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개봉이가 들려주는 목함지뢰 당시 이야기

 

 우선 평화의 발 이야기를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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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15년 목함지뢰 도발사건으로 부상당한 두 하사관과 당시 훌륭한 대처로 두 사람을 구하여 빠져나온 장병들의 전공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른 바 '평화의 발'이야. 당시 내가 복무 중에 있었던 1사단 수색대대 분들이지.

 

왜 평화의 발이라 지었냐?

- 1사단에서 제공한 평화 공원에 맞게 효성그룹에서 이름을 붙였어.

 

동상 짓는데 든 세금이 아깝다.

- 효성그룹에서 2억을 투자해 '기획부터 완성까지' 담당했지. 군대에서 한 건 장소를 제공한 것 뿐이야. 왜 하필 발로 한 건지 효성 담당자 분만이 알겠지...

 

군대에서 그럼 한 것도 없는데 왜 생색내냐?

- 사실 이 날은 저 분들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훈장이랑 표창을 수여하는 날이었고 조형물이 완성되면서 장소가 저 곳으로 된 것 뿐이야. 그래도 애국을 한 대가가 발 한쪽과 얼마 되지 않는 연금이라니 상처뿐인 명예가 아닐까 싶어.

 

이제 내 이야기를 좀 해볼게

ㅡㅡ

 

그날은 전투휴일로 기억해. dmz지역에 지뢰를 찾기 위해 수목을 제거하는 작전을 수행하고 귀환했지. 쉬고 있는 중에 전원집합 해서 평소처럼 우스겟소릴하며 떠들고 있을 때 중대장이 들어왔어. 공기가 무거웠지. 휴일에는 사복을 입는 중대장이 군복을 입고 베레모까지 쓰고 들어왔거든.

 

중대장은 아무 말도 없이 당직사관에게 종이를 넘겨줬어. 그리고 펜과 함께 싸인하라며 종이를 돌렸지. 우린 영문도 모른채 서약서라 적힌 종이에 적힌 자신의 이름 옆에 싸인을 했지. 비밀유지 서약이었어.

 

 현재 dmz에서 원인불명의 폭발이 일어났고 지뢰로 추정된다. 수색대대 인원 두명이 그 자리에서 중상. 사망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중대장은 쉬지않고 말을 쏟아냈어. 문단마다 악센트를 주는 사람인데 이번엔 그러질 않았어.

 

 먼저 전역예정자의 전역이 보류됐지. 소총과 탄박스를 분출하고 전투태세를 갖춘 채 방공호, 지하벙커에서 새로운 소식만이 들리길 숨죽이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어. 언제 전쟁이나 분쟁으로 불거질지 모르는 상황이었지.

 

그곳은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고 피복이 벗겨진 전선 아래론 벽 틈 사이로 흘러나와 물웅덩이가 고여 있는 척박한 장소였어. 몇몇은 스트레스 때문인가 냄새 때문인가 참지 못하고 구토를 했어. 하지만 그에 대해서 뭐라 한 사람이 없었어. 그저 다들 숨죽이고 자리만 지키고 있었지. 그렇게 결론이 나기까지 밖에선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몇시간인지 며칠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아. 마치 군생활 전체를 거기서 썩었던 것만 같았어.

 

다들 작은 소리도 크게 울리는 그곳에서 소총을 떨어뜨리는 소리조차 신경쓰지 않게 될 때 무사 종결되었다 소식이 들려왔어. 다들 기쁘기 보다 온몸에 있는 신경이 동시에 꺼지는 것처럼 탈력감이 밀려왔던 거 같아. 며칠 뒤 전역이던 병장형은 옆에서 욕을 멈추지 않고 쏟아부었어.

 

그렇게 생활관으로 복귀하니까 협상이 끝이났다는 뉴스가 반복해서 터져나오고 있었어. 살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전역할 때까지 소총이 그렇게 무거웠던 적이 한번도 없었어. 그때만큼 사람이 고마웠던 적이 없었지. 지금은 감옥에 박혀있는 김관진 전 장관이 정말 고마웠어. 

