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제논의 역설은 어떻게 풀렸을까? (3) - 무한에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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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절 파트 D입니다. 괄호 안에 들어간 글은 많이 어려우니 넘기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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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선택공리가 가진 문제를 그만두고 무한 공리가 가진 문제를 말할 때입니다.

그 전에, 다음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한 이야기를 들려주겠습니다.

 

현대 수학은 실수 체계를 씁니다. 실수는 수학에서 많이 쓰이는 것이지만 엄밀하게 정의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실수를 엄밀하게 구성하기 위해서 그 당시 무시받던 무한집합 이론을 인정했다는 사실도 알면 좋습니다.

 

이 무한집합을 인정하게 됨으로서, 실수 체계도 있지만 다른 체계를 가진 수 체계를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 hyperreal number라는 게 있는데, 이 체계를 써서 제논의 역설을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그것으로 만들어진 해결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hyperreal number는 무한소라는 개념을 정의할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무한소란 실수에는 없는 아주 작은 수를 뜻합니다. 그렇게, 실수와 실수 사이에 무한소만큼의 차이를 보이는 무한한 수의 hyperreal number가 있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또한 hyperreal number의 성질 중 하나를 이 해결책에다가 넣었습니다. hyperreal number와 hyperreal number 사이의 무한소에 대해서는 어떤 방법의 측정이나 관찰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여기에 넣었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순간으로 이루어져서 점으로 표기할 수 있지만 점과 점 사이에 관측할 수 없는 운동이 있다고 보고 역설을 해결했습니다.

 

정확한 이해는 hyperreal number를 자세히 이해해야만 가능하므로, 앞 단락을 이해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해결책이 꽤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이 해결책을 제시한 사람조차도 많이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이론은 운동의 사실을 설명하지만 ‘현재 운동’의 본성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현재 운동’이라는 개념이 있다면, 무한소에서의 열린 구간을 정의한 것을 가리켜야만 한다. 사실, 무한소에서 ‘현재 운동’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잘 정의할 수 없다. 물체가 구간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순간적으로 점프하거나, 구간 내를 불균일하게 이동하거나, 구간 내를 균일하게 이동할 수 있다. 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이 물체는 구간 내에서는 어떤 시공간 내에도 없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 이론은 운동을 무한소인 거리의 유한한 단계로 나타낸다. 만일 어떤 사람이 ‘현재 운동’을 정의하고 싶다면, 이 운동 이론과 일치하는 방법으로만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제논의 역설과 부딪치지 않은 채 운동이 일어났다는 것은 증명할 수 있지만, ‘현재 운동’이 무엇일지는 증명해낼 수 없다. ‘현재 운동’은 관찰할 수 없는 무한소의 구간에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과정은 숨겨져 있지만 변화의 효과가 보여진다.”

 

운동은 측정이나 관찰을 할 수 있지만, 현재 어떻게 운동하고 있느냐를 묻는 상황에서는 전혀 대답할 수 없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어 놓습니다.

 

이것은 현재 운동이 무엇인지 모르는 문제를 낳습니다. 무한소 내의 구간에서는 한 물체가 어떻게 운동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 어떻게 운동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논의 역설에 맞서서 운동이 존재한다는 반론이 될 수 있냐고 비판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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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좀 더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논의 역설과 비슷한 시기를 공유하는 거짓말쟁이 역설은 또한 여러가지 이야기할 점이 많은데, 가장 중요한 점으로는 복수(revenge)의 문제가 있습니다. 거짓말쟁이 역설을 해결하는 방법이 제시되었을 때 역설을 약간만 변형할 경우 또다른 역설에 빠지게 할 수 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혀졌습니다.

 

거짓말쟁이 역설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보겠습니다.

“크레타인이 이렇게 말했다.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이다’. 이 말이 참이면 그 크레타인은 문장대로 거짓을 말하는 것이다. 이 말이 거짓이면 그는 그 말대로 참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역설이 발생한 원인은 모든 명제가 참이거나 거짓일 거라고 판단하는 배중률 때문인 것입니다. 참도 거짓도 아닌 ‘미확정’이라고 하면 거짓말쟁이 역설은 해결됩니다.”

“문장 R을 생각해보자. ‘이 문장은 거짓이거나 미확정이다.’ R이 참이면 문장대로 R이 거짓이거나 미확정이라는 것이 참이다. 그러므로 R은 참이 아니다. R이 거짓이라면 문장대로 R이 거짓이거나 미확정이라는 것이 거짓이다. 그러므로 R은 참이다. R이 미확정이라면 R이 진술하고 있는 것이 미확정이라는 것이고 R은 거짓이거나 미확정이라고 진술하고 있기 때문에 R은 참이다.”

