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한국과 일본의 원한 문화

예전에 어디서 본 건데
한국의 문화는 한이고
일본의 문화는 원이래

 

무슨 말이냐면
우리나라 귀신들은 한이 있어서 그걸 풀어주면 되잖아?
원은 풀어지지 않는대. 그래서 봉인만 한대.
이런 문화에서 나온 만화들을 보면
나루토는 구미호가 봉인되어 있고
진격의 거인은 거인들이 벽 안에 봉인되어 있고
이누야샤는 화살 맞고 봉인되어 있고
학교괴담에서는 귀신들 봉인이 풀려서 봉인하고 다니지.

 

그렇다면 일본 귀신은 왜 이런 것이냐.

 

일본은 옛날부터 지진이나 해일 같은 자연재해가 많아서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언제 허망하게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그래서 "인생은 덧 없으며 무상한 것이다"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이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하카나사(덧없음, 허무함)'.

 

벚꽃을 좋아하는 것도 한 철 짧게 아름답게 폈다가 져버리는 게 일본인들 인생관을 닮아서이고 그래서 벚꽃놀이도 중요하게 여기지. 미니멀리즘도 이런 맥락에서 생겨난 거야. 열심히 꾸며봤자 죽으면 허망하게 끝이니까.

 

또, 일본 사람들이 다시는 안 볼 사람에게 하는 말이 "사요나라"인데 이건 "사요데아루나라바"라는 말에서 파생되었고 뜻은 '꼭 그래야 한다면'. 주체적으로 떠나는 게 아니라 떠밀려서 헤어지는 느낌이 크지. 덧없고 체념하는 데에 익숙해진 일본인들을 정말 잘 나타내는 말이야. 영어권에서 이별 인사는 "Good Bye" 가까운 우리나라만 봐도 "안녕히 가세요" 또는 "잘 가"여서 보통은 떠나는 사람의 안녕을 비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아무튼 열심히 살고 있었는데 자연재해라는,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때문에 죽어버리면 그 원망하는 마음을 어디로 풀 데가 없는 거야. 그래서 한국 귀신들은 한을 서리게 한 대상을 괴롭히는데 일본 귀신들은 대상이 없어. 그냥 누구 하나 걸려봐라인 거지. 영화 곡성도 일본 귀신이 딸한테 빙의돼서, 아빠가 귀신한테 왜 하필 우리 딸이냐 물었더니 "왜냐니? 그런 건 없어 미끼를 문 것 뿐이다"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야.

 

 

출처 : 블라인드(https://kr.teamblind.com/s/cZvVa3Ug)

12개의 댓글

2021.11.09

근데 한국인의 문화/감정을 한이라고 처음 규정한 사람이 일제시대 일본 학자여서....

한을 한국인의 근본적인 파토스로 규정하는 시각은 좀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

11
2021.11.11
@ㅁ옴ㅅㅌㅎ놎

한을 한국인의 근원적 정서라고 정의 한 사람은 일제시대에 한국 문화를 연구하던 야나기 무네요시가 맞지.

당시 조선의 상황을 생각하면 왜 그런지 이해 할 수 있는 부분이고, 8-90년대 까지는 그럭저럭 지배적인 시각이었으나 지금에 와서는 그냥 옛날 얘기인 것도 사실.

다만 이 글에서는 밑바닥에서 고통받던 민초들이 가지는 '한'과 '원'이라는 정서의 차이를 가지고 한국과 일본의 정서 차이를 논하고 있으니 그것과는 별개로 이해할 부분이 있음.

2
2021.11.09

품번 WAKM-005

0
2021.11.09

さようなら ‘사요나라’는 직역하자면 그냥 ‘그렇다면’이 맞지만, ‘그럼, 이만’ 같은 의미로 보는 게 더 맞을 듯.

원래 고전에서 나타나는 용례도 ‘さようなら’ 뒤에는 ‘ごきげんよう(고키겐요, 안녕하시길)’나 ‘のちほど(노치호도, 다음에)’ 같은 말들이 붙어 나오던 것이 줄여진 것.

그리고 일본의 ‘허무’로 대표되는 정서도, 에도막부 말기에 긴키지방(오사카, 교토 등)에서 일어난 ええじゃないか(에에쟈나이카, 좋지 아니한가)가 대표적인데 이것도 당시 자연재해, 기아, 막부 말기 사회혼란 등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고, 150년 쯤 전이라 역사적으로 보자면 그리 오래되지 않음.

또 한국의 ‘안녕’은 20세기 초반부터 자주 쓰이기 시작한 인삿말이라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 근대 이전 한국의 정서가 반영된 것이라 보기에는 어려울 듯.

5

뭐... 현대 일본어와는 느낌이 다른거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사요데아루나라바'라는 말 뜻은 꼭 '그렇게 해야한다면'이라는 직역투로만 받아들일 순 없긴 함

기본적으론 옛날 어법이긴 하지만, 앞의 '사요우'는 그 자체로 '그러하다'와 같은 동의어로 사용할 수 있음

 

사요데아루나라바, 는 '어쩔 수 없으니까 빠빠이'라기 보다도 '그럼 이제(가볼게요)' 혹은 '일 끝났으니까(가볼게요)'같은 의미로 쓰였다고 생각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 것 같음

뭐 여전히 평안을 바라는 것과는 많이 다르긴 하지만

2
2021.11.09

나 이 주제로 졸업논문썼는데ㅋㅋㅋㅋ

전공은 경제였는데 담당교수님이 왜인지 패스주셨음

0
2021.11.09

일본 문화를 원으로 규정하는 것 까지는 그렇다 친다 해도........그 근거로 대는 게 좀 이상한 거 같은데........체념했는데 왜 원이 생겨? 인생이 무상하고 허망한 것인데.....희망도 뭣도 다 버리고 포기했는데 원이 생기는 게 말이 안 맞지 않음? 오히려 원은 아직도 집착하고 탓하는 게 남아있는 건데....앞뒤가 안 맞는 거 같은데..

0
2021.11.09
@수미쌍관

닉언일치 ㅋㅋ

0

한은 슬픔이고 원은 미워함의 감정 아님?

0
2021.11.11
@이정도는약과야

보통 원한으로 붙여서 억울하여 응어리진 마음이라고 함. 원과 한은 같이 붙여쓰는게 맞는듯?

0

참 추상적인 관념들은 정의내리기가 무척 어렵구나

0
2021.11.11
@타임이즈러닝보이그건누구에겐돈

추상적이기 때문이지 (끄덕)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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