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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위대한 정치인이 나오기 힘든 이유

우리사회는 명예의 가치가 높은 상태에 놓여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위대한 정치인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사람은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이거나, 최소한 명예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 혹은 집단”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써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라는 이유를 대며 “시간이 지나면 된다” 라고 설명하지만, 짧은 민주주의 역사는 훌륭한 정치인의 부재에 대한 단편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좀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민주주의의 역사라는 흐름에 있어 대한민국은 선발주자가 아니기 때문이 좀더 정확한 이유이다. 민주주의는 시장경제의 흐름에서 파생된 정치사상 중 하나이다. 때문에 민주주의 정부에서의 훌륭한 정치인은 단순한 정치, 행정, 통치의 능력이 아닌 대중의 선택을 필요로 하는 정치 사상가가 훌륭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구조이다.

 

그렇다면 정치 사상가로서의 정치인은 무엇을 통해 그 노력을 보상받고 평가 받을 수 있는가? 명예이다. 명예는 경제적, 사회적 기반이 정당하고 튼튼한 자 만이 쟁취할 수 있는 무형적 결과물로써 실상 실질적인 물리적 가치는 기대하기 어렵다. 즉 명예는 정치사상가에게 설득된 대중들을 나타내는 무형적인 지표이다.

 

설득에 대한 학문인 수사학의 기초 이론 중 아리스토텔레스의 The art of rhetoric을 보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3요소에 있어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를 제시한다. 이 설득의 요소가 현대 민주주의에서도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근대 민주정의 기반이 되는 고대 그리스에서는 소피스트들이 현대의 변호사와 같이 각종 분쟁에 개입하여 의뢰인을 위해 변론을 해주며 수입과 존경을 받았고, Agora 광장의 배심원들은 이러한 변론을 듣고 더 설득력 있는 소피스트에게 투표하여 승패를 갈랐기 때문이다.

 

로고스는 논리로써 설명되는데 상대방에게 명확한 증거를 제공하는 논리로써 해석될 수 있다. 설득을 위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함을 설명한 것이다.

 

파토스는 듣는 사람 즉 대중의 심리상태를 말하는데 설득에 있어 대중의 심리 혹은 감정의 중요함을 설명한다. 때문에 파토스를 설명하는 이론들은 현대의 수많은 마케팅 기법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에토스는 설득하는 사람의 성품, 매력, 카리스마, 진실성 등의 설득자의 배경에 대한 것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화자를 신뢰할 때 설득이 가능하다 설명한다. 에토스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예는 거의 모든 광고에서 연예인들을 내세우는 것이다. 대중들이 좋아하고 신뢰하는 사람이 출현하는 광고는 비록 설득력이 부족하거나(논리, 로고스의 부족) 그 내용이 섹슈얼 마케팅과도 같이 뜬금없는 내용이더라도(파토스의 부족), 해당 연예인의 강력한 에토스를 통해 설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세가지 요소 중 에토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하며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닌 감성적이고 충동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명예는 보수적인 성격을 가진 집단의 상류층이 얻기 쉬운 무형적 가치이다. 그러나 보수적, 보수주의라 함은 현대정치에서 비롯되는 자유민주주의가 지향하는 무형적 가치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민주주의에 있어 사회적 가치는 결국 일반 대중들의 인정에서 비롯되는데 보수주의의 사회적 가치는 결국 다수의 인정이 개인 혹은 소수의 집단에게 집약되는 상황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명예는 국가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는 상황이 일정기간 이상 지속되는 상황에서 그 국가의 상류층 계급, 경제적, 사회적 기반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부정적 여론을 모두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경제적, 사회적 위치에 있는 계급이 쟁취하기 쉬운 가치이다. 이러한 이유가 미국이 세계대전 이후 패권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되고, 되며 21세기 이후 중국의 공산당이 중국을 강력한 신흥 패권국으로 만들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대정치는 이러한 경제적, 사회적 기반을 다지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었고, 현재의 상황과 미래 역시 어려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일반대중의 교육적, 경제적 수준이 이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된 상황이며 (최소한 근현대사의 우리나라는 그렇다), 앞으로의 미래는 고전적 가치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인도, 유럽의 패권국들의 패권은 특징은 오랜 역사가 아닌 오랜 계층간 차이에서 탄생한 성공한 정치사상가들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많은 숫자의 대중들이 오랜 기간동안 낮은 교육적 수준과 경제수준에 놓여 있었기에, 정치사상가들은 보다 쉽게 그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상태에 놓였으며, 그 정치 사상가들이 해당 국가의 경제적, 사회적 기반을 이미 상당수 확보한 가문 출신이라면, 여 타 가치가 아닌 명예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인다. 때문에 훌륭한 정치사상가들은 사회의 최고 상류층에 속해 있는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이 될 확률이 높다.