 

제논의 역설 또한 이렇게 복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복수하는 제논의 역설”을 제시하겠습니다.

 

“움직이는 화살이 과녁에 맞는 때의 운동이 무엇인지를 정의할 수 없다.”

혹은, “움직이는 화살이 어떻게 도착점에 도달하는 지를 알 수 없다.”

 

이것은 이 해결책에서 운동이 아닌 “현재 운동”을 지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비를 전혀 할 수 없게 됩니다.

이 복수하는 역설은 측정이나 관찰을 할 수 없다거나, 정의를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왜 사실상 문제를 푼 것이 아닌 것인지를 명료하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뇌절 파트 D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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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 Black이라는 철학자는 러셀이 내놓은 무한공리를 사용한 해결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Max Black이 가장 주목한 부분은, 러셀의 해결 방법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주장한 한 내용이었습니다. 

 

"infinite sequence of tasks", "infinite series of tasks"라고 불리는 것인데, sequence와 series는 여기서 수열이나 급수가 아니라 일상용어로 쓰이는 일련, 연속, 반복을 의미합니다. task는 일을 뜻하는 것입니다. 러셀의 옹호자들은 이 "무한한 일련의 task(일)들"을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가 오직 인간의 상상력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관점을 지지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일, task에 대해 일이라는 한국어를 쓰지 않고 task라고 영어로 쓰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단어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아시게 될 것입니다.)

 

Max Black은 복수하는 제논의 역설을 하나 가정합니다.

사고실험으로 Alpha라는 기계를 도입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왼쪽 상자에는 구슬로 가득 차 있고, 오른쪽 상자는 비어 있다. Alpha라는 기계가 작동된다. 처음 1분동안 구슬을 가져가서 빈 상자에 옮겨 놓고, 그 뒤 기계는 1분간 쉰다. 그 다음 30초동안 기계는 왼쪽에 있는 두 번째 구슬을 가져가서, 그것을 옮기고, 그 뒤 기계는 30초간 쉰다. 세 번째 구슬은 15초 안에 움직인 뒤 15초간 쉬고, 그 다음 구슬은 그 시간의 반 안에 움직인 뒤 쉰다. 정확히 4분이 지나자 기계가 멈추게 되고, 왼쪽 상자는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 비어 있던 오른쪽 상자에는 구슬이 가득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이 Alpha라는 기계는 러셀의 해결책대로라면 충분히 가능하고, 실제로는 불가능할 지 몰라도 논리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Beta라는 기계를 도입합니다.

“이제 왼쪽 상자에 구슬 하나만 있게 하고, Alpha 기계가 쉬는 동안 구슬을 돌려주는 기계가 있다고 하자.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기계를 Beta라 한다. 기계의 일은 예전과 변하지 않았다. Beta의 작업의 어려움은 Alpha와 작업이 똑같은데, Alpha는 구슬을 무한히 옮기는 것이고, Beta는 그 같은 구슬을 다른 쪽으로 무한히 옮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Alpha가 움직일 수 있다면 Beta가 움직일 수 있다. Alpha가 task를 성공할 수 있다면, Beta가 task를 성공할 수 있다. Alpha가 성공할 수 없으면 Beta가 성공할 수 없다.”

그리고 여기서 이 Beta라는 기계가 있음으로서 무한한 일련의 task(일)들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구슬을 옮기는 그 순간 다시 오른쪽에 구슬이 있으므로 task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제논의 역설과 Alpha, Beta를 보면 알겠지만 단계는 무한하지만 시간은 유한하다는 공통점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복수하는 제논의 역설을 supertask라고 부릅니다. supertask는 무한히 많은 일련의 단계로 구성되지만 유한한 시간 안에 완성되는 task를 말합니다.

 

이런 supertask는 여럿이 있고, 복수하는 제논의 역설도 여럿이 있다는 점도 알려줘야 할 점입니다. 이 supertask라는 것이 진정 역설적인 것이고, 이것이 모순을 보인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사람으로 James Thomson이 있습니다. 그는 톰슨의 램프라는 예시를 제시했습니다.

