에다 군수품을 싣고 다닐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체임벌린 덕이었다. 정작 처칠은 “굴욕을 택했다”며 뮌헨 협상을 맹비난했고, “시공을 초월해 전쟁의 길로 달려가는 자들”은 지금까지도 체임벌린을 제물로 삼지만 말이다.

 

협상의 전략 / 김연철 지음 휴머니스트 발행

20개의 댓글

2022.01.02

1939년도에 독일군상태는 탄약 2주 쓰고 나면 없는상황아니었음?

 

1년 더 빨리하면 오히려 빨리 쳐망할것같은데

2
2022.01.03
@ghoooost

기존역사대로 프랑스 그렇게 빨리먹는 다는 전제하에는 미국 지원없었으면 영국 고사햇을듯

0
@ghoooost

폴란드 침공도 사실 도박이지

폴란드는 바르샤바에서 요새화 해서 연합군이 올 때 까지 버티기 하려고 했는데

실제로 버티다가 독일의 탄약이 거의 없어질 쯤에 소련이 폴란드 밀고와서 폴란드가 항복 한거지 ㅠ

0
2022.01.03

협상의전략 책재밋더라 내용도 좋고

0
2022.01.0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추천 누르고 갑니다.

영화 <다키스트 아워>를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윈스턴 처칠이 주인공이다 보니까 거기서는 네빌 체임벌린이 무능한 인물로만 묘사되긴 합니다.

영화를 보며 처칠의 위대한 정치가로서의 면모, 국난 극복의 전시재상로서의 카리스마에 감탄했지만, 그와 동시에 오늘날까지도 계속되는 오명을 뒤집어 쓴 체임벌린이 참 억울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한, 이 글을 읽으면서 체임벌린의 사례를 여러모로 많이 다른 사례들에다가 무조건적으로 대입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1
2022.01.03

1938년 체코 침공으로 2차대전이 시작했다면 독일 전쟁 역량 역시 그만큼 훨씬 미흡했을걸로 앎

 

폴란드 침공 당시에도 탄약도 유류도 부족했던 독일군이라 1년전이면 체코를 먹을 역량도 없었을지도 모름

6
2022.01.03

똥오줌 못가리던 히틀러의 뮌헨 회담 평가를 너무 높게보는것도 좀...38년이면 3호 4호 전차도 없던 시점임. 전통적인 보병의 기동전을 시도하다 프랑스북부에서 막힐 가능성이 더 높아보임

4
2022.01.03

독일이 45년을 개전 각으로 봤다는 말은 그냥 군 재정비 완료가 45년 이라는건가

0
2022.01.03
@초록달

Z계획이 45년에 끝나는거아님?

0
2022.01.03
@월터

아 맞아 함대 재건 계획

0
2022.01.03
@초록달

히틀러가 집권하고 투자한 군수공장이 43년도에 완공이었음...그때부터 생산하고 무장한다고 하면 45년으로 타이밍을 잡을만 했음

0

1년빨리 개전했으면 독일군 역량과 보급상 1년안에 독일 패전으로 끝낼 각 아니었나

걍 체임벌린의 자위질같음

3
2022.01.03

이거 전 글은 어디서 볼 수 있음?

1
2022.01.03
@pxoxq

책을 사서 보면...

1
2022.01.03

막말로 유권자들에게 연설이나 보고로 혹시나 있을 전쟁을 막을려면 먼저 독일을 선빵쳐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자식은 물론 다 죽지는 않고 한 2%는 전사나 실종되겠지만, 또 몇몇 참전자 중 재수없으면 여러분이 겪은 갈리폴리, 솜, 이프르, 파스샹달을 겪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다수의 우리 자식들은 살아남아 안정적을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면 그 전쟁 터질지 안터질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섣불리 무력조치를 취하기는 힘들겠지.... 진짜하면 귀족이고 민중이고 들고 일어나서 나라 망각이겠지.....

0
2022.01.03

체임벌린이 총리가 된 이유가 바로 대공황시절 재무장관으로 대영제국의 재정을 간신히 지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인데 이때 체임벌린은 직접 군부에 엄청난 메스를 가했기 때문에 영국군의 상황이 어느정도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음. 그래서 재무장할 시간을 최대한 벌려고 했던거..

 

체임벌린이 2년 만에 무지막지하게 때려넣은 군사비로 2차대전초반을 버틸수 있었으니 최소한 욕먹을 인물은 아님.

진짜로 대책없는 평화주의자였다면 뮌헨회담 성사이후 군사비를 대폭 감축했을것..

4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지 별로 안 되서 1938년에 개전하면 ㅈ되는 상황. 1939년에 4자 안보 체제 하자는 회담에서 영국이 유럽에 파병할 수 있는 사단 수는 2개 뿐 이런 거 보면 1차 후 영국은 식민지 유지에도 벅찬 상황이었음. 거기에 히틀러랑 나치 애들이 하도 열병식 해대고 ㅈ 대로 날뛰니까 저 새끼들 뭐 있나 보다 한 것도 있고, 그 당시에는 폴란드도 ㅈㄴ 깡패 국가인 데다가 반 소련, 친독 수준이여서 여차하면 폴란드도 체코 노리고 영국 상대로 전쟁할 가능성도 있었음

1
2022.01.04

어쨌든 전쟁은 막으면 막을수록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유리한게 맞다

1

솔직히 좀 의아한게, 1938년에 녹색상황(대 체코작전계획)을 발동했더라도 이 때는 독소불가침 조약도 없던 상황인데 그걸 감당할 수가 있나? 물론, 폴란드는 이 때는 독일을 적대한게 아니라, 체코의 영토를 같이 뜯어먹는 씹양아치였긴 하고, 얘들이 쏘오련군을 통과시켜줄리가 없으니, 쏘오련이 가담하는 양면전쟁에 돌입하진 않았겠다만. 거기에 체코 국경은 산악지대고 방어태세도 더 좋았기도 한지라.

 

다만, 프랑스나 영국이 뮌헨에서 당하고, 다음해 3월에 독일이 나머지 체코슬로바키아까지 처 먹는걸 보고 이제 다시는 양보 안한다, 라고 결의를 굳혔던 거에 비하면 1938년 시점에선 전쟁준비도 전쟁결의도 미약했던 상황이긴 한지라, 더하고 빼면 어느쪽이 더 유리했을진 모르겠다.

0
2022.01.05

굴새 1938 년 도 독일 전력이면 과연 독일이 얼마나 잘 싸울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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