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계시와 약속의 책 - 묵시문학에 관하여

 많은 이들이 계시 또는 묵시 문학을 보며 역사의 흐름의 종말 곧 세계의 끝이 오는 것에 대한 책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묵시 문학이란 신이 회복시키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 이며 현실에서 고통 받는 이들로하여 망현재를 견디게 하는 소망과 희망에 대한 책이다. 

 

 세상의 종말을 다루고 있으나 종말은 역사의 끝이 아닌 부조리한 역사의 회복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 올바른 계시와 종말론 그리고 묵시 문학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수많은 묵시 문학은 이미 판타지에서 많이들 인용 되고 있으며 많은 영감과 소스를 제공하고 있다. 흔히들 신구약 중간기 문헌이라 말하는 기원후 2세기 까지 쓰여진 묵시 문학들은 선과 악의 대립, 빛과 어둠의 전쟁과 희망 없는 역사 속에 새로운 소망을 발견하는 등의 이야기로 쓰여져있다. 

 

마카베오서의 배경이 되는 안티오코스 4세의 박해시대

 

 그러나 묵시 문학에서 중요한 것은 이 세상이 무슨 수로 망하는가가 아니라 이 세상이 어째서 이렇게 멸망 가운데로 타락하였는가이다. 즉 현실의 부조리와 악의 문제가 묵시문학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토픽이었던 것이다. 단순한 판타지 장르 소설이 아니라 현실을 집요하게 고발하는 내용으로 이뤄진 것이 중간기 문헌이며 묵시 문학이라는 것이다.

 

에두아르트 로제는 이렇게 말한다. 

“왜 이 세상이 멸망으로 타락했는가 하는 문제가 묵시 문학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고난으로 가득찬 역사의 사건들 속에서 형벌하시는 행위를 우리는 알고 있다.”(신약성서 배경사. 에두아르트 로제, 1995, 대한기독교 서회, 박창건 옮김, 63~64p.)

 

  즉, 악이 득세하고 다스리는 타락한 세상의 행패를 더이상 지켜볼 수 없었던 이들이 신께 묻고 따진다. 왜 세상이 이렇게 되었으며 당신은 무얼하고 계시냐고. 그것에 대한 물음과 해답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놓은 것이 묵시 문학이다. 수많은 환상과 계시로 이뤄진 책은 대개 이런 현실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묵시문학은 그렇기 때문에 대개 이원론적 구조를 가진다. 이는 유대적 전승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며 이미 수많은 고대 종교 특히 고대 근동의 종교에서 있어왔던 구조이다. 흔히 말하는 혼돈의 신인 담수의 신과 질서의 신인 비와 하늘의 신의 전쟁 등의 구조에서 우린 이미 익숙하게 만나볼 수 있다. 묵시 문학의 구조는 그렇기 때문에 타락한 이 세상은 지나가고,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기본적인 이원론 구조 위에 쓰여져있다. 

 

 이 옛 시대와 새 시대는 우주적 차원과 범위의 변화이며 모든 세계는 새로운 하늘과 땅이 임한다는 말로 쓰여져 있다. 곧 희망 없는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이 바라는 의롭고 선한 세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유대교와 기독교의 종말 역시 비슷한데 메시아의 도래와 하나님의 심판 등을 이야기하는 성경의 계시 역시 현실에 대한 고발과 현실을 견디는 의롭고 선한 이들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유대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티투스의 개선문

 

유대전쟁과 바르 코흐바 반란이 실패로 돌아가고 랍비 유대교는 묵시 문학적 책들을 회당에서 없애버린다. 그러나 앞서 나온 두 차례의 메시아적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았던 기독교에서 소수 문헌들은 여전히 전승되고 있었다. 

 

묵시문학의 저자는 대개 유명한 역사속 인물이나 선지자의 이름 뒤로 숨어있다.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역사를 무대로 설정하며 하나님의 사람의 이야기로 그 역사가 마치 예언되었던 것들인양 서술한다. 

 

 묵시문학의 내용 안에서 그러한 환상과 계시의 책들은 경건한 이들의 손에 의해 봉인된다. 이후 다가올 시련과 종말의 상황 속에서 후대가 그 책을 열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 가운데서 위로를 주고 극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묵시문학은 현재를 위로하기 위한 책이었다. 

