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자작] 히토리카쿠렌보 (3/3)

히토리카쿠렌보 (3/3)

 

 

베란다 창 너머 상가 방향에서 술에 취한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처음에는 나름 무서운 느낌도 들고 흥미진진했지만
20~30분 동안 별일이 없자 점차 지루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1시까지 끝내라고만 했지 얼마나 해야된다고 말한 적은 없잖아?'

 

왠지 시간낭비를 하는 것 같아서 정확히 12시까지만 기다렸다가 끝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윗집에서 노래소리가 들렸다.
음악시간에 배웠던 '피가로의 결혼' 중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 불고'였다.
얼굴에 털이 많은 윗집 아저씨의 얼굴을 떠올리며 
'생각보다 고상한 취미를 가졌구만. 역시 사람은 생김새 만으로 판단하면 못써.'
라는 생각을 하며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야 겠다고 생각했다.

 

문은 닫아 놓았지만 어디선가 들어온 바람이 부드럽게 불고 있었다.

 

아니,

바람은 날카롭게 불었다.

 

바람 중에서도 가장 첨예한 한 부분이 내 이마에 스치면서 상처가 났다.

 

'찾았다...'


누군가 말하는 소리.

 

나는 깜짝 놀라 손발을 허우적 거렸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어느새 12시 58분을 가르켰다.
언제 잠이 들었지?
매일 공부하는 피곤함과 클래식을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잠이 든 모양이었다.
잠들면서 침을 흘렸는지 입에 남은 소금기도 많이 없었다.
나는 2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
베란다에 있는 인형 쪽으로 갔다.

 

인형은 아주 조금 달라져 있었다.
내가 놓을 때는 분명 등을 기댄 상태로 앉혀 놓았는데
어느샌가 자세가 옆으로 누운 상태가 되어 있었다.

나는 아까부터 자꾸 신경쓰이는 이마를 문지르며
원래 인형이 균형이 안맞아서 자꾸 넘어지고 그러는 거지 하며
입에 소금을 털어 넣고 침을 고이게 한 뒤 인형에 얼굴과 몸에 뱉었다.

 

그 뒤 붉은 보자기에 인형을 싸서 내일 경태에게 가져다 주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날 나는 잠을 몹시 설쳤다.
정확히 무슨 꿈이 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악몽을 꿨고 일어날 때 쯤에 귓가에 누군가가

'고통스러워져라.'

라고 속삭인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괜한 내기를 해서 기분만 잡쳤다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이왕했으니 금전적 보상은 받아야 겠다는 생각에
인형이 든 붉은 보자기를 가방에 넣은 채로 학교에 갔다.

 

자율학습 1교시가 시작하기도 전에 경태가 먼저 찾아왔다.
경태는 누가 봐도 흥분한 상태였다.

 

"어제 밤 했어?"

 

나는 흥미로운 듯 들떠 있는 그 모습을 보고는 찬물을 끼얹고 싶어졌다.

 

"하긴 했는데 아무 일도 안일어 나던데?"

 

내 말에 경태는 굉장히 실망한 것처럼 보였다.

 

"내가 시킨 대로 했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고?"

 

순간 어제 조금 이상한 일은 있었다고 말할까 했지만
더 기고만장해지고 과장된 해석을 할게 뻔해서
진짜 아무 일도 없었다고 재차 말했다.

 

경태는 그러면 어제 사용한 인형을 보여달라고 했다.
나는 교실에서 이걸 보여주기에는 조금 창피해서
인적이 없는 계단 쪽으로 나오라고 한 다음
붉은 보자기에 감싸진 인형을 건넸다.

 

경태는 아무 말 없이 인형을 한참이나 보았다.
사뭇 진지한 표정에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경태가 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표정도 없이 창백한 얼굴로....
초점도 부정확했지만 어쩐지 그 눈은 
내 이마 쪽으로 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은 맞지?"

 

경태는 왠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나는 약간 오기가 생겨서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려다가
궁금함을 참기 어려워 질문을 했다.

 

"살짝 잠든 거 같긴 한데. 자면서 입에 있던 소금도 흘린거 같고."

 

이 말을 들은 경태의 표정은 순식간에 무시무시해졌다.

 

"야! 내가 지시사항은 반드시 따르라고 했잖아!"

