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자작] 군대 괴담 '사용하지 않는 초소'

사용하지 않는 초소

 

 

내가 전방에 있는 @사단에 근무했을 적에 겪었던 일이다.
우리 부대는 전차대대였는데 기동장비를 운용하는 부대인 만큼 주둔지 부지가 상당히 넓은 편이었다.
경계근무는 주둔지 서쪽에 있는 위병소와 남쪽에 있는 고가초소,
동쪽에 있는 탄약고초소에 투입되었고, 나머지 지역은 새로 설치된 CCTV로 감시했다.

 

그 때는 몹시 무더운 여름이었는데 준위 계급의 통신소대장이 끊임없이 불평을 쏟아내고 있었다.
주둔지 북쪽에는 폐쇄된 초소가 하나 있었는데 그쪽에 있는 CCTV와 핫라인이 자꾸만 고장이 난다는 것이었다.
통신소대장이 통신병들을 데리고 벌써 며칠씩 작업을 했지만 잠깐 동안만 정상으로 돌아올 뿐
다음 날이 되면 마찬가지로 고장이 반복되었다.
어쩔 수 없이 업체 사람을 부르기로 했고, 이번에 새로 취임한 대대장님은 감시 공백을 메꾸기 위해
CCTV와 핫라인이 복구될 때까지 북쪽 초소에 경계병을 투입하는 것으로 지시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주임원사의 표정이 굉장히 어두워졌다.
평소 온화한 낯을 잃지 않던 주임원사였기에 나는 갑자기 왜 그러시느냐고 물었다.
주임원사는 말을 하려니 쑥쓰러운지 좀 망설이다가 
'예전에는 북쪽 문을 부대 후문으로 사용했었다.'
'그런데 근무자들이 헛것을 너무 많이 봐서 지금은 폐쇄시킨 상태이다'
라며 말하면서 별 문제 없을 거라는 안심시켜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게 북쪽 초소 근무자 투입이 시작되었다.

다음 날 아침 부대에 출근하니 지휘통제실은 술렁이는 분위기였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자 북쪽 초소에 투입되었던 2~4시 근무자가 뭔가를 봤다는 것이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2~4시 근무자였던 김상병과 정일병은 울타리 바깥 쪽을 경계하면서
담소도 나누고 별도 보면서 긴 근무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3시쯤 됐을 때 뒤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났다고 했다.
북쪽 초소 투입로는 S자 모양으로 길이 꺾여 있고 수목도 우거져서 누가 오고 있는지 확인이 안됐는데
근무교대시간이 아니라서 당직사령이나 당직사관이 순찰도는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FM대로 수화해야겠다고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잠시 후 검은 형체 하나가 보여 역시 당직근무자가 순찰도는게 맞구나 하고 수화절차를 하는데
검은 형체가 수화에 불응하고 계속 움직이더라는 것이었다.
당직사관이 장난을 치는건가 싶어서 좀 더 크게 수화를 하는데 검은 형체는 길이 아닌 수목이 우거진 곳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나는 여기까지 듣곤 '뭐야, 고라니나 멧돼지 같은 걸 본거 아니야?' 라고 웃었다.
주둔지 내에 야생동물이 심심치 않게 나오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합리적인 추측이었다.
2~4시 근무자들은 분명 사람의 형체였다고 했지만 그 시간에 순찰을 돈 인원도 없었기 때문에
북쪽초소와 관련된 괴담을 전해 들은 근무자가 헛것을 본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그로부터 이틀 후 그 날은 내가 당직사령 근무를 서는 날이었다.
북쪽 초소와 투입되면 기분이 쎄하다는 둥 괴이한 분위기가 어느새 팽배해져서
나는 '정신 똑바로 차리면 된다. 차라리 멧돼지나 조심해라' 라는 농담과 함께 근무자들을 독려했다.
어느 덧 시간은 새벽 3시가 다되어 갈 때 쯤이 었다. 조용한 지휘통제실에 갑자기 핫라인이 울렸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거리는 소리를 내는 핫라인의 수화기를 들면서 나는 조금 의아했다.
'핫라인은 언제 고쳤지?'
수화기 건너편에서는 별다른 얘기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당직사령인데 왜 그러느냐고 물었지만 수화기에서는 정적만이 흐를 뿐이었다.
좋지 않은 예감에 나는 당직병에게 지휘통제실 잘 지키고 있고 
무슨 일 있으면 핸드폰으로 전화하라는 말을 남긴 채 북쪽초소로 향했다.