 

묵시 문학 안에서 모든 내용은 하나님의 뜻과 율법으로 전달 되어야하며 이야기는 그렇게 전개 되어야한다. 악한 길에서 돌이켜 계명 가운데로 돌아가 공의와 정의를 회복해야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고통 받는 의인에게 전해지는 이 책의 전통은 율법의 올바른 이해와 행동을 촉구하며 전승으로 자리잡는다. 

 

참고 : 에드아르트 로제 - 신약성서배경사

 

 

요약 

1. 묵시문학은 단순히 종말론을 통해 불안감을 야기시켜 자신의 종교를 믿게하는데 목적을 둔 것이 아니다.

2. 의롭게 사는 선량한 이들이 고통받는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고 신의 심판을 이야기하는데, 묵시문학이 등장하는 시기는 보통 종교가 핍박 받던 시기와 동일하다.

3. 묵시문학은 그러한 힘든 현실을 버티게 하려고 희망을 주기 위한 책으로 저술되었다. 

4. 때문에 묵시문학 예)요한계시록, 다니엘서 등을 통해 선량한 사람들을 겁박하고 자신의 종교에 편입시키려는 시도는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5. 요즘 이상한 종교쟁이들이 판치는게 안타까워서 쓴 글임. 필자도 판타지나 종교의 묵시묵학이란 장르에 관심이 많은데 이게 잘못 이용당하고 있다고 생각함

6. 화성악에 관한 글은 나중에 정리해서 써보도록 하겠음

11개의 댓글

2021.09.15

5번에 대해서는 기존 종교들은 대부분 묵시를 읽지 않기를 권하고 해석하더라도 멸망을 이용한 협박으로 끝날 뿐 결말에는 재림과 휴거 정도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끝남

 

그러나 소위 이단 사이비라고 불리는 종파들에서는 멸망에 중점을 두지 않고 필자의 말대로 이미 부패한 세상으로 초점을 맞추고 구체적인 구원방안을 제시함 ex)통일교의 인종과 종교의 통합

 

이미 묵시문학은 이런 두가지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고 비판하려면 모두까기가 가능함. 내가 보기에는 순수하게 읽고 해석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함

1
2021.09.15
@국밥햄

그 말이 맞다고 봅니다.

0
2021.09.15

묵시문학에서 가장 조심해야하는 부분이

심볼리즘임 실제로 그것 때문에 666 종말론자들

같은 사람들이 등장함

오히려 성경을 읽어보면 당시 상황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임

0
2021.09.15
@댓츠노노

묵시에 대한 오해가 많은 문제를 낳았지

0
2021.09.15
@댓츠노노

하지만 정작 예수와 제자들은 묵시를 심볼리즘으로 봤고 묵시를 예언적인 내용으로 보고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 이단이었음

 

그래서 실제로 신약성경에 예수가 세상 끝에 나타났다는 표현이 있고 그 당시 통용되던 율법과 제사로는 죄사함을 얻지 못한다고 새로운 해석을 내놓은 증거가 바로 묵시였음. 심지어 먼저 엘리야가 와야한다는 묵시 때문에 엘리야를 당시 살아있던 세례요한으로 해석했음(정작 세례요한은 자신이 엘리야임을 부정함) 때문에 예수는 어린 양같은 대속제물로 해석되고 구원자가 되었는데 기독교를 전혀 모른다고 가정할 때 이건 지금의 시각으로도 극히 이단적인 해석임. 괜히 당시에 이단의 괴수라고 불린 게 아님

 

때문에 기독교에서 이런 이단적인 해석은 설득력을 지니고 있고 심볼리즘은 기독교의 근간이라 심볼리즘 자체로 비판할 수는 없음

0
2021.09.15
@국밥햄

유대교는 해석에 있어서는 대단히 관대해서 해석 자체는

별 문제로 삼지 않았음 랍비가 하는 일이 그런거기도 하고...

당시 필론의 영향으로 알레고리해석은 일반적인 견해였지

 

그리스도인들이 유대인 내부에서 박해받았던 것은

해석의 차이라기보다는 할례를 부정해서 그런거임

할례만 인정한다면 별로 터치하지 않았음

 

바르 코흐바 때 자신을 그리스도라고 선언하기 전까지는

할례파 그리스도인들도 참여했던걸 보면 알수 있지

 

알레고리해석 자체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그것 자체만으로 비판할 수 없다는 건 동의함...