 

아무튼 그렇게 일단락이 나고 어느정도 평온해졌을 무렵 갑자기 전 장병은 연병장으로 나가 평평한 돌을 주워 오라는 명령이 떨어졌어. 누가 돌뿌리에 걸려 넘어져서 죽기라도 했나. 아에 돌을 없애버리라는 군대식 해결방식을 이렇게 실행하네. 그런 농담을 하며 돌맹이를 주워왔지.

 

다 집합하니 돌맹이에 임전무퇴의 염원이 담긴 문구를 쓰라고 하는거야.각자 적당히 쓰니 돌을 다 마대에 담고 어디론가 싣고갔지. 모두들 알아도 여기까지 밖에 몰라.

 

나는 당시 1군단에 파견을 가서 다시 사단으로 비편제되어 사단본부로 떨어진 알다가도 모를 상황이었는데 담당 참모와 대대장과 같이 그 돌들을 모아서 돌탑을 쌓으라는 명령을 받았어. 목함지뢰 사건이 있던 수색대에 말야.

 

 그렇게 돌과 함께 사단을 상징하는 물건들과 사단 연대 코인. 그리고 지뢰폭발 그 당시 하사관이 신고 있었던 군화까지.. 그 안에 넣고 염원탑을 쌓았어. 마대에서 돌이 쏟아져 나오는데 다들 어디에 쓰이는 건지 명확하게 듣지 못했나 봐. 무식하게 큰 돌이나 땅에 파묻혀 있는 걸 캐왔는지 흙이 덕지덕지 묻어있더라. 겉에 쌓는 건 생수통으로 씻어내고 닦아서 쌓았지.

 

심심할 때마다 문구 하나하나 읽어보는데 전역시켜 달라는 소리가 제일 많았어. 섹ㅡ스 라고 적어놓은 것도 많았고.. 그래도 사병들의 염원이 그런게 아닐까. 사회에서 격리되서 다른 세상에 청춘을 2년간 맡긴다는게 얼마나 괴로운지 적어도 그때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라 누구보다 간절히 느꼈을거라 생각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가장 큰 돌에 '부서져도 절대 꺾이지 않는다'라고 써놓은 거였어. 인상적이어서 당시 일기에 써놨지.

 

나는 중간까지만 하고 도중에 다른 임무를 받아나갔지만 기자들이 수색대 연병장을 한번 쓸고나갔는지 싸제쓰레기로 넘쳐나더라. 

 

그래서 내가 얘기하고 싶었던 건 군대에서 만들었던 조형물은 그 흉물스런 발동상이 아니라 사병들의 염원과 문구를 담은 돌탑이었다고 그냥 말해주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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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게도 완성 사진은 없어. 외부에 반출되었던 사진이라 문제는 안될거야.

 

 긴 글 봐줘서 고마워.

10개의 댓글

2021.10.04

바위를 들고 온 사람도 있네..ㄷㄷ

0
2021.10.04

하사관 -> 부사관…. 개붕이가 입대도 전에 바뀌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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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4
@무새

용어가 기억이 안 나더라...

0
@둥두당다

그때 분위기 많이 안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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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6
@우당탕탕몽실이

전쟁은 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직전상황까지 내몰리지 않을까 불안하고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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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4

문단마다 악센트 주는 중대장 하니까 왜 섹시가이 중대장이 생각나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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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생존수영 훈련 마치고 복귀하니까 긴급출항 떠서 근무복 다 젖은 채로 출항했던거 기억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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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5

목함지뢰당시 ㄹㅇ 전쟁날 분위기였나보네 사회에있엇을때는 평소와 다를바없는 하루였던거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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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7

아 뭐임 저 발목상 국가에서 만든 거 아니었음? 뭐 기업 돈이어도 아까운 건 마찬가지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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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1

천안함, 연평도, 목함지뢰 모두 전쟁 혹은 국지전 임박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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