 

“램프에 스위치가 하나 있다. 꺼진 램프에 스위치를 누르면 램프가 켜지고 켜진 램프에 스위치를 누르면 램프가 꺼진다. 누군가 스위치를 무한 번 누른다고 가정하자. 그는 첫째에 스위치를 1/2분 안에, 두 번째에 스위치를 1/4분 안에, 세 번째에 스위치를 1/8분 안에 누르고, 남은 시간의 간격에 무한한 반복을 한다. 스위치를 무한히 반복하여 누른 후 램프의 최종 상태를 생각해본다. 램프가 켜져 있는가, 꺼져 있는가? 그것은 켜질 수 없다. 켜져 있었을 때마다 전원을 껐기 때문이다. 꺼질 수 없다. 꺼져 있었을 때마다 전원을 켰기 때문이다.”

 

램프의 최종 상태에 있어서 램프가 켜져 있다고 할 수도 없고, 램프가 꺼져 있다고 할 수도 없는 경우를 만들어 냅니다.

수학적인 공식을 만들어 이를 해결하려고 하더라도 극한의 사용이나, 초한수의 사용이 이 문제의 해결과는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것이 켜져 있는지 꺼져 있는지는 문제가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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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톰슨의 램프에 대해 반박을 한 사람으로 Paul Benacerraf가 있습니다. 베나세라프는 이 톰슨의 램프라는 논증에 큰 결점이 있다고 주장한 사람입니다.

그 핵심은 이렇습니다. supertask가 진행될 때, 1분 후 램프의 상태에 대한 내용은 그 전까지의 램프의 동작에 대한 설명으로부터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램프가 켜져 있다는 설명이 나올 수 없고, 램프가 꺼져 있다는 설명도 나올 수 없습니다. 둘 다 될 수 있고, 단지 설명이 부족할 뿐이라는 게 설명입니다.

 

마지막 상태에 대한 내용을 그 전의 동작으로부터 설명할 수가 없으므로, 이 문제는 아직 불특정적이라는 것이 그의 의견으로, 이것을 통해 각각 supertask가 일어난 뒤 램프가 켜지는 경우, supertask가 일어난 뒤 램프가 꺼지는 경우의 사고실험을 각각 구현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반박에 대해서도 말할 부분은 존재합니다. 그는 이 톰슨의 램프가 불특정적이고, 문제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이 논증 뒤, 모든 역설을 만드는 supertask가 불특정적이고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주장, 모든 supertask에서의 역설이 이것을 따를지는 불특정적인지 아닌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남겨져 있습니다.

 

supertask에 대한 다른 예시들은 Alpha, Beta나 톰슨의 램프를 제외하고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거꾸로 된 톰슨의 램프라는 것이 있습니다. 묻는 곳이 거꾸로 되었습니다. 다른 램프가 있어서, 어떤 시간에서 1/2분이 지난 뒤에 램프는 켜져 있었고, 어떤 시간에서 1/4분이 지난 뒤에는 램프가 꺼져 있었고, 1/8분이 지난 후에는 램프가 켜져 있었던 것을 반복했었는데, 이 supertask가 시작되기 직전 그 어떤 시간에 램프 상태가 어떤지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베나세라프의 해결 방법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것 또한 불특정된 문제이며 켜져 있는 상황과 꺼져 있는 상황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라 말합니다.

 

여기서 묻는 곳을 거꾸로 바꾼 또다른 supertask 문제가 있습니다.

“소년, 소녀, 그리고 개는 직선 도로에서 같은 지점에 있다. 소년과 소녀는 앞으로 걸어간다. 소년은 시속 4마일로 걷고, 소녀는 시속 3마일로 걷는다. 그들이 전진할 때 개는 시속 10마일로 그들 사이를 왔다갔다한다. 개가 방향을 바꾸는 것은 순간적이라고 가정한다. 한 시간 후, 개는 어디에 있고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가?”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답을 제시합니다. 개는 소년과 소녀 사이의 어느 곳에서도 있을 수 있고 어느 쪽으로도 향할 수 있다는 것이 그 답입니다.

증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 시간 후에, 강아지를 소년과 소녀 사이의 어느 위치, 어느 방향으로든 두어 놓습니다. 이제 시간을 역행한다면 세 사람은 출발점으로 같은 순간에 돌아올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로 답이 있고 이것이 답이 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이러한 답을 제시해서도 안되는 설명이 부족한 불특정한 문제일까요?

이 문제는 실제로 답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한 어떠한 점에서 답이 불특정한지도 제시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진실로 큰 문제점이 나오게 됩니다. 지금 이야기하지 않고 나중에 이야기하겠습니다.