 

근대사 속의 대한민국은 이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근대사 속의 대한민국은 일제식민통치와 6.25전쟁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 기반이 준비된 상류층이 존재할 수 없는 구조에 놓여있었다.

 

식민통치하의 상류층은 민족반역자로써 보수적 관점의 명예에 있어 도덕성에 이미 흠집이 가 있는 상태로 대중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상태였으며, 6.25전쟁 이후의 세대는 불과 60년이라는 두 세대 정도의 기간안에 기반을 닦아야 했고 두 세대라는 기간은 완벽한 사회적 기반을 다지기 힘든 시간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대한민국의 97년 IMF경제 위기는 기존의 100대 기업이 불과 20년 후 단 하나도 살아남지 못하는 급변하는 고도경제사회에 놓이게 되며 온전한, 즉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을 닦기 힘든 시기를 겪게 된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의 그 어떤 누구도 성공한 정치인이 되기 위한 기반을 닦지 못했던 상황이다.

 

때문에 명예의 가치는 하락하고, 설사 이러한 기반을 가진 사람이라 한들 굳이 명예를 위해 목맬 필요가 없는 사회적 성격을 띄고 있다. 능력을 가진 사람은 사업을 하는 것이 그 노력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현재의 대한민국이며, 흔히들 말하는 “뽑을 사람이 없다” 라는 생각들은 이러한 사회적 기반이 시민들의 심리 내면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래의 정치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인간의 기술적 발전이 앞으로의 정치사상의 미래 역시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기술적 발전이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 중 하나에 기술적 특이점이라는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기술적 특이점은 모든 인간의 지성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초 인공지능의 출현시점을 기술적 특이점이라 정의하는데, 이것은 극단적인 로고스를 추구하는, 심지어 로고스 그 자체를 하나의 개체로써 출현시킬 수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은 인간의 고전적 정치사상의 발달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현대의 정치사상은 다수의 지지를 통해 발현될 수 있기에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에토스와 파토스에 좀더 무게를 두어 왔다. 그러나 현대 기술은 고전적 한계를 넘어 인터넷을 비롯한 당대로서는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든 고도의 정보통신기술이 일반적인 사회를 이룩했기 때문에, 에토스와 파토스에서 비롯되는 고전적 정치사상이 가질 수 있는 가치인 명예는 앞으로 점점 더 퇴색될 것이다.

 

26개의 댓글

2021.11.15
0

일견 나도 동의하는 내용이긴 한데

민주주의 역사가 짧고+현재의 정치체제가 외부에서 강제로 이식된걸 감안하면, 한국의 정치인들의 수준은 매우 높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우리야 언론들이 한국 정치인들의 자극적인 측면만 매일 떠들어대니 모두 X처럼 느껴지지만,

정치인들의 정치행위(국회든 행정부든)들을 세세히 뜯어보면 아시아에서는 원톱이고 서구 선진국(미,영,독 등)에 크게 밀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본문에서 얘기하는 "위대한 정치인"이 어느수준까지인지는 모르겠으나, "일 잘하는 정치인" 정도면 우리나라에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이어서 조금 다른 얘기이지만, 겉껍데기만 놓고 봐도 한국이 GDP 10위권 나라이니 (밑기지는 않겠지만) 정치, 경제, 시민의식 등등 전반적으로도 최상위권이라고 봐도 됨...

8
2021.11.15
@아으애앵이에요

동의합니다. 본문 내용은 한국 정치에 대해 뭘 까보겠다고 작성한 것이 아니라 곧 있는 선거철에 아 뽑을 사람 없네 하는 사람들이 많길래 우리의 현실 상 당연한 문제다 라는 생각들을 씨부린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 후발주자임에도 아시아권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 체계를 완성시킨 사회의식은 충분히 대단하다고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위대한 정치인에 대한 설명이 빠졌었는데 본문에서 열거한 내용처럼 절대 다수의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갖춘 정치인을 말합니다. 다른 말로 이순신 세종대왕 같은 분들이 현대사회에 나타나기 힘든 이유가 될 수 있겠네요.