 

S자로 구부러진 투입로 때문에 북쪽초소는 보이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빠르게 뛰는 심장과 다급한 발걸음을 아마 별일이 아닐거야라는 생각으로 다스리며 나는 북쪽 초소로 빠르게 이동했다.
후레시로 투입로를 비추면서 가는데 근무자 중 1명이었던 최일병이 투입로 중간에서 기절해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최일병의 호흡과 맥박을 확인하고 크게 이상이 없다고 판단한 후 나머지 근무자를 찾아서 북쪽초소로 달려갔다.
처음 북쪽초소를 봤을 때 초소가 비어있다고 생각했는데 안에 들어가보니 박병장이 넋이 나간 채로 쭈그려 앉아 있었다.
평소 에이스 소리를 듣던 박병장의 넋나간 표정에 나는 어깨를 흔들며 정신차리라고 했다.
정신이 돌아온 박병장을 데리고 투입로에 있던 최일병한테 가니 최일병도 어느 새 깨어났는지 나무에 기댄 채로 쪼그려 앉아 있었다.
나는 상황파악을 하기 위해 두 근무자를 데리고 지휘통제실로 복귀했다.

 

이게 무슨일인지 근무자에게 묻자 근무자들은 자신들도 잘 정리가 되지 않는 듯 혼란스러워 하다가
상황병이 타다 준 커피를 마시면서 천천히 자신들이 방금 겪었던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박병장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근무를 서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래서 수화준비를 하려는데 갑자기 최일병이 자신이 직접 보고 오겠다고 해서 그걸 말리려는데
최일병이 무서운 힘으로 자신을 뿌리치면서 초소밖으로 나가 투입로로 향했다고 한다.
짧은 시간이 흐른 후 검은 형체 하나가 투입로에서 나왔는데
이틀 전 근무자들이 한 이야기처럼 검은 형체는 길도 없는 수목이 우거진 곳으로 걸어갔다고 한다.
박병장은 최일병을 계속 불러봤지만 대답도 없고 너무 무서웠는데 
어느샌가 내가 자신의 어깨를 흔들어서 정신을 차렸다고 했다.

 

나는 이야기 중 빠진 내용을 물어봤다.
"그럼 핫라인은 니가 봤다던 형체가 다가오고 있을 때 한거야?"
박병장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핫라인은 아직 복구가 안된걸로 알고 있어서 따로 연락한 적은 없습니다."
라고 말했다.
나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지만 마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번에는 최일병에게 물었다.
"몸은 괜찮아? 좀 쉬어야 되지 않냐?"
최일병은 지금은 괜찮은거 같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말했다.

 

최일병의 이야기는 박병장의 이야기와 조금 달랐다.
최일병도 박병장처럼 뒤에서 인기척을 들었고 수하준비를 하려는데
박병장이 웃지도 않고 '야 니가 가서 확인하고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최일병은 겁이나서 같이 가주면 안되겠냐고 말했지만
박병장이 너무 무서운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대답도 하지 않자
어쩔 수 없이 투입로 쪽으로 갔다고 한다.
S자 모양의 투입로로 진입하는데 검은 형체 하나가 걸어오는게 보였고
이 때 자신이 후레시를 초소에 두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떨리는 목소리로 수화를 하려는데 이상하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형체는 자신의 옆으로 지나갔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려던 최일병은 자신없는 말투로 이야기를 이었다.
"정확히 본건 아니지만 초소투입 복장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나는 괜찮으니 천천히 본대로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저희가 전투복이 작년에 디지털로 다 바꼈지 않습니까? 모자도 베레모고.
 그런데 제가 본 사람은 얼룩무늬 전투복에 챙이 있는 전투모였습니다.
 얼굴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확실한 건 저희 부대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여기까지 듣고 근무자들에게 생활관에서 휴식을 취하라고 한 후 
대대장님이 출근하실 때 북쪽초소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했다.

대대장님은 자꾸 헛소리를 해대니 헛것이 보이는 거라면서 언짢아 하셨지만
지휘관실에서 주임원사의 이야기를 듣더니 북쪽초소 근무를 없애셨다.

 

주임원사가 어떤 이야기를 말씀드렸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4~5년 전쯤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던 병사 1명이
인적이 드문 북쪽초소 쪽의 나무에 목을 메고 자살을 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북쪽초소에 간혹 근무를 투입하곤 했는데
매번 똑같은 이상증세를 호소하는 용사가 생기는 바람에 초소투입이 없어졌다가 이번에 다시 생긴 것이라고 한다.

 

나는 소름이 돋는 팔을 문지르며 북쪽 초소로 향했다.
초소에는 미처 챙기지 못했던 최일병의 후레시가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핫라인의 수화기를 들어보았다.
핫라인은 여전히 연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끝.

4개의 댓글

2021.07.11

북쪽초소의 나무를 뿌리째 뽑아 태우고 해당지역을 폭파시킨다면 그런 일이 사라질 것

2
@악마지망생

괴력난신은 화력으로 해결한다!

1
2021.07.15
@악마지망생

유구한 전통의 해결법!

0
2021.07.11

혹시...파주에 있는 사단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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