 

 

 

{글이 어려우니까 여기서 좀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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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이러한 supertask와 제논의 역설은 문제가 되는 부분이 다르므로 제논의 역설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Wesley Salmon이란 사람은 제논의 역설은 연속적으로 이루어짐에도 supertask의 사례들은 단계마다 달라지는 이산적인 것이므로 제논의 역설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Adolf Grünbaum이란 사람이 제시한 “스타카토 제논의 역설” 이후로는 없어졌습니다. 아킬레스와 같이 뛰어서 도착점에 같이 도착하는 육상선수가 하나 있다고 합시다. 그는 시간의 반을 쉬는 데, 다른 시간의 반을 아킬레스의 2배의 속도로 뛰는 데 써서 구간의 1/2을 아킬레스와 같이 도달합니다. 또다시 반을 쉬고, 반을 뛰어서 구간의 3/4을 아킬레스와 같이 도달합니다. 이것을 반복하여 아킬레스와 같이 도착하는 육상선수가 있는 것입니다. 아킬레스와 이 육상선수는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supertask에서 나오는 문제와 그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Ross–Littlewood paradox가 있습니다. 이도 또한 같은 종류의 supertask 중 하나인데, 답변이라고 제시되는 것이 극명하게 다릅니다.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오 1분 전, 빈 꽃병과 무한히 많은 공이 있다. 첫째로 정오 1/2분 전에 10개의 공이 꽃병에 추가되고 1개의 공이 제거된다. 둘째로 정오 1/4분 전에 10개의 공이 꽃병에 추가되고 1개의 공이 제거된다. 남은 간격에 무한한 반복을 한다. 일이 끝났을 때 꽃병에 공이 몇 개 들어 있는가?”

 

처음 나오는 의견은 이 꽃병에 공이 무한히 많다는 것입니다. 10개의 공에서 1개의 공을 제거하므로 9개의 공이 추가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Littlewood는 예상과 반대로 이 꽃병에는 공이 없다는 의견을 세웠습니다. 그는 공에 숫자를 적어낼 경우 더 명료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에 숫자를 적어서 다시 이 문제를 보았을 때, 1,2,3,4...라 적힌 공이 처음에 1부터 10까지 추가된 뒤, 1을 제거하는 것, 다시 11부터 20까지 추가된 뒤, 2를 제거하는 것과 같다고 봤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어떤 n을 제시해도 n번째 상황에서 n이라 적힌 공이 제거가 되므로 이 꽃병에는 공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에는 다른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조건에 따라 달라지며, 어떤 방법으로 공을 제거하는지에 따라 내가 원하는 수의 공을 남겨둘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8개를 남기고 싶다면, 1부터 10까지 추가되었을 때 1부터 8까지 남겨둔 뒤 9를 제거하고, 11부터 20까지 추가되었을 때 10을 제거하고, 21부터 30까지 추가되었을 때 11을 제거하는 것을 반복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일이 끝났을 때 8개만을 남겨둘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약간의 조작으로 모든 자연수에 대해서도 남겨둘 수 있다는 것이 이 의견입니다.

또 다른 의견으로 베나세라프의 해결 방법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불특정적이며, 일이 끝날 때의 상황은 그 일이 일어나기 전의 일들로부터 설명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모든 supertask의 역설이 불특정적이기 때문이라면 이렇게 주장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나온 마지막 의견으로 Jean Paul Van Bendegem의 의견이 있습니다. 문제가 잘못 구성되었다는 의견입니다. 이것은 이 문제로부터 supertask의 구성 자체를 의문시하는데, 무한히 많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정오라는 시점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 정오에 공이 얼마나 있는지를 묻는 것은 정오에 도달한다는 것을 가정하므로 질문이 모순을 내재하고 있다는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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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악명 높은 의견이 하나 남습니다.

“수학은 정해진 공리로부터 연역된 정리들로 이론을 만들어내는 학문이다. 공리로부터 연역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맞는 것이고, 더 이상의 의문을 가져서는 안된다.”

이것은 논의를 끊기 위해서 나옵니다.

