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4번의 실패와 취향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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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의 여정이 시작됐다. 딱히 원해서 시작한 여정은 아니었다.

평소 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 집 근처 걸어서 2분 거리에 있는 카페는 적당히 한산한 분위기와 더불어 바닥부터 천장까지 높이가 10m 정도에 육박하는 공간이 주는 쾌적함이 좋아 그동안 다녔던 여느 카페보다도 마음에 든다.

카페에는 여러 아메리카노 종류가 있다. 나는 그중 늘 안티오피아를 시키는데 처음 카페에서 시켜 먹은 뒤 '그럭저럭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어 매번 안티오피아를 마신다.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카페에 들렀는데 내가 늘 마시는 커피 인 안티오피아만 기계가 말썽인지 주문이 안된다는 말을 들었고 덕분에 기계가 고쳐지는 기간 동안 처음으로 안티오피아를 제외한 모든 아메리카노를 한 번씩 시켜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두 맛이 없었다. 다른 커피는 원두가 너무 쓰거나 향이 약하거나 그냥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뜻밖의 사건(기계 고장)으로 인한 4번의 도전에서 모두 실패한 것이다. 처음 아무 생각 없이 시켰던 안티오피아 커피가 알고 보니 내 취향에 딱 맞는 커피였다. 결론적으로 '어차피 정답은 안티오피아'에 이르었지만 해당 결론을 얻기 위한 다른 4번의 서로 다른 아메리카노들은 모두 실패였을까? 그렇지 않다. 다른 4번의 아메리카노를 시켜 먹으며 안티오피아커피에 대한 나의 인식은 그냥저냥 먹을만한 커피에서 알고 보니 내 취향에 딱 맞는 커피로 승급했다. 나의 작은 모험으로 진정으로 좋아하는 커피가 무엇인지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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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부터 나는 도전 대신 안전을 택한다. 수강신청을 할 때에는 듣고 싶은 강의보다는 학점을 잘 주는 강의를 신청하고, 밥을 먹을 때도 가 봤던 식당 중에 먹어봤던 메뉴를 고르고, 산책을 하다가 골목이 보이면 일단 들어가 보는 옛날하고는 다르게 목적지를 정한 뒤 최단 루트를 추구한다. 나이를 먹으며 도전보다는 실패하지 않는 삶을 추구했던 것이다.

이번에 겪은 작은 사건(새로운 커피를 찾아 떠나는 여정)은 결론적으로 실패다 딱히 원해서 떠났던 여정은 아니었지만 결국 원래 마셨던 커피로 돼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른 커피를 마실 때의 '이번 커피는 맛이 어떨까?'라는 설렘은 안전을 추구하던 삶에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두근거림 이었다.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평소에 안 가던 골목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8개의 댓글

솔레토 맛있지

0
2021.12.12

아야르자 맛있었음

0
2021.12.13

셀렉토 그제 첨 가봤는데 괜춘하더라

0
2021.12.13

하긴 어느새 삶이 너무 루틴화 되어버렸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을 내일.

나도 한 때 도전하는 청년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소시민이 되어버렸을까 생각하니

먹고 산다는게 참 팍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노팬티로 퇴근해야겠다..

3
2021.12.18
@골방철학가
0
2021.12.14

골목에는 산적이 출몰한다

0
2021.12.16

신맛 안나는게 뭐임?

0
2021.12.21
@나틴

하와이안 코나 (라이온 커피 바닐라 마카미디아 향 추천 다른향 비추천)

맛= 안 씀, 신맛 안남. 구수한 모카향에 바닐라향 첨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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