1
2021.09.16
@김바리

예수가 죽을 때까지 할례에 대한 교리가 없었고 예수도 그것으로 심문을 받지 않았음. 제자들도 예수 사후에 할례에 대해 논의하게 되는데 바울이라는 율법해석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할례가 유지되었음

 

그러나 할례문제 이전부터 예수는 이단이었고 예수가 심문받을 때의 내용을 보면 지극히 단순하게 묵시에 표현된 그리스도인가 아닌가로 심문받음. 그리스도 자체가 묵시적인 구원자인데 해석의 차이가 맞음. 율법을 건드리기 전에 거기에서부터 이단임

 

처음에는 묵시에 대한 해석이 문제가 되었지만 바울이 합류한 이후 기독교는 율법조차 묵시처럼 해석하게 되면서 율법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버렸음. 즉, 기독교의 근간이 심볼리즘임. 율법과 시가서, 역사와 묵시를 모두 합쳐 당당히 구약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어놓을 정도로 근본임

 

만약 이것을 비판한다면 기독교는 근본부터 비판받아야함. 그리고 기독교는 묵시에 대한 오해에서 출발한 정신나간 종교이거나 바른 이해를 한 진짜 종교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뭐 판단은 자유임

0
2021.09.16
@국밥햄

묵시에 대한 알레고리해석을 그 자체로 비판할 수 없다는건

위에서 동의한다고 했으니 넘어가고...

 

그니까 쟁점은 예수가 죽은 이유가 뭐냐 이거네

여기서 너랑 너랑 생각이 다른거고

 

니말은 묵시적 그리스도를 참칭해서 죽었다는 건데

내 생각은 고발할 때 명목상 죄목은 성전모욕죄고

실질적인 이유는 내란선동죄에 가깝다고 보는게 맞지 않나 싶은데

사두개인들은 반란이 일어나는걸 가장 두려워했으니까..

 

당시 그리스도라고 칭하는 사람이 꽤 많았는데

그 사람들이 다 십자가형을 당한지도 않았으니 더 그렇지

뭐 이건 해석의 여지가 있는거라 생각하기 나름일듯

 

바울에 대한 이야기는 딱히 동의하기 어렵네

근데 이건 너무 복잡한 이야기니까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0
2021.09.16
@김바리

당시에 로마법과 상관없이 종교적인 이유로는 어떤 이유로도 사형을 내릴 수가 없었음. 다른 명목상 죄목이 있을 수는 있어도 그리스도를 자칭한다는 이유로 사형을 당하는 케이스는 없다는 거임

 

그러나 예수에 대해서는 제사장들이 먼저 구속하고 증거를 찾는 만행을 저지름. 그래서 명목상 찾은 증거가 성전모욕이고 그 이후 실제 심문은 그리스도에 대한 심문임. 그리스도를 자칭하니까 그제서야 제사장이 옷을 찢고 신성모독을 선언함. 성경의 기록은 여기에 초첨이 맞춰져 있음

 

그리고 내란을 두려워 한 건 로마총독이지 당시 유대인들이 아님. 로마법에 걸리도록 유대인들의 왕이란 명목을 만들었는데 이 역시 총독이 심문해서 죄를 찾을 수 없다고 공언했음

 

단지 유대의 민심이 안좋아지니까 잘못된 판결을 했는데 이게 묵시의 심볼과 일치해서 예수가 죄없이 희생당한 어린 양이 된 거임

 

(참고로 당시에 이단들은 많았지만 다른 명목으로 사형당했다는 증거가 성경에 있는데 예수 양 옆의 강도들이 예수에 대해 우리와 같은 죄를 지었다고 말하는 내용이 있음(예수가 강도?) 명목상 죄는 강도인데 이들도 실제로는 신성모독죄란 이야기임. 즉, 이들도 그리스도를 자칭한 자들인데 금품을 갈취하는 흔한 사이비교주였다는 이야기임)

0

성서무오설이 일단 문제다

문자적으로 해석하려는 놈들 머리는 깨 버려야 함

물론 성서무오설이 아니더라도 종교는 그 자체로서가 진화의 과정에서 도태되어야 하는 개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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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6
@맞춘법일부로틀림

나는 종교란건 인간 사회가 존재하는한 어떤 형태로든 남아있을거 같은 느낌이 들어. 그리고 개붕이 말대로 문자주의적 해석은 아주 큰 문제를 낳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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