지금 이 이야기에선, 좀 더 직접적으로 ZFC 공리계라고 직접적으로 공리를 제시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ZFC 공리계에서 선택공리와 무한공리가 있고, 현대 수학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공리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학자들은 공리를 이렇게 형이상학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현대의 수학자들은 공리를 “증명할 필요가 없는 자명한 진리” 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철학이 수학처럼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1900년대 초반 논리학자 중 많은 사람들은 논리주의자였습니다. 그들은 공리를 진짜 증명할 필요가 없는 자명한 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수학자들 중 대부분은 논리주의자가 아닌 형식주의자였습니다. 형식주의자는 “왜 이게 공리이냐”라는 말에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체스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왜 폰은 처음에는 두 칸을 갈 수 있을까요? 왜 킹이 한 번도 안 움직였다면 룩과 함께 두 기물을 동시에 옮길 수 있는 것일까요? 만약 체스 기사에게 이것을 진지하게 문제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이런 규칙으로서 나오는 체스 게임들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다’라고 할 것입니다. 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리는 자명한 진리가 아닌 규칙 같은 것이고, 진짜로 중요한 문제는 그것을 받아들일 때 나오는 진짜 수학의 정리들입니다.”

ZFC를 고안한 사람들은 (그렇게 많이 쓰이는 표현은 아니지만) 집합론주의자들이라 하는데, 이들은 이런 형식주의자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럼에도, 이렇게 말했음에도 악명 높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만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보통 이런 말에 대해선 현학적인 말을 길게 써서 해결하는 게 보통이지만, 저는 다행히도 굉장히 좋은 반례, 논의를 끝낼 수 있다기엔 너무나 반대되는 반례를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대한 앤드류 와일즈의 풀이는 ZFC를 벗어났다는 점입니다.

앤드류 와일즈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의 증명을 위해 그 전에 있었던 심화된 현대수학의 정리를 가져다 왔습니다. 이 때 그는 SGA IV라는 책에 있는 정리들을 가져다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SGA IV에 있는 정리들 중 몇몇은 Grothendieck universe라는 것의 존재를 가정하고 만들어진 것인데, 이 Grothendieck universe는 ZFC에서 연역될 수 없는 독립된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굉장히 쉽게 ZFC에서 연역될 수 있게 우회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이라고 해도 “수학은 ZFC의 공리들로부터 연역된 정리들로 이론을 만들어내는 학문이다”를 강조할 수는 없습니다.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한 사람을 앤드류 와일스가 아니라 이 사소한 점을 알아내고 ZFC로 최초로 옮긴 어떤 한 대학원생이라고 말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논의가 더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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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은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전혀 문제로 두지 않습니다.

그들이 전혀 문제로 두지 않는 이유는 좀 더 현실적이고 더 열매가 많은 문제에 신경쓸 뿐, 이러한 문제는 다른 데다 맡겨두기 때문, 철학자의 문제일 뿐이라고 밀어버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견은 이견입니다. 이런 역설, 이런 질문, 이런 의견은 이런 것을 위해 제기되었습니다.

 

무한 공리와 정렬 정리로 불린 선택 공리와 같은 것은 다른 공리로는 증명이 불가능합니다. 이 공리가 없어도 그와 독립적인 다른 형태의 수학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다른 형태의 수학은 수학입니까?

수학의 정초에 대한 문제는, 다시 말해 수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은 문제가 남았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문제들이 전부 “수학으로 풀 수 있는 문제”입니까?

 

여기서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라는 사람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는 러셀과 함께 수학 원리라는 책을 쓴 공저자입니다.

대표적으로 수학 귀신이란 책에서도 나온, “1+1이 2라는 것의 증명으로 온갖 기호가 나오는” 그 기호뭉치들이 바로 수학 원리에서 나온 것입니다.

화이트헤드와 러셀은 선구자인 프레게와 함께 수학은 논리의 일부이며, 수학적 참은 논리적 참임을 표명한 논리주의자였습니다.

선구자인 프레게는 이것을 위해 매우 노력했지만 러셀의 역설이라는 것에 무너졌고, 러셀과 함께 쓴 수학 원리는 10년이라는 세월을 들여 매우 노력하여 작업했습니다.