9
@춥다미네소타

정성글 추천...ㅋㅋ

0
2021.11.15
@아으애앵이에요

맞음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국수준을 너무 저열하게 보는 겅향이 있어

기레기들 탓인지 주변국이 슈퍼파워들이라 그런지 몰라도

6
2021.11.17
@아으애앵이에요

이제는 정권 넘길 때 아무도 피를 흘리지 않는다는 거 생각하면 엄청난 수준이라고 생각함.

넘기고 난다음에 잡음은 둘째치고라도 말이지.

0
2021.11.15

세계평균 칠등급인 세상에서 국평오는 오히려 칭찬이란 점,

 

국가는 국민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논리,

 

정치인은 그 놈이 그 놈이다라는 시쳇말을 섞으면

 

한국의 정치인들은 썩 괜찮은 수준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더라

6
2021.11.22
@베댓전문가

오...

0
2021.11.15

공감가네. 그리고 압축성장 과정에서 명예의 가치가 딱히 안나오다보니 엘리트 카르텔 형성이 더 쉽게 되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명예 운운할 수 있는 집단은 양반이었는데 조선 후기 망가지기 시작한데다 그나마 있던 양반들은 독립운동하다 싹 죽어 없어지거나 아니면 친일파로 변질되거나 둘 중 하나였으니...

2
2021.11.16

맞는 말이지. 아니라는 사람들. 그래서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 끝이 좋았던 인간군상이 얼마나 되지? 훌륭한 의원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언제지?

0
2021.11.17
@달달한꿀호떡

dj는 그래도 감방에 안가고 천수누리고 갔으니 ㄱㅊ?

0
2021.11.17
@내생각에

dj는 괜찮

0
2021.11.18
@내생각에

dj가 잘했다는평은 호남권밖에없음

1
2021.11.18
@인싸용개드립

dj가 천수누리다 가셨으니 끝이 괜찮다는 말인디옹 깜빵에도 안가셨고..

 

잘했다는 평은 뭐 커뮤성향마다 다른거 아닌가? 일베는 욕할거고..

호남권 말고 서울에는 잘했다는 사람이 없나?

지역 벗어나면 못했다는 사람밖에 없어?

살면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dj 잘했나요 못했나요 물어본거임?

부모님이 경상도출신인데 내가 잘했다고 평하면 평균에서 벗어난 이상한 놈인거임?

0
2021.11.18
@내생각에

ㅇㅇ 물어봤음 호남 은 비이성적으로 무조건 민주당95퍼임 나머지평은최악

0
2021.11.18
@인싸용개드립

진정하시라요. 그냥 대통령 중 뒤끝이 평범한 사람이란 말이었음! 평가도 전씨 같이 국민 대다수가 아니꼽게 보는 경우는 아니잖음. 그거면 됬지

0
2021.11.17

모든면에서 100% 선일 수 없다라는게 내 의견임. 경제성장을 하면 다른쪽을 억압할 수 밖에 없고 자유를 보장하면 다른쪽을 억압해야하니까.

0
2021.11.17

정치인이 뭐 비리가 많네 어쩌네 하는데

실제로 그 비리가 이슈화되고 밝혀져서 낙마하는 이 과정 자체가 엄청난 일이라는걸 가끔 잊게됨

2
2021.11.18

학부생이 교양 과목 하나 듣고 삘 받아서 썼구나

1
2021.11.18

좌 쪽의 네거티브전략때문에 힘듬

0
2021.11.19

우 측이 과한욕심을 부렸지 독재라던가.

0
2021.11.19

자수성가한 사람은 정치인 하면 안되나

0
2021.11.19
@지꾸기

나는 엘리트들이 서민과 괴리된 상태라 정치인이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0
2021.11.19
@지꾸기

현대사회에 명예라는 가치 전근대적 가치라는 거 알겠음. 더 빨리 사라져야 할 듯

0
2021.11.19
@지꾸기

먹고 살기 힘들수록 더러운 상황을 많이 보게 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중에 깨끗한 뭔가를 바랄 수가 없겠지

0
2021.11.23

위대한 정치인 하니까 내 마음 속엔 세 분이 계심

두 분은 돌아가셨고 한 분은 현직이시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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