 

나는 어차피 미신인데 뭘 화까지 내냐고 말하려고 했지만
경태의 위압적인 태도에 경도된 것인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 이 놀이는 굉장히 위험한 놀이야.
 너랑 똑같은 대상을 만들고 저주를 한 다음 그 저주가 누구에게 갈지 겨루는 거지.
 내 말대로 한다면 너가 질 이유는 절대로 없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파사(破邪)의 효과가 있는 소금까지 지녔으니까.
 내가 하라는 대로 반드시 따르라고 했는데 어제는 유리한 게 하나도 없었잖아!
 진짜 아무 일도 없었던거 맞아?"

 

나는 어렵게 입을 뗐다.

 

"맞아. 아무 일도 없었어."

 

이렇게 말하려고 했던게 아닌데 나도 모르게 대답을 해버렸다.


경태는 섬뜩하리만큼 이상한 웃음을 지으며 그러면 자신이
인형을 처리할테니 맡겨두라면서 5만원을 건네곤 자리를 떠났다.

그때 마침 시작종이 울려 나는 교실로 돌아갔다.

 

------

 

경태에게 인형을 준 날 밤부터 나는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열이 나는 것도 아닌데 등까지 젖을 정도로 식은 땀이 나고
마치 누군가 이마에 타카라도 박는 것처럼 
따끔따끔하면서도 묵직한 충격이 지속적으로 느껴졌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지 하고 일찍 잠을 청했으나
새벽 내내 고통 때문에 잠이 들 수 없었다.

 

도저히 학교에 갈 수 없어 택시를 타고 병원까지 찾아가 봤으나
원인은 알 수 없으니 일반적인 진통제 처방과 함께
더 심해지거나 하면 다시 찾아오라는 상식적인 말뿐이었다.


진통제를 먹어도 이마의 고통은 더 심해지거나 나아지는게 없이 
일정하고 지속적으로 통증을 주었다. 

어쩌다 잠이 드려던 참이면 
'찾았다.' '여기 있었구나.' '고통스러워져라'
하는 말들이 실제로 들리는 듯 했고
뭘 잘 먹지 못해 온 몸에 힘도 없었다.

 

몸이 아파 학교를 못 간지 이틀, 아니 사흘 째 되는 날 
오전 10시에 집 초인종이 울렸다.
가족들은 내일 올 예정인데 누구지.
나는 이제 걸을 기력도 없어 벽을 짚으며 현관 문을 열어줬다.

 

문을 열자 처음 보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화장이 굉장히 진한 아주머니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기운 없이 '누구세요?' 라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말없이 나에게 붉은 보자기를 내밀었다.


어디선가 낯이 익은 보자기를 열자 거기에는
언젠가 내가 히토리카쿠렌보 / 혼숨을 하기 위해 제작한 인형이 있었다.

하지만 인형의 상태는 내가 기억한 것보다 훨씬 더 처참했다.
나는 분명 인형 이마에 침을 하나만 박았었는데 
지금 인형의 이마에는 온갖 침들이 고슴도치처럼 빼곡하게 박혀 있었고 
이마에 박을 공간이 부족하자 차츰 몸통 부위까지 침이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충격을 받아 다시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는 차에 아주머니가 먼저 말했다.

 

"먼저 사과를 하고 싶구나. 아줌마는 경태의 이모란다.
 요즘 이상하게 경태의 느낌이 안좋아서 집에 가보니
 이런 인형이 있더구나. 경태는 지금 학교에 있어서 내가 대신 찾아왔다."

 

"아.. 네..." 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말이 없는 대신 경태의 이모는 혼자 사과와 설명을 했다.

정리하면 내가 만든 인형은 살(저주)를 날리기 위해 만드는 인형을 종류로
머리카락과 손톱만 구할 수 있다면 만들기가 까다롭지는 않다고 한다.

그런데 보통은 인간이 인형보다 주도권을 쥐고 있어서 
저주를 하려는 사람이 인형을 가지고 저주를 해봤자
오히려 저주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 정상이지만
이 경우에는 내가 인형에게 주도권을 빼앗겨서 
온갖 저주가 나에게 통하게 된 것이라 말해줬다.

 

나는 도저히 경태가 나에게 그런 짓을 했다고 믿어지지 않았다.
아줌마는 추측이지만 경태가 처음부터 저주인형을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떠한 과정에서 내가 인형에게 주도권을 뺐겨
저주인형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단순히 '초자연'적인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설명을 들으며 이번에는 다른 이유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3개의 댓글

경태새끼 씹새끼네 씨발 당장 달려가서 아가리에 양말 박아넣고 씨빨련아 하면서 팰 듯

1
2021.07.14
0
2021.07.22

경태게이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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