그러나 수학 원리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러셀의 역설을 피하기 위해 ramified type theory라는 것을 썼는데, 이것을 쓰면 “공집합이 아닌 상계를 지닌 실수의 집합은 모두 최소 상계를 갖는다” 같은 일반인에게는 어려울지 몰라도 수학자에게는 아주 기본적인 정리조차 정식화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들은 이것을 해결하는 환원 가능성 공리라는 것을 도입했고, 평소에 논리를 매우 신봉했던 러셀조차도 이것이 왜 공리인지에 대해 거의 얼버무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수학자들과 논리학자들, 철학자들은 거의 모두 이 공리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환원 가능성 공리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대신 비유를 들어주겠습니다. “이 세계를 지키는 것은 코끼리입니다. 이 세계 아래에 코끼리가 있어서, 세계를 받춰주기 때문에 이 세계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코끼리 발 아래엔 무엇이 있습니까?” “거북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거북이 아래엔 무엇이 있습니까?” “또 다른 거북이입니다.” “그 아래에도 거북이가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한 거북이가 조금이라도 다르게 행동한다면 모든 거북이와 코끼리와 세계가 무너지는 것 아닙니까?” “그러지 않습니다. 모든 거북이는 코끼리 바로 아래에 있는 거북이와 똑같이 행동합니다.” “어찌 그렇습니까?” “어찌 그렇다니요? 당연하잖아요.”

러셀은 이 수학 원리라는 책을 쓴 이후에도 논리에 매우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철학적 행보를 보였지만, 화이트헤드는 시기를 거치면서 다른 철학적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화이트헤드는 마침대 1927년 “과정과 실재”라는 책을 쓰면서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글과 철학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그 책에서 수학 원리가 원래 목표에 실패했다고 인정하며, 논리와 완전히 다른, 사변을 중심으로 한 철학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화이트헤드가 말하는 “논리”란 파스칼이 말하는 “기하학적 정신”과 굉장히 비슷해 보입니다.

기하학적 정신이란 기하학적 방법처럼 몇몇 원리로부터 출발하여 엄밀한 추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합리적 인식 능력을 말합니다. 파스칼은 이 정신의 문제점을 이렇게 말한 적 있습니다.

“기하학 정신의 원리들은 손으로 만질 수 있을 만큼 분명한 것들이기는 하지만 일상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것들이다.”

“기하학자들은 섬세한 사물들을 기하학적으로 취급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들은 정의로부터 시작하고, 그다음에 원리로부터 시작하려고 하다가 웃음거리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수학 원리라는 책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를 예측한 듯한 문구입니다.

 

화이트헤드는 “과정과 실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길지만 인용하겠습니다.

철학은 오랫동안 다음과 같은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왔다. 즉 철학의 방법이라는 것은 명석판명하고도 확실한 전제를 독단적으로 명시해야 하고, 나아가서 그러한 전제들 위에 연역적 사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일반성을 정확히 표현한다는 것은 논의의 목표이지 그 출발점은 아니다. 철학은 수학의 본보기로 말미암아 오도되어 왔다. 수학에서조차도, 궁극적인 논리적 원리에 관한 진술에는 아직도 극복할 수 없는 난점이 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귀류법의 남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많은 철학적 추론이 이것의 남용으로 말미암아 손상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일련의 추론에서 모순이 생겼을 때 거기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논리적 결론은, 그 추론 속에 들어 있는 전제들 가운데 적어도 하나의 전제가 거짓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의 그릇된 전제는 더 문제삼지 아니한 채로 성급하게 가정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누군가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이것을 비판이 아닌 어떤 lament, 비탄일 뿐이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비탄이면 뭐 어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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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대수학이라는 수학의 한 과목이 있습니다. 이것에 대한 교재는 거의 대부분 외국인이 썼거나 그런 외국인이 쓴 것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하지만 “선형대수와 군”이라는 책은 우리나라 사람이 직접 쓴 책입니다. 이외에도 내용이 좋다는 점 등등으로 이 책은 마이너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지금 이 이야기와 관련된 내용이 나옵니다. “모든 벡터는 기저를 가지고 있다”라는 정리를 “초른의 보조정리”로 증명하는데, “초른의 보조정리”가 바로 선택공리, 즉 정렬정리와 동치입니다. 이것은 공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게 어떻게 참이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ㅋㅋ”. 정말입니다. 찾아보세요.

 

이상하다고 느껴지시나요?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이 아주 “논리”적이라고, “논리”의 극치라고 생각합니다.

 

Wesley Salmon은 제논의 역설이 순수하게 논리적이거나 수학적인 용어로 해결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구체적인 물리적 현실의 서술에 추상적인 수학적 체계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전에, 사람들의 생각처럼, 하나의 방법을 제거해봅시다.

철학적 문제를 제외하는 것입니다."

"철학적인 방법은 될 수 있는 한 제거해보도록 하죠."

 

이것이 얼마나 naive한 생각이었는지 지금 드러납니다.

철학적인 방법은 불가피하게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토끼굴은 더 깊습니다.

 

1개의 댓글

2021.12.09

진짜 정성추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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